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기 위한 서른 편의 영화
김남금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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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사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 고민을 영화를 매개로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외로움, 생계를 위한 고단한 노동, 열악한 주거 환경, 관계의 어려움, 대책없는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 등. 혼자이기 때문에 인생 문제들이 더 무겁고 절박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다. 직면하고 솔직하게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기만의 방법을 고민하며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이론을 공부한 저자가 선택한 영화는 그의 삶에 스며들어 사유를 더 증폭시켜준다.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필력으로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김남금 저자는 영화 이론가이자 자유여행가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삶과 닮은 영화와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오곤 한다. 틈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하지만, 현실은 가끔 떠나고 책과 영화로 시공간 여행을 떠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와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를 여러 강연과 글쓰기 수업에서 나누고 있다.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비혼이 체질입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혼자' '비혼' 등 홀로 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1일분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평범함은 대단함의 다른 얼굴"(p.112)이며 평소대로 일상이 굴러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지 깨닫도록 이끈다. 동시에 작고 소소하더라도 '조용한 법석'을 떨어보라고 제안한다. 기념일을 만들어 자축하거나 "책 한 권 읽으면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이런 노력도 필요하다. '오늘은 어떤 일상 이벤트를 만들어볼까?' 이런 자문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일상을 이어가는 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 발사보다 더 어렵다. 우주선 발사는 목표가 분명하고, 기간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전 세계인이 주목한다. 동기부여가 넘쳐서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보상도 따른다. 일상은 다르다. 무한 반복되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내 일상에 주목하는 사람은 대개 나뿐이다. 내가 끈을 놓으면 일상은 바닥으로 바로 가라앉으니 동기부여도 내가 해야 한다. 가도 가도 끝없는 바다에서 힘들어도 스스로를 토닥이며 언제 육지에 닿을지 모르는데도 계속 헤엄쳐야 한다. 일상의 바다에 익사하기 쉬운 이유다. 혼자 살면 셀프 토닥임 기술 연마는 필수다. 일상을 이벤트로 바꾸는 재주를 갈고 닦으면 된다." (p.113)


이 책은 혼자의 삶을 씩씩하고 단단하게 꾸려가길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용기 있는 한걸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당근 모임 앱에서 '4050 동네 비혼 여성과 걷기' 모임을 만들었다. 4-5명 정도 주말마다 함께 걸으며 "사회생활로 너덜너덜해진 마음 한 조각씩 꺼내 쓱쓱 털어"내는 시간을 보낸다. 언제 해체될지 모르지만 현재 누리는 농도 옅은 친밀감과 진짜 사람과의 만남을 누리고 있다. 이런 만남으 시작 배경에는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고자 했던 저자의 고민이 있었다. "혼자 독립적으로 나이들어가는 다양한 노인"(p.119)을 상상하기 위해서 저자는 작은 시도를 해본 것이다. 


김남금의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삶에 대한 직면과 문제해결을 위한 통찰이 담긴 책이다. 동시에 혼자이든 여럿이든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좋은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끈다. 혼자인 사람 뿐만 아니라 함께 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혼자이지만 가끔 함께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삶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힘들어도 괜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양육의 목표는 하나다. 독립적이고 자기 몫을 잘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도로시아는 혼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힘들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사이다 같은 위로를 남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져. 그래 봐야 또 힘들어지지만."(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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