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 시공아트 18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 시공아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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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을까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 흐름에 따라 어떨땐 종종걸음으로 혹은 느리게 갔겠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격자무늬 시간들 사이에 마리오네뜨인형처럼 살고 있는지, 혹은 그 실들에 연연해 지나온 자욱을 둘둘 감고 사는건 아닌지.
지나온 과거가 더 진하게 그림자가 되고, 나는 작아지는 것 같다 . 어지러운 삶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싶을 때, 잠시 “ 얼음!”을 외치고 싶을 땐 그림을 본다.
르네 마그리트.
현실이나 현실인것 같지 않은, 지금 이 시간의 장막을 걷어 낸 것 같은 느낌?
널부러진 현실의 폐품들로 다른 현실을 만들어 낯설게 하는 그의 그림.
그의 주특기는
낯설게 하기
다른 장소에 상관없는 물건 놓기
데페이즈망의 대가?
어릴 적 르네 마그리트의 인어아저씨를 보고 너무 놀랐다가 그 새로움에 피식 웃으며, 우리 아부지 사각팬티라도 주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오려 붙이곤 했는데, 그 그림들의 꽤 많은 수가 알고 보니 르네 마그리트다 .
우리 아이도 좋아하는 그림.




현실의 것들을, 익숙한 사물들을 낯설어 보이게 하는 최고의 마술사같은 화가
벨기에 출신의 화가지요.
별명? 제 맘대로 붙여본 별명은 평범한 물건에 장난 치기~~
가장 철학적인 화가?
그림으로 수만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화가, 그가 바로 르네마그리트가 아닐까요.


첫번째 그림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보입니다.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다듬고 화장을 고치지요.
저에게도 거울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제 모습을 비춰 볼 수 없는 거울입니다.
바로 내 눈동자.
친구만이 , 나를 바라보는 이만이 볼 수 있는 거울 하나.
그 거울은 마음이 맑아야 깨끗해지지요.
그래서일까요, 이 그림의 제목은 가짜거울.
지금 저 거울은 하늘을 봅니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


두번째 그림 ~사람에겐 누구나 소중한 것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무리 좋은 새 곰인형이라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준 낡은 곰인형이 마음을 더 많이 차지합니다.
마음의 방....엔 내 소중함만큼의 크기를 가진 물건들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참, 저 구름 ..하늘에 있어야 구름과 하늘빛을 싸악 걷어서 집안 가득 펼쳐 놓았습니다.
우리 조카 방에도 구름과 하늘이 가득하답니다.^^*
(그 벽지 회사는 르네아저씨 그림에서 힌트를 얻은 걸까요? 진짜 궁금합니다.하하.)


세번째 그림 ~기차를 타고, 혹은 어딘가로 떠날때면, 떠날때의 기쁨은 잠시, 곧 돌아오고 싶어지고 그리워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따스한 벽난로 피어 오르는 아늑한 집이 아닐까요.
지친 그가, 힘든 하루를 보낸 그녀가 돌아오고 싶어 합니다.
버스 차창에 기대서도, 기차속 바깥풍경을 보면서도, 마음은 언제나 집으로 먼저 가 있습니다.

네번째 그림~르네 아저씨의 나라엔 비도 특이합니다.
아니, 어쩌면 저 많은 아저씨들, 어느 날 똑같은 매일매일이 지겨워 모두 파업을 하고 어딘가로 가 버리는 건 아닌지....

다섯번째~왠지 본인 그림속의 주인공 같은 르네 아저씨..평생 사랑했던 아내 조제트도
르네 아저씨 답게 그린 것 같아요.
조제트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같이 그렸습니다.
전 왜 쌩뚱맞게 마인드맵 이..생각나는지..하하


여섯번째~아래 그림은 붉은 모델.
발과 신발이 합쳐져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저 신발? 혹은 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일곱번째~결코 같이 있을 수 없는 낮과 밤이 공존하는 낯선 세상입니다.
참, 낮과 밤, 별과 해가 같이 공존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요.
아이들의 세상, 아이들의 그림엔 달도 해도 별도 모두 사이좋게 그려져 있지요.

여덟번째~ 컵 들고 창문가에 서서 흉내냈던 그림...이기도 하지요.
저 잔 속 가득한 구름을 후루룩 마셔버리고 싶다는...

아홉번째~학교 마치고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던 우리꼬마.
˝엄마~ 내 몰래 라면 묵었제?˝
헉.. 우리집 꼬맹이가 어떻게 안 걸까요?
방 안 가득한 라면 냄새..
어느 날, 르네아저씨는 방문을 열었다가, 방안 가득 장미향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 걸까요?


열번째~탁자와 사과, 자주 보는 모습이지요. 그러나 탁자위 사과가 아니라 사과위 탁자.
낯설어 보이지요.

열한번째~요것은 제가 좋아하는 그림 중의 하나. 헤겔의 휴가?란 제목이었던 것 같은데요.
헤겔은 예술은 망했다? 뭐 요런 말씀 하신 분인걸로 아는데요.
고대는 예술, 중세는 신앙 근대는 철학....이 꽃피울거란 이야기 라고 알고 있는데,
글쎄요. 지금의 예술은 쓸쓸한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이 되고, 막연한 삶 속에 한 줄기 진리를 어렴풋이 느끼게 하는진 않은지...

우산은 물을 막아냅니다. 그러나 뒤집으면 물을 모을 수도 있지요.
물컵은 물을 모읍니다, 담고 있지요.
그러나 뒤집으면 물을 모두 흘려 버리지요.
우산과 컵...전혀 다른 용도이지만, 뒤집어 보면 둘은 꼭 닮아 있습니다.
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걸어 가던 르네 아저씨.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 무인도에 떨어진 르네 아저씨
손에는 우산 하나. 목은 마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가 옵니다.
그 비를 어디에 받아야 할까요.
르네아저씨에게 지금은 바로 우산이 컵이 되는 순간이지요.

이렇게 아이들과 르네아저씨 사진을 보며 느낌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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