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소설Q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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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판시장의 핫한 문구가 있지. '넷플릭스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이 하나로 모든게 정해지는 성해나 저자의 신간 혼모노가 궁금했다. 판매 순위도 높으며, 제법 재미난 추천사를 써준 박정민과 이기호 저자의 입김이 한 몫 한 듯 한데, 내가 성해나 저자의 글을 읽은 적이 없더라구.


대강의 줄거리는 익히 아는 바 이제 4개의 큰 단락으로 나눠 기하가 외동아들에서 형이 되던 그 때, 어린 재하가 8살 많은 형과 함께 병원 진료를 받으러 다니던 시절로부터 이야기는 교차된다. 이후 혼자의 세상을 꾸리며 자연스레 가족이라는 엉성한 울타리를 벗어나게된 순간과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재하를 때리던 친부도, 새로 꾸린 가정에서 어떻게든 잘 살려고 애쓴 모친도 상실한 채 짙은 어둠만 더해진 어른의 재하는 타국에서 형의 흔적을 찾고 또 한번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뒤늦게 형이었던 존재에게 안부를 전하게된다.

부모의 재혼, 의도하지 않게 형제가 된 둘.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과거와 현재. 이야기들을 보면 교차되는 입장에서 어느 한 지점도 마주치지 않고 겹쳐지지 않으며 한 템포 늦거나 빠르게 스쳐 갈 뿐이다. 마주하는 과정이 없다. 똑똑히 마주보고 대하는 마음의 교류가 없다보니 이렇게 마음대로 해석하고 마음대로 불편함 심기를 표출하고, 또 한 쪽은 반대로 티내지 않으려 억누르기도한다.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라는게 기하와 재하를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어떻게든 닿아보고 마주할 구실을 만드는 기하 아버지와 재하 어머니. 각자의 선에서 무던히 애쓰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아 4년에서 끝맺어진 성글었던 가족의 과거와 남겨진 각자의 자식들.


진심은 왜 그리 늦게 받아들여지고, 후회나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되새김질되어 미안함만 쉼없이 밀려오는지. 이제사 모든걸 헤아리고 받아들이며 어떻게든 마음들을 고이 모아두고 싶으나 그럴 수 없음에 씁쓸하게 그 흔적들에만 애틋한 시선만 주게된다.



📖아버지가 부르는 '네'가 내가 아니라는 배신감.

어제까지는 사진관집 외아들이었고, 이제는 8살어린 동생이 있는 형이되었다. 동시에 사망한 엄마의 자리에 새어머니라는 분이 오셨다. 기하에게 의중을 묻기도 전에 온 이방인이며 가족이었다. 모든게 자신의 위주로 돌아가던 세상에 자리를 뺏긴 상황.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진관 쇼윈도에 항상 기하의 사진이 있던 영역을 비집고 들어온 작은 아이. 아버지의 시선은 오로지 기하의 것이었으나 이제는 나누어야 한다는 점. 우선순위가 아니게 되는 것. 친 동생과는 또 다른 애정의 분배. 기하는 그 균형을 잃었고, 이 집에서 지탱하던 존재감도 잃었다는 것을 느낀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제는 온전한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진다.


📖일종의 채무와 같다는 것을요. 혈육 사이라면 자연스러울 어떤 책임이나 보살핌이 저와 그들 사이에선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요.

나누는게 낯선 기하였다면, 재하는 받는 것이 낯선 입장이다. 폭력을 쓰는 친부. 그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살려 애썼던 어머니와 재하. 그러니 누군가의 호의와 선의가 낯설고 당혹스럽다. 받아 본 적 없는 손길이며 기대한 적 없는 마음이었기에 이걸 받았을 때 얼마나 더 큰 무언가로 되갚아야하는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새아버지는 어머니가 좋아서 가정을 합친거지, 병원비드는 자식놈을 원한건 아니었을테니 어머니의 짐짝이되고, 새아버지의 근심이 되어 가정의 파탄에 자신이 불씨가 될까 조마조마한 여린 마음이 안쓰러워진다.

저 또래의 아이들은 눈치로 큰다는 말을 실감한다.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아도 도르륵 굴러가는 눈망울이 온갖 걱정과 근심을 다 흡수해 버리더라. 그래서 어른의 따뜻한 애정을 채무로 받아들이고 갚아야한다는 고심가득한 눈빛에서 이건 쉽사리 바뀌지 않는 성향이겠구나를 느꼈다.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되는 타인의 호의지만, 행복보다는 근심으로 마음에 쌓아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 녀석 커서도 이러겠구나 싶은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현실로 보여졌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자신의 입에 맞지 않은 음식이라도 같이 가준 형이 좋아하니까 그 감정을 깨기 싫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면 여느 형제와는 달랐던 것임을 확신하게된다.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것.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표현이 어떤 이에겐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재하를 통해 배운다. 사사로운 것에도 고민을하고 주저하는 것을 보며 당연하지 않은 관계, 이른바 억지로 엮여진 관계에선 어느하나 쉬운 것이 없음에 재하가 성인이 된 후에도 관계 형성에 어려워하고 마음을 열 지 못하겠구나를 느낀다. 태어 날 때 부터 그 마음을 갖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는데, 재하가 가진 삶의 반경이 대부분 이러한 조건에서 재하를 쥐고있었기에 만들어진 어른으로서 미안한 감정이 크게 다가왔다.



