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봄꽃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담백하고 깔끔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

 

담백하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든 느낌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도 들어 있지 않다. 그냥 한 개인이 번아웃 증후군에 빠져 잘 나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혼을 한 후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반전을 만들어내는 통쾌한 이야기에 너무 물들어 버렸는지 모르겠다. 처음 시작이 밋밋하다 보니 몰입되지는 않았다. 다만 책에 관한 이야기라 책을 좋아하는 독서 애호가로 꿋꿋이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의 장점은 분량의 20% 정도 읽기에 도달하면 그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정말 자극적인 소재나 복선 없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각자의 과거를 조명하고 그러면서 독립서점이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정말 담백하게 그려냈다.

 

다양한 등장인물 : 각각의 사연을 안고 휴남동 서점으로 하나둘 모여든 등장인물들의 삶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삶과 고민거리들을 조금씩 투영했다. 하지만 계영배의 교훈처럼 지나치지 않고 중용의 덕을 잘 지킨 것 같다. 모든 등장인물의 삶들도 그렇게 묘사되어 있다. 지나침이 없이 적당히 수용이 가능한 내용으로 말이다. 그들의 삶도 객관적이고 담백하게 하나하나 수묵화처럼 그려내며 이야기를 전개 시킨다.

 

 

책에 대한 이야기라서 더 공감이 간다. : 수년 전에 1년에 100권 읽기를 정하고 실천으로 옮긴 적이 있다. 3년 정도 계속했었는데, 처음에는 책 읽는 것이 좋았고 나 자신도 뿌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가 책을 읽는 건지 글자를 보는 건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후로 시력이 나빠지면서 책을 접하는 기회가 더욱 줄어들었다. 이 책이 책에 관한 이야기, 서점에 관한 내용이라 더 다정다감하게 다가왔다. 서점 경영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수필로 옮긴 책을 읽은 적도 있는데 소설이 다큐인 듯, 다큐가 소설인 듯 진짜 있었던 이야기같이 흔히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도 있는 사실적 이야기 같은 점이 이 책의 끌리는 요소다.

 

이 세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년들의 고민 :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데 단추는 잘 끼웠으나 단춧구멍이 없다는 민준의 고백.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으나 취업시장이 너무나 위축되어 백수가 되어 버린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단어다. 바리스타의 길을 걸으며 서서히 자기의 길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이 시대 청년들의 미래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실감한다.

 

독서 모임에서 제기되었던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국민들이 먹고 살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책 속 인용 잔잔하면서 깊이 있는 강 같은 글: 현승우 작가가 영주의 글을 한 문장으로 평한 글이다. 책을 읽고 난 내내 공감이 간 문장이다. 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작가 스스로 정리한 문장으로 다가와진다. 큰 풍랑과 파도 같은 주인공의 우여곡절, 사면초가, 와신상담 등의 스토리는 없지만 왠지 모를 묵직한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황보름 작가 본인을 현승우 작가로 투영하여 소설 속에 등장시킨 것도 이색적이다. 순전히 필자의 판단이지만, 책 속 현승우 작가의 이력이 황보름 작가와 도플갱어 수준이다. 이렇듯 개인의 경험치가 책 속에 녹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김초엽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황보름 작가의 공통점은 : 공대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작가는 인문계 출신만 할 줄 알았는데 충격이다. 자극이 된다. 공대 출신도 이런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 항상 대두되는 논란거리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책 중 고3으로 나오는 민철의 고민 중의 일부이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고민도 매한가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되는 사람은 많은 경우의 수가 아니다. 반면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닐 수도 있고 그런 환경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실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예의를 지키려는 노력 : 계약직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다 이용만 당하고 화병이 난 정서. 그녀가 휴남동 서점에서 처음 정착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예의를 지키기 위해 3시간에 한 번씩 음료를 주문하면서 선을 넘지 않으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요즘의 카공족이 본받을 만한 내용이다.

 

받아들여지는 느낌 : 한가지씩의 상처를 안고 휴남동 서점에 모인 이들. 정서가 느낀 받아들여지는 느낌. 치유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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