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 - 인류 앞에 놓인 피할 수 없는 도전에 대한 과학적 해답
루크 오닐 지음, 양병찬 옮김 / 초사흘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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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는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해답을 담아낸 과학교양서이다. '자유의지, 비만, 우울증, 성차별과 인종차별, 무의미한 직업, 기후 위기, 존엄한 죽음' 등 까다롭고 복잡한 이슈에 대해 상세하고 명료한 과학적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루크 오닐'은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자 교수이다. 그는 한 방송에서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과학 질문에 전문가다운 견해를 이해 쉽고 유머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탁월한 역량과 대중과 소통하려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숙고'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수많은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심사숙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각각의 주제마다 개념과 배경 지식, 그리고 간략한 역사와 흐름을 짚어주고 과학적 성과를 단계별로 알려준다. 물론 진행 중인 사안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언급하고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이슈에 대한 잠정적 결론을 요약해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가장 인상적인 주제 중에 하나는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 종에 속한다"며 인종에는 유전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어서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차별의 이유를 '외국인 혐오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낯설거나 이상한 집단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나 증오"를 의미하며 그리스와 미국 등 여러 국가에 만연한 외국인 혐오 사례를 언급한다. 현상 분석에 이어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가 제시하는 인종 차별 근절 방법은 무엇일까?


"인종 차별을 막을 한 가지 전략은 이민자들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일깨우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슬람교도와 시리아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가 시리아 이민자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일랜드의 전 총리의 레오 바라드카르의 아버지는 인도 뭄바이 출신 이민자였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의 85명 중 33명이 이민자다. (...) 전반적으로 이민자는 경제 성장의 핵심이다. 그들은 인력을 보충하고 산업을 성장시키며, 종종 뛰어난 자격과 업무 숙련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는 데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p.286-p.287)


책에서 제시된 이슈들은 모두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꼭 필요한 지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만큼 가짜뉴스도 많아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이 책만 꼼꼼히 읽어도 실험에 근거한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독자는 끌리는 주제부터 먼저 읽어봐도 좋다. 각 장을 구분하는 그림과 색감, 글귀는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 어떤 주제라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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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기 위한 서른 편의 영화
김남금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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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사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 고민을 영화를 매개로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외로움, 생계를 위한 고단한 노동, 열악한 주거 환경, 관계의 어려움, 대책없는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 등. 혼자이기 때문에 인생 문제들이 더 무겁고 절박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다. 직면하고 솔직하게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기만의 방법을 고민하며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이론을 공부한 저자가 선택한 영화는 그의 삶에 스며들어 사유를 더 증폭시켜준다.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필력으로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김남금 저자는 영화 이론가이자 자유여행가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삶과 닮은 영화와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오곤 한다. 틈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하지만, 현실은 가끔 떠나고 책과 영화로 시공간 여행을 떠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와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를 여러 강연과 글쓰기 수업에서 나누고 있다.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비혼이 체질입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혼자' '비혼' 등 홀로 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1일분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평범함은 대단함의 다른 얼굴"(p.112)이며 평소대로 일상이 굴러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지 깨닫도록 이끈다. 동시에 작고 소소하더라도 '조용한 법석'을 떨어보라고 제안한다. 기념일을 만들어 자축하거나 "책 한 권 읽으면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이런 노력도 필요하다. '오늘은 어떤 일상 이벤트를 만들어볼까?' 이런 자문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일상을 이어가는 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 발사보다 더 어렵다. 우주선 발사는 목표가 분명하고, 기간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전 세계인이 주목한다. 동기부여가 넘쳐서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보상도 따른다. 일상은 다르다. 무한 반복되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내 일상에 주목하는 사람은 대개 나뿐이다. 내가 끈을 놓으면 일상은 바닥으로 바로 가라앉으니 동기부여도 내가 해야 한다. 가도 가도 끝없는 바다에서 힘들어도 스스로를 토닥이며 언제 육지에 닿을지 모르는데도 계속 헤엄쳐야 한다. 일상의 바다에 익사하기 쉬운 이유다. 혼자 살면 셀프 토닥임 기술 연마는 필수다. 일상을 이벤트로 바꾸는 재주를 갈고 닦으면 된다." (p.113)


이 책은 혼자의 삶을 씩씩하고 단단하게 꾸려가길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용기 있는 한걸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당근 모임 앱에서 '4050 동네 비혼 여성과 걷기' 모임을 만들었다. 4-5명 정도 주말마다 함께 걸으며 "사회생활로 너덜너덜해진 마음 한 조각씩 꺼내 쓱쓱 털어"내는 시간을 보낸다. 언제 해체될지 모르지만 현재 누리는 농도 옅은 친밀감과 진짜 사람과의 만남을 누리고 있다. 이런 만남으 시작 배경에는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고자 했던 저자의 고민이 있었다. "혼자 독립적으로 나이들어가는 다양한 노인"(p.119)을 상상하기 위해서 저자는 작은 시도를 해본 것이다. 


