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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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톰 헤드, 현대지성, 2024)은 세계사 기본 상식을 얻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세계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양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요 사건에 대한 개요 뿐만 아니라 지구 전 지역에 대한 역사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혼자 읽기에 벅차다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매일 두 챕터씩 읽으면 한달 안에서 완독할 수 있다. 퀴즈도 만들어서 서로 공유하여 풀어보면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이 책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사진과 지도 그림 등 이해 쉽게 전달하고 있다. 오늘날 논쟁이 되는 이슈와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세계사 책에서 놓치고 있는 관점도 제안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여러 대륙의 역사를 균형있게 보여준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해당 지역과 용어를 차근차근 풀어주고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 '톰 헤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스토리텔러 중에 한 명이다. 역사, 사상, 철학 등 수십권의 인문학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독자들에게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필력과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그동안 몰랐던 세계사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은 고대 문명부터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수메르 왕들 이름을 설형 문자로 기록한 점토판에는 '쿠바바'라는 한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수메르에서 가장 좋은 맥주를 팔아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왕위에 올랐다고 전한다. 당시에도 정통성을 거치지 않고 특유한 사유로 왕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그 명성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오늘날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그 명성이 좋은 맥주를 만드는 능력에 기인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이집트를 20년 동안 통치한 파라오 중에 '핫셉수트'도 여성이었고 매우 혁신적인 인물로서 자신의 모습을 조각상이나 그림에 직접 등장시키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데 적극적이었다. 전혀 몰랐던 고대 역사 속 여성의 다채로운 활약상이 흥미롭다.

저자는 현재 일반 상식처럼 사용하는 개념의 출처와 역사적 배경을 알려준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인종'이라는 개념은 신대륙 발견과 노예 제도라는 배경에서 시작된다. 최초로 인종을 4-5가지로 구분한 사람은 프랑스 의사 '프랑수아 베르니에'이며, 그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을 동물로 묘사하는 행태를 보였다. 오늘날 게놈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모든 인종의 DNA는 99.9 퍼센트 일치하며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한다. 생물학적 개념으로는 의미가 없고 사회문화학적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 큰 이슈인 인종 문제를 접근할 때 이와 같은 배경과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실제 사진과 함께 격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제시된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 틈에서 큰 좌절을 겪은 나라인 이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951년 민족주의자인 '모사데크'가 총리가 되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여 이란의 쿠테테 세력 지원하여 ' 팔레비'가 다시 왕이 된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고 팔레비 왕이 물러나자, 이슬람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때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이란은 호메이니의 독재와 이슬람 원리주의로 인해 민주주의는 퇴보되었고 여성과 반체제 인사를 향한 핍박이 심해졌다. 이란의 민주주의 퇴보 역사를 보면서 어떤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 권력을 민주적으로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있지만 자신의 관심 주제나 분야, 나라에 대한 키워드가 있는 챕터부터 읽어봐도 좋다.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다음 이슈와 지역으로 넘어가 읽게 될 것이다. 세계사 입문서로서 손색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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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일기 : 영원한 여름편 - 일상을 관찰하며 단단한 삶을 꾸려가는 법 소로의 일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윤규상 옮김 / 갈라파고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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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란 얄팍한 겉모습에 불과하고, 우리 저 안쪽 알맹이는 여전히 여름이다. 까마귀가 울고 수탉이 홰치는 소리, 등허리에서 내리쬐는 따스한 햇발이 바로 그 여름이다."(p.13) 


이 문장 하나를 건진 것만으로 <소로의 일기:영원한 여름편> 책의 소임은 다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글귀다. 추운 겨울 아침에 두텁게 쌓인 눈을 바라보며 '여름'을 기억하다니, 대단한 관찰력과 상상력이 아닌가. 우리라면 추워서 나갈 엄두도 내지 않겠지만, 소로는 겨울 아침 풍경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하고 애정있게 표현하며 현존하는 성자처럼 자연과 일상을 누리고 있다. 


