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의 단어들
이적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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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적의 단어들을 읽고

 

단숨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많지는 않다. 단어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견해를 풀어냈으나 산문은 아니고 오히려 시와 같다. 글자의 수가 적다고 내용의 깊이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게 된다. 한 번 읽는 것으로는 다 소화해 내기 어렵다. 리뷰를 쓰기 위해 이 책 하나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적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그의 인생의 궤적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남들이 얘기하는 대표적인 엄친아다. 그렇지만 성공의 속도는 느렸다. 대기만성형 싱어송라이터다. 그는 자기 노래 대부분의 가사를 썼다. 이 책을 통해 그의 가사를 창작하는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책의 형식도 전주와 후주를 두고 5개의 부로 나누었다.

1인생의 넓이

2상상의 높이

3언어의 차이

4노래의 깊이

5자신의 길이

내용을 읽었을 때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부로 나누어 분류한 것을 보니 제목에 수긍이 간다. 이 책은 한 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몇 번은 읽어야 겨우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행히, 한 번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여러 번 읽어보라고 일부러 배치한 저자의 노림수인가?

 

인생의 넓이

지폐 : 작가의 3만 원권 등장에 대한 염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간 : 축구와 농구의 시간을 적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데에 기인한 그의 기발한 생각에 내가 선호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상상의 높이

리셋 : 나는 과연 버튼을 누를까 안 누를까 궁금해진다.

 

언어의 차이

두려움 : 무섭다와 두렵다의 차이를 생각한다. 시간의 지속됨이 차이인가?

변화 : 같은 말이지만 뉘앙스에 따라 천양지차가 되는 우리말.

 

노래의 깊이 이 챕터는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이다. 글을 읽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되고 연관된 이적의 노래들을 들어 봐야 한다. 그렇게 이적의 단어로 기술된 그의 원곡들을 몇 곡 찾아 들으며 그의 글을 보다 보니 그의 단어가 이해되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고 말았다.

 

거위 - 거위의 꿈가사의 탄생 배경이 적혀있다. 꿈을 끌어안고 끝내 이루려는 아이(본인과 동일시)의 이야기를 썼고 날지 못하는 새를 찾다 닭의 꿈, 펭귄의 꿈, 타조의 꿈이 될 뻔한 거위의 꿈탄생신화

가제가 장마였는데 매니저가 참견해서 제목을 바꿔 살린 노래Rain

하늘 이카루스가 날았던 것처럼 그대에게 가고 싶어서(원거리 연애중) 만든 노래 하늘을 달리다

빨래 / 매듭 책을 읽어볼 것

거짓말 기아(棄兒[명사] 길러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남몰래 아이를 내다 버림. 또는 그렇게 버린 아이네이버 어학사전 인용)가 되어 버린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며 쓰게 된 노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다행이다, 돌팔매, 등등의 노래도 들었다. 이 시대의 음유시인 이적과 재회했다. 2016년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노벨상을 탄다고 했을 때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우리도 멀지 않았다. 이적의 노래를 들으면서 그렇게 희망해 본다. 내가 최근에 완전히 빠져서 듣던 노래가 이적의 돌팔매였다. 서로 대적하는 이들이 하나가 되는 꿈.

 

자신의 길이

씨앗 나는 설계도가 있나?

솜사탕 씻어 먹는 습성의 너구리에겐 무용지물

고수 – 「끊임없이 바뀔 때 젊다.라는 문장이 여운이 남는다. 난 고수가 싫다.

성공 싫은 사람과는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 : 이적이 정의하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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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봄꽃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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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

 

담백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든 느낌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도 들어 있지 않다. 그냥 한 개인이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을 한 후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반전을 만들어내는 통쾌한 이야기에 너무 물들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처음 시작이 밋밋하다 보니 몰입되지는 않았다. 다만 책에 관한 이야기라 책을 좋아하는 독서 애호가로 꿋꿋이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장점은 분량의 20% 정도 읽기에 도달하면 그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정말 자극적인 소재나 복선 없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각자의 과거를 조명하고 그러면서 독립서점이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정말 담백하게 그려냈다.

