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1학년 1반 34번
언줘 글․그림 |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

이 책을 받고 읽은 오늘은 2월 4일. 만일 오늘 학교에서 수업이 있었다면 4번, 14번, 24번, 34번 등 끝자리가 4로 끝나는 번호를 가진 학생들은 잔뜩 긴장했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날짜에 맞춰 수학문제를 풀거나 질문에 답할 사람을 골라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예외도 있어서 “4번! 그 뒤에 앉은 너! 나와서 풀어!” 이런 선생님의 부름이 떨어지면, 지나가는 새똥 맞은 기분인 학생도 생기겠지만.

저자가 직접 글 쓰고 그림 그린 책이라니 책을 받자마자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딱 내 스타일의 책이다. 글씨는 적고, 그림은 많고. 그림도 예쁘고! 그래서 술술 읽었다. 그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림이 말하고 있는 듯, 그림에 주인공의 마음이 담겨있다.

자유를 사랑하는 34번은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도 잘 사귀지 못하고,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게 되었다. 결국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34번은 어느 날 올챙이 샤오헤이를 기르게 되고, 샤오헤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의 책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싫었고, 자신이 기르고 싶어 하는 올챙이를 기르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싫었고, 자신의 친한 친구가 자신으로 인해 떠났다는 생각에 슬픔을 겪은 34번의 성장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아닐지 혹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었을 성장통과 비슷한 과정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학창시절,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자유가 생기고, 무언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자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고 가로막히는 장벽이 더 많아졌다. 그런 어른을 동경했던 모습이 재미있고, 가끔은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다시는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도 성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나이는 먹었지만 나도 34번처럼 성장에 대한 깨달음을 크게 얻진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성장통을 다스릴 때, 나의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어야 할 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의 아이들을 대하면서 34번을 대하는 부모님, 선생님 등 여느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적어도 나에게 그런 모습을 조금은 벗어나 보라고 가르쳐 주는 이 책이 고맙다. 우리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 34번이라 불리는 아이보다, 예쁜 이름 그대로 불리거나, 어떤 것을 잘하는 아이, 혹은 어디가 예쁜 아이 등으로 불리는 아이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환경을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한 아이로 잘 성장하길 바라며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홀로 바라보는 모습, 쇠사슬에 목이 매어있는 모습, 어른들의 화난 모습, 친구 아딩과 신나게 노는 모습 등 그림이 정말 잘 표현된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림 속에 주인공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서 이 그림이 없었다면 반쪽짜리 책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의 그림은 잘 표현되어 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어 기분이 좋다. 10점 만점에 10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지음, 김이경 옮김 / 서해문집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

세노 갓파 글․그림/ 김이경 옮김/ 서해문집

 

직접 스케치하며 여행을 하고, 그림을 담은 여행서라기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책을 받고 즐거웠고, 읽는 내내 즐거웠고, 책을 덮는데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글도, 그림도 모두 정성이 담긴 책이라서 느껴질 만큼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도라는 나라는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 많은 정보가 없다. 그저 살면서 한번쯤은 방문해보고 싶은 나라. 그것도 절대 혼자가 아닌 안전한 루트를 통해 가보고 싶은 나라 (아마도 나의 마음에는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자리 잡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도, 그리고 인도에 관한 여행서를 통해 본 인도는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다. 인도에 가려면 무언가 많은 대비를 하고 가야할 것 같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나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인도에 대한 그런 편견 아닌 편견을 조금은 없애주었다. 일본인 세노 갓파는 인도를 두 번 다녀오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일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책처럼 사진이 아닌 그림, 그것도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을 담고 있어서 더 특별하고 멋진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림이 정말 사진 같고 실제 같다. 비록 흑백으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은 그림이지만 그림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인도에 관한 사진은 쉽게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카메라의 눈이 아닌 사람으로 눈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해주었기에 좋다. 그리고 실제로 인도에 간다면 사진, 이 책의 그림, 그리고 실제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 흥미롭기만 하다.

 

인도로 출발하기 전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걱정과 당부를 듣고, 약속을 하고 떠난 저자, 그러나 “온 다음부터는 내 마음대로다!”라고 표현한 그의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이런 좋은 책이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14개 언어로 표현된 인도 화폐에 쓰여진 글이 어느 나라인지 치밀히 조사하여 책에 담은 그의 열정이 느껴지기에 이 책은 소홀히 읽혀지지 않았다.

 

콜카타 공항에 도착해서 소지품이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그는 그것을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편견으로 삼지 않고, “인도식 환영”이라고 해석하지 말자라고 스스로 다짐하며 인도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편견, 읽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지 않으려 했다. 이 표현 외에도 글 곳곳에 그런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다. 다른 책에서는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인도이기에 그랬으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있는데 반해 이 책은 인도에 대한 편견을 많이 씻어버리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인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해주는 책이다.

