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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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실연은 한 두번씩은 겪어봤을 것이다. 실연을 당해본 사람만이 실연당한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실연을 안 당해봤어도 실연당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해한다고 말하던 사람도 정작 실연을 당해보면 그 당시 이해한다고 말했던 자신이 얼마나 경솔했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직접 경험을 하지 않더라도 실연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을 통해 실연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강이라는 여자와 지훈이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일곱시 조찬모임에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기념품도 교환한다. 실연당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다독이는 것이다. 아무래도 서로서로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헤아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실연에 빠지면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울증에도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때 사람들을 만나 서로 따뜻한 위로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 실연에 관한 상처도 많이 치유될 것이다.

 

 그러니 실연당한 사람들은 그 상처를 다른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게 가장 빠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많은 친구들을 만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증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듯이 실연당한 사람들도 서로 만나 서로 감싸주고 보듬어주다 보면 분명히 치유될 것이다.

 

 

실연당했습니다.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해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것 같은 칼날 같은 햇빛.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아침 먹어주실래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으로 바로가기 (38p~39p)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사강은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칼날을 손목 위에 긋기 전의 절박함처럼 사랑이 죽어가는 과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에디트 파아프의 노래를 반복해서 듣던 날 밤, 사강은 어둠 속에서 자신의 트위터에 뜬 문장을 읽고 있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아침 먹어주실래요?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으로 바로가기

 

 그녀는 잠들지 못한 채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으로 바로가기'를 클릭했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입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영화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

 

 사강은 손가락으로 실연이나 치유 같은 단어들을 쓸어내렸다. 각각의 제목을 손가락으로 클릭하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설명되어 있는 몇 개의 카테고리가 나왔다. 그녀는 충동적으로 '치유'라는 단어를 클릭했다.    (42p~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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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8 : 무정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8
고재봉 글, 장우룡 그림, 손영운 기획, 이광수 원작 / 채우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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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무정]을 흔히 근대 장편 소설의 효시라고 말한다. [무정]은 이전의 소설들과는 상당히 다른 소설이었다. 다시만 해도 남녀가 유별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무정]은 시작 장면부터 남녀 사이의 애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당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던 셈이다.

 

 이전 소설들은 한문 투의 어려운 문체로 생동감 넘치는 인물의 감정묘사가 어려웠던 반면, 이광수의 [무정]은 그 당시로는 혁명적이리만치 문체가 입말과 같은 자연스러운 글이었다. 생생한 입말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쏟아 내니 이를 처음 접한 독자들은 그야말로 [무정]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정]이라는 소설은 이광수에게 있어 조금 남다른 소설이다.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소설이기도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소설 속의 주인공 이형식이 이광수의 분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고아로 자라다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온 영어 교사다. 그런데 이 점이 이 광수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이광수는 11세 되던 해에 콜레라로 부모님을 여의고 당시 한참 유행하던 동학에 가담한다.

 

 [무정]이 발표된 1917년에는 이미 우리나라가 일제에 의해 국권을 잃은 상태였다. 정치적인 자유가 없는 식민지인에게 [무정]의 이상과 꿈은 현실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점을 예리하게 지적하지 못한 채 종종 일본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무정]의 계몽주의가 가진 큰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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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정]에서 기생 월화를 감복시키는 선각자가 나오니, 바로 패성 학교의 교장 함상모가 그 주인공이다. 함상모는 주인공 이형식보다 한 세대 전의 인물로 말하자면 구한말의 애국 계몽 운동가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우리 민족의 실력을 길러 외세로부터 우리의 주권을 수호하고 조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자는 이른바 실력 양성 운동의 효시가 애국 계몽 운동인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 대중을 설득하고 교화하는 방식으로 유행했던 것이 웅변이었다.

 

 이광수의 [무정]에 나오는 함상모 역시 빼어난 웅변가로 나오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러한 웅변에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함상모의 웅변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 내용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함상모는 늘 우리 민족이 지금과 같이 위기에 처한 까닭이 우리 스스로의 무지와 타락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함상모의 웅변 내용에는 평소 이광수 자신이 신문 잡지를 통해 노골적으로 외쳤던 자신의 사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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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 [무정]은 조선이라는 오백 년 된 고목의 껍질을 벗고, 제국주의의 위협이라는 매운 한파에 맞서가며 새로운 시대를 건설하는 청춘들의 몸짓에 대한 이야기이다. 즉 [무정]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탄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새봄을 예비하는 아픔의 흔적도 가득하다.