김남금의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삶에 대한 직면과 문제해결을 위한 통찰이 담긴 책이다. 동시에 혼자이든 여럿이든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좋은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끈다. 혼자인 사람 뿐만 아니라 함께 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혼자이지만 가끔 함께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삶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힘들어도 괜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양육의 목표는 하나다. 독립적이고 자기 몫을 잘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도로시아는 혼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힘들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사이다 같은 위로를 남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져. 그래 봐야 또 힘들어지지만."(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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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날 대신해 소설, 잇다 5
김명순.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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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마자 김명순 작가의 사진과 이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1920년에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당시 사회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겪”은 1세대 근대 여성 작가였던 김명순. ‘첩의 딸’이라는 배경을 문제 삼아 부정한 여자라는 비난과 공격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고통과 비탄, 저주”로 점철된 인생이었어도 그녀는 20여년 간 170여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김명순의 데뷔작인 ‘의심의 소녀’(1917)를 모티브로 현대 여성 작가인 박민정 소설가는 ‘천사가 날 대신해’ 라는 단편을 완성한다. 박민정 소설가는 청년과 여성이 처한 여러 사회 문화적 조건을 탐구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100년 시공을 뛰어 넘는 두 여성 작가의 연결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이끈다.

‘의심의 소녀’는 평양 대동강 근처에서 외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녀, 범네의 이야기이다. 범네의 모친은 재산가의 독녀이자 미인이었지만 방탕한 남편 때문에 고통받고 자살을 했다. 범네와 할아버지는 남편 첩의 표적이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화자가 친구의 죽음을 두고 그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친구 ‘세윤’이 이혼 이후 새로운 직장에서 ‘로사’와 같이 근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장한다. 나는 대학시절 알게 된 언니인 로사가 영매처럼 행동하고 성범죄에 관여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거리를 두었고 세윤에게도 경고를 한다. 하지만 세윤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여성의 죽음이 핵심 사건이다. ‘의심의 소녀’에서 범네 모친은 세상과 남성에게 모두 외면당한 채 죽음에 이른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세윤의 죽음은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꺼림직하고 공포스럽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소설, 잇다'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집이다. 김명숙 작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작품을 읽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한편으로 끔찍한 차별과 부당한 공격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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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한 걸까? - 2024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중고생 논·서술형 주제토론 수업 1
태지원 지음 / 글담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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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빈부격차는 당연할 걸까?>는 부의 불평등에 관한 토론주제를 중심으로 찬반의 근거를 서술하고 있는 청소년 인문사회도서이다. 빈부격차에 문제 의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기본소득' '디지털세 도입' ' 취약계층 빚 탕감' '지하철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와 같은 방안에 관한 찬반 의견을 담고 있다. 독자는 '배경지식 알아보기'-'찬반 주장 정리하기'-'본격 토론'-'내 생각 정리해보기' 과정을 따라가며 자기만의 생각과 입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화체 가상 토론 섹션을 활용하여 실전 토론을 해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찬반 의견에 대한 근거 3가지를 이해 쉽게 서술하고 있는 부분이다. 근거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도 언급되어 있다. 반대 입장에 대한 정보와 근거를 확인하면서 논제에 대한 입체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토론하는 방식과 주장을 세우고 근거를 찾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세 도입은 불공정한 경쟁을 바로잡는다"는 입장에 대한 근거는 "1. 글로벌 기업의 조세 회비피를 막아 불공정한 세금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 2.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져 소비자에게도 유리할 것이다. 3. 디지털세 도입은 국내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p.92-95)이다. 각각 근거에 대한 실제 사례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이는 배경지식을 쌓는데도 유익하다. 