 

다양한 등장인물 : 각각의 사연을 안고 휴남동 서점으로 하나둘 모여든 등장인물들의 삶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삶과 고민거리들을 조금씩 투영했다. 하지만 계영배의 교훈처럼 지나치지 않고 중용의 덕을 잘 지킨 것 같다. 모든 등장인물의 삶들도 그렇게 묘사되어 있다. 지나침이 없이 적당히 수용이 가능한 내용으로 말이다. 그들의 삶도 객관적이고 담백하게 하나하나 수묵화처럼 그려내며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간다. : 수년 전에 1년에 100권 읽기를 정하고 실천으로 옮긴 적이 있다. 3년 정도 계속했었는데,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좋았고 나 자신도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보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후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책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이 책이 책에 관한 이야기, 서점에 관한 내용이라 더 다정다감하게 다가왔다. 서점 경영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수필로 옮긴 책을 읽은 적도 있는데 소설이 다큐인 듯, 다큐가 소설인 듯 진짜 있었던 이야기같이 흔히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도 있는 사실적 이야기 같은 점이 이 책의 끌리는 요소다.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의 고민 :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데 단추는 잘 끼웠으나 단춧구멍이 없다는 민준의 고백.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으나 취업시장이 너무나 위축되어 백수가 되어 버린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단어다. 바리스타의 길을 걸으며 서서히 자기의 길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 청년들의 미래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실감한다.

 

독서 모임에서 제기되었던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이 먹고 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책 속 인용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강 같은 글: 현승우 작가가 영주의 글을 한 문장으로 평한 글이다. 책을 읽고 난 내내 공감이 간 문장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작가 스스로 정리한 문장으로 다가와진다. 큰 풍랑과 파도 같은 주인공의 우여곡절, 사면초가, 와신상담 등의 스토리는 없지만 왠지 모를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황보름 작가 본인을 현승우 작가로 투영하여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도 이색적이다. 순전히 필자의 판단이지만, 책 속 현승우 작가의 이력이 황보름 작가와 도플갱어 수준이다. 이렇듯 개인의 경험치가 책 속에 녹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김초엽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황보름 작가의 공통점은 : 공대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인문계 출신만 할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자극이 된다. 공대 출신도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 항상 대두되는 논란거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책 중 고3으로 나오는 민철의 고민 중의 일부이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도 매한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되는 사람은 많은 경우의 수가 아니다. 반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런 환경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 : 계약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다 이용만 당하고 화병이 난 정서. 그녀가 휴남동 서점에서 처음 정착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 3시간에 한 번씩 음료를 주문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요즘의 카공족이 본받을 만한 내용이다.

 

받아들여지는 느낌 : 한가지씩의 상처를 안고 휴남동 서점에 모인 이들. 정서가 느낀 받아들여지는 느낌.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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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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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슬프지만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다소 진부한 소재인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서 끝까지 챙겨주는 다정한 남자친구의 이야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물이라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나의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 몰입감을 느끼며 책을 완독했다. 속 깊은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의 희생적인 사랑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사랑을 조건으로 저울질 하는 현 시대의 청춘의 사랑법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돈과 조건을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렬하고 짧은 삶으로 증명해 냈다.


오늘의 히노와 내일의 히노까지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그 선한 마음에 감동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단 하루의 기억만 존재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다음날은 어김없이 전날의 기억이 리셋되는 아이,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도 곁에 남아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 주인공 도루는 달랐다. 그 사실을 알고도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리한 후 히노를 진정으로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상대방의 약점이나 단점이 발견되었을 때를 기점으로 관계를 멀리하거나 정리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약점과 단점을 넘어서 포용하는 진정한 사랑은 찾기 어렵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시절 나의 곁에 머물러 주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행운이요 축복이다. 정말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도루의 관점으로, 때론 히노의 관점으로 등등 말이다.


개인적 취향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중간에 죽는다는 설정은 다소 아쉬웠다. 너무 갑자기 죽었다. 히노를 아끼는 가족과 지인들은 도루의 기억을 히노의 기록물에서 완전히 들어냈다. 히노의 기억장애는 그런 점에서 히노에게 유리해 보였다. 어느 날 기억장애에서 회복된 히노, 그녀에게 도루는 없는 존재다. 히노가 받을 충격을 위해 도루의 부탁으로 그녀의 기록물에서 도루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 버린 것이다. 그러나 대청소를 하다 발견된 크로키북의 미지의 남자가 히노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히노의 마음속에서 도루는 서서히 새싹이 피고 자라기 시작한다. 기록도 사진도 남아 있지 않는 남자친구 도루를 마음속에서 되살리는 히노, 도루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소중한 추억을 되찾아 가며 살아가고자 하는 히노.