 

인도는 여러 가지가 예사롭게 혼재하는 나라이지만, 철도조차도 정말 ‘인도적’이다(p.79).

지극히 인도적이다(p.79).

저자는 이렇게 인도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를 통해 인도는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는 나라, 또는 어떻게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혼란스러움이 있는 나라지만 인도는 인도만의 특징이 분명 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호기심이 영순위가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p.188).

높은 곳에 올라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 “유유히 스케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은 뻣뻣하게 굳어 있다.”(p.189) 라는 표현이 재미있으면서, 저자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저자의 강한 호기심 덕분에 인도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듯 보인다.

 

이 책이 더 재미있는 것은 그의 재미있는 표현과 함께 그림이 주는 재미 때문이리라. 그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혹은 마주 앉아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종교적인 이야기 등을 실을 때는 잘 설명해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실속 있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그의 그림에는 단순히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숫자도 있다. 기차내부의 수치, 묵은 호텔 방의 온도(어떤 방에서는 그것을 잊고 온도를 재지 않았다고 적어놓기도 했을 정도로 철저히 그려 넣었다), 방값, 구입한 물건 값 등도 함께 기록했다. 그림을 정말 잘 그렸다는 생각과 함께 그림이 정말 자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성격 때문에 성의 창문 개수까지 빠뜨리지 않고 그린다는 표현을 통해 그의 꼼꼼함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그림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레이크 팰리스 호텔에서는 그의 그림을 본 직원들이 방값을 5분의 1도 안 되는 값으로 깎아주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p.304).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인도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 혹은 인도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가 실린 책이 아니다. 인도의 유명한 곳을 소개하는 내용도 있지만, 인도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나 그림을 통해 인도를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책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년이 지났지만 그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인도에 대한 세노 갓파의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인도에 간다면 꼭 이 책을 가져가리라. 그리고 이 책의 그림과 실제모습을 비교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R. 벅민스터 풀러 지음, 마리 오 옮김 / 앨피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벅민스터 풀러 지음/ 마리 오 옮김/ 앨피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산 ‘21세기인’

지구인, 시너지, 우주선 지구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사람.

 

이 두 가지 특별한 설명이 부여된 사람은 바로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의 저자 벅민스터 풀러이다. 풀러는 이 외에도 다양한 경력과 인생사를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20세기를 살았던 그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들여다보니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뿐이다.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의 승객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선 지구호에는 그에 따른 설명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서 없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우주 비행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우리의 터전인 우주선 지구호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처음에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무법자인 대해적들, 그리고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사람들에 의해 지구가 지배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문화, 부의 축적에만 힘을 쏟다가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대해적의 실존여부조차 모른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대해적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저자는 인간의 지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지성을 통해 진보해왔다.”(p.56)

지구호에는 사용설명서가 없었기에 인간은 “최고의 선물”인 지성을 이용하여 과학적 실험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예측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표현 할 정도로 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자원은 더 이상 풍부하지 않고, 소모성이기에 계속 줄어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한 자원을 어떠한 다른 대안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알을 깨고 방금 나온 새처럼 알 속에서 편안히 자양분을 먹던 새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직면하게 되는 문제와 비슷하게 되는 것이라 비유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태양에너지와 달의 인력이라는 거대한 소득이 있고, 그것들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화석연료에만 의존하거나 우리의 자본인 지구를 태우며 에너지를 얻는 것은 다음 세대와 그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무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라고 하면서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다음 세대, 즉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의 기능을 자기 중심에서 국제 산업 시스템 현장으로 확대하여, 마침내 우주선 지구호 전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선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주에서 인간이 맡아야할 핵심 기능으로 지성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우주의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주선 지구호의 승객들은 앞으로 서로 방해하지 않고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상호 협조하여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지구호는 더 나은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읽으며 너무도 늦게 읽은 듯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저자가 걱정하던 미래가 바로 우리 앞에, 우리의 현실 속에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예언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고 걱정하여 그 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초록별, 우주선 지구호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설명서를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도, 또 그것을 읽었다고 해서 그것에 초점을 두고 주의 깊게 생각한 사람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눈앞의 이익에만 힘쓰고, 개개인의 부에만 힘쓰고, 다른 사람과 협조하기보다, 경쟁에만 치중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

이런 메시지는 나 같은 평범한 시민보다 권력을 휘두르며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진작 읽었어야 했을 내용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이런 글을 통해 무언가 깨닫고 변화를 시도할 사람들인지 여부가 의문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이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호에 사용설명서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니면 지금에라도 갑자가 설명서라는게 떨어진다면, 그리고 그대로 살아간다면 우리 지구호는 순항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궁금증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남기는 책이다.

