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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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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당장 시집을 펼쳐 읽어야 될 것 같은 당위성을 부여해 주는 시 해설 책이다. 문화 혼융의 시 읽기란 교양과목으로 대학에서 실제로 강의가 이뤄진 내용을 담았다. (작가 소개 인용)

 

이런 내용의 강의가 있었다면 나 또한 수강 신청을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그런 명강의를 이렇게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다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회사 후배의 추천으로 받은 책이다. 본인이 학창 시절 수강했던 것 같다. 스승의 책이라 추천을 받아 읽었는데 워낙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문화 혼융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린다. 하여튼, 같은 시라도 해설을 들으며 배경을 알고 나서 읽게 되니 또 달리 보인다. 대중가요라 치부하며 약간은 무시했던 노래 가사들이 위대한 시였음을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된다.

 

또한, 시의 해석은 정답이 없다는 사실, 감상하는 자에 따라 해석이 바뀌고 감동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시야 말로 살아있는 생물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러니 그만 이 책을 덮고 부디 시집을 펼치시라, 시를 잊은 그대여(299p)이 말을 좀 일찍 해주시지, 책을 다 읽고 난 마지막 줄에 이 문장을 쓰시다니 어차피 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 읽었으니까요!

 

이젠 시집을 읽고 느끼고 감동해야 하는 의무는 나와 독자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다양하게 녹아 있는 시를 잊지 말고 늘 감상하고 즐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책 속의 좋은 글귀와 나의 감상]

우리 역시 만인의 스타가 될 수는 없지만 부모의, 자식의, 친구의, 연인의 스타는 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서로를 비춰주는 그런 존재, 우린 그것 하나를 갖고 싶은 것이다. (53p)

 

돈 매클레인의 명곡이자 고흐에게 바친 빈센트(Vincent)의 가사를 음미해 볼 것(56p)

자신을 태워 우리를 비춘 그야말로 저 하늘의 별인 것을, 이제 우리는 안다. 분명히 그는 신의 메시지를 해독하였으리라. 별은, 밤하늘의 쓴 신의 시니까. (57p)

 

남이 떠나야 할 때는 알아도 자신이 떠나야 할 때는 잘 모르는 법이다.(62p)

 

안도현이 연탄재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며 <너에게 묻는다.>에서 하잘것없어 뵈는 연탄재를 옹호했던 것처럼(69p)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중에서(75p)

 

박수칠 때 떠나라 하지 말자. 떠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자. 다만 박수칠 때 떠나는 자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자. 그게 마치 싶다.(79p)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다시>(95p)

 

인생 역전 오페라 가수 폴 포츠 스토리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98p)

카니발의 이적이 먼저 발표했지만 인순이가 더 히트시킨 거위의 꿈은 가사와 인순이의 삶이 동일시되는 면이 극대화된 결과이리라(99p)

 

정지원 시인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시에 안치환이 곡을 부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나의 애창곡이었는데 말이다. (101p)

 

두부 장수의 핑경타이탄 트럭의 핸드마이크 소리전자가 은근히 기다려지는 그러나 효율이 낮은 종소리라면, 후자는 짜증이 나 피하고 싶은 소음이지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데는 제격인 매체인 것이다.(137p)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는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행복> (230p)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 <귀천> (252p)

 

시와 노래가 본디 하나이던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279p)

 

축제는 소란스럽고 시끄러워야 제격이다. 축제답게 서로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고, 동시에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 있게 듣고 전하는 생동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하나의 목소리가 전체를 제압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284p) - 시 해석의 여러 가지 의견이 정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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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토마토 - 넘어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는 판다 이야기
최종태 지음 / 마음의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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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된 토마토- 마음으로 읽는 어른을 위한 힐링 동화책(누구나 슬럼프는 온다. 판다에게조차

 

푸바오 때문에 판다 열풍이 불었다. 가는 판다가 아쉬워 우는 청년도 보았다. 기성세대에선 당연히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을 현상이다. 하지만, 내가 위로되고 힘을 얻는다면 나름대로 그 진가는 빛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판다 사진으로 도배된 못된 토마토는 눈길을 끈다. 금방 읽힌다. 텍스트가 적어서다. 금방 읽힌다고 감동이 적다고 생각한다면 편견이다. 이 책은 오히려 사진 한 장 한 장을 뜯어보며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속도를 늦추는 동안 감동의 크기는 애드벌룬처럼 커진다. 마음이 꽉 찬다.