 

 사람들은 [무정]에서 젊은 청춘 남녀의 열정에 찬 사랑을 읽어 낸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광수는 근대의 벽두에 다른 이야기도 아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썼을까? 그것은 바로 근대의 속성 때문이다. 근대 시기에 최고의 가치는 바로 개인과 이 개인의 고유한 성격인 개성이었다.

 

 그러므로 [무정]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랑에 대한 갈증은 곧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염원에 다른 말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사람들은 [무정]을 통해 우리의 근대 사회를 이해하려하기도 한다. 즉 [무정]의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들이란 바로 근대를 열기 위해 극복해야 했던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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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7 : 변신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7
최윤정 글, 김연승 그림, 손영운 기획, 윤순식 감수, 프란츠 카프카 원작 / 채우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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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카프카는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두 형이 먼저 죽고 맏이가 된 카프카는 영적이고 경건한 유대인의 율법을 열심히 배워 나갔다. 그러나 카프카는 정신적으로 섬세함을 지닌 어머니 쪽 혈통에서 더 강한 일체감을 느꼈다.

 

 그리고 카프카가 기성 사회에 대해 명백한 적대감을 드러낸 것은 청년이 되어 자신을 사회주의자, 무신론자라고 선언했을 때였다. 성인이 되자 카프카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고, 제1차 세계 대전 전에는 무정부주의자들의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본질적으로는 수동적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방관적인 자세를 고수했다. 유대인이기에 프라하의 독일인 사회에서 늘 고립되어 있었고, 현대 지식인이기에 전통을 고수하는 유대인들의 모임으로부터도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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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프카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좌절, 소외를 날카롭게 통찰하여 현대인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했다는 데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카프카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징 중 하나는 유머 감각이다.

 

 카프카가 살았던 시대에는 식민지 약탈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던 시대였고, 시장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들이 무력으로 충돌하기 직전이었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져 노동자 자본가 계급 갈등도 격화했고, 특히 노동자들은 생계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 노동의 진정한 가치는 사라졌고, 인간은 돈의 노예로 전락했다.

 

 지금으로 치면 산재 보험 공단 직원 신분이었던 카프카도 경제적 여건은 다소 나았지만 본질적인 상황은 일반 근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산재 노동자들의 아픈 사정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그들을 옹호하면서 당시 자본주의의 모순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긜고 그의 각성이야말로 자본에 휘둘리는 가족관계를 고발한 소설 [변신]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카프카는 "본질적인 부조리가 인간을 죄인으로 만든다."라는 한마디의 결론을 위해 치밀한 관찰과 묘사를 했다. 카프카의 작품에는 독자와 공유할 뚜렷한 세계관도, 지배적인 철학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근대 이후 독일어로 문학을 집필한 작가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의 글은 우리와 관계없는 기이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새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 이 현실의 섬뜩함을 목격하게 해 주는 카프카의 글에 마술처럼 빠져든다.

 

 [변신]의 메시지는 현대 기계 문명 속에서 기능으로만 평가되는 인간의 물신화와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파생되는 소외 의식이나 불안 의식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신은 작가의 억압된 소망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한 것이 카프카 문학이 지니는 난해성이다.

 

 [변신]의 줄거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해 버린 한 청년이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주변과 가족을 벌레의 눈으로 바라보며 극도의 소외감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한 마리 벌레가 관찰한 인간의 형태와 심리, 그것은 지상에서 가장 우울한 풍경이며, 인간이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이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역시 평생을 고독함과 사투를 벌이며 살았다. 낮엔 일을 해야 했기에 밤에만 글을 썼던 카프카는 작가의 삶을 열망했지만 14년간 평범한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지 못했다. 결혼 역시도 맘대로 되지 않아 평생 독신을 벗어나지 못했다. 건강도 나빴다. 그럼에도 그는 현실을 냉소하지 않고 절망의 끝을 담담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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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6 : 천변풍경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6
김성재 그림, 곽은우 글, 손영운 기획, 박태원 원작 / 채우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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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풍경

 

