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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우정 -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5년 9월
평점 :

저자의 책을 읽은 지 두 해가 지났다. 저자를 키운 두분을 떠나보낸 후 다시는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줄 알았다. 보고픔에 대한 해결이라기보단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속으로 삼키지 않을까 생각 했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이자 가장 이해하고 싶던 존재에 대한 사랑으로 '노년 탐구'에세이를 출간했더라. 역시나 저자다운 극복의 방식이구나 싶었지. 당신을 알고 싶다고,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말에 하나같이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삶의 구석구석을 보여주던 이들의 속내. 그리고 모르고 지나쳤을 법한 당신들의 진심에 대한 것들까지.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을지도 모르겠고, 이야기를 하고팠을지도 모르는데, 어느하나 물어보거나 눈길을 주지 않았기에 스스로 단절시켰을지도 모를 아쉬움에 페이지마다 마음이 쓰여 쓰다듬게되는 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곧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사람 사는 이야기. 이번에도 나는 저자덕에 남들보다 조금 일찍 알아가는 노년 탐구와 노년 예습의 기록이다.

📖일흔이 넘어도 여전히 내가 모르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 스스로 뒤통수 치는 기분 좋은 배신이, 삶에 숨겨진 또 다른 재미라는 걸. 그녀는 유쾌하게 받아들였다.
시시때때로 변화되는 세상이라 한치 앞도 모르는 내일이라 했다. 그래서 책을 통해 현재의 노년을 학습하지만 이 예측이 나의 노년과 같은 결을 띄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할 수 없다. 가늠을 하는 것이지 확고한 확정의 미래라 믿을 수도 없다. 이러한 마음이 이 파트의 정열님에게도 해당되는 거겠지? 그녀도 당신이 할미 래퍼가 될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비록 원하는 그룹의 새로운 멤버가 되진 못했으나 일단 도전이라는 걸 해봤으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고 싶은 일에 용기를 내본 자신에게 오히려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는 뿌듯한 표정이 눈 앞에 그려졌다. '수니와 칠공주'의 최초 연습생의 자격도 주어졌으니까, 데뷔 준비하는 76세 래퍼 연습생이라는 신박함까지 얻은거잖아? 이래서 나이드는게 신나고, 재미난 것 같아 그녀의 세상이 부러워진다. 나는 잔잔하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일상인데, 나보다 더 재밌게 사시는 것 같으니 샘이 나기도 했다.

📖'적응'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고 있었다. 그들이 보여준 노년의 삶의 어느 시기보다 많은 것을 잃고, 많은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었다. ... ... 그 시간 앞에서 어떤 이들은 당황했고, 어떤 이들은 분노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무기력함을 느꼈다.
노년의 적응은 또 다른 말로는 노년의 감내 이기도 했다.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부정하기엔 몸이 먼저 반응했으니 따르는게 마음을 덜 다치는 방식임을 알지만 뜻때로 되지 않아 서글프다. 그래서 당황하기도하고, 자책하기도 하겠지. 그럴수록 하루 세 끼를 건강하게 챙기고,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내가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채워 나가는 것에 습관을 가지라 일러주셨다. 나에게 대접한다는 마음, '잘 먹겠습니다'를 넘어선 '잘 살겠습니다'의 기도. 적응+훈련=열심히 살아온 당신이 그 증표라는 것에 고마워하기. 당연함이 제일 어려운 것임을 알려주는 말들.

