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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김현 지음 / 북코리아 / 2008년 7월
평점 :
지역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이건 무슨 전공서적?
처음 책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다. 책 표지나 책 내용을 얼핏 보았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조금 어렵고 지루할 것 같은 느낌. 그래도 내 손에 들어온 책이기에 읽어야지 하는 압박감에 의해 읽어나갔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편찬을 통해 얻은 다양한 지역문화 디지털 콘텐츠 편찬 방법들을 전문 연구자들은 물론, 지역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한국하중앙연구원에서 기획한 책이다. 전문가도 아니고 지역문화 콘텐츠에 그리 관심있는 일반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처음 책을 본 느낌과 직접 그 책을 읽어본 느낌은 극과 극이다. 실로 재미있고, 지역문화에 대해,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화 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큰 관심이 생겼고, 나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조사하고 디지털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문헌자료의 이해와 활용,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 정보시스템 구현 기술이라 주제를 다루고 있다.
1편 문헌자료의 이해화 활용 부분을 보면 과거로부터의 지리지나, 시․군지, 지도 등 우리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정한 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록인 지리지는 향토문화 콘텐츠 제작에도 기초적인 자료로 이용된다. 그리고 지역 문화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지식정보를 담고 있는 근․현대 자료는 시․군지이다. 이러한 종이책 형태의 출판물로서의 시․군지도 필요하지만, 디지털 형태의 매체로서의 시․군지 편찬도 시대의 흐름에 맞는 필연적 과업이라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부사나 읍지는 일본의 조선지배에 이용할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그래서 그 속에서는 식민통치의 의도를 읽을 수 있고, 또한 근대화 되어가는 사회변동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현대의 시․군지 또한 지역의 필요성과 자발적 노력이 아닌 불법적으로 권력을 획득한 통치세력이 지방 통제의 문화정권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이 정보교환의 주요한 통로가 디면서 ‘인터넷 향토지’의 편찬 필요성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향토지는 책으로 출판된 것과는 달리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오디오, 비디오를 함께 수록할 수 있고 사진도 무한정 수록할 수 있다. 그리고 수록 내용의 제한을 받지 않고, 내용의 첨삭과 수정이 가능하다. 그리고 재편집을 통해 다향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단체 웹사이트의 지역문화정보는 너무 소략하고, 대개 연혁과 문화유적에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간략한 정보만 수록하거나 구체적인 사항은 정보이용이 편리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의 이점과 제점을 보완하여 만든 디지털 시․군지는 최초의 편찬 계획 단계에서 지역문화 콘텐츠를 전자적 형태로 출판한 목적으로 하이퍼텍스트 기능․멀티미디어 자료 구축․다양한 접근경로 확보 등이 갖추어진 형태로 편찬되는 전자문서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현대적 시․군지의 한 모델이 바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구축하고 있는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이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은 전국 232개 시․군․구 지역의 다양한 지역문화 자료를 발굴․수집․연구하여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이를 디지털화하여 인터넷으로 서비스 하는 시식정보시스템이다.
이러한 지역문화 자료로 지도 또한 중요한 자료라 언급하고 있다. 지역문화 연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동여지도』이며, 군현지도는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의 가장 중요한 자료원이 될 수 있고, 주제도 또한 그러하다고 강조하면서 지도의 활용방안 또한 설명하고 있다.
2편에서는 현장조사의 방법과 실제로써 디지털 마을지 콘텐츠 제작 방안, 디지털 마을지 시청각 자료의 수집과 기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 마을지에서는 그 내용을 크게 두 가지고 나누었다. 하나는 마을 전체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마을 이야기’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마을 마다 ‘토박이 이야기’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마을 이야기와 토박이 이야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정말 어렵고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세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거나 중간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하여 전 과정을 망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생각되었다.
제작 과정과 함께 제작에 필요한 인원이나 준비도구까지 상세하게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과 사귀기는 중요한 과정이며 그를 위해 인사를 잘하고, 조사하는 사람의 신분을 밝혀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가게를 방문하여 음료수나 물건을 사면서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최근 마을의 정황에 대해서 살피는 작업이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는 지름길이라고 안내한다.
또한 작업자는 값이 싼 기념품, 보통 한 개에 천원쯤 하는 기념품을 전문 도매상에 가서 50~100개 정도를 구입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주민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강조한다. 토박이 이야기꾼을 만나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 또한 『만중자서전』이란 책을 읽으며 성실히 하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캠코더의 삼각대 설치나 사진을 촬영했을 때 반사가 된 경우와 안 된 경우를 비교하는 등 그 자료 수집 과정에 대해 신중하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 그리고 작업자가 머무는 숙소는 1인 1실을 사용하라고 알려준다. 작업자가 2명일 경우, 다른 개인적인 일로 매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세한 설명을 통해 그 자료 수집이나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번 강조한다. 그만큼 이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편에서는 정보시스템 구현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디지털 향토지 편찬의 기술적 환경, 디지털 향토이지 콘텐츠 접근 방법의 설계와 구현, 전자텍스트 편찬 도구 활용 기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실제적으로 지역문화에 대해 디지털화 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대해 다룬 장이다.
인터넷 이용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종래 책자 형태로 발간되던 지역문화 관련 콘텐츠도 온라인 환경에서 서비스되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 뿐 아니라 그러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그것을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지금의 이 작업은 정말 소중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디지털 향토지를 접하고 그것을 알게 된 것 또한 고마운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 가 살고 있는 지역 뿐 아니라 이 나라의 모든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역시 필요하기에 이러한 디지털 향토지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우리의 미래의 후손들에게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하는 어려운 과정을 책을 통해 배우고, 이러한 디지털 향토지라는 것에 대해 알게 해준 이 책이 고맙다. 제목도, 표지도, 내용도 어려워 보이는 책이지만 읽어보면 재미있고, 여러 가지 사진이나 표 등의 자료가 많아 소장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48쪽의 [라. 1980년대 시․군지]부분은 문맥상 1980년 대로 수정해야 하고, 37쪽부터 시작하는 [표 4 전국 시․군지 편찬 현황] 부분에서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구분이 없이 전라북도의 지역도 모두 전라남도로 포함되어있는 것이 잘못 되어있어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서 실수한 부분이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