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보다는 청소년이나 아이들이 읽는 눈높이에 맞춰 진 것이 바로 책만 보는 바보입니다.

두 권 다 참 재미있게 읽었네요.
이덕무는 글을 참 맛깔스럽게 씁니다.
주변의 소소한 것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는 게 느껴지지요.
시시한 이야기들을 시로 쓴다고, 뭇 양반들이 비웃기도 했지만.
그에겐
신분의 벽따위는 가볍게 무시해 주시는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 스승이 있었지요.

이덕무의 시가집을 낼 때 앞 부분의 서문을 박지원이 써 줄 만큼 그를 잘 알고 아꼈지요.

이 책을 읽는 재미 중의 하나가, 우리가 정조시대때 배웠던 많은 출중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겁니다.

일명 백탑파(원각사십층석탑)
박지원은 물론, 홍대용에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이덕무의 처남이기도 한 백동수(요즘 드라마로 만들어 지더군요)
특히 방 두칸에 제대로 공부할 곳 없는 이덕무를 위해 친구들이 방 한칸을 지어 줍니다.
책을 팔아서요.
모두들 책이라면 목숨만큼 귀하게 여겼던 이들이라 그들의 우정의 깊이를 알 수 있지요.
그 부분이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어요. 백동수를 보며 무인이자 무예서를 썼다고 하니 아이들이
막 웃더군요. 무슨 무협지냐면서, 우리나라에도 멋진 무인들이 많은데, 숨은 고수들이 많은데 문보다는 무를 숭상하기에 제대로알려지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필력이 있다면 멋진 무협 소설하나 쓰고 싶은데, 아무래도 꿈에서나 써야 할까 봅니다.

그런 이들을 줄기차게 세자에게 이야기했던 홍대용 덕이었을까.
마침내 세자가 왕이 되고, 그들을 불러 들입니다.
청나라에 사신으로 보내게 되지요. 그 왕은 바로 정조.

여기서 이덕무의 여행이야기를 들으면 연암박지원의 열하일기가 겹쳐져 닮은 듯 다른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한 느낌이랍니다.
물론 재미는 열하일기가 조금 더 있지요.

규장각의 검서관이 되어 안질이 걸릴 정도로 열심이던 그들.
특히 이덕무의 글 읽는 소리를 정조가 좋아했다고 하지요.

백탑파..우울하고 암울한 20대를 보낸 그들.
신분의 굴레 속에서, 내 자식마저 끝도 보이지 않는 그 곳으로 대물림된다는 우울함에 책 속으로 음지로 마음 내놓을 곳 없어 외로웠던 그들.
그들을 능력으로 사람으로 대해준 정조였기에, 그들을 음지에서 나오게 해준, 꿈을 꾸고 희망을 갖게 해준 정조였기에 더욱 더
청렴하고 백성을 위한 최선으로 그 은혜를 갚지요.

이덕무는 정조 살아실제 세상을 떠나고, 그가 떠난 5년뒤 그의 아들 이광규에게 그를 위한 시집을 펴내게 합니다.
이광규의 아들은 바로 그 유명한
이 규경~ 별명이 오주: 오대양육대주의 준말인 별명이 말해주듯 만물박사였다고 하죠.
그가 남긴 것이 바로 백과사전형식의 오주연문장전산고입니다.

그 후, 정조가 돌아가신 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박제가만은 딸의 시아버지와 관련된 역모로 유배를 당합니다.

이덕무가 본 친구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유득공: 어머니가 대장부였다고 하지요. 그래서 마음이 넓고 항상 유쾌했다고 합니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 심양으로 갈때도 발해와 고구려를 생각했고, 결국 발해고란 책을 쓰게 되지요.

박제가: 고집과 타협을 모르는 성품, 그러나 여리고 상처많은 서자 출신...이덕무가 한없이 감싸 주던 9살 어린 친구지요.

백동수: 그의 처남이죠. 결혼 전부터 그를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대대로 무인집안이었지요.
먹고 살길이 막막해 깊은 산으로 가지만, 정조의 명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지요.
그런 그가 왕명으로 친구들과 같이 만든 책이 바로
<무예도보통지>
무예를 그림으로 (도) 상세한 설명과 함께 (보) 모든 것을 (통) 담은 책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내용을 잠깐 살펴 보면,
본국검~보병이 차는 칼로 검술
신라 화랑 황창의 칼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황창은 어릴적부터 칼춤으로 유명해, 어느날 백제왕의 부름을 받고 칼춤을 추
게 되지요. 그때 칼로 왕을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라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조선세법 등 검술과 무예를 자세히 다루었다고 합니다.)
정조가 이 책을 보고 극찬을 했다고 하지요.
백동수는 김체건이란 유명한 검객의 아들인 김광택에게 무술을 배웁니다.
김광택은 사람을 헤치는 검을 배울 때는, 낫게 하는 의술도 배워야 한다고 가르쳤지요..정말 멋있지 않나요.
그래서 그는 의술과 무술에 두루 능통했다고 합니다.
그도 정조 사후, 낙향하지요.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면서도 마치 그 시대를 산 듯,
지금 내 옆의 친구이야기인 듯
가슴 아프면서
같이 속상하면서
20살 젊은이들의 신분이란 감옥을 되돌아 보면서
가난과 고통속에서도 정신만은 학같았던
상황이 바뀌어도 변할 줄 모르는 그들의 고루함이
정직함과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밤새 삯바느질 하며 아이 키우며 생계와 가족을 부양했던 그들의 어머니와 아내들에게도 무지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덕무를 그들을 책에 세상에 미치게 한 건 그들의 역할이 8할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