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 슈퍼리치와의 대화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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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자신보다 잘난 것 없었던 광수를 놀이공원에서 만난다. 자신은 벤츠를 몰고, 그럴듯한 브랜드의 옷 풀셋팅, 대기업,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하지만 주거권도 누리고 있다. 남의 눈 의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만한 요소는 모두 갖고있어 어깨의 자부심도 만만치 않다. 공부도 부모의 재력도 자신보다 잘날 것 없던 광수였으나 영철의 스펙과는 견줄 수 없이 잘나가는 대표가 되어있다. 시작은 영철의 기준으로 광수와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영철과 광수의 삶의 태도와 방식에서 그들의 아이 영현과 광현으로 이야기가 넘어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멘토로서의 광수는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를 알려준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지만 부자는 이런 책 안 읽는다. 평범하기 그지없고, 흔하디 흔한 직장인 모씨, 사회생활하는 30대 A로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지를 고민할 타이밍에 딱히 물어볼 이도 없고, 샘나도록 멋지게 사는 이가 주변에 없는 나로선 이 한 권이 답이겠구나 싶었다. 지 잘난맛이 가득한 거품을 덜어낸 멀끔하고 깊은 삶의 맛을 가진 광수에게 한수 배운다 싶은 마음. 그들의 아이 영현과 광현처럼 친구아빠에게 삶의 스킬을 얻어간다는 생각을하며 읽는다면 득될게 많은 이야기들이다.

📖 상상 속의 그림을 현실로 그리기_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게 드러나면 '잘못했다,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고 온갖 변명과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애를 쓰잖아. 좀 더 크게 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온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고치면 되는데 '나는 그래도 잘 살아왔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라며 합리화를 하려는 것이 보통 사람드르이 속성이라는 거지.

일단 내 잘못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는 문장. 사람의 속성을 알아야 어떻게 설명해주고 또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나오겠지. 방향성을 어디에 두고 말해야 이 사람이 바뀔지, 또는 이 사람이 변화를 할 수 있는지를 아는 대화의 시초처럼 보였다.

영철과 광수가 다시 만났던 롯데월드의 프리미엄티켓을 두고 어떻게 논하느냐도 그에 해당하는 것 처럼 말이다. 나도 소득을 올려 저 티켓을 사야지라고 마음 먹는 그 태도. 그게 먼저 나와야되는데 나는 참 일반화에 속한다고 둥그렇게 말하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싶어하며 반감을 먼저 드는 존재라 나도 그렇고 영철을 봐도 그렇고 아쉬운 마음들이다.


📖 부자가 되는 꿈_ 더 벌고, 덜 쓰고, 잃지 않는 것.

이게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겠지. 더 벌고, 덜 쓰고, 잃을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 투자하는 것에 능하지 못한 나같은 새가슴 인간이라면 차라리 이렇게 가장 기본에 집중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한끗을 기대하기보단 기초가 때론 나을 수도 있다. 얻기보단 잃지 않도록 쥐고 있는 것. 어설프게 알은체 하기 보단 이 편이 아무래도 내 그릇에 맞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 부자가 되는 꿈_ 씀씀이가 크다면 그만큼 빠르게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야. 돈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서 고통을 느껴. 반대로 돈을 모으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불어난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지. 가난해지느냐 부자가 되느냐의 길은 과정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단다.

영철에게 말하는 것 보다 아들들 영현과 광현의 멘토 역할을 하며 해주는 이야기들에 더욱 관심이 간다. 대학 학기를 다 마치지 않았으나 공동창업을 통해 사업시작한 두 청년.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얻는 인생 선배의 조언들. 사업의 스킬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사업을 하는 마인드나 업무를 실행함에서 갖춰야하는 기본 매너도 광수를 통해 배운다. 스타트업을 하며 그렇다할 답이 없이 계속 막힌 곳만 돌고 도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길 해주는 광수의 말은 가르치고 다그치기보단 잘 따라오라며 먼저 나섰지만 힐끔힐끔 뒤돌아봐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 부자 아빠의 부자 수업_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행복을 저 멀리있는 목표로 삼기 때문에 행복감을 못 느끼고 있는 거지. 샤워하고 나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재미있는 영화를 봤을 때,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갔을 때,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 교감을 나눌 때처럼 소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단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것은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행복은 목표가 아닌거야. 돈을 버는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뜬금없는 행복론이 왜 나오냐 싶겠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부가 있어야 행복도 따라오는게 보인다. 사회생활을하고 돈을 버는 주체가 되다보니 느낀다. 사는 것 자체가 돈과 연결 될 수 밖에 없다. 광수는 거기에 '자유'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어떤 것에도 구애되지 않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찰나를 만들어준다. 매번 선택의 순간을 맞딱들이며 사는 인생이다. 거기서 우리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하는가를 보면 되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전적 손실이 적은 걸 택하느냐, 보다 큰 지출이 들더라도 빠른 방향을 골라 남는 시간에 또 다른 무언갈 할 수 있는 그 찰나를 만드느냐겠지. 행복 자체는 아니겠다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산다는 말. 결국 그걸 돈과 맞바꾸어 행복해지는 거겠지. 그래서 다들 그 행위를 기대하며 부를 모으는 것에 애를 쓰나보다. 부로 인해 느끼는 빈부격차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행복에도 빈부격차가 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면 영철의 인생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에겐 안 겪고 넘어가도 될만한 에피소드들이 차고 넘친다. 이건 비단 영철에게만 있을 삶의 반전은 아닐터. 기가막히도록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는 그의 선택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구나(?)를 체감하며 마지막 양장본을 넘기며 피식 웃게된다. 이렇게 광수에게 조언을 듣고, 영현과 광현이 먼저 실행에 옮기는 걸 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그려본다. 일단 영현, 광현과는 다른 직군에 접점이라곤 1도 없는 것이니 광수의 조언을 어떤방식으로 변형시킬지를 그려보았다. 부제로도 적어둔 '성공하는 거, 부자 되는 거, 돈 많이 버는 거' 결국 이게 최고의 결말인데 아직은 머리 위 전구가 뿅! 하고 밝혀질만한 핵심을 못 골랐다. 광수의 조언은 과한게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기는 쉽지많은 않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 볼 것인가를 고민하며 광수가 툭툭 던져준 한마디들을 다시 되새기며 레버러지 할지 당할지를 구분하기부터 시작보련다.