 

토마토를 키우며 농사짓는 농부들과 관련된 업을 가지신 분들에겐 미리 제목으로 놀라질 마시길 바란다. 혹여나, 토마토의 안 좋은 소문이 돌거나 하는 염려는 붙들어 매시라! 제목이 그렇다고 토마토를 멀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독자들의 수준을 믿어 주길 바란다. 토마토는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니까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슬럼프는 운동선수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런 시기가 온다. 그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막막한 감정에 빠져있거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생각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우리의 귀염둥이 판다가 어떻게 그런 슬럼프를 이겨냈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바다를 가던 강물이 사막을 만나면 어떡해야 할까요? 변해야 해요. 새로운 내가 되어야 해요.(219p)판다가 제안하는 슬럼프 극복법이다. 그런데, 변해야 하는 방법이 기존의 예측을 훨씬 벗어나 새로운 차원에서 접근하게 만든다.

 

흔히, 해법으로 사막을 계속해서 공략하고 힘을 내어서 한 걸음 한 걸음 헤쳐 나가다 보면 바다가 나와요라든가 사막의 얕은 곳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몰아치다보면 조금씩 길이 뚫어질 거예요라는 것을 기대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이 등장한다. 상태변화(상전)를 통해서다.

사막을 만만 강물은 뜨거운 태양 빛을 받아 수증기가 되었어요.

수증기는 구름이 되었고, 구름은 바람을 따라 바다에 도착하여

비를 뿌렸어요.

그렇게 강물은 바다로 갈 수 있었어요.(218p)

 

상태변화란 물질의 상태가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두산백과 두피디아 인용)

이러한, 상태변화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한 판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다.

 

틴틴과 못된 토마토 내 마음은 틴틴이요, 못된 토마토는 나를 흔드는 외부의 시선이다. 틴틴을 꽉 붙잡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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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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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우리 일상에서 겪게 되는 상황과 현상 문제들에 대한 단편적인 철학적 사유(인용되는 수많은 사건과 철학자들의 생각과 단어가 책의 깊이를 더한다.)

 

제목을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날씨를 만들어 냈던(무지개) 어린 시절의 그날을 추억하며 이 제목을 지은 듯하다. 그날의 무지개 대신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감동으로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인디언 기우제를 떠올렸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올리니 당연히 100% 날씨를 예측하는 기우제였다. 삼국지에도 제갈공명이 날씨의 변화를 예견해 자기가 원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결과를 자아냈다. 철학이 날씨를 바꾼다는 대명제가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날씨를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철학적 사유라면 사람의 기분도 바꾸어 적어도 근접한 날씨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날씨가 우리를 만드는 것이지, 우리가 날씨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7p)

일기예보는 날씨를 알려 줄 뿐 아니라, 이미 파산한 이를 위로하며 구제책을 조언하듯 옷을 따뜻하게 입어라, 우산을 잊지 말고 출근하라 말한다.(11p)

 

4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다. 각 테마마다 생각거리 10개씩이 들어 있다. 합이 40이다. 작가의 성격을 엿 볼 수 있다. 철학적 주제들 중에서 관심 있는 것을 찾아봐도 좋을 일이다. 두고두고 어떤 주제에 당면했을때 옛 철학자들의 생각과 저자의 논평을 참고하면 좋겠다. 한편으론 무신론적인 저자의 편견과 고집은 껄끄럽기도 하다. 본인의 자유이겠지만 영혼을 없다하고 그리스도에 대한 무존경심은 기독교도 입장에서 편하지 않다. 여러 주제에서 그런 색깔들이 담겨있으니 책을 읽을 때 감안하라는 얘기다.

1부 우리는 성숙할 수 있을까?

