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1학년 1반 34번
언줘 글․그림 |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

이 책을 받고 읽은 오늘은 2월 4일. 만일 오늘 학교에서 수업이 있었다면 4번, 14번, 24번, 34번 등 끝자리가 4로 끝나는 번호를 가진 학생들은 잔뜩 긴장했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날짜에 맞춰 수학문제를 풀거나 질문에 답할 사람을 골라내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예외도 있어서 “4번! 그 뒤에 앉은 너! 나와서 풀어!” 이런 선생님의 부름이 떨어지면, 지나가는 새똥 맞은 기분인 학생도 생기겠지만.

저자가 직접 글 쓰고 그림 그린 책이라니 책을 받자마자 한 번 훑어보았다. 그런데 딱 내 스타일의 책이다. 글씨는 적고, 그림은 많고. 그림도 예쁘고! 그래서 술술 읽었다. 그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그림이 말하고 있는 듯, 그림에 주인공의 마음이 담겨있다.

자유를 사랑하는 34번은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들도 잘 사귀지 못하고, 부모님과도 사이가 좋지 않게 되었다. 결국 모두가 자신의 자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34번은 어느 날 올챙이 샤오헤이를 기르게 되고, 샤오헤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의 책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싫었고, 자신이 기르고 싶어 하는 올챙이를 기르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싫었고, 자신의 친한 친구가 자신으로 인해 떠났다는 생각에 슬픔을 겪은 34번의 성장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아닐지 혹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었을 성장통과 비슷한 과정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한다.

학창시절,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자유가 생기고, 무언가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자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고 가로막히는 장벽이 더 많아졌다. 그런 어른을 동경했던 모습이 재미있고, 가끔은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다시는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 되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도 성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나이는 먹었지만 나도 34번처럼 성장에 대한 깨달음을 크게 얻진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성장통을 다스릴 때, 나의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어야 할 때,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도 나의 아이들을 대하면서 34번을 대하는 부모님, 선생님 등 여느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적어도 나에게 그런 모습을 조금은 벗어나 보라고 가르쳐 주는 이 책이 고맙다. 우리 아이가 좀 더 자라면 이 책을 꼭 권해주고 싶다. 34번이라 불리는 아이보다, 예쁜 이름 그대로 불리거나, 어떤 것을 잘하는 아이, 혹은 어디가 예쁜 아이 등으로 불리는 아이가 되길 바라며. 그리고 스스로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환경을 받아들일 줄 아는 현명한 아이로 잘 성장하길 바라며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홀로 바라보는 모습, 쇠사슬에 목이 매어있는 모습, 어른들의 화난 모습, 친구 아딩과 신나게 노는 모습 등 그림이 정말 잘 표현된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그림 속에 주인공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에서 이 그림이 없었다면 반쪽짜리 책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의 그림은 잘 표현되어 있다.

오랜만에 정말 좋은 책을 읽어 기분이 좋다. 10점 만점에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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