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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자는 고백 - 십만 권의 책과 한 통의 마음
김소영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평점 :

어떤 것 부터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할 때가 있다. 막상 서점이나 도서관에 왔는데 남들 다 읽는다는 베스트셀러부터 훑어야 하는지, 그나마 머릿속에 외우고 있던 저자의 신간부터 읽어야할지, SNS상의 인플루언서나 좋아하던 배우가 읽고있다고 게시했던 책 부터 미리 선점해야할지. 유명한 상을 수상한 저자의 대표작은 남들 다 읽는 것 같아 집어 들었다가도 내가 원하는 문장의 결이 아니다보니 나는 대중성과 떨어지는 글만 찾아 읽는 듯 해 보편적인 독서 성향은 아닌것 같다는 의문까지 들기도 한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읽는다는데, 나도 그 속도에 맞춰야 할 것 같은데 그럴 수록 책과 더 멀어지는 경험을 한 적들. 독서 수렁에 빠진 것 같아 망설이게되는 책 선택의 과정.
이토록 줏대없는 책 선택의 과정. 그렇다보니 누군가의 추천을 받는 걸 좋아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 걸 만큼 그 책을 언급했다면 허투루 고르지 않았을 것 같고, 완독하고, 곱씹어보고를 반복했을 듯한 추천사를 좋아한다. 적어도 그러한 사람들이 말해준 책이라면 실패 할 것 같진 않았거든. 그래서 책발소북클럽의 추천 도서들을 좋아한다. 직접 이 북클럽 큐레이션을 구독하진 않았으나 뒤늦게라도 찾아보며 내 편협한 독서 습관을 넓혀보려 애쓰는데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김소영저자로부터 시작되었고, 이후로는 한국문단의 작가와 명사들로 영역이 확장되어 다양한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알려주는 넓은 이야기의 세상이라 한 분야만 파고드는 것이 정석이 아님을 깨닫게되었고, 새로운 이야기와 세상이 있음에 뒤늦게 알아가는 재미를 누리게 해 주었다.
책 읽는 사람이 없다며 출판계와 문학계에 대한 우려섞인 말들을 하는 언론들. 그럼에도 나와 같은 사람. 읽는 재미가 세상 행복한 취미이자 일상인 사람들에겐 내가 못 보고 지나친 틈새의 보석같은 책 추천들이라 '같이 읽자는 고백'의 말들을 계속 받아보고 싶어진다.
나를 자랑하기 위해서의 마음이 아니라, 내가 받은 이 감정을 같이 공유하고싶고, 그러한 일에 대한 지속성을 기대하는 행보라서 김소영 대표의 이 마음에 애독가의 힘을 싣어본다.
명사 37인 중 내가 모르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게 더 쉬울 듯한 선택이다. 내 책장의 큰 지분을 차지하고있는 이석원, 정세랑, 김초엽, 장류진, 이슬아, 최은영, 정보라.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중인 박상영, 김혼비, 송길영, 강민혁, 요조, 장기하, 오상진 등. 한 쪽으로 치우쳐진 것이 아닌 다방면의 사람들의 시선이 한데 모여져 더 좋았다. 그리고 최신작에 쏠려있는 추천도 아니었다는 점. 2022년에 추천하는 책이 2002년의 출간 작이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잊고 지나갔을 법한 이야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억에 남을 문장으로 가득하다는 뜻이니 이러한건 무조건 읽어줘야 속이 시원하기도 하다. 나만 모르고 지나칠 뻔 했으니 더욱 곱씹고 잘근잘근 내 것으로 다져서 머릿속에 콕콕 박아두고싶어졌다.
책갈피 박스세트에서 보이는 문장과 컬러. 매번 책갈피 하나 없이 책 읽고, 눈에 보이는 포스트잇이나 메모지 북북 찢어 끼워두곤하던 내 성향을 고치게 만들고 책 사이에 끼워두는 책갈피 마저도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일러주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그때 애정가는 책갈피를 하나 챙겨 고이 꼽아두기도하고, 오늘 하루를 다 잡는 듯한 마음가짐을 얹어 이 책갈피를 책상위에 올려두기도한다.
그렇게 애틋한 문장들에 숨을 불어넣어 시선이 가는 곳곳에 놓아두고싶어진다.