나처럼 나이 좀 먹어서 머리통 굵어졌는데도 줏대없는 부 축적에 휘둘리는 인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말은 거창한 스타트업 창업가이지만 아직은 새내기 사업가. 두루두루 필요하겠다. 내가 아는 이들 중에 광수씨같은 인물이 없는건 확실하니 책속의 광수씨에게 귀동냥하길 잘했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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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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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린 이런 상상을 하곤 하지. 사람이 가득하고 화려했던 놀이공원의 마감 이후 세상. 우리가 모르는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거라는 추측. 회전목마의 말들은 제자리만 맴돌지 않고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니기도하고, 소품가게 인형들이 쪼르르 내려와 아장아장 걸으며 퍼레이드장을 이리저리 활보하는 그런 만화같은 세상.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영화로 구현시켰다. 그러니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내가 아는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마셀러스의 말들을 들어보면 이 친구가 무얼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넓은 바다에서 무얼 보았던 건지 묻고싶어진다.

작은 마을, 오래된 아쿠아리움. 모두가 퇴장한 늦은 시간 있는듯 없는듯 작고 여린 그림자를 가진 나이 많은 직원 토바는 이곳의 야간 청소부다. 그녀의 이야기와 여기 유리 수조 안에 살고있는 거대태평양 문어 마셀러스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마치 하소연 같기도하고, 또 때로는 듣는이도 없고, 들려줄 사람이 없어 허공을 향해 말하는 듯한 쓸쓸함도 베여있다.




📖 감금 1,319일째_ 바다가 깊숙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런 것들이다. 내가 다시는 탐험할 수 없는 것들.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스니커즈 밑창과 끈, 단추, 복제 열쇠를 모두 챙길 것이다. 전부 다 그녀에게 전해줄 것이다.

그녀의 상실에 위로를 전한다. 이 열쇠를 돌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다.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문어. 그렇다보니 자신의 수조 앞에 놓여있는 설명을 보고 알았다. 일반적인 거대태평양문어의 수명이 4년이고, 자신이 여기로 온 날과 여기서 살아온날. 그러니까 이제는 죽을날을 디데이로 세어가며 지내고있다. 아쿠아리움에 온 날로부터 감금일이라며 세어가고있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이렇게 글자도 읽을 줄 아는 영리함이 마셀러스에겐 슬픈 재능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이 아쿠아리움으로 들어오기 전 바다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인지도 궁금해지고, 말만 하지 못할 뿐이지 더 많은 걸 알고있는거 같아 이것저것 묻고싶어지는 순간이다. 토바의 상실감도, 열쇠가 어떤 의미인지도 이미 알고있는 마셀러스이니 토바가 알고싶어하는 바다너머의 에릭의 이야기들도 어떻게든 전달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생긴다.



📖 망가졌지만 충성스러운_ 자신이 죽은 후에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런 뒤처리를 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상속인이 없는 경우엔 무자비하게 밀려드는 서류 작업도 없는 걸까?