📖울퉁불퉁한 감정들을 감추고 덮어가며, 스스로를 속여가며 가족이라는 형태를 견고히 하려고 노력했지요.

어쩔 수 없이 어린 기하와 어른의 기하가 남긴 상념보다 어린 재하와 어른의 재하가 꺼내어 둔 마음에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표현이 과한 비하라 할 순 있겠다만 미워하는 감정을 표출하고, 싫은 마음을 내색했던 기하였다. 재하보다 8살 더 많은 형이 아니라, 그냥 어른이었다. 그럼에도 재하의 마음을 들여볼 여력이 없던 성글던 기하였으니 질타하는게 아니라 얄미워서 그런 마음이 들었다. 진료실에 한번이라도 같이 들어가 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소스가 뭉텅이진 중국냉면의 땅콩소스를 잘 풀어주는 무심했던 표정과 애쓰는 손길에서 둘 다 어쩔 수 없이 서툰 마음었다는게 느껴졌기에 이러한 마음도 그냥 단지 제3자의 뾰족했던 마음쏠림이었음에 잔소리를 멈춰본다.

기하가 이전 직장의 명함 뒷편에 황급히 휘갈기며 현재 연락처를 적어 줬더라면, 지금은 거기 다니는데 조만간 관두려한다 흘리듯 말해줬더라면 재하는 어떤 마음으로 우편을 보냈을지 생각해본다. 그땐 아니었고, 지금은 달라진 마음쓰임이었다면. 결국 그때 기하형도 어렸구나, 어려서 그랬구나로 점칠되었을 텐데. 그래서 아쉽고 마음이 또 한번 정착하지 못한 채 허공을 맴돌게 된다.

내가 두고 왔던 마음의 계절. 멀찍이서 보면 단란했던 가족사진. 그 속에 재혼가정이었는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형제의 어색한 관계가 보이지않는 벽에 가로막혀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애쓰는 새어머니와 밀어내는 아이, 치료에 애쓰는 새아버지와 짐짝처럼 여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이의 맞닿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인화된 사진에서 여느 가정에나 있을법한 두툼한 앨범에 끼워진 그 한장이 소중하고 그리워진다.

최선을 다했고, 되려 친자식보다 타인의 자식에게 시선이 걸려있던 순간인데 그 땐 몰랐다. 그리고 그 때의 부모 나이를 넘어선 기하와 재하는 뒤늦게 마음을 더듬어 본다. 자책을 못하지만 그때의 자신들과 그때의 부모에게 미안함 뒤늦게 들이민다. 이제서야 그리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바뀌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그 시절을 꺼내먹는다면 두고 왔던 시절의 행복을 조금이라도 오래 곱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그대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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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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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저자의 글맛과 박정민 대표의 실행력의 조합인데 이걸 듣는소설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만큼 오디오북으로 먼저 접해야 할지, 늘상 읽는 방식인 지류책으로 마주해야할지. 이미 소개글을 통해 오디오북에 캐스팅된 리스트를 보니 대충 그들의 목소리가 알아서 구현 될 테니 나는 당연하게 문자들을 통해 눈앞에 영상을 구현하고, 음성을 덧입혀보기로 했다.

책 표지 때문에 이게 청소년소설인가 싶기도했다. 뭔가 18세 소녀의 덜 익은 여름의 찰나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서 로맨스학원물인가 싶게 만들기도하는데, 표지가 잘못했다 싶을 정도로 어른의 뜨겁고도 강렬했던 여름 한 가운데를 넘어가는 시절 이야기였다. 책 박스라고 표현하는게 맞나? 책 커버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비디오 대여점을 연상시키는 고전 테이프 곽의 형태를 띄어서 어린 열매와 할아버지의 추억 연결고리인 영화 마스크가 가진 상징성을 책 겉면에 옮겨둔 느낌도 들었다.


책이 가진 무드는 딱 이거라며 단정지을 순 없겠으나 각각의 단락에서 풍기는 늬앙스가 영화 리틀포레스트, 넷플릭스 너의 시간 속으로, JTBC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스틸컷을 옮겨온 느낌을 받게했다. 이것들이 전부 내가 애정하는 영상과 이야기들이라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뭔가 깔끔하게 끝맺어지는 엔딩도 이른바 권선징악의 착한사람들은 모두모두 행복하게 되었습니다를 향한 마침표도 없으나 자신의 삶에서 유난히도 덥고 길었던 여름을 무난히 버텨냈고, 완주라 할 수 있는 만큼의 시절을 겪어낸 열매의 한 계절을 담아 둔 듯 하다. 오로지 열매의 입장에서는 낯선 도서 완주에서 뒤늦은 성장통과 같은 또 한번의 사춘기를 겪어낸 것 만으로도 잘 살아왔음을 이야기 하고싶은거겠지. 그러니 완주라는 곳에서 첫 여름을 보낸 의미가 제목에 가장 뚜렷하게 자리잡고있고, 처음 겪고있는 마음들 속에서 외면하거나 방치 하지 않고 잘 살아온 것으로 완주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게된다.


