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 -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브렉시트까지, 하룻밤에 읽는 교양 세계사 인생 처음 시리즈 2
톰 헤드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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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톰 헤드, 현대지성, 2024)은 세계사 기본 상식을 얻고 균형있는 시각으로 세계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교양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주요 사건에 대한 개요 뿐만 아니라 지구 전 지역에 대한 역사를 골고루 다루고 있다. 혼자 읽기에 벅차다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매일 두 챕터씩 읽으면 한달 안에서 완독할 수 있다. 퀴즈도 만들어서 서로 공유하여 풀어보면 더 흥미로울 수 있겠다.

이 책은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사진과 지도 그림 등 이해 쉽게 전달하고 있다. 오늘날 논쟁이 되는 이슈와 연결하여 설명하기도 하고 다른 세계사 책에서 놓치고 있는 관점도 제안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 중심의 서술이 아니라 여러 대륙의 역사를 균형있게 보여준다.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해당 지역과 용어를 차근차근 풀어주고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 '톰 헤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역사 스토리텔러 중에 한 명이다. 역사, 사상, 철학 등 수십권의 인문학 책을 출간했다.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서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독자들에게 역사를 재미있게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필력과 이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그동안 몰랐던 세계사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은 고대 문명부터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성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수메르 왕들 이름을 설형 문자로 기록한 점토판에는 '쿠바바'라는 한 여성이 나온다. 그녀는 수메르에서 가장 좋은 맥주를 팔아 유일하게 여성으로서 왕위에 올랐다고 전한다. 당시에도 정통성을 거치지 않고 특유한 사유로 왕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그 명성으로 정계에 진출하는 오늘날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그 명성이 좋은 맥주를 만드는 능력에 기인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또한 이집트를 20년 동안 통치한 파라오 중에 '핫셉수트'도 여성이었고 매우 혁신적인 인물로서 자신의 모습을 조각상이나 그림에 직접 등장시키면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데 적극적이었다. 전혀 몰랐던 고대 역사 속 여성의 다채로운 활약상이 흥미롭다.

저자는 현재 일반 상식처럼 사용하는 개념의 출처와 역사적 배경을 알려준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는 '인종'이라는 개념은 신대륙 발견과 노예 제도라는 배경에서 시작된다. 최초로 인종을 4-5가지로 구분한 사람은 프랑스 의사 '프랑수아 베르니에'이며, 그는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아프리카인을 동물로 묘사하는 행태를 보였다. 오늘날 게놈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모든 인종의 DNA는 99.9 퍼센트 일치하며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한다. 생물학적 개념으로는 의미가 없고 사회문화학적 개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 큰 이슈인 인종 문제를 접근할 때 이와 같은 배경과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은 실제 사진과 함께 격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제시된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 틈에서 큰 좌절을 겪은 나라인 이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951년 민족주의자인 '모사데크'가 총리가 되지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여 이란의 쿠테테 세력 지원하여 ' 팔레비'가 다시 왕이 된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나고 팔레비 왕이 물러나자, 이슬람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때 대통령과 국회가 있는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이란은 호메이니의 독재와 이슬람 원리주의로 인해 민주주의는 퇴보되었고 여성과 반체제 인사를 향한 핍박이 심해졌다. 이란의 민주주의 퇴보 역사를 보면서 어떤 지도자를 선출하고 그 권력을 민주적으로 감시하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 처음 세계사 수업>는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고 현대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의 원인을 역사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어 있지만 자신의 관심 주제나 분야, 나라에 대한 키워드가 있는 챕터부터 읽어봐도 좋다.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다음 이슈와 지역으로 넘어가 읽게 될 것이다. 세계사 입문서로서 손색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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