토바는 오빠가 생전에 머물던 요양원을 정리하면서 받은 카달로그를 살펴보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머물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이르게 떠난 에릭도, 더 함께하지 못했던 윌도 다 보낸 후 남은자의 외로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곁에 있던 이들의 부재. 슬픔에 고여있기만 할 수 없던 서류작업들을 온전히 다 맡았던 토바. 한동안 왕래가 뜸하던 친오빠의 부재마저 수습을 하고나니 토바는 정작 자신이 세상과 안녕을 고했을 때엔 누가 이러한 정리를 해줄지를 생각해보며 공허함이 더 커진다. 그렇게 남겨진 자는 먼저 간 이들의 슬픔과 걱정까지 곱절로 안고 살아야함을 알려주는데 이건 나이가 적고 많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니 니트위츠 멤버들이 있다 한들, 혈혈단신인 토바는 차터빌리지가 마지막으로 머물 공간이라 결론지은 느낌이다. 이러한 결정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오롯이 혼자임을 또 한번 일깨워주는 공허함.



📖 특별한 유대감_ 나는 너나 메리 앤, 바브와 달라. 나는 넘어지면 돌봐주러 올 자식이 없어.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러 집에 들르거나 약을 잘 챙겨 먹는지 물어봐줄 손주들도 없고. 그리고 친구들, 이웃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말은 했지만 쓸씀함도 묻어있는 토바의 말. 사랑하는 두 남자를 먼저 보낸 후 공허해진 그녀의 삶 자체를 대변하는 말. 어디까지나 친구와 이웃은 가족이 아니기에 사사로운 부탁을 매번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해준다. 다정한 이웃이기전에 이젠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이웃으로 변해갈 자신이 두려워서 차터빌리지를 택했을 것이다. 토바의 성정다운 결정이지 모. 훗날의 나도 토바같은 상황이 올텐데 나라도 비슷한 결정을 할 듯 하다.(그러니 남편양반 둘 중 먼저 가야된다는 선택지가 있으면 내가 먼저 갈게. 나는 남겨진 슬픔 감당 못해. 뜬금없이 먼저 간다 만다 결정하는 중)



📖 달라호스_ 이겨낼 수 없어. 완전히는.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지. 그래야만 해.

외로움을 아주 없앨 순 없다. 이미 떠나간 이와 남겨진 이의 간극은 붙일 수 없다. 다만 그 틈에 허우적거리기보단 많이 그리워하고 애틋해하며 그 감정마저 사랑하며 살아온 토바이기에 캐머런도 그래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유가 어찌 된 들 캐머런은 아버지를 사진으로 만나며 보고싶다거나 왜 자신을 외롭게 했냐는 질문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캐머런보다 더 많은 감정의 억겹에 살아온 토바를 바라보며 그래도 살아야하는 이유는 확실하다는 걸 배워간다.


결국 만나게 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만날 운명이라는 것. 평생을 보지 못하고 살아 왔다 하더라도 무언가 끌리는 듯한 감정은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지 않을까 싶다. 십수년간 잊으려고 애써도 애쓴만큼 잊고 살기 어려웠던 에릭에 대한 추억. 남겨진 이는 이렇게 함께 있던 그 순간을 꺼내고 곱씹어보고 모조리 복기하며 산다. 그렇게 남겨진 자만 애닳도록 그리워 꺼내어보면 추억마저 닳아질까 슬퍼했던 토바였다. 혼자만 기억하려했던 이전과 달리 같이 그리워 해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과 나의 기억을 공유할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토바는 살아갈 이유를 다시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차터빌리지에 갈 이유도 없고, 평생을 살아오던 곳을 떠나 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듯 암울해 할 필요도 없어졌다.

에릭의 간절함이 닿아 마셀러스가 그걸 전해주었고, 자신이 어머니의 곁에 있지 못했던 순간을 보상하듯 캐머런을 선물해 준 것으로 느꼈다. 그리고 부모의 부재로 많이 쓸쓸했을 성장기를 보낸 캐머런에게도 토바라는 존재가 버텨줌으로써 아무도 지켜봐주지 않는 외로운 삶이라는 생각도 버린듯 했다. 다시 토바를 찾아오며 아쿠아리움을 그렇게 대책없이 관두려 했던 그 마음마저도 접어버린 것은 토바와 함께 청소하며 듣고 익혔던 사람됨됨이와 함께사는 삶에 대한 진실함을 얻었기에 나타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토바는 무엇이든 귀했고 고마운 대상들이었으며 홀대해선 안되는 존재로 여겨주었다. 야망을 위한 인위적인 베품이거나 목적이 있기에 해야만하는 행위가 아닌 살면서 숨쉬는 것 마냥 익숙한 선함과 악의없는 대응 덕에 캐머런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이 또한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라 말하고싶다.

거대태평양문어를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선함이 있었기에 에릭의 흔적을, 에릭을 닮은 캐머런을, 그리고 이 모든 우연을 가장한 인연의 중심의 토바를 만났다. 삶의 끝자락일 줄 알았을 토바의 외로움에서 다시 시작된 행운과 행복이 겹쳐오는 순간.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희망과 행복에 토바는 다시금 살아야하는 이유를 연결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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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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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어른이었던 적이 있는가. 어떤이에게 의지하고픈 어른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고민을 털어놓아도 불안하지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수한 질문을 끊임없이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나는 괜찮은 어른이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테마분류가 성장소설로 나뉘어진 작품인데 몸이 자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한들 멀리할 소설이 아님이 분명하다.