인생을 사계절로 놓고 봐도 열매의 시절은 완연한 여름이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에 서 있는 시간도 있을테고 어저귀 근처 숲들처럼 나무들이 가려주는 그늘덕에 한템포 쉬어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을 떠올리게하는 양미를 보기도하고, 가장 단순한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위안이 된다는 걸 수미 엄마를 통해 뱃속의 든든한 안정감을 찾기도한다. 애라를 만나는 순간에는 열매가 돌아가야 할 곳을 알려주며 더이상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현실을 비춰주며 이야기의 중 후반부에서는 열매의 여름이 다 끝날 즈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구나를 예상하게 만들었다. 사는것, 살아내는 것이 버거워 질 즈음 열매는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을 끄집어낸다. 이른바 사람이 살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현재의 고난을 회피하고 외면하려는 것이기도했다. 그러면 이 순간이 덜 고달프니까. 그러니 열매에게는 할아버지가 비빌언덕이고 빡빡한 세상의 도피처이기도했다.

수미가 밉지만 마냥 미워하긴 열매가 그녀에게 의지하고 함께했던 시절이 불쌍해진다. 그래서 일단 생존이나 해 있으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어차피 내 손을 떠난 돈. 당장 갚으라해도 현실적으로 안되니 주구장창 미안해하며 야금야금 갚아나가길 바라는 해탈의 마음이 기록되어있다. 자신이 하는 성우일이 마음만큼 되지 않고 그게 몸으로 퍼져 마음의 병이 육체의 상흔처럼 나타난거 같아 치료를 받는 과정도 초반에 나온다. 이렇게 아프고 힘들고 고단한 일은 한번에 와르르 쏟아진다. 그게 얄미운 어른의 삶이기도했다. 수미 엄마는 다 큰 어른으로 나오는 열매가 여전히 챙김받고싶은 아이인걸 들키게 만드는 인물이기도하다. 애틋한 관계였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남보다 못한 부모와 형제에게서는 사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자랐다. 그래서 수시로 고팠고, 틈틈이 곯아있었다. 그걸 무심하지만 툭툭 내어주는 수미엄마의 밥과 말에 잠시 눌러앉아도 될 안전한 공간임을 인식한다.

어제귀(강동경)은 영영 모르고 지냈을 시절의 일부를 채워주는 인물인데 진짜 외계인인지 사람인지, 허상은 아닌거 같은데 그렇게 존재하다 또 그렇게 상실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다 커서 하는 풋사랑같기도 했고, 열매가 가지지 못한 시야와 품어두지 못하는 성정을 갖고있는 허상의 키다리아저씨 같은 느낌. 키다리 청년이라 해야하나? 후반부 존재의 상실이 아쉽기는 하지만 마냥 눈물짓진 않게되며 알아서 잘 살겠지, 또 알아서 다른 세상에서 어저귀로 살겠지라며 그의 평안한 순간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현재를 자각하게 만들고 열매의 일부가 투영된 듯 비슷한 상황을 하고있는 애라는 거울 같으면서도 데칼코마니는 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군데군데 비슷한 처지와 직군, 그리고 현재의 상황. 콘트리트와 높은 벽, CCTV로 자신을 가두고 살 것인지, 전남친이 슬쩍 흘려둔 오디션 1차합격을 빌미로 그 틈을 벌려 나올 것인지를 선택하게 하는 인물이다. 아무리 거울을 본들 나를 정확하게 볼 순 없지. 그러니 차라리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마주앉혀두고 깨닿는게 확실함을 보여줬다. 이제는 나갈 시기가 된것임을 암시하는 애라와의 만남.

수미를 보면 순간순간 얄미움이 그득해지겠지만, 되도록 오래오래 꾸준하고 천천히 돈 갚으며 열매의 주변에 멀쩡히 살아주길 바라게 될 것이고, 살면서 숨차는 시기가 오면 잠잠히 생각에 잠겨 할아버지와 함께하던 어린날의 어떤날을 데려다 앉혀 둘 것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던 여름은 잘 난거 같지만, 어찌 평생 여름이 안 올거라 예견하겠는가. 시간이 흐르는 것 처럼 계절은 돌고 다시 돌아 올 것이다. 그러니 다음 회차의 여름이 오면 열매는 지금보단 덜 고생하며 무던히 나고 있을거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게된다.

자극적이지 않아 슴슴하니 시원하게 훌렁 목구멍으로 쏟아내는 여름의 냉국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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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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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야기는 출간 될 때마다 찾아 읽게된다. 일상의 모습을 책에 옮겨담아두니 이질감 없이 내용에 빠져 들 수 있었다. 작년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 그러했고, 그 이전 작품들도 나에겐 하나같이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나만 알고싶은 작가라 하지만, 다들 아는 소설가. 한창 SF소설에 빠져 있다가도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을 읽어가다보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 내 주변의 소리들이 소설로 바뀌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는지도 모른다.

