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 굳게 믿었던 나라는 존재에게 던지는 질문
네시베 카흐라만 지음, 이은미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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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활발하게 대중과 소통하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이다. 그는 다양한 내담자와 상담을 하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은 확인되지 않은 '신념'을 근거로 자신의 모습을 과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신념은 대부분 과거의 경험이나 타인의 평가 등 외부 요인으로 형성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자신과 밀착되어 신의 일부로 인식하는 이 신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어떤 사람은 마음이 불편하여 피하고 싶거나 자신이 위태로워지고 사라지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많은 내담자들도 처음에는 저항하며 어려워했다. 저자는 "방해꾼 신념"이라는 용어로 인식의 변화를 이끈다. 잘못된 신념 체계를 형성하게 하는 이 방해꾼 신념에 주목하여 자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어떻게 알아차리고 바꿔나갈지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한다.


즉 우리는 방해하는 신념을 떨쳐버리는 데에 첫 번째로 중요한 단계는 깨달음과 인정이다. '그건 그냥 그런 거야'. 하지만 달라질 수는 있다. 78쪽


책에는 저자가 실제로 상담했던 사례들이 등장한다. 방해꾼 신념을 알아차리기 위해 저저가 던졌던 질문과 내담자가의 구체적인 대답과 변화과정이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고 자기만의 대답을 하면서 왜곡된 나를 바로 잡고 '진짜 나'를 완성하는 대체 신념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인정하기'이다. 내가 그동안 방해꾼 신념에 휘둘렸다는 사실. 나는 이 신념을 내던져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 질문 앞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임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충분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준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 이야기를 당신 자신에게 자꾸 하는 이유는 뭡니까? 이 이야기가 없다면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물론 내가 제일 먼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거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14쪽


방해꾼 신념이 제거한 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과거의 상처와 내면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지우면 나는 누구인가. 한 번도 이 질문을 마주해본 적이 없다. 패배의식과 부족한 자신감과 싸우며 살아왔다. 타인의 시선에 위축되고 작은 실수에도 수치심을 느꼈다. 부모님의 가난과 무능력, 자식을 향한 무관심한 태도에 상처를 받았던 나는 존재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쓸모 없고 바보같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것 같다. 나는 어떤 것을 해도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않았다. 동시에 너무 못하면 욕 들어먹을 것 같아 남에게 피해가지 않을 정도에서만 노력했다.

'나는 존재감이 없어' 이 이야기가 없다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존재감을 얻기 위해 그동안 시도했던 일들과 그때 내 모습을 돌아본다. 책을 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서였지 정말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학력이 낮은 부모님에 대한 컴플렉스를 책으로 해소하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식해보였던 부모님과 달리 나는 똑똑해보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또 내 부모님과 달리 4명의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아 능력있는 사람으로 키우려고 했던 욕심도 많았다. 잠수네 공부법을 따라하고 책육아에 올인하기도 했지만 모두 역부족이었다. 과도하게 나를 포장하려고 했던 일을 그만두었다. '진짜 나'를 만나고 있다.

지금은 내가 누리는 존재감으로 만족하고, 부모님을 더이상 무식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 키우는 일보다 내 공부를 더 즐기는 사람이다. 열정과 욕심만 앞서지 행동은 느리고 게으른 편이며 꼭 해야할 일만 딱 하고 끝내고 싶어 한다. 성공과 성장보다 편안함과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다. 이런 나를 직면하고 인정한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이 됐을까?> 책의 질문 덕분에 '진짜 나'를 찾아가고 있다. 나에게 던질 만한 질문을 발견하고 밑줄 그으며 내 대답을 적다보니 어느 새 여기까지 왔다. 자신에 대해 고민만 하기보다 핵심적인 질문이 담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자신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부제의 글처럼 "자아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삶을 파괴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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