폭력에 대응하며 맞서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또래에게 받는 상처도 지우기 어려운데 교사에게 받는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믿을만한 어른이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던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건을 풀어낼만한 조언을 얻고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 생각하며 자책을 일삼는다. 구석진 곳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웅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일들이 뉴스에만 나오는 나와 상관없는 이들의 사건이라 분류하기엔 이미 몸집이 커졌음을 느낀다. 피해를 받은 이들이 숨어버리고 주변의 시선에 2차 피해를 받고있는걸 문장을 통해 느꼈는데 나 또한 은연중에 그러한 시선으로 이들을 찌른건 아닌지 생각을 하게된다.



📖 58p_ "너 잘못한 것 없다." 지선은 그 한마디에 기대어 버쳤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곤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는 오랜시간 함께하는 부모나 선생에게 상황을 알리게되는데 혼이 날까봐 두려운 아이들은 부모보다 학교에서 종일 함께하는 교사에게 의지하게된다. 그걸 악용한 전근세를 보면 어른으로서의 자질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소명은 교원자격증을 딴다고 모두가 갖게되는건 아님을 느낀다. 초반의 전근세도 그러하고, 여기에 나온 어른들 중 최아라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르치는 학문적인 목적에서 교사를 하고있는 것인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업을 택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된다.

특히 후반부의 오연주와 최아라의 상반된 내용을 보면 일단 들어준다는 것과 학생이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해본다는 것. 그것부터 시작점이 달랐다. 무경이 최아라를 찾아갔을 때 들었던. '내가 미술실에 있을 때 잘 찾아왔구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어른이 된 무경에게 선이와 미주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위한다는 느낌과 걱정말라는 안도를 주면서 이렇게 사람을 두번 실망하게하고 누굴 믿는 다는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던 이들과 더욱 움츠려들고 최악의 생각을 하는 아이를 보면 학교라는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 62p_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지선. 자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문제라는 답을 내려야만 맘이 편해진다. 상대의 잘잘못은 나중의 문제다. 일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넘겨야만 잊혀질 것이라 여기는 지선의 아픈 답변같았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를 반복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오히려 가장 깔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을지를 가늠하지만 그 깊이와 상처의 고통까지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 82p_ "이쯤 하자. 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학생 주임의 얼굴에 피로와 귀찮음이 가득했다.

"뭘 얻고 싶은 게 아닌데요."

다들 학창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교사의 지치고 무기력한 대답. 굳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굳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굳이 많은사람 알도록 떠벌리지 말라는 식의 대수롭지 않는듯한 말투. 종률처럼 그렇게 도움을 청했던 이에게 말로서, 눈빛으로서 2차 가해를 얻는다. 으레 그 나이대의 사내녀석들이 호기심에 하는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이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딱 그정도의 대응이었다.

학생주임의 쉬쉬하는 반응 덕에 형섭은 그냥 그런 그정도의 인간으로밖에 자라지 못 할 것이다.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 해도 세상은 나를 잘못했다고 꾸짖지 않다고 확신하겠지. 자신에겐 장난이고 상대에겐 상처일지라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는구나 싶어하며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아갈듯한 뻔한 미래가 안쓰럽다.


📖 104p_ 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 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부당한 대처, 약자이며 어리기에 받는 모멸과 고통에 단단하게 버티며 맞서려는 무경의 자세에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읽게되는 조마조마한 감정. 나이가 많음에서 오는 우월, 또래보다 체격이며 행동거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상대방을 멸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약아빠진 꼼수. 무리를 지어서 몸집을 키우며 또래 집단에서 왕이 된 듯 군림하는 같잖은 태도. 성인이 된 내가 황동수와 검은띠들을 보면 이렇게 느끼겠지만 반대로 예찬이같은 입장이라면 마주하고싶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피하고싶은 검은 무리로 느꼈을것이다. 딱 그 언저리에서만 왕 노릇을 하는 것이지 뭣도 아닌 이들의 행실을 보면 이 시작점이 무언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이들도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일텐데 체육관 관장도, 교직원들도 말썽꾸러기라는 부류로 가둬 둔 채 방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방임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이들은 어른들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여길 생각을 하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저 녀석들의 미래마저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189p_ "고개 들어.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미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어쩌면 다 내 탓인 거 아닐까? 내가 모범생이 아닌 것도 맞고, 공부도 잘 못하니까......."

지선이 자신을 탓했던 것 처럼, 미란도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이라 결정하고 모든걸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다. 여지를 줬다고, 만만해서 였다고 자신을 찌르는 말들만 나열한다. 그래도 곁에 현정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며 자기혐오로 태도를 전환하는 이에게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에게도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며 정신을 흔들어 깨워준다. 네 잘못이 아니고, 나쁜 건, 나쁜 재수를 몰고온 그 새끼임을 말해줬다.

