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평안은 없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8
치누아 아체베 지음, 이소영 옮김, 브루스 오노브락페야 그림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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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누아 아체베 2번째 읽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의 후대 이야기이다.

오콩코의 손자 오비 오콩코.



전도유망한 젊은이가 있다.

가난한 그는 가족의 희망이고 마을의 보람이다.

주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유학을 보냈고,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자랑스럽게 돌아온다.

고위 관리가 되었고,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이보족의 언어와 구술문화가 자랑스럽다. 그렇지만 그에겐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오비는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이보족의 전통, 기독교, 어머니와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 그리고 아버지와 가족들. 유럽의 문화.

온전히 이보족일 수도 없고, 온전히 영국식민지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일 수도 없다.

결국 두 세계 모두에서 반목하고, 어디에서도 이방인일 수 밖에.

괄호밖의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괄호안으론 들어 갈 수 없는.

신에게 바쳐진 문둥병 취급을 받는 오수 집안의 클라라를 사랑하지만, 그녀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는 반쪽짜리 그는 결국 생명도 위험할 수 있는 중절 수술을 클라라가 하도록 내버려 둔다. 적극적으로 결혼을 이야기하지도 막지도 않는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끼여버린 세대다. 부패와 뇌물에 반대하던 그가 경제적 사정으로 점점 뇌물이나 성접대를 용인하면서도 완전히 양심을 버린 것은 아니어서 스스로를 못 견뎌 하지만, 그 순간 함정수사로 인해 뇌물수수로 재판에 오르게 된다.

부족의 본보기요 빛이었던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젊은 나이의 무분별함, 즉흥적, 무책임함 ?

그러나 그에게 연민이 가는 이유는?

아스팔트에 얕게 뿌리 내려 위태롭게 줄기를 꼬아가며 아슬하게 꽃 피우다 밟히고 마는 풀꽃같은 느낌. 어디에서 뿌리를 깊게 내려야 하는 걸까. 배운 것과 가족과 부족의 생각, 모두를 수용할 수도 모두를 배척할 수도 없는 좌절.



할아버지는 산산이 부서졌고, 아들은 아버지의 저주를 기억하며 상처받으며 살아왔고, 그의 손자 오비는 평안을 잃었다.

아주 옛날부터 위대함은 이구에도에 속한 것이었어. 그건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야. 얌이나 옥수수는 심을 수 있지만 위대함은 심을 수 없는 것이니까.
숲의 왕자라고 할 수 있는 이로코 나무를 도대체 누가 심었단말인가? 이 세상에 있는 이로코 종자를 모두 모아 땅을 파고심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모두 헛수고에 불과할 거야. 위대한 나무는 자기가 자랄 곳을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는 그저그것을 발견할 뿐이지. 사람의 위대함도 이와 똑같은 이치란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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