책의 내용과 구성은 알차고 실전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다. 그동안 청소년 사회과목 도서를 꾸준하게 출간한 저자의 지식과 노하우가 잘 담겨 있어 신뢰가 간다. 문제는 학생들에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큼 주어졌느냐가 아닐까. 아이들이 토론 주제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가끔 중고등학교에서 토론수업을 진행한다. 12명 정도의 적정한 학생 수와 공간을 따로 마련해달라고 학교에 부탁한다. 하지만 20명 혹은 30명 넘게 토론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구별된 공간이 확보가 되지 않아 한 장소에서 두 선생님이 두 그룹으로 토론을 했던 적도 있다. 토론하려는 아이들, 좋은 책, 토론진행하는 강사는 다 준비되어 있는데 환경이 그만큼 갖춰지지 않아 아쉬울 때가 있다. 


2028년 대입개편안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입시와 내신 모두 논술과 서술형 문제를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다. 더 많은 토론 수업을 마련하여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도록 이끌어야한다. 이 책은 언제 어디서든 주제토론 수업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강사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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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 굳게 믿었던 나라는 존재에게 던지는 질문
네시베 카흐라만 지음, 이은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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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이다. 그는 다양한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신념'을 근거로 자신의 모습을 과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대부분 과거의 경험이나 타인의 평가 등 외부 요인으로 형성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자신과 밀착되어 신의 일부로 인식하는 이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어떤 사람은 마음이 불편하여 피하고 싶거나 자신이 위태로워지고 사라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많은 내담자들도 처음에는 저항하며 어려워했다. 저자는 "방해꾼 신념"이라는 용어로 인식의 변화를 이끈다. 잘못된 신념 체계를 형성하게 하는 이 방해꾼 신념에 주목하여 자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바꿔나갈지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한다.


즉 우리는 방해하는 신념을 떨쳐버리는 데에 첫 번째로 중요한 단계는 깨달음과 인정이다. '그건 그냥 그런 거야'. 하지만 달라질 수는 있다. 78쪽


책에는 저자가 실제로 상담했던 사례들이 등장한다. 방해꾼 신념을 알아차리기 위해 저저가 던졌던 질문과 내담자가의 구체적인 대답과 변화과정이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자기만의 대답을 하면서 왜곡된 나를 바로 잡고 '진짜 나'를 완성하는 대체 신념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인정하기'이다. 내가 그동안 방해꾼 신념에 휘둘렸다는 사실. 나는 이 신념을 내던져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 질문 앞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준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 이야기를 당신 자신에게 자꾸 하는 이유는 뭡니까? 이 이야기가 없다면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거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14쪽


방해꾼 신념이 제거한 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과거의 상처와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지우면 나는 누구인가. 한 번도 이 질문을 마주해본 적이 없다. 패배의식과 부족한 자신감과 싸우며 살아왔다.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고 작은 실수에도 수치심을 느꼈다. 부모님의 가난과 무능력, 자식을 향한 무관심한 태도에 상처를 받았던 나는 존재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쓸모 없고 바보같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어떤 것을 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았다. 동시에 너무 못하면 욕 들어먹을 것 같아 남에게 피해가지 않을 정도에서만 노력했다.

'나는 존재감이 없어' 이 이야기가 없다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존재감을 얻기 위해 그동안 시도했던 일들과 그때 내 모습을 돌아본다. 책을 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서였지 정말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학력이 낮은 부모님에 대한 컴플렉스를 책으로 해소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식해보였던 부모님과 달리 나는 똑똑해보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또 내 부모님과 달리 4명의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아 능력있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했던 욕심도 많았다. 잠수네 공부법을 따라하고 책육아에 올인하기도 했지만 모두 역부족이었다. 과도하게 나를 포장하려고 했던 일을 그만두었다. '진짜 나'를 만나고 있다.

지금은 내가 누리는 존재감으로 만족하고, 부모님을 더이상 무식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 키우는 일보다 내 공부를 더 즐기는 사람이다. 열정과 욕심만 앞서지 행동은 느리고 게으른 편이며 꼭 해야할 일만 딱 하고 끝내고 싶어 한다. 성공과 성장보다 편안함과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다. 이런 나를 직면하고 인정한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책의 질문 덕분에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에게 던질 만한 질문을 발견하고 밑줄 그으며 내 대답을 적다보니 어느 새 여기까지 왔다. 자신에 대해 고민만 하기보다 핵심적인 질문이 담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부제의 글처럼 "자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삶을 파괴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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