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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R. 벅민스터 풀러 지음, 마리 오 옮김 / 앨피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벅민스터 풀러 지음/ 마리 오 옮김/ 앨피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산 ‘21세기인’
지구인, 시너지, 우주선 지구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사람.
이 두 가지 특별한 설명이 부여된 사람은 바로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의 저자 벅민스터 풀러이다. 풀러는 이 외에도 다양한 경력과 인생사를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다.
20세기를 살았던 그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들여다보니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뿐이다.
우리는 우주선 지구호의 승객이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선 지구호에는 그에 따른 설명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서 없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우주 비행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우리의 터전인 우주선 지구호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처음에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무법자인 대해적들, 그리고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사람들에 의해 지구가 지배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전문화, 부의 축적에만 힘을 쏟다가 결국 몰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대해적의 실존여부조차 모른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대해적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저자는 인간의 지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지성을 통해 진보해왔다.”(p.56)
지구호에는 사용설명서가 없었기에 인간은 “최고의 선물”인 지성을 이용하여 과학적 실험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여 예측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고 표현 할 정도로 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자원은 더 이상 풍부하지 않고, 소모성이기에 계속 줄어들어왔다. 그런데 우리가 그러한 자원을 어떠한 다른 대안도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위협을 받을 것이다. 알을 깨고 방금 나온 새처럼 알 속에서 편안히 자양분을 먹던 새가 알을 깨고 나왔을 때 직면하게 되는 문제와 비슷하게 되는 것이라 비유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태양에너지와 달의 인력이라는 거대한 소득이 있고, 그것들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화석연료에만 의존하거나 우리의 자본인 지구를 태우며 에너지를 얻는 것은 다음 세대와 그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무책임하고 무식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라고 하면서 지구를 걱정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다음 세대, 즉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인간의 기능을 자기 중심에서 국제 산업 시스템 현장으로 확대하여, 마침내 우주선 지구호 전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선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주에서 인간이 맡아야할 핵심 기능으로 지성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우주의 무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주선 지구호의 승객들은 앞으로 서로 방해하지 않고 타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상호 협조하여 살아가라고 강조한다. 그러면 지구호는 더 나은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를 읽으며 너무도 늦게 읽은 듯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저자가 걱정하던 미래가 바로 우리 앞에, 우리의 현실 속에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예언가가 아니었다. 하지만 앞날을 내다보고 걱정하여 그 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초록별, 우주선 지구호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그의 설명서를 읽은 사람이 그리 많지도, 또 그것을 읽었다고 해서 그것에 초점을 두고 주의 깊게 생각한 사람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눈앞의 이익에만 힘쓰고, 개개인의 부에만 힘쓰고, 다른 사람과 협조하기보다, 경쟁에만 치중하는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
이런 메시지는 나 같은 평범한 시민보다 권력을 휘두르며 더 많은 부를 차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진작 읽었어야 했을 내용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이런 글을 통해 무언가 깨닫고 변화를 시도할 사람들인지 여부가 의문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이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호에 사용설명서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니면 지금에라도 갑자가 설명서라는게 떨어진다면, 그리고 그대로 살아간다면 우리 지구호는 순항을 할 수 있을까?
많은 궁금증과 함께 많은 생각을 남기는 책이다.
지구호는 지금 어떤 항로로 가고 있을까? 과연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전혀 순항하고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지구호는 점점 멍들어 빨리 늙어가고 있다. 우리 주변을 보면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문제는 화석연료의 사용과 그에 따른 환경오염의 문제일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우리는 우리의 지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지구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곳곳에 드러나고, 나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욱 걱정하게 해준 책이다. 과연 나는 어떠한 지성으로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오늘은 생각이 깊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