하나의 공간이지만 다들 다르게 여기고,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장소. 어떤 이에겐 한없이 늘어지고슾 쉼의 공간이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가시방석과도 같은 만남의 장소, 그리움이 곳곳에 스민 흔적, 그림자처럼 지내며 생계의 수단이 되는 일터, 한 없이 비교하게되는 보이지 않는 부의 계층점이 되곤 한다. 이는 소설속의 인물들만 여기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에 생각을 모아본다. 나 또한 그러한 상념을 해봤고, 내가 소설 속 인물 중 한명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는 세상에 등을 맞대고 살고 있음에 이번에도 사실주의적이며 현실반영이 그득한 소설이라 말하고싶다.


이놈의 방 한칸이 주는 다양한 감정과 각각의 이야기. 완독 후 내 방에 누워 멀쩡한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비록 온전한 내 몫이 아니라 은행과 공동지분으로 빌려쓰는 삶이지만 어떠한 굴곡 없이, 무수한 사연 없이 살 수 있길, 그저 무탈하고 평온한 방에 재미없다 한들 그리 잔잔하게 살고싶어지는 감정에 푹 절여든다.


📖홈파티_ '초대'와 '방문', '침입'과 '도주'로 시작됐다. 어떤 일이 일어나려면 반드시 누군가 무대에 등장해야 했다. 혹은 반대로 사라지거나.

호의보다는 과시가 더 컸던 모임. 성민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연은 그리 받아들였으리라 본다. 끼리끼리 논다는 말과 함께 그나물에 그밥과도 같은 맥락으로 모인 사람들. 하긴, 삶의 갭이 크지 않아야 공감도 할 수 있고 대화도 통하기 마련이니까. 사회에서 통용되는 직군이 다르다 할 지라도 소득이나 소비의 형태가 비슷하면 이렇게 모여서 즐길 수 있음을 느낀다. 먹고 즐기는 것 하나부터, 입고 사는 것들까지.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워낙 두터워서 그들은 초대와 방문이라 했을 지라도 이연은 그 무리에서 침입이었고 도주로 끝난 상황이었다. 성민이 섞어보려 했으나 전혀 섞이거나 동화되지 않는 홈파티였고, 인간관계의 무리였다. 이연은 이들과 평생 이웃하거나 평생 홈파티 일원으로 마주 할 일은 없을거라 여기겠지. 내 장담컨데 그 파티가 끝난 후 이연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있는 와인안주마냥 주기적으로 씹히고 뜯길것으로 보였다. 사람들은 다들 그러니까.


📖숲속 작은 집_ "그냥 대충대충 해. 별 차이 없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별 차이'에 대한 감각이 지호와 나의 큰 차이였다.

돈에만 목적을 두는 사람, 돈에 마음을 얹어보는 사람. 그리고 돈 자체의 의미만 전해지길 바라는 사람, 돈을 건네는 사람의 진짜 목적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 '별 차이'가 없길 바라지만 은주와 지호가 갖는 차이가 그렇게 다르다. 그 '차이'에 가려진 은주와 지호의 갈라진 틈. 그건 아마 평생가지 않을까. 지금은 같이 산다 한들 살아온 환경이 달랐고, 불리워지는 명칭이 다르며, 사회가 바라는 쓰임이 다른 둘이라 이 찰나의 차이에도 큰 갭이 숨어있었다. 숲속 작은 집에 있다 했지만 결코 작지 않고, 계속 달라지고 벌어질 차이가 될 것이다.

📖숲속 작은 집_ 그걸 보면 당장 알 수 있을 텐데 지호 앞에서 차마 꺼낼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바지 주머니 속 '감사합니다'를, 구겨진 '감사합니다'를 손끝으로 마냥 만지작거렸다.

이 마음을 나만 느끼지 않았다는 것. 은주가 고심하며 적어둔 영어의 감사인사. 혹시 영어를 모를까봐 그 나라의 언어를 그리듯 적어두며 잘 보이는 곳에 가지런히 팁을 모셔두는 마음. 적어도 당신의 수고스러움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려주는 정중함이었다. 팁이 당연한게 아닐테지만 나의 사사로운 부스러기들을 치워주니 보고도 못본 척 해주고, 알아도 모른체 하며 이전의 상태로 돌려주는 사람에 대한 부탁이기도했다. 은주가 발견한 흔적은 내 눈에만 띄는 어긋남이지만 직접적으로 팁을 바란 적이 없었고, 금액에 따라 달라지는 처리 대응에 살짝 빈정이 상하는 건 오로지 그녀가 예민해서라고 생각할게 뻔한 지호.

