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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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슬프지만 감동적인 러브스토리 다소 진부한 소재인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돼서 끝까지 챙겨주는 다정한 남자친구의 이야기.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춘물이라 다소 유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나의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 몰입감을 느끼며 책을 완독했다. 속 깊은 남자친구 가미야 도루의 희생적인 사랑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사랑을 조건으로 저울질 하는 현 시대의 청춘의 사랑법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돈과 조건을 따지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렬하고 짧은 삶으로 증명해 냈다.


오늘의 히노와 내일의 히노까지 기쁘게 해주고자 하는 그 선한 마음에 감동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단 하루의 기억만 존재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다음날은 어김없이 전날의 기억이 리셋되는 아이, 아마도 이 사실을 알고도 곁에 남아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 주인공 도루는 달랐다. 그 사실을 알고도 그 사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처리한 후 히노를 진정으로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상대방의 약점이나 단점이 발견되었을 때를 기점으로 관계를 멀리하거나 정리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약점과 단점을 넘어서 포용하는 진정한 사랑은 찾기 어렵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시절 나의 곁에 머물러 주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행운이요 축복이다. 정말 진부한 소재를 가지고 아름답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도루의 관점으로, 때론 히노의 관점으로 등등 말이다.


개인적 취향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중간에 죽는다는 설정은 다소 아쉬웠다. 너무 갑자기 죽었다. 히노를 아끼는 가족과 지인들은 도루의 기억을 히노의 기록물에서 완전히 들어냈다. 히노의 기억장애는 그런 점에서 히노에게 유리해 보였다. 어느 날 기억장애에서 회복된 히노, 그녀에게 도루는 없는 존재다. 히노가 받을 충격을 위해 도루의 부탁으로 그녀의 기록물에서 도루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 버린 것이다. 그러나 대청소를 하다 발견된 크로키북의 미지의 남자가 히노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히노의 마음속에서 도루는 서서히 새싹이 피고 자라기 시작한다. 기록도 사진도 남아 있지 않는 남자친구 도루를 마음속에서 되살리는 히노, 도루를 기억 속에서 꺼내어 소중한 추억을 되찾아 가며 살아가고자 하는 히노.

 

■「어떤 상처든 한번 입고 나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상처는 기억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아픔이 계속되진 않거든. 그렇게 해서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책속에서 도루의 누나 니시카와 게이코의 말)」「소중한 건 전부 내안에 있으니가, 소중한 걸 전부, 전부 기억해낼 거야, , , ....(책속에서 히노 마오리의 다짐)꽤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우리의 인생에서 언젠가는 누구나 죽는다. 나의 주위에 있는 모든 소중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죽는 순간이 오겠지. 그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에 잠길까? 그 죽음이 상처가 되고 상처는 잊혀가지만, 그 잊혀진 상처는 상처로 남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좋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나도 언젠간 죽을 것이다.

 

마오리의 가족들이 도루의 유지대로 히노의 기억을 제로 세팅해주고 남자친구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해놓았지만 결국 히노가 자신이 남자친구를 발견하는 그런 과정을 보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50대가 되니 눈물이 많아진 건가? 아니, 나 말고도 눈물을 흘린 사람이 많다고 하니 내가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나도 주인공처럼 매일매일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나?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책이랑 이래서 좋은 거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 누가 뭐래도 사랑은 정답이다. 그래서 성경에도 이런 말이 있는 거 같다.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제작되어 2022.11.30.일에 개봉되었다. 11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책속 주인공 이름 : 히노 마오리(여주), 와타야 이즈미(여주친구), 가미야 도루(남주), 시모카와(친구), 니시카와 게이코(누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처럼 애니로도 나왔으면 좋겠다. 좋은 글은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소재가 된다. 스토리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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