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소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6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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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70년대의 캐나다
가난하지만 영특한 로즈,
영특함과 상관없다.
남자에겐 쉽게 주어지는 일들이, 쉽게 용서되고 쉽게 편입되는 일들이 여자들에겐 허용되기 힘든 곳.
그 곳에선 가난한 여자아이에겐 지적인 허영은 그저 혼돈스럽고 힘든 삶을 선사할 뿐, 그러나 돌고 돌아도 로즈는 제 자리를 찾고 싶어한다. 그게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백화점 사업가인 아버지완 다르다는, 속물이 아니란 생각과 지적허영, 남다른 양심과 기사도에 도취된 20대의 사랑이란 착각의 감정일뿐이다
패트릭은 가난하지만 지적이고 예쁜 로즈와 결혼함으로서, 자신의 허영을 채우거나 아버지에게 세상에게 자신의 소탈한 행동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양심이 가짜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말한 번 존스의 <거지소녀>는 왕이 한눈에 반한 거지 소녀와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내용이 담긴 그림이다. 청초하고 조금은 육감적인 거지 소녀, 왕은 사랑에 빠졌고 둘은 결혼했다. 그러면 거지 소녀는? 거지 소녀는 왕을 사랑했을까.
그건 모른다. 로즈가 말했듯 토론토행 기차표를 살 돈만 있었다면 인생이 바뀌었을거란 빈곤 아래, 패트릭이 보여준 안락은 사랑보단 필요와 거절 못할 유혹이었다.
패트릭을 떠나면서 더 초라해졌고 누추해졌고 안정과 안락도 멀어졌다. 패트릭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안락한 가정을 꾸려나간다. 헤어지고 난 후 잠시 스치듯 본 패트릭을, 로즈는 반가움을, 패트릭은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집에선 매를 맞고, 학교에선 숱한 폭력에 움츠리고 외면하며 그렇게 버짐피고 초라하고 어색한 표정과 싸구려에 몸에 맞지도 않은 새 옷을 대강 걸친 체 그렇게 도시로 나간다.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사랑을 몰라서 , 오는 사랑도 두려웠고, 표현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 사랑이 끝나는 것이 두려워 아무렇지 않은 듯 허세를 부리고 도망을 가고, 그리고 스스로의 외로움과 고통에 밤을 뒤척인다.


캐나다 가난한 마을의 영민한 소녀,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커서는 연극을 하는 소녀. 먹지 않는 음식이 있다는 것도 거절도 어색한 로즈에게 가면은 어울리는 역할일지도 모른다.
남 흉내를 잘 냈던 학교동기였던 랠프를 고향에서 만나 동질감을 느낀 것도, 그런 학교나 주변에서의 당혹스럽고 무서운 일들 속에서 어쩔 줄 몰랐던 그래서 가면을 쓴 듯 살았던 자신을 발견해서일거다.
어렴풋이 이 책을 사면서 나는 빨간머리 앤을 떠올렸다. 그러나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에 사랑을 주는 아줌마나 아저씨도,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다이애나나 길버트도 로즈에겐 없다.
그래서 로즈는 외롭고 힘들다. 플루의 삶도 고달프긴 마찬가지, 그러나 둘은 서로 대화를 하며 그렇게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한다. 서로를.


원제가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이다. 대답을 원하지 않는 경멸과 무례의 질책. 당당하게 말하는 로즈를 그려본다.
 자신을 찾을 수록 자신의 자리를 찾아다닐수록 더 초라하고 더 힘들어 질 수도 있지만 .




(아래그림은 번존스의 거지소녀다. 번존스는 라파엘전파의 일원이다. 번존스는 아내 조지아나를 두고 마리아 잠바코와 불륜에 빠진다. 거지소녀는 아내일까 마리아일까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그런 조지아나는 또 다른 라파엘전파 화가인 윌리엄 모리스와 불륜을,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 제인은 라파엘전파 화가 로제티와 불륜. 라파엘전파 화가들을 보면 이 무슨 난리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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