근데 이게 참,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게 단순한 보답과 보상에 대한 마음에서 시작된게 자신이 갖고있는 재력으로 의미가 넘어가고 자산의 상태와 그걸 대하는 마인드로 불이 붙듯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것이다. 성향일 뿐이었을텐데 지호의 씀씀이와 벌이, 은주의 재정상태와 한시적으로 중단된 소득의 정지상황. 꼭 이게 이 쪽으로 넘어가서 마음이 삐뚤어지는게 흔한 부부싸움의 시작같아 괜시리 머쓱해지기도 한다.

돈을 주는 입장은 마음의 표시인데 이에 대한 상대의 적절한 보상이나 당연한 고마움을 바라는 표정이 그려진다. 친정엄마-은주, 은주-현지 호텔 도우미, 은주-지호의 관계까지. 돈이 얽히면 티를 내진 않지만 티나게 되어있는 마음의 단차가 생겨버리는 기분이다.


📖이물감_ 차분하면서도 조금은 뻔뻔하고 활달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간부나 임원들을 보며 배운 바가 있다. 기태는 바로 그런 접대 자리에서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 하지 않은 말을 통해 원하는 걸 얻는 이들을 자주 목격해왔다. 그리고 그럴 때 상대가 넌지시 남긴 힌트를 열심히 주워가며 의중을 살피고, 아쉬운 이야기를 해온 쪽은 늘 기태였다.

이물감. 식도를 타고 역주행하는 역하고 기분나쁜 울컥거림. 그건 기태의 몸속에서 반응하는 작용 뿐만 아니라 기태가 희주와 지수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 모르게 흔적이 남는 마음과 미련이었다. 전 아내 희주가 잘 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 파트너인 지수가 마냥 자신만은 바라진 않는 것. 내가 없이도 잘되고, 내가 아니어도 잘 사는 듯한 그들의 세상에 미련이 있어 질척거리는 찐득함처럼 보였다.

외로움과 그리움. 그게 기태의 목구멍을 치고 올라오는 것으로 간주해본다. 보고 배운게 그런거라 적당히 밟고 올라가는 어투와 눈치껏 추켜세워주기도하는 기태의 말들. 그 말의 찌꺼기와 기태가 주변 여자들을 대하는 찐득한 미련으로 식도염은 평생 따라다닐거라 예견해본다.

📖빗방울처럼_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그제야 지수는 자신이 그동안 누군가로부터 그 말을 얼마나 듣고 싶어했는지 깨달았다. 더불어 그 답 또한 얼마나 기다렸는지도. 하지만 대답 따위 아무도 들려주지 않을테지.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안부인사, 때로는 빈말, 또 한켠에서는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뭉툭한 한마디 정도. 그게 '므슨 일 있었습니까?'로 시작되는 대화의 시작이었다. 왠지 모르게 상대방이 이러한 궁금증의 질문을 받길 바라는 듯한 어슬렁거림이 지수에게 뭍어났다.

다들 궁금해하지도 않고, 궁금하지만 직접적으로 물어오지 않는 남편의 부재였다. 그 부재는 부풀어오른 벽지처럼 곪아 터진다. 지수에겐 무슨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는데 말 할 곳이 없다. 물어 오는 사람도 없다. 둘이 행복해야 할 곳에 하나가 없다. 그러니 애꿎은 물혹이 그 자리를 눌러 흠을 만들었다. 그게 꼭 먼저 가버린 남편에 대한 원망이고, 자신을 탓하는 썩은 미련같기도했다. 전세사기도, 청약포기도, 빚을 떠앉고 대출금에 허덕이는 것 마저도 남편 준호에게 칼끝을 겨눈 듯한 것에 먹먹하기만하다.

빗방울 같은 누수의 흔적은 준호가 지수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라 봐야할까? 이제 그만 울고 편히 떠나라는 듯 도배하며 말끔히 흔적을 지웠지만 지수에게 들리는 툭툭 투두둑 거리는 빗방울의 소리. 결국 집이든 지수든 준호를 그리워하는 남겨진 것들에 대한 애닳음이었다.



안녕하길 바라는 마음들이었다. 적어도 남들 눈치 안 보고 오롯이 내가 안녕하길 바라는 입장들. 각자의 단편 속에서는 겉과 속이 다르게 작용하여 겉으로는 다들 괜찮은척 했고, 실상은 문드러져있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그게 측은하고 꼭 나같고, 또 훗날의 내가 될 수 있을 듯 했다. 이러한 마음들은 절대 나를 비켜가는 적이 없던 상황처럼 보이기도했다. 각각의 단편들은 책 속에만 사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살면서 한번은 겪어볼만한 그리고 흔한 일들을 살아내는 사람들어있다. 그래서 이들의 안녕을 바라지만 다들 안녕하지 못할께 눈에 보였다.