 1930년대 서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알아보려면 [천변풍경]을 읽으면 된다. [천변풍경]은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와 청계천 주변을 오고 가는 70여 명의 주인공이 일 년 동안 70여 개의 사건 속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묘사한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중심 줄거리를 이루는 사건도 없고, 기승전결도 없어서 긴장감이 떨어지다 못해 지루하다고까지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거름종이로 걸러서, 사람들의 삶을 편집하듯이 조합하는 글쓰기 방식이야말로 1930년대를 가장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창작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변풍경]은 주제 의식이나 줄거리보다는 표현 기법, 서술 방법, 문체의 특성 등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박태원은 한국 문학사에서 193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로서 구보라는 호로 더 잘 알려진 작가이다. 대표작으로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자의식을 모더니즘적인 기법으로 묘사한 중편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 있다.

 

 박태원은 1933년에 조직된 구인회에 가입하면서부터 순수 예술주의 작가로서의 경향을 뚜렷이 했다. 구인회 회원들은 사회주의나 민족주의 경향의 이념 중심 문학을 비판하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현대 문학사에 큰 획을 긋는다. 조직적으로 활동한 모임은 아니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문학사의 흐름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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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변풍경]은 서술자의 공평한 시선으로 특정한 주인공 없이 많은 인물들의 일상을 객관적으로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이발소 아이 재봉이와 한약국집 심부름꾼 아이 창수의 이야기가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데, 이것은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서울 중산층 및 하층민들의 삶의 애환과 일상을 보여 주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박태원이 [천변풍경]을 쓴 이유는 물론 작가 개인의 본가 근처이기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개천 풍경이 그 당시를 가장 잘 대표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강으로 흘러가는 젖줄인 청계천 주변은 하층민들의 생계 터전이자 삶의 현장이었다. 청계천의 변화를 훑어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근대사를 살펴보는 일과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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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5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서울대 선정 문학고전 15
한종천 그림, 최윤정 글, 손영운 기획, 마르셀 프루스트 원작 / 채우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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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루스트는 '작품은 우리의 관습이나 사회, 그리고 타성 속에서 표명되는 것과는 다른 자아의 생산물이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진정한 자아는 모든 것을 삼키고 소멸시키는 시간의 힘 때문에 망각되지 않고 단지 감추어진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위대한 가치는, 얼핏 세계가 외부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내면에 있고, 우리 내면의 심연에서 그 세계의 형성이 시작된다는 진실을 증언했다는 데 있다. 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의식의 흐름을 추적하는 일은 결코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 기억을 통한 과거의 성찰은 진정한 자아의 회복을 통해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미래지향적 결단에 이바지한다.

 

 총 7권으로 구성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언어로 표현되기 힘든 감각과 심리를 대단히 긴 호흡의 문체로 끌어내고 있어 이 작품을 처음부터 완독해 내기란 쉽지 않다. 프루스트의 조국인 프랑스 사람들에게서조차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쉽지 않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인간의 상상력이 이룩한 가장 심오하고 완벽한 위업 중 하나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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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의 줄거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것처럼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지탱하는 뿌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경험을 쌓으면서 시간의 흐름과 망각이라는 파괴 작용을 느끼게 되고 점점 그 앞에서 무기력하게 된다. 그런데 프루스트는 이 작품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글쓰기를 통해서 오직 이 시간의 파괴력 앞에 대결할 수 있는 것은 기억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프루스트에 있어서 실재라는 것은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마르탱빌르의 종탑의 움직임을 저녁노을 속에서 바라보며 황홀한 기쁨을 느낀다. 이는 프루스트 자신의 머릿속에 박힌 기억에 대한 묘사이다. 프루스트는 우리에게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셈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인간 의식과 그 너머의 기억들을 더듬어가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그러면서 시간 앞에 자기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은 미학적, 철학적, 과학적 교양이 짙게 배어 있는 20세기 신심리주의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신심리주의란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계승한 문예 사조이다. 인간의 잠재되어 있는 극단적 내면을 표현하는 것으로 20세기 초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일어난 문예의 한 유파이다. 의식의 흐름이나 내적 독백과 같은 수법을 이용해 의식과 무의식의 실체를 그림으로써 인간 존재의 근원을 파헤치려고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 의식의 흐름이란 서술자의 마음속 상태를 그대로 써 내려가는 기술을 뜻한다. 그래서 의식의 흐름 기법을 다른 말로 내면의 받아쓰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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