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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화와 칼-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을유문화사
『국화와 칼』, 국화(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칼(전쟁)을 숭상하는 이본인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책. 이 책은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인데, 저자 자신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 나라를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그 나라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나라의 틀을 예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리고 연구자가 가지고 있는 자료의 한계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방대한 양과 담긴 내용에서의 철저함을 엿볼 수 있다. 정말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최대한 그 자료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고 편향된 생각에 머물지 않도록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만일 저자가 일본을 직접 방문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면서 이 글을 썼다면 정말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본, 그 경험 속에서 좋은 것만 보았다면 좋은 쪽으로, 반대로 안 좋은 것만 보았다면 안 좋은 쪽으로 글이 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았기에 이 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진 책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일본인은 정신력이 반드시 물질력을 이긴다고 부르짖었다. 정신은 전부이며 영구불멸의 것이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일반인의 생활에서도 물질적 환경보다 정신이 우월하다는 관념을 주입했다. 이런 표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일본인은 정신력이 강한 민족이다. 그것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일본인을 상징해온 하나의 정신이리라.
그들에게 천황은 일본과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천황은 일본에서 절대적인 존재였다. 천황의 말 한마디가 바로 법이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그 무엇이었다. 그리고 천황은 바로 생명 그 자체일 정도로 일본인에게 천황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예의를 중시하는 일본인. 아주 어린 아기에게도 엄마가 일부러 고개를 숙여 인사를 시킬 정도로 예의를 갖추는 일본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다.
온, 즉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인의 습성 속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런데 비교적 인연이 먼 사람에게 뜻밖의 은혜를 입는 것을 일본인은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다. 일본인에게 온이라는 것이 하나의 은혜를 갚는다는 것보다 빚을 갚는 의미라고 보여 진다. 왠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일본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기 방어가 심해서 몰라도 아는 척을 해야 하는 일본인. 경쟁은 오히려 실력저하를 초래하는 모습은 억지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일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행하는 가장 극단적인 공격행위는 자살이다. 자살은 적절한 방법으로 행한다면 자신의 오명을 씻고 죽은 후 평판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살을 존경하는 일본인에게는 명확한 목적을 지니고 행하는 훌륭한 행위가 된다. 자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오히려 그것이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니 정말 아이러니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무섭게도 느껴지는 대목이다.
일본인의 영원불멸의 목표는 명예라고 한다. 그런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소박한 육체적 쾌락의 하나는 온욕이다. 그리고 잠, 먹는 것, 로맨틱한 연애 또한 일본인이 함양하는 인정이다. 동성애, 술에 취하는 것 또한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이다.
일본은 아이들에게 무척 관대하다. 엄마를 제멋대로 공격해도 나무라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대한 국민은 아이를 원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것은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특히 아들을 필요로 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와 닮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용변 가리는 법을 일찍 배우는 일본의 아이들, 이런 가차 없는 훈련을 통해 갓난아이는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일본 문화의 복잡 미묘한 강제에 따를 소지를 만든다.
아이를 놀려 젖을 떼게 하고, 말을 잘 듣게 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인. 이런 경험은 성인이 된 일본인이 조소와 배척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는 토대가 된다.
아이는 앉는 방법뿐만 아니라, 자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밖에서 비난 받은 아이는 가족에게도 비난 받는다. 보통 밖에서 비난 받고 돌아오면 집에서 다독여 주는 것인 인지사정인 것을 일본인의 냉철함, 지극히 무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인은 세상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요구를 포기한다고 한다.
일본인은 정말 차가운 민족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에서는 일본인의 그런 모습을 많이 비춰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무조건적으로 비판적으로 쓰여지지는 않았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일본인을 비하하는 듯한, 미국과 전혀 다른 나라쯤으로 여기는 듯 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문화적 상대주의를 인정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비교적 냉정함을 유지하며 저자는 일본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국화와 칼』을 통해 일본이라는 민족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태어나서부터 자라온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으리라. 일본인의 전반적인 환경이 그들의 모습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그 틀은 쉽게 벗어버릴 수 없는 것이 되었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 또한 어떠한 틀에 박힌 것이 있으리라. 그러한 틀에서 우리도 쉽게 벗어나기 힘든 것처럼 일본인들도 그러하리라는 것을 생각하면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힘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우리가 일본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었다. 물론 지금의 일본의 모습이 이 글이 쓰여진 때와 같지는 않고 많이 달라진 부분도 있으리라. 그리고 이 책이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울 것은 배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