 

■「어떤 상처든 한번 입고 나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상처는 기억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아픔이 계속되진 않거든. 그렇게 해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책속에서 도루의 누나 니시카와 게이코의 말)」「소중한 건 전부 내안에 있으니가, 소중한 걸 전부, 전부 기억해낼 거야, , , ....(책속에서 히노 마오리의 다짐)꽤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우리의 인생에서 언젠가는 누구나 죽는다.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소중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죽는 순간이 오겠지. 그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에 잠길까? 그 죽음이 상처가 되고 상처는 잊혀가지만, 그 잊혀진 상처는 상처로 남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좋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나도 언젠간 죽을 것이다.

 

마오리의 가족들이 도루의 유지대로 히노의 기억을 제로 세팅해주고 남자친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해놓았지만 결국 히노가 자신이 남자친구를 발견하는 그런 과정을 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50대가 되니 눈물이 많아진 건가? 아니, 나 말고도 눈물을 흘린 사람이 많다고 하니 내가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나도 주인공처럼 매일매일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나?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책이랑 이래서 좋은 거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누가 뭐래도 사랑은 정답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는 거 같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작되어 2022.11.30.일에 개봉되었다. 11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책속 주인공 이름 : 히노 마오리(여주), 와타야 이즈미(여주친구), 가미야 도루(남주), 시모카와(친구), 니시카와 게이코(누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애니로도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글은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소재가 된다. 스토리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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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3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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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보기 드문 힐링 수작 !

 

종이 책을 고집하던 내가 전자책에 입문했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네 번째 읽었지만 첫 번째로 쓰는 리뷰다.(읽은 전자책 중에서)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내용이 너무 좋고 마음에 담고 싶어서 종이 책을 양장본으로 다시 샀다. 다수의 위안과 치유를 주는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은 보통의 것을 뛰어넘는 깊이와 무게가 있다. 필자가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의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좌절을 이기고 극복하는 과정, 의사라는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나와 같은 부분이 꽤 있구나,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고충과 시행착오 등등 , 22년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열 권을 책을 써낸 작가의 대단한 업적이 나를 자극한다.

 

이 책은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10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다. 그래서 작가가 좋아 하는 시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그래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수작이 재탄생 했다. 책 소개 친필이 첫 장에 새겨져 있다. 천재는 악필이라는데 맞는가 보다. 작가는 인생을 시간의 흐름, 여름 가을 겨울에 비유했다. 어쩌다 겨울에 들어섰을 때 희망을 잃지 않고 따뜻한 새봄이 올 것을 기억하며 자신을 믿으라고 충고한다. 마음에 새길 만한 격언이다.

 

작가가 의사로써 일하며 깨달은 비밀 너무 완벽한 때를 기다리지 말라고 말한다. 그리고 용기 내어 한 발짝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완벽한 때란 없으니까,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라는 속담이 진리가 되는 순간이다. 바로 위 언니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포기하지 않는 이상은 어김없이 새로운 탈출구가 생기다는 것이다. 작가가 서술하는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는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안겨주었다. 다 기술하지 못한 감동들은 이 책을 읽을 미지의 독자들을 위해 남겨두려 한다.


그래도 챕터5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짧게나마 언급을 해야만 할 것 같다. 이 책의 백미중의 백미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다고 한다. 두려움 때문에 시도조차 못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두려워 포기하지 말고 용기 내어 과감히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청년의 마음이다. 상처를 입더라도 더 많이 사랑할 것이라 다짐한다. 상처는 인간을 더욱 성숙케 한다


아이에게 부모의 길이 아닌 아이의 길을 걷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나의 못다 이룬 꿈을 아이에게 투영하는 못된 버릇은 버리라는 경고다. 한 가지에 완벽하게 미쳐보고 싶다고 한다. 이런 생각은 필자도 공감하는 바다.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 것 자체가 삶의 의미요 기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 조용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작가의 숙연한 다짐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직 생각하기 싫은 명제이지만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숙명이다.