기생충의 예술과 철학 - 말이 통하지 않게 하는 소음을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하나는 아마도 그리스도이리라(30p)

서양의 본질, 우울과 여행:바다 이야기1 - 우울을 떨쳐버리기 위해 바닷바람을 쐬고 있는 여행자는 일상과 영화 속에, 현실과 허구 속에 흔하고 흔하다.(50p)

배들은 다른 대륙의 해안에 도달했고, 여유로운 우울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선명한 채찍질 같은 식민지의 고통이 지구를 뒤덮기 시작했다.(60p)

물과 바다의 철학:바다 이야기2 - 헤겔의 눈에나 슈미트의 눈에나 바다는 오로지 서구인의 역사에 속한 것일 뿐이었다. 당연히 오늘날의 바다는 그럴 수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오늘의 바다는 세계 시민의 것이고, 또 무엇보다 난민들을 위한 바다이다.(69p)

 

동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 동물들은 설교를 즐겁게 듣지만, 설교에 따라 신의 법 아래 복종하는 일은 없다. 설교는 그저 즐겁게 들었으면 됐고, 그들은 돌아서서 그냥 하던 대로 한다.(90p)

희생양 없는 사회를 위하여 - 희생양은 구세주에 관한 고대 신화를 지탱할 만큼 오래된 개념이지 어떤 이유로도 희생양은 정당화될 수 없고 희생양을 가졌던 운명은 교정되어야만 한다. 이제 인간의 모든 이야기는 희생양 없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98p)

 

2부 세상을 견뎌내기 위하여

바보와 천재 - 결국 바보와 천재는 서로 전혀 다른 인물들이고 전혀 다른 길을 가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공양심 인간 고유의 영역이 바로 판단력이며,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출 수 있느냐에 따라 AI의 성공 여부도 결정되리라.(120p) 이미, 게임은 끝난 것 같아서 걱정이다.(내 생각)

 

3부 위안의 말

 

혼밥 혼밥은 최근에 유행하는 식트렌드지만 이미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온 방식이었다. 난 혼밥을 싫어한다. 왠지 혼자 먹는 밥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가게 주인장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꽤 든다.

 

4부 예술과 세월의 그림자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 지금이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을 모르고 지나갈 때가 있다. 리즈시절이라고 하는 그때를 말이다.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이미 후회한 들 무엇하겠는가? 지금이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이라 생각하고 살아야겠다.(내 생각)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지금입니다. 그는 인생의 빛나는 한순간을 바로 지금에서 찾는 것이다.(283p)

 

나이 드는 인간을 위한 철학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 자신이 현재와 일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는 점점 나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어라고 그리움에 잠기는 것, 그때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어라고 후회에 빠져드는 것 모두 잃어버린 현재에 대한 느낌들이다. 나이 든 자에게 현재는 지나간 현재이다.(292p)

이제 자신의 가능성이 아닌 타인의 가능성을 돌볼 시간이 오는 것이다.(298p)

 

이젠 전성기는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은 이미 정복했고 그 시절을 나는 느끼지 못했을 뿐이고 지금은 하산하는 중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하루하루 살다 보니, 시력이 약해지는 것도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지는 것도 신의 축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기 싫은 거 안 봐도 되는, 안 좋은 추억과 과거는 자연스레 잊어 버리게 만드는 축복 말이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가 집필한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충격적으로 관람한 적이 있다.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다 나중에는 아이가 되고 무로 변한다는 영화였던 것 같다. 아이가 된 노인, 이게 우리가 늙어가는 모습이지 않을까, 육체는 노인이지만 돌봄이 많이 필요해지는 시기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레트로 마니아 또는 수집가 - 수집가는 많은 경우 과거의 사물에 관여한다. 반면 미래의 사물에 관심을 쏟는 자는 발명가다.(3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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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생활자
황보름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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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생활자 에세이스트라 불리길 원하는 소설가 황보름의 일상을 엿보다. 복잡생활자가 단순생활자로 위장한 에세이.

 

그녀의 네 번째 독자가 진작에 되지 못한 걸 후회한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로 황보름 작가의 덕후로 입문한 독자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말이다. 사내 독서토론회 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의 책 하나가 황보름 작가의 휴남동 서점이었다.

 

집 근처 소수서점에서 황보름 작가와의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단순생활자도 읽지 않은 채 무작정 참여했다. 난 휴남동 서점에 관련하여 할 말이 더 많은 사람이었는데 단순생활자가 주연이다 보니 아웃사이더가 된 느낌이었지만 작가의 달변과 꾸밈없는 솔직함에 좋은 인상으로 남은 행사였다.

