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아 이런 류의 선생들이 있었지. 몇 몇 예뻐하는 아이들을 마치 호위병이나 병풍처럼 두르고 다니면서 그 아이들의 특권을 눈감아 주던.
주로 예술쪽이 그랬지. 문예반이나 회화반 아이들.
유난히 선생님과 친하며 자기들끼리 무언가 고고한 듯, 다른 듯 점심시간이면 동아리방에서 점심을 먹고 마치 여럿이지만 하나인듯 행동했던 아이들.
뭐 상급학교로 올라간다던가 하면서 헤어짐 혹은 관심사가 달라지면 예전 자신의 모습을 오히려 더 크게 부정하며 돌아서곤 했다.
그런 선생의 결정체 아니 끝판왕같은 선생이 진브로디가 아닐까.
자아도취와 오만 속에서 아이들을 조종하고 싶어하며,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것을 용납 못하며, 아이들 사이에 은근히 끼어들어 상하관계를 조정하는 주로 음침한 눈빛으로 그런 자신이 진정 학생을 아끼는 선생인냥 착각에 빠진 부류들. 미래마저 마음대로 하고 싶어했던 학교의 불쾌한 파시스트들.

브로디선생은 신이 되고 싶었을까.
성인이지만 14살에 멈춘, 14살들의 신. 그래서 브로디는 불안하다. 크림중의 크림으로 만들어 준다는 자신의 말이 허구임을 감추며, 질투와 이기심에 지적 허영으로 뭉쳐 자신이 아는 것만이 진실인양 말랑말랑한 아이들을 입맛대로 빚고 싶다
알량한 권력으로 자신이 열등하다 생각하는 무리를 같이 혐오하게 만들며 ,교묘한 따돌림과 함께하는 괴롭힘속에서 샌디는 의문과 미안함의 감정을 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하면 결국 옳은 일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정당화한다. 브로디 선생의 말랑한 소녀들을 자기마음대로 빚어 자신과 동일성을 가지게끔 동화되게끔 만들며 자신을 대단한 존재로 꾸미는 것이 파시스트와 닮았다. 그래서일까 브로디선생은 파시즘신봉자이다.
선생에게 선택받은 아이들은 소속감에 안정과 특별함을 느끼게 되지만, 결국 브로디무리는 로이드의 그림처럼 모두 브로디가 되어 버린다. 더 이상 브로디이고 싶지 않은 나이고 싶은 샌디의 밀고로 브로디선생은 학교에서 해고당하며, 샌디는 객곽적으로 브로디선생과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14살 소녀들의 성장소설일뿐 아니라 브로디선생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브로디선생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은 14살의 선생이다. 그래서 샌디는 브로디선생의 모습에서 자신이 겪는 성장기 혼돈에서 오는 연약함과 어리석음을 발견하고 동일성을 느끼며 연민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브로디선생은 위험하다. 그녀의 말은 조이스를 사지로 내몰기도 했다.
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는 나무 아래 자신의 추종자인 소녀들에 둘러싸여 황홀경에 들뜬 채 자신의 연애담과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파시즘을 설파하던 , 소녀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검은 막 뒤에 숨어 있던 그 시절일까

책을 덮고 나니 어디선가 크림중의 크림이 되게 해줄게란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 ㅎㅎ

( 선생님 이야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셜리번선생님. 이 분 또한 시각장애인이었다가 시력을 회복했고 헬렌켈러의 헌신적 멘토이자 동료가 된다. 어릴 적 교과서에 실렸던 이야기, 그 후는? 헬렌켈러는 정부와 자본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반정부인사가 된다. 그래서 어린 시절 이야기만 그렇게 교과서에 나왔나보다. 커서 어떤 인물이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이유.
그리고 우리의 존 키팅 선생님. 죽은 시인의 사회, 고등학교때였나 영화를 보고 책으로 구입했는데 학생신분으론 조금 야한( 이때의 난 순수했다 ㅎㅎ) 장면에 누가 볼까 화들짝 놀라기도 했는데, 보봐리부인보다 더 야하게 느껴졌던건 아마 같은 또래의 이야기라 그랬을 듯. 감정이입하며 읽었던 책이다. 외국의 아이들은 매번 오전에 수업을 마치면 콜라나 쭉쭉 빨면서 농구하고 파티나 하러 갈 줄 알았는데, 사립학교의 남학생들은 결국 우리처럼 본능이나 호기심을 누른 체, 잠시 존엄성이나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따위는 미뤄두고 공부를 위한 기계가 되는구나 라며 신기해했던 기억도 난다.

진브로디같은 선생도 있고 무관심하게 따박따박 월급만 받기만 바라던 선생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런 무관심이 더 좋았던 시절. 그러나 가슴 설레고 50분 수업을 꽉 채우며 우러나는 존경심 갖게 했던 키팅선생님! 같은 분도 계셨다. 생각해보면 그런 선생님들은 진짜 교장선생님이나 부장선생님들과는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학부모도 성적도 아닌 아이편에 섰기에 부당함을 당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선생님이셨던 분들.
시인은 죽어 버리고 성적과 대학과 속물적 명예만 가득한 곳에서 시 자체만을 마음으로 갈망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속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을 알게 해 주고 싶었던 선생님.
Carpe. Hear it? Carpe. Carpe Diem.
카르페디엠,, 들리는가 이소리가?
Seize the day!
순간을 즐겨라!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네 삶을 바로 너만의 독특한 삶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떠나는 선생님 뒤로 외치는 아이들. Oh Captain! My Captain!

우린 캡틴이라 부를 수 있는 선생님을 가졌을까. 나를 성적순이 아니라 나 그대로 봐준 선생님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