가장 편히 쉬어야 할 그 공간이 가장 볼품없게 쪼그라들고 서럽운 눈물 짜내는 공간이 된 것 같아 측은과 동질감이 섞여들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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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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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즈음 해보는 생각. 그리고 나도 해보는 망상같은 것. 직접 운영하는 책방을 여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해오던 노년의 그림인데, 이렇게 뭉게뭉게 이쁜 상상을 하다가도 현실적인 놈이라 고정수입과 운영에 관해 깊게 파고들다보면 꿈은 꿈으로 남기는게 가장 좋다는 생각으로 선을 긋게된다.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며 가지고 있는 책들 중고서점에 팔지 말고 다 놔둬보라는 남편. 북카페든 동네서점이든 숙박업 로비에 서재를 마련하든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단정짓지 마라 하는데, T의 성향을 가진 인간은 꿈보단 현실이 우위에 있어서 허상만 그리다 남들 운영하는 책방 방문하는걸로 갈증을 해소하게된다.

나같은 사람도 잠시잠깐 꿈꾸는게 책방운영인데, 관련 업을 한 사람에겐 얼마나 더 낭만처럼 여겨지고 반짝거릴 미래처럼 보일까.

책 제목은 정말정말 낭만치사량에 버금가는 문장으로 사람을 왈랑거리게 만든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것'이니 이 좋아하는 마음을 누르지 말고 훨훨 날려보자는 심산. 그러게요. 그렇게 좋은데 왜 억누르고 사나 싶으면서도 전후사정도 고려해가며 어떻게 살고 어떻게 꾸려야 할지를 알려주는 이른바 책방 가이드북 같으면서도 드라마같이 척척 이뤄지는 책방 운영일지를 들여다보게된다.

한국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운 책방인데 그 장소를 일본으로 옮겨두었다. 세계적인 책방거리인 도쿄 진보초에 일본 내 유일한 한국 책방. 작가보다 대표로서의 역할을 하게되는 저자의 책방 오픈과 이후의 이야기. 저자는 일본에서 쿠온이라는 출판에이전시와 출판사를 개업하여 활동을 해온 이른바 '21세기 조선통신사'이기도했다. 한국문학을 알리고, 이 좋은 글들을 나만 알기 아쉬우니 여기저지 입김 불어넣으며 소개하는 이야기 중계자.

좋아하는게 업이 되면 이렇게까지 좋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사람은 좋으면 좋을수록 영역을 넓혀가며 몸집을 불려간다. 매해 'K-BOOK 페스티벌'도 개최하는 성과를 거둔다. 10년이 되어버린 책거리의 이야기. 18년전부터 책을 인생이자 업으로 삼아 이어온 기록을 보며 찐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만들었다.

내가 책 사랑하는 건 발톱의 때만도 못한 거였음을 실감하고, 완벽 무결하고 이토록 애틋한 사랑이 있을까 싶어지는 저자의 노력들에 감복하며 읽게 만든다.

📖책을 읽는 사람은 아름답다, 책을 사는 사람은 더 아름답다_ 책방에 와서 책을 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은 없겠지만 나는 그 당연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

요즘 책방에는 책 사는 사람보다 SNS에 게시하기 위한 사진 찍는 사람이 더 많다고 들었다. 읽는 수단이 아니라, 보여지기 위한 수단의 물품이 되어버린 시대. 책 세상이 얼마나 재미난지보다 즉각적인 시각화된 것에 익숙해진 삶. 그럼에도 이 업을 계속 이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구미씨 처럼 책 사는 재미를 아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지역마다 자리잡은 동네 서점의 책 한권을 사기도하고, 여행가거나 시간 날 때 찾은 대형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문구의 책 제목이나 눈에 띄던 책 표지를 발견하는 순간. 이러한 소소한 기쁨을 반기는 이가 있기에 진보초를 지키고, 타국에서의 책장사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라는 걸 느낀다.


📖초록은 동색_ 한 권의 책을 만들어 널리 알리기 위한 편집자의 노력. 물론 회사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복잡하고 성가신 일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성큼성큼 해내는 그를 보면 나 역시 그의 행보를 응원하게 된다. 가치 있는 일을 재미있게, 열심히 하는 친구에게는 동지들이 많이 생기는 법이다.

출판 뿐만 아니라 어떠한 무의 것을 유의 것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어 놓기 까지. 그 수고로움과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의 손길. 그래서 이러한 제작과 출간은 내 새끼 한명을 낳아 키우는 것 만큼의 아주 큰 공을 들이게된다. 이 녀석이 세상에 나와 누군가에게 읽혀지기까지. 그리고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손길에 유랑하듯 이동하며 영역을 확장시키기까지. 이 말도 안 되는 힘을 알기에 김승복 대표는 '토네이도'가 되어 사람들을 휩쓸리게 한다는 말이 나왔겠지. 김승복 매직이라 할 만큼의 나비효과. 역시 사람의 역량 하나로 연결되고 확장된다는 것에 확인하게 되었다.


올해가 딱 10주년. 2025년이 책거리의 10살 이 되는 시점이더라.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인생의 제법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그 시간을 책방에 쏟아도 손해 볼 것 없는 삶이라 여긴 저자의 활동에 감탄하게 될 뿐이다.