 

소수서점은 토크 콘서트를 열기에 그리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다. 의자 배치를 지그재그로 하고 무대의 단을 조금 높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찍 도착해서 앞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천성인 MBTI 때문에 맨 뒤에 앉았다가 후회만 막심이었다. 중간에 키 큰 여성 독자 한분이 내 앞에 앉는 바람에 그녀의 뒤통수만 보면서 오디오로 작가의 음성만 듣는 희한한 토크 콘서트가 되었다. 그래도 내용이 좋았으니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에세이스트라 자칭하는 작가, 소설가로써의 그녀가 더 매력적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는 말이다.

 

수천 권의 책을 팔아야 받을 수 있는 인쇄가 거기 찍혀 있었다.(19p) 작가로써 생업을 영위한다는 것이 쉽지만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 한 곡의 노래를 작곡하여 히트시키는 것이 가성비가 나을까? 어찌되었던 직장인 생활도 했다는 작가의 리얼리티때문에 더 친근한 작가로 여겨진다. 나와의 비슷한 점이 일도 없다면 절망적일 텐데 그래도 직장인에서 시작했다는 말이 위안이 된다.

 

일정한 루틴이 살아있는 사람 - 24시간 생활에 대한 에세이다 보니 요약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작가를 보면 몇 가지의 일정한 루틴이 있다는 거다.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직접 해 먹기, 아침은 식빵이나 과일로 간단히 먹고, 점심은 시간을 최소한으로 투자하는 범위에서 차려 먹고, 저녁은 그날그날 먹고 싶은 음식을 시간들여 해 먹기.(74p) 일정한 청소 루틴(청소는 대게 밥을 먹고 한다.78p) (하루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만 할애하면 된다.79p) 매일의 걷기 루틴(p124 에피소드 그날의 산책참고),

 

나도 선크림을 바르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 요즘 MZ들은 당연히 바르는 수순인데, 평소에 로션도 제대로 바르지 않던 사람이 선크림까지 찾아 바르려니 보통의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하루속히 정착 시켜야 되는 숙제를 안고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작가는 육체파임이 분명하다. 운동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킥복싱에 관한 에세이를 쓴 작가는 이번에는 줌바 댄스 입문을 소재로 에세이를 썼다. 줌바 댄스와 함께 음악에도 입문을 하게 되었단다. (줌바 댄스를 시작하고 나서 음악도 더 듣게 되었다. 150p)

 

책에 관한 팟캐스트, 오디오 북 : 작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분야다. 오디오북의 존재도, 책에 관한 팟캐스트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접하지는 않고 있었다. 시력이 나빠지고 책 읽는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이제는 도전해 봐야겠다는 당위성에 빠진다. 한때 년 100권 정도를 3년 동안 꾸준히 읽었는데 이젠 시력 때문에 불가하다. 안타깝긴 하지만 작가의 조언대로 오디오북을 도전해 봐야겠다. 그리고 , 상상을 해서 입으로 글을 쓰는 시도도 해봐야겠다. 머리 속을 정리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인데 작가는 상상의 상상을 더하여 머리 속에서 그리는 작업을 썩 잘하는 친구다.

 

작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 나의 하루(241p) 에피소드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엿보기는 왜 이렇게 흥미로울까, 그러나 별반 다르지 않는 일상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단순한 작가의 일상이 나를 위로 한다. 나와 비슷하구나! 그렇다면, 나도 작가의 길로 갈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다만, 작가의 일상을 정확히 계산해서 마트에 나타난다거나 산책길에 조우하거나 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스토커로 신고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에세이는 여전히 요약하기 어렵다. 그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지금 열심히 쓰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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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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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 「김영란 법을 탄생시킨 최초 여성 대법관의 조금은 어려운 사회에 대한 담론.

 

전짓불 : 손전등에서 비치는 불빛(네이버 어학사전 인용), 단어의 뜻은 국어사전을 찾아봄으로 쉽게 이해했다. 그러나 작가가 의미하는 전짓불은 무겁고 두려운 기시감을 마주치게 한다. 전짓불빛의 공포, 서로 다른 신념체계를 가진 사람들. 책의 프롤로그부터 나를 짓누르는 책의 무게감. 가볍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 같다. 대학교재로 더 적합하다 할 수 있겠다. 그동안, 꾸준히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단어와 문구들이 줄지어 문장을 형성하는 책은 처음인 것 같다. 그나마, 후반부에 실제 대법원 판결의 판례를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은 그나마 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내 수준이 뒤처진 것인지, 저자의 수준이 너무 높은 것인지 모르겠다. 대중이 이해하는 책을 쓰려면 보다 쉽게 풀어서 쓰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몇 번은 읽어야 그나마 이해가 될 듯하다. 무서운 책이다. 어려워서 무섭다.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알아야만 이해가 되는 책이다. 난 롤스를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간략하게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대신해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 미국의 철학자 존 롤스는 정치철학의 전통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 중하나로 평가받는다. 1921년 출생하여 프린스턴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4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200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정의론」 「공정으로서의 정의: 재서술」 「정치적 자유주의」 「만민법등의 저서를 남겼다.(22p)