지선과 미란은 이 이야길 듣고싶었을 것이다. 친구나 선생이든간에 그저 상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단박에 말해줄 대답을 원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알린다. 쉬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 것임이 보였기에 마음이 놓여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가 없어서 다행스럽다. 어떻게든 버티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낸 듯 한 모습들을 보면 더 빨리 알아채주지 못한 어른이라 부끄러운 마음도 크다.

학교에서는 보는 눈도 많은데 가벼운 입도 많고, 외면하는 시선또한 많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일들이 나의 학창시절이나 지금 10대들의 교실이나 학원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교직에 관련된 종사자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지도 않으며, 주변에 이 또래의 자녀를 둔 친구도 없다. 그래서 이건 소설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은 생각이 크다.

최아라교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작정이었다. 는 말을 상기하게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지 않던가. 한명이 외로이 싸우는 것 보다 모두가 알아주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 소리내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깊어지고 웅장해져 더이상 외면받고 자책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본다.


📖 창비교육 출판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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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끌리는 사람들, 호감의 법칙 50 - 그 사람은 왜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걸까?
신용준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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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향이라는 것이 쉽사리 바뀌진 않지만 그럼에도 바꾸고싶어하는 마음들은 비슷할 것이라 느낀다. 천성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사람과 좀 더 괜찮은 사람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우린 조언을 받기도하고, 자료를 찾아보며 모든 예시들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본다.

저자 신용준은 엮여있는 관계에서 개선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사례들과 예시들을 제시한다. 이성간의 호감, 집단에서의 호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기혐오를 벗고 스스로를 아끼는 기술들까지. '예쁘다, 예쁘다.' 해주어야 더 사랑스럽고, '잘한다, 잘한다.'해주어야 더욱 신이나서 잘 하게 될 것이라는 그러한 믿음을 가져본다. 계속 머릿속에 맴돌도록,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으로 떠오르도록, 그렇게 기억에 남도록 그 괜찮은 존재가 '나'로 비롯되도록 계속 애써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한 특강처럼 6개의 파트 속에서 뽑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어 볼까싶어 챙겨본 책.



📖 호감의 전제조건_ 밝고 건강한 에너지는 좋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분명 행운을 끌어당긴다. 호감 가는 당신을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선사한다. 그 원천은 건강이다. 모든 걸 가져도 건강을 잃으면 끝이다. 호감을 얻기 전 당신의 건강부터 점검하자.

안색. 얼굴에 나타나는 표정이나 빛깔을 말하는데 이건 단순히 시안적인 견해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웃는 얼굴, 환한 인상, 피로감이 없는 활력, 의지가 있어보이는 단단한 눈빛, 결연해보이는 다부진 입매. 그 모든 것이 건강과 연결되어있음을 느낀다. 동료들을 보면 피곤과 피로에 찌들려 흐릿한 눈빛과 의욕이 없어보이는 표정, 말 걸기를 주저하게되는 까칠한 형색을 보면 적극성과 욕심을 두고 온 것 처럼 느끼곤 한다. 대화를 나눠보지 않더라도 우린 이렇게 보여지는 인상으로도 상대를 판별하며 가늠을 해 볼 수 있다. 목소리톤, 구사하는 어휘력, 간간히 드러나는 지식의 정도를 접근하기 이전에 마주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서 호감의 전제조건의 상당수가 정해지는 것이다. 흐릿한 사람이 되기 보단 선명한 사람이 되는 가장 기본 조건이겠다. 쉬운데 놓치고있고, 당연한데 중히 여기지 않는 그 조건이 사소할테지만 큰 비중을 두는 것이란 점을 한번 더 일깨워주었다.






📖 겸손으로 편안함을 준다_ 인간은 욕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인정은 인간의 욕구 결핍에 대한 정서적 충족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겸손함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상대방을 인정하라. 인정받은 상대는 당신에 대한 반항심이나 질투심을 호감의 감정으로 탈바꿈할것이다.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는 배우의 수상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패러디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걸 보면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언급했기에 알아주어 고맙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겸손과 감사가 적절히 섞인 재미난 문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는 이들을 아우르는 멋진 한방이었다.

내가 잘난맛에 살아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겸손도 어느정도 갖고 가야하는 호감의 기본 기제이다. 성향일 수도 있고, 많은 연습으로 얻어진 교육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교육된 경청과 기다려주는 것으로도 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질투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것. 큰 리액션 없이도 상대의 감정을 좌지우지 시킬 수 있는 스킬. 무턱대고 자신을 낮추기만하는 단순화된 방식에서 좀 더 지능적인 겸손버전으로 전화하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 인생에 대한 열정은 인간에 대한 호감과 비례한다_ 모든 사람은 이유가 어쨌든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상대방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너무 열정이 지나쳐 불편함을 줘서는 안 된다. 반대로 긴장하고 불안한 기색이 시종일관 드러난다면 상대방의 호감을 얻기는 힘들어진다.