📖노인들도 세상 살아가는 걸 배워야 해.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하며 살아가지 않도록.
폴더 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꿔 사용해보기. 키오스크 주문해보기. 무인 매장에 카드 인식 후 들어가보기. 딸이 배송 주문해주는 화장품 말고, 올리브영에 직접 가서 테스트 해보고 마음에 드는 화장품도 구입하고 적립을 해보기. 아메리카노 말고 다른 커피 주문해서 사진찍어 자식들에게 자랑하기. 카톡 어플 깔아 손주들과 일상 대화 나누기. 지금껏 안하고 못하고 살아 왔던 것에 야금야금 하나씩 할 수 있는 목록으로 전환해보기.
내가 친정엄마에게 가르쳐주는 지금의 세상살이 방식이다. 30여년 전 당신이 나를 키웠다면, 지금은 내가 당신의 새로운 시선이 되어 하나하나 일러드리고 있다. 어렸던 내가 넘어지면 일어나길 기다려주셨던 것 처럼, 지금의 나는 진땀 빼는 낯선 기계 옆에 나란히 서서 시연도 해보고 직접 하실 때엔 성질머리와 세트로 손이 먼저 가기보단 눈짓으로 그거그거 누르라며 어설픈 안내자로 살고 있다. 잘했다고, 다음에 또 한번 해보자 하며 살살 구슬리고 어르고 달래고의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도 딸이 곁에 있어서 배울 수 있네 라며 말하시지만, 꼭 내가 아니더라도 당황하면 포기하지말고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잘 모르니 가르쳐 달라고 말해보라고 전한다. 그러면 열에 여덜은 무조건 천천히 가르쳐 주실테니 타인의 손길을 거절하지 말라고, 혹여나 안 해주면 속으로 '에잇, 너도 나이들어 봐라!'라며 얄미운 악담을 읖조리면 엄마가 덜 부끄러울거라고 같이 키득거리며 웃어넘긴다.
노년은 모든게 멈춘게 아니다. 계속 배우고 얻어내고 쌓아가는 똑같은 생의 과정인건데 다만 그 소화의 속도가 더딜 뿐이라고. 그러니 너무 위축되지 말라고 말씀을 드리지만, 어느 시점부터 나도 움츠려 들까봐 걱정이되기도 한다. 우리 쪼그라들지 말자.

📖나는 결코 여든의 마음이 되어볼 수 없다. 다만 짐작할 뿐이다.
저자도 그러하고, 나도 도그러하지만 온전히 여든의 마음을 스캔하듯 완벽하게 습득 할 순 없다. 그건 아마 일흔아홉도 못할껄? 그래도 우린 저자 덕에 짐작은 해봤으니까 막상 여든에 도래했을 때 덜 당황하고 의연하게 대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미리 맛본 여든의 세상에 감사하게된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한 노인을 지키는 데 필요한 여러 눈길 중 하나가 되기.
나는 이 말을 듣고 지금껏 이러한 생각을 하지 못했었나 아쉬워했다. 어린 것들에 대해서만 손길과 눈길을 주고 살았다. 어쩌면 그건 정말 당연한 사회 속 공동체가 가지는 자세 일 것이다. 헌데 그만큼 한 노인을 지키는 데에도 시선들이 필요했다. 목적없이 방황하는 사람이 없는지, 무언가를 하려는 행동에 더딘 움직임이 있는건 아닐지. 일단 기다려주며 시선은 따라가되 정말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사근히 다가가 의중을 묻고 손길에 보탬이 되는 것. 기다려보다가 누구의 손길 없이도 이뤄내어 제갈길을 가신다면 그제서야 시선을 거두어보는 것. 그러한 눈길을 습관화 해 보는 것. 당신의 노년과 나의 노년에 힘을 얻는 시선을 추가하고 포개어보는 방식. 절실한 세상살이임을 알고나니 이 문장이 기특해 계속 쓰다듬게 된다.

📖작가님은 아직 모를 거예요. 아무도 나를 궁금해하지 않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하루가 어떤 건지. 그분들에겐 어쩌면 작가님과 나누는 통화가 하루의 유일한 대화일지도 몰라요.
사춘기 시절엔 누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면 싶겠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 아쉽고 서글퍼진다. 가족이든 친구든 세상은 그들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 않는다 여겨 입을 다물게되고 그렇게 옹졸해진 입가 주름은 더더욱 열기 어려워진다.
이 책을 통해, 저자의 활동을 통해 '독거노인 안부 묻기' 봉사활동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자체 제도에 대해 무지한 것도 있겠지만, 홍보가 덜 된것도 있지 않을까. 몰라서 못하는 사람도 있을테니까. 이러한 활동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많은 이들이 필요로 한지 홍보가 더 된다면 많은 이들의 소통과 다정한 참견이 버티는 삶에서 살아내는 삶으로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이토록 많은 띠지를 붙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생각을 하며 앞으로 있을 날들에 대한 시나리오를 돌려 보게 될지도 몰랐다. 영영 오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없으며, 지금 함께하는 가족들이 훗날에도 영원 불멸하게 존재 할 거라는 희망을 갖고사는 꿈 많은 인간도 아닌데 왜 앞으로의 시간들에 포기하는 법을 모른체하며 살길 바란걸까.
책 표지에 세로로 적힌 문장을 다시한번 매만져본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 이 한마디를 통해 어느 존재의 인간이든 어떠한 형태로 변화되는 자신에게든 홀대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른 포기를 통해 존재의 의미까지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있어 꾸준히 재밌고, 촘촘히 신나게 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나는 끝까지 재미난 사람이고 싶으니까!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