어린시절 내가 책방 주인이 되는 꿈을 꾸게 한 동네 서점이 있다. 책 좋아하는 아이인데, 맘껏 책을 사 읽을 여력은 안되고, 달에 한번 아버지 월급받은 다음날이나 학교에서 상장 받은 날 보상이라도 되듯 한 권씩 쥐어지던 그날의 벅참. 그리고 고심하며 고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파고 있어도 싫은 내색 없이 책방의 한 켠을 내어주셨던 사장님. 이젠 내가 그때 사장님의 나이가 되고나니 그러한 어른들이 나를 이렇게 키웠다고 생각하게된다. 그래서 책이 주는 무한한 힘을 여전히 믿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책방이 가진 깊이 또한 알다보니 부디 낭만은 물론이고, 오래오래 유지 될 수 있는 지속성의 매출을 기반한 다양한 활동에 응원을 하게된다. 나는 못 하겠지만 당신들은 할 수 있다는 응원을 심어보며, 각지에서 뿌리를 내리고 단단하게 키워질 책방의 위력을 지켜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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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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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 부터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가 있다. 막상 서점이나 도서관에 왔는데 남들 다 읽는다는 베스트셀러부터 훑어야 하는지, 그나마 머릿속에 외우고 있던 저자의 신간부터 읽어야할지, SNS상의 인플루언서나 좋아하던 배우가 읽고있다고 게시했던 책 부터 미리 선점해야할지. 유명한 상을 수상한 저자의 대표작은 남들 다 읽는 것 같아 집어 들었다가도 내가 원하는 문장의 결이 아니다보니 나는 대중성과 떨어지는 글만 찾아 읽는 듯 해 보편적인 독서 성향은 아닌것 같다는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읽는다는데, 나도 그 속도에 맞춰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수록 책과 더 멀어지는 경험을 한 적들. 독서 수렁에 빠진 것 같아 망설이게되는 책 선택의 과정.

이토록 줏대없는 책 선택의 과정. 그렇다보니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 걸 만큼 그 책을 언급했다면 허투루 고르지 않았을 것 같고, 완독하고, 곱씹어보고를 반복했을 듯한 추천사를 좋아한다. 적어도 그러한 사람들이 말해준 책이라면 실패 할 것 같진 않았거든. 그래서 책발소북클럽의 추천 도서들을 좋아한다. 직접 이 북클럽 큐레이션을 구독하진 않았으나 뒤늦게라도 찾아보며 내 편협한 독서 습관을 넓혀보려 애쓰는데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김소영저자로부터 시작되었고, 이후로는 한국문단의 작가와 명사들로 영역이 확장되어 다양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넓은 이야기의 세상이라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것이 정석이 아님을 깨닫게되었고, 새로운 이야기와 세상이 있음에 뒤늦게 알아가는 재미를 누리게 해 주었다.


책 읽는 사람이 없다며 출판계와 문학계에 대한 우려섞인 말들을 하는 언론들. 그럼에도 나와 같은 사람. 읽는 재미가 세상 행복한 취미이자 일상인 사람들에겐 내가 못 보고 지나친 틈새의 보석같은 책 추천들이라 '같이 읽자는 고백'의 말들을 계속 받아보고 싶어진다.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의 마음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이 감정을 같이 공유하고싶고, 그러한 일에 대한 지속성을 기대하는 행보라서 김소영 대표의 이 마음에 애독가의 힘을 싣어본다.

명사 37인 중 내가 모르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게 더 쉬울 듯한 선택이다. 내 책장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있는 이석원,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 이슬아, 최은영, 정보라.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중인 박상영, 김혼비, 송길영, 강민혁, 요조, 장기하, 오상진 등. 한 쪽으로 치우쳐진 것이 아닌 다방면의 사람들의 시선이 한데 모여져 더 좋았다. 그리고 최신작에 쏠려있는 추천도 아니었다는 점. 2022년에 추천하는 책이 2002년의 출간 작이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잊고 지나갔을 법한 이야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에 남을 문장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니 이러한건 무조건 읽어줘야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나만 모르고 지나칠 뻔 했으니 더욱 곱씹고 잘근잘근 내 것으로 다져서 머릿속에 콕콕 박아두고싶어졌다.

책갈피 박스세트에서 보이는 문장과 컬러. 매번 책갈피 하나 없이 책 읽고,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이나 메모지 북북 찢어 끼워두곤하던 내 성향을 고치게 만들고 책 사이에 끼워두는 책갈피 마저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일러주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그때 애정가는 책갈피를 하나 챙겨 고이 꼽아두기도하고, 오늘 하루를 다 잡는 듯한 마음가짐을 얹어 이 책갈피를 책상위에 올려두기도한다.

그렇게 애틋한 문장들에 숨을 불어넣어 시선이 가는 곳곳에 놓아두고싶어진다.


📖가라앉기보다 움직이길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_ 책을 다시 펼쳐보며, 그 아룸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여러 우려들이 여전하지만, 봄의 기쁨도 놓치지 않는 나날 보내시길요!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책들은 매번 반성을 하며 읽게된다. 내가 모르던 세상의 노동환경, 내가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곳에서 일어나는 부단한 움직임들. 쉼 없는 노동으로 하루하루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노동의 굴레. 인생의 바닥이라 할 지언정 그 틈에서도 삶의 여유를 찾아내고 이어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이 겪는 생의 일부라 보여지겠지만 결국 이 사회가 꾸려가는 노후화된 미래의 예보같은 것. 그래서 이 개인의 현재와 훗날 이어질 모든 이들의 미래는 이어져있음을 간과해선 안되도록 일러준다.