'열정부자'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열정과 열의가 주변인들보다 높은 사람을 일컫는데 장난스레 과한 기색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호감을 더 많이 얻는다. 차고 넘칠 의욕이니 어떠한 것을 제시하더라도 해낼 것 같으며 쉽게 지치지 않을 듯한 자세이니 무어라도 맡겨봄직하고 결과가 기대되는 인물로 시선을 끌어낸다.

저자는 가수 싸이를 예시로 들었다. 삶의 우여곡절, 각종 루머를 눌러버리는 열정, 같은 노래를 수천번 불렀어도 항상 처음관객을 대하는 듯한 열의와 에너지에 대중은 환호한다고 말한다. 싸이의 공연을 다녀온 나도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비싼 공연비를 지불하고도 아깝지 않은 가수였고 열정을 전해받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이런게 그사람만의 고유 에너지이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자가 풍기는 매력이겠다.

우리는 생각보다 반복되는 삶의 순간을 습관처럼 살고있다. 같은 연설을 해야하는 저자, 같은 노래를 불어야하는 가수, 같은 말을 처음처럼 시작해야하는 사내 인사 담당자, 매달, 매주, 매 분기별로 하는 일이 정해져있는 나같은 사람도 지난달의 나를 복사 붙여넣기 하듯 살고있다. 그렇다고 열정도 복사되어 고스란히 붙여지면 좋겠으나 회를 거듭할수록 의무적이게되고 희미한 자국이 남게된다. 마치 인주를 한번 찍고 여러번 반복해 도장을 찍어가는 느낌을 준다. 멀리서보아도 또렷하던 그 경계는 희미하고 흔적만 남은 이후의 과정에서 열정이 소실된 자리에 매너리즘이 채워진 걸 보게된다. 저자는 '열정부자'인간으로 단단히 무장하여 시대를 흔들만한 인물이 되라고 하진 않는다. 적어도 남들 앞에서 열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선만 지키길 원한다. 그 정도 만으로도 우리는 상대에게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책은 굳이 첫 페이지부터 정독하며 곧은 자세로 보길 권하지 않고 싶다. 그렇게 보면 꼰대같은 선배의 훈수처럼 삐딱하게 받아들여질 것이고, 오랫만에 본 친척 어르신의 사회생활 라떼 스킬처럼 한귀로 듣고 흘려질 수도 있겠다. 그러니 사람에게 치이고, 관계속에서 지칠때 책장을 휘리릭 넘기다가 가장 맘에 드는 파트가 나왔을 때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는 그 정도로도 충분해 보인다. 호감가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맘으로 책을 들여다 본 것일테고 나를 바꾸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한 이의 간절한 손길일테니 욕심내어 왕창 습득하기 보단 하루에 하나씩 야금야금 호감의 스킬을 먹어치우는 걸로 자주보는 책으로 남겨둬도 되지 않을까.




◎ 리텍콘텐츠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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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공장 블루스 - 매일 김치를 담그며 배우는 일과 인생의 감칠맛
김원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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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들은 후루룩 읽는 맛도 있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배우들은 다양한 배역으로 삶을 대신 살아본다고 하지만, 나같은 책덕후는 에세이들을 통해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되는데 이야기꾼의 말재간이 좋으면 더 신나게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

저자는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9년동안 일하다가 모친께서 당신의 김치공장으로 스카웃을 하여 이직을 하게된다. 좋게 말해 이직이고 정확하게 말한다면 소환(?) 같은 거겠다. 다른 이들은 안나가려 책상다리 부여잡는 곳일텐데 그 곳을 자진 퇴사하고(10년 근속 못하고 퇴사한거 나만 아쉽나?) 공장 부사장으로 오게되는 인생의 반전. 엉덩이 붙이고 종일 살던 이가, 엉덩이 붙일 겨를이 없는 삶을 산다는 것. 생전 안 해본 분야로 옮겨심기하여 뿌리를 뻗어가며 산다는 것. 그 모든 것이 새로운 새싹신입이지만 부사장이라는 무거운 직책도 가진 묘한 이직 레벨. 그렇지만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직책만 부사장이고 언니와 누나의 닉네임이 제일 편한 사장님 딸래미. 재미난 키워드가 가득하다. 덕분에 나는 퇴근 후 김치공장 부사장 친구의 신세한탄을 듣는 느낌으로 수다 한판 나눠볼까 싶다.