 

잠정적 타협과 중첩적 합의 : 책의 핵심 내용이다. 우리사회가 잠정적 타협을 넘어 중첩적 합의에 이르는 사안들이 많아질 때 진정 성숙한 선진사회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서 말하는 잠정적 타협과 중첩적 합의는 그런 뜻이라 생각한다.

 

중첩적 합의 ;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세계관, 진리에 대한 신념 등이 다르더라도 바람직한 사회의 질서에 대하여 대체로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일단 그 중첩된 부분에 한해 성립시키는 합의를 말한다.(34p)

 

이런 생각 끝에 대법원의 최근 판결들이 공적 이성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지, 중첩적 합의를 통한 갈등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하고 있는지 등을 롤스라는 렌즈를 통하여 살펴보겠다는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45p)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1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들 간의 합의와 대법원 판결

: 분묘기지권, 제사주재자 사건 / 친생부인의 한계 사건 /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롤스는 중첩적 합의와 잠정적 타협은 아주 다르다는 점을 그의 저술 곳곳에서 강조한다.(60p)

 

20년간 분묘를 유지하면 남의 땅도 내 땅이 되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일제강점기 조선고등법원 판결)(62p)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지만 토지소유자가 대가(지료)를 요구한다면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는 지급해야 한다.(72p)

 

전통적 가치들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절대적인 가치를 내려놓고 평등 원칙이라든지 재산권 보호의 원칙이라든지 하는 헌법적 가치들에 그 자리를 물려주고 있다. (78p)

 

모자 관계는 출산이라는 사실에 이해 친절하게가 성립하는 자연적 친자 관계이지만 부자 관계는 법률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친자 관계가 성립한다는 의미에서 법률적 친자 관계다.(93p)

 

2우선하는 기본적 자유들과 대법원 판결

: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건 /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싼 사건 / 손자녀 입양, 미성년자 특별한정승인 사건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보자면 늦은 감은 있지만 다수결은 일단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했다.(160p)

 

이처럼 원초적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고려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목록을 앞에서 열거한 사회적 기본재로 측정하는 것이 로스의 정의의 원칙이 적용되는 기본적인 방식 이므로 젠더와 인정처럼 어떤 고정된 자연적 특징들이 불평등한 기본권을 할당하거나 어떤 사람들에게 더 적은 기회를 허락하는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는 고려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165p)

 

롤스는 가족이 이러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도록 제도화되어 있고 다른 정치적 가치들에 저촉되지 않는 한 정치적 정의관은 일부일처제, 이성애 등 어떤 특정한 형태의 가족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게이와 레지비언 등 성적 소수자들로 된 가족의 형태도 허용 가능하다고 했다 (167p)

 

다수의견의 결론은 혼인 중이거나 미성년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정정은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170p)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 전환자의 성별정정 문제는 성전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과 미성년 자녀의 기본권보호와 복리라는 가치들 사이에서 어떤 가치들을 우선시 할 것인가의 문제다. (177p)

 

성적 소수자에 대한 거듭된 전원합의체 판결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조금씩 합의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롤스가 주장하는 중첩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고,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수용해가는 단계로 보인다. (187p)

 

그러나 부동산계약에서는 명의신탁은 무효라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자의 권리 행사는 막을 수가 없었다. (197p)

 

두 번째 사건이 선고된 후 그 결론의 적법성을 떠나 결론의 부당성이 사회적으로 문제되어서 국회는 미성년자 및 빚 대물림 방지를 위한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20221213일부터 시행되었다. (226p)

 

이 사건의 원고는 보호받지 못했지만 입법으로 이 문제가 뒤늦게나마 해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2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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