 

지구호는 지금 어떤 항로로 가고 있을까? 과연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전혀 순항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지구호는 점점 멍들어 빨리 늙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문제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에 따른 환경오염의 문제일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는 우리의 지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지구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고,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욱 걱정하게 해준 책이다. 과연 나는 어떠한 지성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오늘은 생각이 깊은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화와 칼-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국화와 칼』,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이본인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책. 이 책은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인데,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 나라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그 나라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나라의 틀을 예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리고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한계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방대한 양과 담긴 내용에서의 철저함을 엿볼 수 있다. 정말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최대한 그 자료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편향된 생각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만일 저자가 일본을 직접 방문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이 글을 썼다면 정말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 그 경험 속에서 좋은 것만 보았다면 좋은 쪽으로, 반대로 안 좋은 것만 보았다면 안 좋은 쪽으로 글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기에 이 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책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일본인은 정신력이 반드시 물질력을 이긴다고 부르짖었다. 정신은 전부이며 영구불멸의 것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반인의 생활에서도 물질적 환경보다 정신이 우월하다는 관념을 주입했다. 이런 표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인은 정신력이 강한 민족이다. 그것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일본인을 상징해온 하나의 정신이리라.

 

그들에게 천황은 일본과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천황은 일본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다. 천황의 말 한마디가 바로 법이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천황은 바로 생명 그 자체일 정도로 일본인에게 천황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인. 아주 어린 아기에게도 엄마가 일부러 고개를 숙여 인사를 시킬 정도로 예의를 갖추는 일본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온, 즉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인의 습성 속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비교적 인연이 먼 사람에게 뜻밖의 은혜를 입는 것을 일본인은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다. 일본인에게 온이라는 것이 하나의 은혜를 갚는다는 것보다 빚을 갚는 의미라고 보여 진다. 왠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일본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기 방어가 심해서 몰라도 아는 척을 해야 하는 일본인. 경쟁은 오히려 실력저하를 초래하는 모습은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일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행위는 자살이다. 자살은 적절한 방법으로 행한다면 자신의 오명을 씻고 죽은 후 평판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살을 존경하는 일본인에게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행하는 훌륭한 행위가 된다. 자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그것이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니 정말 아이러니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무섭게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본인의 영원불멸의 목표는 명예라고 한다. 그런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박한 육체적 쾌락의 하나는 온욕이다. 그리고 잠, 먹는 것, 로맨틱한 연애 또한 일본인이 함양하는 인정이다. 동성애, 술에 취하는 것 또한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일본은 아이들에게 무척 관대하다. 엄마를 제멋대로 공격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대한 국민은 아이를 원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특히 아들을 필요로 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용변 가리는 법을 일찍 배우는 일본의 아이들, 이런 가차 없는 훈련을 통해 갓난아이는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일본 문화의 복잡 미묘한 강제에 따를 소지를 만든다.

 

아이를 놀려 젖을 떼게 하고, 말을 잘 듣게 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인. 이런 경험은 성인이 된 일본인이 조소와 배척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토대가 된다.

 

아이는 앉는 방법뿐만 아니라, 자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밖에서 비난 받은 아이는 가족에게도 비난 받는다. 보통 밖에서 비난 받고 돌아오면 집에서 다독여 주는 것인 인지사정인 것을 일본인의 냉철함, 지극히 무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인은 세상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요구를 포기한다고 한다.

 

일본인은 정말 차가운 민족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는 일본인의 그런 모습을 많이 비춰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으로 쓰여지지는 않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일본인을 비하하는 듯한, 미국과 전혀 다른 나라쯤으로 여기는 듯 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비교적 냉정함을 유지하며 저자는 일본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국화와 칼』을 통해 일본이라는 민족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태어나서부터 자라온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일본인의 전반적인 환경이 그들의 모습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그 틀은 쉽게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 또한 어떠한 틀에 박힌 것이 있으리라. 그러한 틀에서 우리도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일본인들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일본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물론 지금의 일본의 모습이 이 글이 쓰여진 때와 같지는 않고 많이 달라진 부분도 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이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배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김현 지음 / 북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이건 무슨 전공서적?

처음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다. 책 표지나 책 내용을 얼핏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조금 어렵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내 손에 들어온 책이기에 읽어야지 하는 압박감에 의해 읽어나갔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을 통해 얻은 다양한 지역문화 디지털 콘텐츠 편찬 방법들을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지역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국하중앙연구원에서 기획한 책이다. 전문가도 아니고 지역문화 콘텐츠에 그리 관심있는 일반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처음 책을 본 느낌과 직접 그 책을 읽어본 느낌은 극과 극이다. 실로 재미있고, 지역문화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화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큰 관심이 생겼고,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조사하고 디지털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문헌자료의 이해와 활용,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 정보시스템 구현 기술이라 주제를 다루고 있다.