"밤사이 비가 눈으로 바뀌더니 오전 7시인 지금까지도 내리퍼부으면서 젖은 땅을 10센티 높이로 뒤덮는다. 비 섞인 축축한 눈, 즉 진눈깨비로 거센 북서풍에 휘날리며 나무와 담벼락에 들러붙는다. 이렇게 축축하고 어두운 아침에 세찬 바람을 맞으며 철로를 따라 걸어내려간다. 눈보라가 휘몰아쳐 하늘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어두운 폭풍설 한가운데에서도 여느 때보다 밝은 푸른빛이 아른거리며 우리 안에 아직 천상의 빛깔이 남아 있음을 알려준다."(p.14)


일기의 의미를 다시 새겨본다. 일기가 일상의 소중함을 알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소로를 통해 배운다. 일기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소로는 일기에 날씨를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 깃든 아름다움을 언어로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 오랫동안 애정있게 관찰하며 사색한 결과이다. 날씨에 집중하고 제대로 느낀다는 건 현재에 집중하고 몰두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순간의 찬란함을 붙잡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상을 찬란함을 아는 사람은 내면이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를 둘러싼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 안에 이걸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자신이 얼마나 뿌듯할까. 


나의 일기는 어떤가. 누군가에게 쏟아붓지 못하는 감정을 마구 휘갈려 쓸 때도 많고, 오늘 못한 일을 반성하거나 내일 할 일을 다짐하는 용도로 자주 사용한다. 가끔 감사 제목을 적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도 날씨와 자연에 대해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해보지 못했다. 나를 둘러싼 이 풍경에 온전히 마음을 쏟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기에도 써볼 생각 자체를 못했다. 


나에게 일상이란 무엇인가. 매일 해야할 일과 하고 싶은 일로 구분했고 그 일의 수행 여부에 따라 하루를 평가하기 바빴다. 일상을 둘러싼 수많은 환경 중에 오로지 일과 관련된 것만 시선을 두고 있다. 사실 일만 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상을 돌아보며 일기를 쓸 여력도 별로 없다. 나의 내면은 점점 쪼그라든다. 일상 안에 자연 관찰 일기 쓰기와 같은 이벤트를 넣어야겠다. 한달에 1-2시간이라도 다른 것 생각하지 말고 한 줄, 한 문장만 쓰더라도 나를 둘러싼 풍경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소로의 일기에는 가난과 관계에 대한 통찰도 담겨 있다. 자연과 달리 돈과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움과 깨달음이 있고 자기만의 삶의 태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로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월든 호수에서 집을 지어 2여년의 은둔 생활을 한다. 이는 돈과 관계에서 거리를 둔 삶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소로는 이 생활이 "더 높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전한 피조물"로 자라도록 만들고 "값어치 있는 일에 온 힘을 쏟는 삶"(p.237)을 살도록 했다고 강조한다. 


"추위에 증기와 물이 얼어붙듯이 단순하게 살고 번거로움을 피하는 것이 단단해지는 비결이다. 가난은 힘과 기운과 흥을 끌어온다. 순결은 천지만물의 영원한 벗이다. 흩어진 안개 같았던 내 삶이 잡풀, 그루터기, 활엽과 침엽 위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겨울 아침의 서리가 되었다. 은둔 생활이 나를 가난하게 만들었다고들 여기지만 나는 고독 속에서 비단결같이 보드라운 막이 번데기를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오래지 않아 애벌레처럼 더 높은 사회에 알맞은 더 완전한 피조물로 활짝 피어날 것이다. 전에는 어수선하고 아둔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가난이라 부르는 단순함 덕에 마음을 가다듬고 값어치 있는 일에 온 힘을 쏟는 삶을 살 수 있었다."(p.237)


<소로의 일기:영원한 여름편>은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일상의 쉼과 사색의 시간을 얻게 된다. 이 책 자체가 일상을 누리는 일이며 가치 있는 일에 힘을 쏟는 게 아닐까 싶다. 자연과 날씨를 묘사한 생동감 넘치는 문장들과 자신의 신념을 담은 담백한 글귀, 크고 작은 에피소드까지 소로만이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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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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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로 시작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과 토론수업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때 알게 된 책이 <책 읽는 뇌>이였다. 책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은 아이들과 독서수업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독서교육을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었다. 읽기 능력을 획득한 인간 뇌의 경이로움과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 덕분에 책읽기에 더 집중하였고 취미생활을 넘어 내 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재출간된 이번 책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제목부터 흥미와 관심을 끈다. '프루스트'는 독서의 지적 세계, '오징어'는 독서의 신경학적 측면을 상징한다고 한다. 원제를 살린 이 제목이 매리언 울프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드러낸다. 즉, 독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특히 깊은 독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비판적 사고와 추론, 사색 능력을 키워준다. 저자는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뇌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인 뇌 가소성을 언급한다. 글을 읽을 때 인간의 뇌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자극받아 독서회로를 형성하면서 변화된다는 것이다. 