📖 일 많이 하는 삼성 다니던 누나_ 대기업 명함으로 대출도 쉽게 받고, 새벽 출근 때는 택시 기사님께 '어느 회사 가주세요' 한다미 한뒤 두 발 뻗고 잠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


회사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아주는 곳이라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효과일 것이다. 기업의 인지도가 내가 사회에서 누리게되는 영향력이 되기도 하고 자연스레 나의 자부심이 되기도 하더라. 그런 곳을 제 발로 나온 사람.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거나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위해 퇴사 한 게 아니라 가업을 잇기 위해 원래 밥벌이하던 업에 대한 연관성이라고는 1도 없는 곳으로 내 뿌리를 뜯어 옮겨 심어 낯선 땅에서 다시금 뿌리 박을 곳을 찾는 다는 것. 몸과 마음이 골고루 피곤해지고 움츠려 드는 상황. 편하게 누리던 것들을 다 반납하고 자진 입장한 세계이니 더욱 이런 말 안 듣도록 열심히 하고팠는지도 모르겠다. 똑똑하고 일 잘하고 사장님 조차 그렇게 자랑하던 제일기획 다니는 원재였으니 그 엄마의 그 딸인 만큼 진짜 제대로 한판 보여주고픈 맘을 상상해본다.



📖 배추 올라잇!_ 내 마음이 딱 그렇다. 배추 상태가 안 좋은 날은, 이 김치를 받아든 사람들에게 꼭 다음이 없을 것만 같다. 배추 신용불량자다. 얼굴도 모르는 고객님들이 빚쟁이처럼 무섭다.


부사장인 작가는 배추가 자신이고 자신이 고객에게 나갈 배추처럼 마음이 간다고 하는데, 공장직원들도 알게모르게 그런 마음을 가진다. 내가 사장도 아닌데 출고직전의 제품을 보면 쟤가 나고, 내가 쟤가 된 듯한 느낌이 들며 혹여라고 공정이 잘못 되어 급하게 재작업이나 불량으로 머물면 마음이 가고 걱정이 많아진다. 저녀석으로 인해 우리 회사의 인식이 안 좋아질까 우려도 되고, 또 내가 정말 마음을 다해 만들었음에도 반응이 안 좋거나 품질검사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면 같이 주눅들기도 한다. 그게 회사를 다니는 이들에게 얻어지는 소속감과 애사심의 일부가 아닐까. 내가 생산해내는 제품들은 내 배 아파 낳은 것도 아닌데 나의 일부같고, 내가 빚어놓은 산물처럼 여겨지니 말이다. 아마도 작가는 김치만 보면 그렇게 아는 척을 하고 싶을테고, 나는 배만 봐도 저건 어디서 납품되고 저 소재는 어디꺼고라며 말을 걸어보려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밥벌이하는 세상에 내가 많이 녹아들어 살고있다. 작가처럼 회사를 꾸려나가는 부사장이든, 나같은 직원 나부랭이든 말이다.



📖 김치 공장의 샤카_ 우리가 이 생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는 참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 게 참 기특하지 않냐고. 내가 너의 아픔을 알고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너의 삶을 나 역시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작가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라는 걸 이 공장에서 처음 얻었다. 산재라고도 할 수 있겠고, 내가 그만큼이나 많은 일을 해서 얻은 몸의 변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작가가 이 곳으로 이직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 손의 형태였을 것이다. 직업에따라 각자가 얻게되는 고충이 있다. 나 역시 직업에 따라 다양한 고생담과 몸고생을 겪은게 떠올랐다. 웨딩홀 다닐 적엔 한창 성수기엔 한달에 두번도 겨우 쉬었다. 20대 중반에 대상포진도 걸려보고 주말 행사 끝나고 블라우스 등판이 하얀 소금자국으로 남았던 시절이 있다. 큰 액자를 계단으로 오르락거리다 발목 깁스까지 했지만 또 꾸역꾸역 입원실에 노트북 챙겨와 작업했던 기억. 왜 그리 열심히였나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공장의 관리직으로 들어온지 10년. 코로나이전 한창 성수기 시절엔 종일 앉아서 키보드만 치게되니 손목이 말을 안 들어 운동선수들이 한다는 치료와 뻐근한 주사도 맞아봤다. 그럼에도 다음날 눈이 떠지고 출근을하려 주섬주섬 챙기게된다. 눈뜨면 갈 곳이 있다는 것. 하루하루 어떻게든 살아가는게 기특하고, 가기 싫다고 징징거려도 아무도 가라고 등떠미는 이가 없더라도 회사로 발길이 향하는 것. 그러니 나라도, 우리라도 서로를 위해 애쓴다는 눈길한번씩 주며 으쌰으쌰하자.



📖 (인터뷰)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겠지만_ 이 업무를 누구한테 주나, 그 생각이요. 제가 하던 일들이 다 제 새끼들 같은 거예요. 남들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랬어요. ... ... 담당자들한테도 정말 많이 물어봤거든요. 그렇게 다 하나하나 배운 것들이예요. 어느 하나 제 손이 안 탄 게 없는데, 이걸 어떻게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나. 이다음 사람이 잘할 수 있을까. 이 파일 하나하나가 정말 제 자식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별거 아닌 거 아는데도.