취약한 계층,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 밝지 않은 미래.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 그들이 원하는 집과 꿈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집과 이상은 무엇인지를 계속 번갈아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동명의 영화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관점을 달리해 보는 세상. 또 그러한 세상을 어떠한 시선으로 마주할 지에 대한 과정을 배운다. 나는 매번 글로 배우고 깨우치는 삶을 살고있다.


📖인생의 남은 페이지를 새로 써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_ 곧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자분들의 마음과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무엇일지, 저는 굉장히 궁금합니다.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해주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한가지 장면에만 몰표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는 거예요.

영미 문학 말고도 다른 세계의 문학을 읽는 것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이 머릿속에 한번에 착안되지 않는 것도 있고, 정서가 안 맞다고 해야할까? 문장을 풀어내는 스타일이 기존에 읽던 문학과 달라서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 모든게 편견이고 옹졸한 읽기의 성향이었다.

생각보다 후루룩 읽히는건 물론이고, 알려주었듯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한다. 그리고 세상이 반응하고 그녀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또한 대중의 시선과 미디어가 포커스를 맞춰가는 관점의 진행에 따라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 상황이 올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 사건이 나에게 시작되어 퍼지고 부풀려진다면에 대한 가설을 계속 세우게 만들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했던 문장. 모르고 지나칠뻔 했는데, 덕분에 또 깨우치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홀로 버티는 사람들의 삶과 한숨이 들려올 때_ 스스로 안다고 자만했지만, 실제론 제가 몰랐던 삶의 다양한 면면들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 내가 먼저 읽었던 책도 있어 반가웠지만, 이 파트 만큼 반가웠을까. 남형도 기자의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여기서 만만나게되니 반가웠다. 나 또한 어떤 이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이다. 옥상달빛이 밤시간 라디오를 할 때에 남형도 기자가 게스트로 와서 책 소개와 함께 책에 얽힌 이야기를 했던 날이 있다. 그날 라디오를 다 듣고 바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고 단박에 글을 삼키듯 읽었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자 한명이 체험한다고 뭐가 바뀌겠냐는 마음보다는, 동참하려는 마음이 새로웠고, 직접 겪어보지 못한다면 오롯이 알기 어려운 것들까지도 꼼꼼히 적어둔 표현력 덕분에 생생하게 그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역시나 눈으로 머리로만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우치면서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구현해준 이의 문장 덕분에 나는 직접 부딪혀보지 않고도 그 고통과 설움을 가늠할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그저 재밌고, 리얼리티 가득한 에세이라 말하겠지만 덕분에 이렇게도 설명 할 수가 있겠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알려주고싶다는 마음을 먹게했다. 그리고 내가 완독 후 가졌던 마음의 결과 나만 느끼는 단순한 감상평이 아닌 듯 해서 공감해주는 이가 있는 기쁨도 누릴 수 있던 편지이기도 했다.


목차를 보면 추천하는 이유를 시작하는 문장으로 두고, 추천자명을 기록해 두기만 했지 어떠한 책인지는 언급해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나처럼 독서 편식이 심한 사람에겐 책 제목이나 저자명을 두고 제멋대로 유추해보고 읽을지 말지부터 정하게되는데 모든 추천의 편지들은 책 이야기를 함에 있어 서두에 두지 않았던게 나에겐 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뭐길래 라는 마음으로 눈으로 편지의 문장을 따라 갔던 것 같다. 같이 읽고자하는 이유가 확실했다. 나만 알고 있기 아쉬워서, 내 글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분명 내가 추천하는 이 글 또한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감,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얻었고, 당신이라면 내가 가진 감정에 또 하나의 감각을 얹어 느끼는 바가 풍성 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반짝이는 문장들. 편식이 심하더라도 한번쯤은? 호기심에? 그렇게 재밌다니까 시작해볼까? 라는 마음을 먹기에 충분한 달디단 회유의 이야기속에서 나는 그렇게 이것저것 탐닉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 분야만 파는 것도, 신간만 읽어가는 습관도, 베스트셀러부터 깨부수자는 마음도 모두다 옳다. 독서의 방식엔 꼭 이래야만 한다는 틀은 없으니까. 다만, 때때로, 이따끔씩 이러한 과정이 지루하고 힘에 부칠 즈음 몰래 쓰윽 건네는 편지와 함께 이것도 읽어봐, 네가 좋아할 것 같아 골랐어. 라는 듯한 애정 가득한 문장이라면 한 번 즈음 옆길로 새어가며 다른 경로의 책 읽기도 재미난 독서인의 생활이 아닐지. 일단 나는 좋았으니까, 나같은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는 이라면 독서의 막다른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이 책 아무 페이지나 펴보고 다시 시작해보자 북돋워주고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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