"문자의 진화는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역사 첫 장을 장식하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능력, 즉 문서화, 체계화, 분류, 조직화, 언어의 내면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식, 의식 자체에 대한 의시기 등이 발현할 수 있는 인지적 발판을 제공했다. 이 모든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만들어준 직접적인 요인은 독서가 아니다. 이 모든 능력의 발달에 전무후무한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은 독서하는 뇌의 설계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비밀스런 선물이다." (p.376)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엄청난 촉진제는 독자 자체보다 독서를 위해 쏟았던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짧은 영상에서 정보나 재미는 얻는 게 현실이다.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거나 사색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매리언 울프도 한국어서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현한다. 


"내가 이 책에서 했던 경고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우리가 깊은 독서를 하는 뇌의 중요한 기여와 까다로운 필요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독서하는 뇌를 읽어버릴 것이고 민주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자 이 책의 주제는 독서하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바꾸고 누적된 지식을 통찰과 성찰의 토대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이다. 이 과정의 모든 측면에 충분한 시간이 할당되지 않으면 인간은 덜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필요조건이 현재 우리의 사람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국가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타이틀을 쥐고 있다. 이것은 깊은 사고에 시간을 할당하는 것과 정반대인 주의산만을 초대하는 조건이다."(p.16)


저자는 디지털 환경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사색하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지적, 사회적, 감정적, 윤리적 발달을 위해 절대로 잃어서는 안되는 것들의 청사진을 제공"(p.18)한 독서 능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능력을 확장시킨 것도 독서 능력으로 축적한 지식의 결과가 아닌가. 우리 뇌는 지금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즉각적인 자극에 중독된 우리가 '깊은 독서'로 나아가기 위한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다.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하고, 어른들과 책 읽고 토론하면서 이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across_book 어크로스 출판사가 제공한 도서로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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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 - 인류 앞에 놓인 피할 수 없는 도전에 대한 과학적 해답
루크 오닐 지음, 양병찬 옮김 / 초사흘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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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에 신경 쓰지 마라, 여기 과학이 있다>는 우리 삶과 밀접한 주제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해답을 담아낸 과학교양서이다. '자유의지, 비만, 우울증, 성차별과 인종차별, 무의미한 직업, 기후 위기, 존엄한 죽음' 등 까다롭고 복잡한 이슈에 대해 상세하고 명료한 과학적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루크 오닐'은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자 교수이다. 그는 한 방송에서 청취자들이 궁금해하는 과학 질문에 전문가다운 견해를 이해 쉽고 유머있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 연구자로서의 탁월한 역량과 대중과 소통하려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학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숙고'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수많은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다시 심사숙고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각각의 주제마다 개념과 배경 지식, 그리고 간략한 역사와 흐름을 짚어주고 과학적 성과를 단계별로 알려준다. 물론 진행 중인 사안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언급하고 있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이슈에 대한 잠정적 결론을 요약해줌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가장 인상적인 주제 중에 하나는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일 종에 속한다"며 인종에는 유전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어서 여전히 존재하는 인종 차별의 이유를 '외국인 혐오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낯설거나 이상한 집단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나 증오"를 의미하며 그리스와 미국 등 여러 국가에 만연한 외국인 혐오 사례를 언급한다. 현상 분석에 이어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과학자가 제시하는 인종 차별 근절 방법은 무엇일까?