조부장의 대답에서 진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입사 10년차의 내 맘이 딱 저건데 싶은 그런 동질감. 나는 업무 인수인계도 못 받았다. 입사 전에 업무를 수행하던 이는 퇴사를 했고, 상사는 내 업무를 100% 숙지하지 못한 채 나에게 모든걸 맡겼다. 동종업계도 아닌데 비슷한 업무였지 않았냐며 떠난이가 남기고간 허술하기 짝이없는 업무지시서를 보며 한동안은 질문봇이 되었던 어린내가 보였다. 심지어는 거래처 담당자에게 나는 신입이고 이전 근무자에게 받은 자료가 없어서 아는바가 없으니 도와달라며 나를 한참 낮춰 부탁하는 것이 습관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니 그간 쌓인 내 데이터가 얼마나 소중하고 짠하겠냐는 것이다. 업무는 늘었고, 데이터도 쌓였고, 편하게 하기위해 포멧도 개편해둔 것들이 생각보다 제법 많다. 그러니 조부장의 말 처럼 이걸 내가 어찌 놓아주냐 싶은 마음이다. 나는 여전히 회사 나부랭이라며 낮게 말하지만 언제든 퇴사하고 싶은 맘이 굴뚝이라고 입버릇이 되어있지만 쉽사리 이걸 놓아두고 떠나진 못할 것 같아. 내 배 아파 낳은 새끼는 없지만 내 손목과 내 굽은 등허리와 뻑뻑한 내 눈을 내어놓고 빚어낸 파일들이 내 새끼같고 때론 내 분신같아서 진짜 별거 아닌데 이렇게 변해버렸다.



📖 윤서에게 보내는 편지_ 날마다 하는 일이 입에 올리는 순간이 그분들을 위축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소속을 자랑스럽게까지 말하진 못해도, 모두에게 떳떳한 밥벌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하는 일이 뭐라고 물으면 그냥 공장 사무관리직이라고 말하다가 또 어떤 날엔 '배만드는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본사의 경우는 40여년 넘게 한 곳에서 뿌리박고 키워낸 토종기업이라 이동네에 오래 사신 분들에겐 회사명만 말해도 무얼하는 곳인지 어떤 곳인지를 다 알고 계시더라. 그냥 회사다닌다고 말은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딸래미 므슨일 하냐고 하면 아주 자랑스럽게 저기 'OO다니잖아'라고 하시니 나 역시도 떳떳한 밥벌이를 하고 있는 곳이구나 싶어진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미래를 꿈꾸지만 그렇지 못하는 곳에서 일하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직장인들이 더 많다. 그런 이들의 노고로 인해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덕을 보며 편히 살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의 이름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말했는데도 상대방이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회사명보다는 무얼 만드는 곳에 다니고있다고 말하는게 더 일반적이겠다. 그러니 나는 원재부사장에게 말해주고싶다. 직원들이 그냥 공장다닌다고 말하는 것보다 '저기 파주에 김치 잘만드는 공장 거기 일하잖아!' 라고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밥벌이가 되도록 이왕 애써주는거 좀 더 찐하게 애써달라 부탁과 종용을 섞어 어깨를 무겁게 만들어주고싶다.


말빨과 글빨이 특출난 광고카피 쓰는 사람이 들려주는 감칠맛 넘치는 김치 공장 업무일지는 재미날 수 밖에 없다. 업무 분야는 다르지만 공장밥 먹고사는 나로서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고, 직원간의 유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은 맘과 함께 이렇게 회사를 아끼는 이들이 많으니 때때로 불어닥치는 시련에도 누군가의 밥벌이로 버텨주고 있음을 느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것, 나의 엄마뻘인 여사님들이 많은 현장. 티는 나지 않지만 곳곳에서 자기 할 일을 기가막히도록 해내는 직원들. 평생이라는 말로 공장 문 닫을 떄가지 함께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쭈욱 함께 하고픈 이들이 많은 쿵짝맞는 조합.

신박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가 전해주는 에세이라 관심을 갖고 읽게되었으나 결국 우리는 밥벌어 먹고 사는 먹고사니즘에 진심을 다하는 존재이며 분야와 위치만 다를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생각에 나만 그리 사는게 아니라는 위안도 얻는다. 그러니 원재 부사장은 이러한 마음과 직원들의 자부심이 나부랭이로 흩날리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면 좋겠다. 흰쌀밥에 원재 부사장이 만든 김치를 놓아두고 들은 동네 친구의 회사 적응 에피소드 듣느라 반찬이 없어도 배부르고 든든하게 속을 채운 느낌이다. 속이 허하고, 회사 생활에 허기가지면 요런 맘으로 감칠맛을 좀 채워보길 권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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