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 친구이신 레삭매냐님 글을 읽고 나도 한 번 상반기 정리를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레샥매냐님이 추천하신 책 몇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아 둔 후, 올해 내가 무엇을 읽었나 무슨 책이 기억나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2020년도는 정말 획기적인 한 해가 될듯 하다 . 화성이주민을 모집한다는 이 천지개벽할 시기에 마치 카뮈의 페스트 속 오랑처럼 고립된 섬으로 한 해의 반을 훌쩍 넘기다니.
그래서인지 독서를 하면서도 생각이 참 많아졌던 거 같다. 책 읽다가 긴급문자 한 번 보고 책 읽다가 가슴 졸이고.
올 하반기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차피 휴가는 물 건너갔고, 올 여름엔 다른 이들처럼 벽돌깨기를 할까 한다
벽돌만큼 두꺼워 혹은 내용이 벽돌처럼 딱딱해 사 놓고 읽지 못 한 책, 혹은 구입할 엄두도 안 나는 책들을 벽돌 깨듯 격파한단다

올 여름 벽돌깨기, 설레는건 왜인지 ㅎㅎ
( 벽돌책들 많이 추천 부탁드립니다. )

아래의 사진들은 생각날때마다 읽은 책들을 찍어 놓은거다. 빠진 책들도 있을건데 ㅠㅠ

올 상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책

<사양~다자이 오사무>

저무는 해도 나에겐 절절하며 마지막의 해라도 다른이들에겐 덤덤하다. 그들에겐 내일의 태양도 내일의 사양도 있을테니. 가즈코는 살아가고 나오지는 떨어졌고, 해는 저물지만, 가즈코의 모습을 보면 저무는 해가 그리 싫지는 않다. 몰락하지만 몰락하지 않은 가즈코의 마음이, 몰락했지만 몰락하지 않으려던 나오지의 이야기다.

<제인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
요건 그림책이다.
상처를 입으면 어떤 책을 읽게 될까.
그냥 어떤 책이든 상관없다.
사실 책은 눈물을 숨기려는 수단이기때문이다. 그러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이 점점 위로가 된다
상처에는 처방전에 딱 들어맞는 책도 약도 없다.
상처를 입는다는 건 내 잘못이 아니기때문이다.
열이 나던가 기침이 나든 이유를 알아야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데 상처는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이유나 원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왕따에 의한 상처도 마찬가지다

< 뉴턴의 아틀리에>

~과학과 예술을 서로 넘나들며 철학적 깊이에 예술에 대한 이해까지, 거기다 두 작가의 글솜씨까지 더해져 새로운 장르를 보여준 책이다. 예전에도 예술에서 수학이나 과학을 이야기하는 책은 있었지만 주로 숨겨진 원리나 그 속에 녹아있는 융합의 얕은 웅덩이쯤이었다면 이 책은 깊은 울림있는 우물같은 책.

< 컬러퍼플>
어둡고 무서운 서사가, 당차고 개성적인 혹은 따뜻한 여성들의 캐릭터들에 의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간다.

< 페스트>
올해를 가장 잘 반영하는 책이 아닐까
시대를 아우르는 고전의 힘, 1940년대 후반의 이야기가 2020년 우리삶의 지침서가 된다.


~ 읽은 책들 모두 내게는 소중하다. 책 한 권을 읽어내는 긴 시간동안 정말 소중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 준다.
세상 최고의 똥손, 아무 것도 잘 하는 것 없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부대끼며 어떻게든 보조를 맞춰갈 수 있는건 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가득 채워진 채 태어나는 사람도, 가득 채워진 채 떠나는 사람도 없다.
언제나 부족한 듯 그래서 그 부분을 채우며 사는 것, 그 부족한 부분을 책에서 배운 것들로 조금이라도 메꾸길,좀 더 겸손하고 나은 사람이 되길, 그렇게 노력하며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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