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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오징어 - 독서의 탄생부터 난독증까지, 책 읽는 뇌에 관한 모든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6월
평점 :
취미생활로 시작한 독서 활동이 아이들과 토론수업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때 알게 된 책이 <책 읽는 뇌>이였다. 책 읽을 때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아는 것은 아이들과 독서수업에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독서교육을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필요한 책이었다. 읽기 능력을 획득한 인간 뇌의 경이로움과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 덕분에 책읽기에 더 집중하였고 취미생활을 넘어 내 일로 만든 계기가 되었다.
재출간된 이번 책 <프루스트와 오징어>는 제목부터 흥미와 관심을 끈다. '프루스트'는 독서의 지적 세계, '오징어'는 독서의 신경학적 측면을 상징한다고 한다. 원제를 살린 이 제목이 매리언 울프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드러낸다. 즉, 독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특히 깊은 독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 비판적 사고와 추론, 사색 능력을 키워준다. 저자는 이 과정을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뇌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인 뇌 가소성을 언급한다. 글을 읽을 때 인간의 뇌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자극받아 독서회로를 형성하면서 변화된다는 것이다.
"문자의 진화는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역사 첫 장을 장식하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능력, 즉 문서화, 체계화, 분류, 조직화, 언어의 내면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식, 의식 자체에 대한 의시기 등이 발현할 수 있는 인지적 발판을 제공했다. 이 모든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만들어준 직접적인 요인은 독서가 아니다. 이 모든 능력의 발달에 전무후무한 촉진제 역할을 한 것은 독서하는 뇌의 설계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비밀스런 선물이다." (p.376)
인간의 지적 능력의 엄청난 촉진제는 독자 자체보다 독서를 위해 쏟았던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짧은 영상에서 정보나 재미는 얻는 게 현실이다. 시간을 들여 독서를 하거나 사색하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매리언 울프도 한국어서문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현한다.
"내가 이 책에서 했던 경고가 지금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가장 큰 우려는 우리가 깊은 독서를 하는 뇌의 중요한 기여와 까다로운 필요조건을 이해하지 못하면 독서하는 뇌를 읽어버릴 것이고 민주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자 이 책의 주제는 독서하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바꾸고 누적된 지식을 통찰과 성찰의 토대로 사용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수행하는 필수적인 역할이다. 이 과정의 모든 측면에 충분한 시간이 할당되지 않으면 인간은 덜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필요조건이 현재 우리의 사람에서 사라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국가라는 자랑스럽지 않은 타이틀을 쥐고 있다. 이것은 깊은 사고에 시간을 할당하는 것과 정반대인 주의산만을 초대하는 조건이다."(p.16)
저자는 디지털 환경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사색하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지적, 사회적, 감정적, 윤리적 발달을 위해 절대로 잃어서는 안되는 것들의 청사진을 제공"(p.18)한 독서 능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능력을 확장시킨 것도 독서 능력으로 축적한 지식의 결과가 아닌가. 우리 뇌는 지금이 이 난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즉각적인 자극에 중독된 우리가 '깊은 독서'로 나아가기 위한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다. <프루스트와 오징어>가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과 독서수업을 하고, 어른들과 책 읽고 토론하면서 이 고민을 이어갈 것이다.
@across_book 어크로스 출판사가 제공한 도서로 서평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