 

1편 문헌자료의 이해화 활용 부분을 보면 과거로부터의 지리지나, 시․군지, 지도 등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정한 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록인 지리지는 향토문화 콘텐츠 제작에도 기초적인 자료로 이용된다. 그리고 지역 문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지식정보를 담고 있는 근․현대 자료는 시․군지이다. 이러한 종이책 형태의 출판물로서의 시․군지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형태의 매체로서의 시․군지 편찬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필연적 과업이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부사나 읍지는 일본의 조선지배에 이용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그 속에서는 식민통치의 의도를 읽을 수 있고, 또한 근대화 되어가는 사회변동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의 시․군지 또한 지역의 필요성과 자발적 노력이 아닌 불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한 통치세력이 지방 통제의 문화정권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이 정보교환의 주요한 통로가 디면서 ‘인터넷 향토지’의 편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향토지는 책으로 출판된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오디오, 비디오를 함께 수록할 수 있고 사진도 무한정 수록할 수 있다. 그리고 수록 내용의 제한을 받지 않고, 내용의 첨삭과 수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재편집을 통해 다향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웹사이트의 지역문화정보는 너무 소략하고, 대개 연혁과 문화유적에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간략한 정보만 수록하거나 구체적인 사항은 정보이용이 편리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의 이점과 제점을 보완하여 만든 디지털 시․군지는 최초의 편찬 계획 단계에서 지역문화 콘텐츠를 전자적 형태로 출판한 목적으로 하이퍼텍스트 기능․멀티미디어 자료 구축․다양한 접근경로 확보 등이 갖추어진 형태로 편찬되는 전자문서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현대적 시․군지의 한 모델이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이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의 다양한 지역문화 자료를 발굴․수집․연구하여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으로 서비스 하는 시식정보시스템이다.

 

이러한 지역문화 자료로 지도 또한 중요한 자료라 언급하고 있다. 지역문화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동여지도』이며, 군현지도는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의 가장 중요한 자료원이 될 수 있고, 주제도 또한 그러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도의 활용방안 또한 설명하고 있다.

 

2편에서는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로써 디지털 마을지 콘텐츠 제작 방안, 디지털 마을지 시청각 자료의 수집과 기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마을지에서는 그 내용을 크게 두 가지고 나누었다. 하나는 마을 전체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마을 이야기’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마을 마다 ‘토박이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마을 이야기와 토박이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거나 중간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여 전 과정을 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되었다.

 

제작 과정과 함께 제작에 필요한 인원이나 준비도구까지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과 사귀기는 중요한 과정이며 그를 위해 인사를 잘하고, 조사하는 사람의 신분을 밝혀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가게를 방문하여 음료수나 물건을 사면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최근 마을의 정황에 대해서 살피는 작업이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고 안내한다.

 

또한 작업자는 값이 싼 기념품, 보통 한 개에 천원쯤 하는 기념품을 전문 도매상에 가서 50~100개 정도를 구입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강조한다. 토박이 이야기꾼을 만나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 또한 『만중자서전』이란 책을 읽으며 성실히 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캠코더의 삼각대 설치나 사진을 촬영했을 때 반사가 된 경우와 안 된 경우를 비교하는 등 그 자료 수집 과정에 대해 신중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그리고 작업자가 머무는 숙소는 1인 1실을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작업자가 2명일 경우, 다른 개인적인 일로 매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세한 설명을 통해 그 자료 수집이나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번 강조한다. 그만큼 이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편에서는 정보시스템 구현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디지털 향토지 편찬의 기술적 환경, 디지털 향토이지 콘텐츠 접근 방법의 설계와 구현, 전자텍스트 편찬 도구 활용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실제적으로 지역문화에 대해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다룬 장이다.

 

인터넷 이용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종래 책자 형태로 발간되던 지역문화 관련 콘텐츠도 온라인 환경에서 서비스되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뿐 아니라 그러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그것을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지금의 이 작업은 정말 소중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디지털 향토지를 접하고 그것을 알게 된 것 또한 고마운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가 살고 있는 지역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역시 필요하기에 이러한 디지털 향토지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어려운 과정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이러한 디지털 향토지라는 것에 대해 알게 해준 이 책이 고맙다. 제목도, 표지도, 내용도 어려워 보이는 책이지만 읽어보면 재미있고, 여러 가지 사진이나 표 등의 자료가 많아 소장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48쪽의 [라. 1980년대 시․군지]부분은 문맥상 1980년 대로 수정해야 하고, 37쪽부터 시작하는 [표 4 전국 시․군지 편찬 현황] 부분에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구분이 없이 전라북도의 지역도 모두 전라남도로 포함되어있는 것이 잘못 되어있어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서 실수한 부분이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