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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의견을 밝혀야 할 때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명문대 졸업자는 실제보다 더 성공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소득을 부풀려 말할 수도
있고, 부득이한 사정이 없었더라면 얻었을 듯싶은 액수를 보고할 수도 있다. 물론 동창회에서 자신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달라고 부탁하지 않도록
소득을 줄여 말할 수도 있다.
어떤 권위자의 주장을 평가할 때 맨 처음 해야 하는 일은 누구 혹은 무엇 때문에 그들이 권위를 얻었는지 묻는 것이다. 그러나 존경할 만한
권위자들도 분명 틀릴 때가 있다.
허위 지식은 영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미앤 톰프슨이 만든 용어로, 진실처럼 보이도록 포장해놓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믿는 잘못된 정보를
말한다. 이런 허위 지식에는 뒷받침이 될 만한 증거가 부족한 주장, 명백한 반증이 존재하는 주장 등이 포함된다.
허위 지식이 널리 퍼지도록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하고 상상하는 일이 흥미진진하다는 데 있다. 허위 지식은
처음에 수치나 통계 자료를 이용해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 근거가 없다는 점을 밝혀낼 수
있다.
허위 지식으로 사람들을 속이고자 할 때 효과적인 수법 중 하나는 입증 가능한 여러 정보를 바르게 알려주고서 사실이 아닌 정보 한두개를
살짝 덧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바르게 알려준 정보들은 진실한 분위기를 풍길 것이고, 그런 정보를 검증하고자 하는 대담한 인터넷 검색자들은 그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법이 여러 세기에 걸쳐 발달한 결과, 인간의 생각과 역사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며 과학 혁명이 일어났다. 물론 과학이
절대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과학적 사고는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진위를 판단하는 방법 가운데 상당수의 기반을 이룬다. 그러므로 우리는
과학의 원리와 역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내막을 자세히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진짜 과학은 우리가 정말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 의혹, 논쟁으로 가득하다. 진짜 과학 지식은 수많은 재연과 수렴적 연구
결과를 통해 서서히 확립된다. 과학 지식은 여러 연구실에서 수많은 실험을 실시해 다량의 자료를 축적한 결과다. 한 건의 실험은 거대한 벽을
구성하는 벽돌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충분한 양의 실험이 완료된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벽 전체에 해당하는 자료를 인식하며 어떤 확고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진실은 중요하다. 고의적인 불합리성의 시대, 이른바 탈진실 시대는 인류가 이룩한 온갖 위대한 진보를 역행하고 있다. 어쩌면 언론인들이
가짜 뉴스를 직설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부르길 꺼리는 이유는 거짓말쟁이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가 싫어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거짓말쟁이들의 기분을 상하게하고 그들을 꾸짖어야 한다.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에게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 가장 믿을 만한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 잘 속아 넘어가는
경향에 저항하는 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지 못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로, 남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
뇌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 매우 능한 기관이다.
이상한 전제가 하나 제시되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그 내용이 사실이 되는지에 대한 기발한 설명을 구상해낼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에서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거짓과 진실은 서로 다르다. 진실은 참된 객관적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온갖 주장 중 일부는 아마
참이겠지만, 진실한 주장은 항상 참이다.
비판적 사고법을 익히는 과정에서 우리는 한발 물러나 사실을 평가하고 증거에 근거한 결론을 내리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최선의 비판적
사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겸손이다. 이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개념이다. 자신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뭔가를 배우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모든 주장을 폄하한다는 뜻이 아니다. 증거가 있는 주장과 증거가 없는 주장을 분간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끝으로 잘못된 정보는 수천 년간 인간 생활에 수반된 요소로, 성서와 그리스 고전 문서에도 존재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독특한 문제는
잘못된 정보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거짓말이 사회적 · 정치적 목적을 위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