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두들 등반기
W. E. 보우먼 지음, 김훈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길을 못 찾는 길치인 길잡이와 매번 아픈 의사와 사고를 치는 통역사와 소심한 대장이 모여 럼두들을 오르다.
우리가 예전 코메디프로에서 자주 듣던 “이 산이 아닌가봐유” 를 이 책에서 만날 줄이야


대환장의 콜라보 ㅎㅎ
예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이지만 우울할때 꺼내보거나 군데군데 발췌독을 하며 웃을 수 있는 책이다 .

산과의 사투라기보단 오히려 요리사 퐁과의 사투가 더 적절할 것 같은 책.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찰리 채플린 식의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와 묘한 병맛의 말놀이 유머가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우울한 날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압권은 퐁의 이야기 그리고 콘스턴트의 물개와의 사랑이야기다. 표시해 놓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대목이다.
퐁이 냄새나는 양말을 잘게 썰어 음식을 만드는 장면은 엄숙하고 웅장한 느낌까지 든다.
거기다 끝말잇기에서 드럼 뒤에 매번 럼주! 하나가 다였는데 이제는 럼두들! 할 수 있는 건 덤.
또한 매번 유능한 유럽의 등반팀을 구조하고, 그들을 업고 그 위험한 눈길을 걸어가는 세르파들을 통해 유럽인들이 내세우는 정복의 역사의 위대함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그들의 위대함이란 결국 의약품이란 이름으로 가져온 샴페인을 마시고 넘어지고 노래나 부르는 것 , 자신의 짐조차 짊어지는 것에 허둥대는 것. 그냥 웃으며 읽을 책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다 나는 깨달았다. 동쪽 저편으로 거대한 산이, 그 산의 번쩍이는 정상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내 머리 위로 1,500미터나 우뚝솟아 있었다.
우리는 다른 산을 오른 것이다.

그의 요리는 성격을 반영했다. 본인이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떤 음식을 만들든 간에 매번 나오는 것은 한결같이 흉측해 뵈는 암갈색의 질척한 음식이었다. 그 음식들은 튼튼한 수저를 사용해서 먹어야 했고늘 구역질나는 덩어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그런 사람이 만든음식을 먹고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로 봐줘야만 한다. 우리는 하나같이 소화불량으로 무진 고생을 했으니까.
그를 주방에서 몰아내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우리가 그의 역겨운 잡탕스프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언짢은 기색을 비칠라치면그는 그만 꼭지가 홱 돌아 부엌칼을 휘두르면서 우리를 협박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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