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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의 타이밍
이선주 지음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열여섯의 타이밍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담론들을 멋지게 녹여낸 청소년소설이다. 특히 다섯명의 소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다섯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옴니버스 방식부터가 신선했고 진지한 주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또한 서로의 고민과 상처를 보듬어 가는 소녀들간의 이야기는 공감과 위로의 핵심요소다. 같은 반 친구지만 ‘절친한 우정’이라고 하기엔 왠지 낯간지러운 남주, 지아, 선화, 경희, 정윤은 단톡방, 몰카, 차별과 혐오, 탈학교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와 메시지들 전하고 그 이야기들은 다시 오묘한 연결이 있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별일 없이 지내던 다섯 아이들은 조별 과제를 함께하면서 그간 알아도 모르는 척 참아온 불만과 불신을 가까이 맞닥뜨린다. 카톡을 문제 삼아 일어난 배제와 혐오, 남친이라 믿었던 아이의 끔찍한 성추행 몰카, 체육 대회를 준비하면서 벌어진 은밀한 신경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족의 비밀, 그리고 탈학교 선언 등 아주 골치아픔 이야기들 같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들이 지금 현재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조별 과제를 하는데 ‘카톡’이 왜 꼭 필요한 건지 의문인 남주,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피해를 받기도 싫지만 타이밍이 엇갈려 자꾸 일이 꼬여 가는 지아, 첫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애에게 몰카로 끔찍한 협박을 받는 선화, 엄마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괴로워 자기혐오에 빠진 경희, 성적이 전부인 입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정윤, 엉망진창인 세상에 맞서 탈학교를 결심한 남주까지 얽히고 섥힌 실가닥들을 풀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다섯 아이들은 매일 학교와 학원을 다니느라 카페, 햄버거 등의 프랜차이즈 상점과 편의점을 수시로 드나든다. 집밥보다 불닭볶음면이 익숙하고 거리의 간판 속 백종원 아저씨 얼굴을 아빠보다 더 많이 보는 날도 있다. 세상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투성이고, 하루하루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청소년들의 일상. 누구에게든 속 시원히 마음을 털어놓고도 싶은 마음과 어느 누구에게도 솔직해지기가 두려운 마음이 날마다 충돌하는 시기. 행여 나의 진심이 오해될까 걱정되어 너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안으로 숨어버리고만 싶은 나날들. 청소년기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다섯 아이들의 이런 미묘한 심리와 관계는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제발 깔아. 고집부리지 말고.”
지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희가 거들었다.
“강요하지 마. 카톡을 하든 말든, 그건 개인의 자유야.”
남주가 시뻘게진 얼굴로 아이들을 노려보고는 교실을 나갔다. 툭 건드리면 터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지만, 정윤은 수치스러웠다. 마치 자기들이 남주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강요가 아닌 애원이자 부탁이었다. 정윤은 그렇다고 믿었다.
남주가 나가고 한참 동안 이어진 침묵 끝에 경희가 불현듯 물었다.
“쟤 라인은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