"인종 차별을 막을 한 가지 전략은 이민자들이 지역과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일깨우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슬람교도와 시리아인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의 아버지가 시리아 이민자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일랜드의 전 총리의 레오 바라드카르의 아버지는 인도 뭄바이 출신 이민자였다. 2000년 이후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의 85명 중 33명이 이민자다. (...) 전반적으로 이민자는 경제 성장의 핵심이다. 그들은 인력을 보충하고 산업을 성장시키며, 종종 뛰어난 자격과 업무 숙련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체를 설립하는 데도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p.286-p.287)


책에서 제시된 이슈들은 모두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꼭 필요한 지식이다. 그러나 중요한 만큼 가짜뉴스도 많아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이 책만 꼼꼼히 읽어도 실험에 근거한 과학적 정보를 토대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독자는 끌리는 주제부터 먼저 읽어봐도 좋다. 각 장을 구분하는 그림과 색감, 글귀는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어 어떤 주제라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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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기 위한 서른 편의 영화
김남금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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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사는 저자가 자신의 인생 고민을 영화를 매개로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외로움, 생계를 위한 고단한 노동, 열악한 주거 환경, 관계의 어려움, 대책없는 노후, 죽음의 여러 풍경 등. 혼자이기 때문에 인생 문제들이 더 무겁고 절박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는다. 직면하고 솔직하게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자기만의 방법을 고민하며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이론을 공부한 저자가 선택한 영화는 그의 삶에 스며들어 사유를 더 증폭시켜준다.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저자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필력으로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김남금 저자는 영화 이론가이자 자유여행가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우리 삶과 닮은 영화와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빌려오곤 한다. 틈만 나면 떠날 궁리를 하지만, 현실은 가끔 떠나고 책과 영화로 시공간 여행을 떠난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와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를 여러 강연과 글쓰기 수업에서 나누고 있다.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비혼이 체질입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혼자' '비혼' 등 홀로 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1일분의 삶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보라고 조언한다.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평범함은 대단함의 다른 얼굴"(p.112)이며 평소대로 일상이 굴러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지 깨닫도록 이끈다. 동시에 작고 소소하더라도 '조용한 법석'을 떨어보라고 제안한다. 기념일을 만들어 자축하거나 "책 한 권 읽으면 꽃 한 송이를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등 이런 노력도 필요하다. '오늘은 어떤 일상 이벤트를 만들어볼까?' 이런 자문부터 시작해도 좋겠다. 


"일상을 이어가는 가는 것은 어떤 면에서 우주선 발사보다 더 어렵다. 우주선 발사는 목표가 분명하고, 기간도 정해져 있고, 무엇보다 전 세계인이 주목한다. 동기부여가 넘쳐서 힘들어도 참을 수 있고,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보상도 따른다. 일상은 다르다. 무한 반복되고, 눈에 띄는 성과도 없고, 내 일상에 주목하는 사람은 대개 나뿐이다. 내가 끈을 놓으면 일상은 바닥으로 바로 가라앉으니 동기부여도 내가 해야 한다. 가도 가도 끝없는 바다에서 힘들어도 스스로를 토닥이며 언제 육지에 닿을지 모르는데도 계속 헤엄쳐야 한다. 일상의 바다에 익사하기 쉬운 이유다. 혼자 살면 셀프 토닥임 기술 연마는 필수다. 일상을 이벤트로 바꾸는 재주를 갈고 닦으면 된다." (p.113)


이 책은 혼자의 삶을 씩씩하고 단단하게 꾸려가길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용기 있는 한걸음을 제시하기도 한다. 저자는 당근 모임 앱에서 '4050 동네 비혼 여성과 걷기' 모임을 만들었다. 4-5명 정도 주말마다 함께 걸으며 "사회생활로 너덜너덜해진 마음 한 조각씩 꺼내 쓱쓱 털어"내는 시간을 보낸다. 언제 해체될지 모르지만 현재 누리는 농도 옅은 친밀감과 진짜 사람과의 만남을 누리고 있다. 이런 만남으 시작 배경에는 혼자 늙어가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고자 했던 저자의 고민이 있었다. "혼자 독립적으로 나이들어가는 다양한 노인"(p.119)을 상상하기 위해서 저자는 작은 시도를 해본 것이다. 


김남금의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삶에 대한 직면과 문제해결을 위한 통찰이 담긴 책이다. 동시에 혼자이든 여럿이든 삶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좋은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끈다. 혼자인 사람 뿐만 아니라 함께 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사람, 혼자이지만 가끔 함께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하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삶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힘들어도 괜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양육의 목표는 하나다. 독립적이고 자기 몫을 잘하는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도로시아는 혼자라서 힘든 게 아니라 인생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힘들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사이다 같은 위로를 남긴다.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아져. 그래 봐야 또 힘들어지지만."(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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