 

작가의 2015년 버킷리스트 중 일곱 번째가 책 한권 쓰기였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책 한권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 다섯 권의 책을 더 썼다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썼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가졌는데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다.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책을 쓰신 거라고 말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딱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힐링과 치유다. 아이유가 출연 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아이유의 극중 이름), 평안에 이르렀느냐 ? 는 대사가 나온다. 이 책을 읽는다면 평안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평안의 궁극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자평한다.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하고 평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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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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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세계사 세계사의 흐름에 변곡점이 되는 중요한 사건들

 

정치인으로서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그이지만, 작가로서의 유시민은 아주 매력적이다. 그래서 , 그의 책은 찾아 읽는 편이다. 최근엔 유럽도시기행1,2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라서 좋은 감흥으로 남아 있다. 이 책은 일반적인 역사를 담은 통사가 아니다. 세계역사에 있어서 변곡점이 될 만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작가의 기준으로 뽑아내서 기술한 책이다. 역사적 변곡점내지 터닝 포인트를 기술하다 보니 세계역사와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기술된 사건 사건하나만 읽어도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과 방향들을 인지할 수 있다. 내가 미처 몰랐던 부분들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다. 일반적인 역사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성인으로서는 꼭 읽어야 할 필수적인 교양서가 아닌가? 판단된다. 이러한 대단한 식견이 포함된 책을 1988(29)에 처음 출간했다고 하니 놀랍고 샘이 날 지경이다. 이 책은 처음 출간한 책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전면개정판으로 새로 펴낸 책이다.

 

드레퓌스 사건 : 국가 권력이 한 개인을 파렴치한 간첩으로 몰아 버린 사건이다. 끝끝내 진실을 숨기려고 한 거대한 악의 힘들은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진실은, 한 개인의 끝가지 자기가 저지르지 않은 일은 인정하지 않고 저항하며 죄가 없음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에밀 졸라와 같은 양심적인 소수의 지식인들에 의해 밝혀지기 시작했다. 대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결과가 뒤바뀐 몇몇의 재심 사건들이 떠오른다. 드레퓌스 사건은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점에 상당한 의의가 있다. 그래서 , 누명을 벗기 위해 더 지난한 싸움을 했던 것으로 작가는 기술했다. 진실을 왜곡하고 숨기는 이런 억울한 옥살이는 우리나라건, 다른 나라건 이 지구상에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폐습이다. 우리 시민들은 정신 차려 세상을 주시 할 책임이 있다.

 

사라예보 사건 : 1차 세계대전의 불씨, 그러나 불씨가 없었어도 전쟁은 일어났을 것이다.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제국주의의 상황을 잘 설명해 놓았다.

 

대공황 : 완벽하지 않은 자유방임주의 경제철학, 더불어 잘살기 위해서는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어는 정도 공공의 영역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사건이다. 민간과 공공이 적절한 황금비율로 성장해야 모두가 잘사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다만, 인간은 아직 그 황금비율을 모를 뿐이라는 안타까운 사실.

 

대장정 : 중국이 어떻게 공산화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사건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잃으면 나라도 잃는다는 교훈이다. 화력과 병력 숫자에서 압도적이었던 장제스의 군대가 홍군에 패배한 원인이 민심을 잘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민심을 얻으면 백전백승하는 논리는 만고의 변함없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민심은 생물이다. 살아있다. 늘 틀에 박혀 있지 않기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금방 멀어진다는 사실 기억해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 중동의 화약고라 불린다. 그 화약고를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탄생비화를 읽다 보면 제국주의의 폐해를 단편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정말 지들 마음대로 나라를 없애고 가르고 나눠 가졌다.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몇 천 년 지난 후에 거기가 내 땅이라고 우기면 내 땅이 되는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그렇게 따지면 전 세계는 매일 싸움을 멈출 날이 없겠지?


베트남 : 결코 호락호락 얕잡아 봐서는 안 되는 민족이다. 호치민이라는 걸출한 사람이 지금의 베트남의 토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맬컴 엑스 :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대비되는 비주류의 흑인 민권운동가.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 : 고르바초프에게 스르륵 다가온 권력, 독일 통일과 러시아 연방 해체의 기폭제가 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역사의 아이러니.

 

에필로그 : 알 수 없는 미래

 

변곡점이 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다 논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 세계역사에 관심이 있고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자에게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라 추천하고 싶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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