📖가라앉기보다 움직이길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_ 책을 다시 펼쳐보며, 그 아룸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시간을 기다리겠습니다. 여러 우려들이 여전하지만, 봄의 기쁨도 놓치지 않는 나날 보내시길요!
사회문제를 제기하는 책들은 매번 반성을 하며 읽게된다. 내가 모르던 세상의 노동환경, 내가 시선을 주지 않았던 곳에서 일어나는 부단한 움직임들. 쉼 없는 노동으로 하루하루 스스로를 먹여 살리는 노동의 굴레. 인생의 바닥이라 할 지언정 그 틈에서도 삶의 여유를 찾아내고 이어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멋지다고 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이 겪는 생의 일부라 보여지겠지만 결국 이 사회가 꾸려가는 노후화된 미래의 예보같은 것. 그래서 이 개인의 현재와 훗날 이어질 모든 이들의 미래는 이어져있음을 간과해선 안되도록 일러준다.
취약한 계층, 가장 집요하게 착취하는 사회, 밝지 않은 미래.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 그들이 원하는 집과 꿈에 대한 생각과 함께 우리가 바라는 집과 이상은 무엇인지를 계속 번갈아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동명의 영화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관점을 달리해 보는 세상. 또 그러한 세상을 어떠한 시선으로 마주할 지에 대한 과정을 배운다. 나는 매번 글로 배우고 깨우치는 삶을 살고있다.

📖인생의 남은 페이지를 새로 써나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_ 곧 이 책을 읽고 난 뒤 독자분들의 마음과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무엇일지, 저는 굉장히 궁금합니다.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해주실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바로 한가지 장면에만 몰표가 나오진 않을 것이라는 거예요.
영미 문학 말고도 다른 세계의 문학을 읽는 것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이 머릿속에 한번에 착안되지 않는 것도 있고, 정서가 안 맞다고 해야할까? 문장을 풀어내는 스타일이 기존에 읽던 문학과 달라서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 모든게 편견이고 옹졸한 읽기의 성향이었다.
생각보다 후루룩 읽히는건 물론이고, 알려주었듯 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한다. 그리고 세상이 반응하고 그녀가 움직이는 것에 따라, 또한 대중의 시선과 미디어가 포커스를 맞춰가는 관점의 진행에 따라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 상황이 올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그 사건이 나에게 시작되어 퍼지고 부풀려진다면에 대한 가설을 계속 세우게 만들었다.
생은 인간 스스로 자꾸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했던 문장. 모르고 지나칠뻔 했는데, 덕분에 또 깨우치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홀로 버티는 사람들의 삶과 한숨이 들려올 때_ 스스로 안다고 자만했지만, 실제론 제가 몰랐던 삶의 다양한 면면들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 내가 먼저 읽었던 책도 있어 반가웠지만, 이 파트 만큼 반가웠을까. 남형도 기자의 '제가 한번 해보았습니다,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여기서 만만나게되니 반가웠다. 나 또한 어떤 이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이다. 옥상달빛이 밤시간 라디오를 할 때에 남형도 기자가 게스트로 와서 책 소개와 함께 책에 얽힌 이야기를 했던 날이 있다. 그날 라디오를 다 듣고 바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고 단박에 글을 삼키듯 읽었던 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기자 한명이 체험한다고 뭐가 바뀌겠냐는 마음보다는, 동참하려는 마음이 새로웠고, 직접 겪어보지 못한다면 오롯이 알기 어려운 것들까지도 꼼꼼히 적어둔 표현력 덕분에 생생하게 그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역시나 눈으로 머리로만 아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우치면서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구현해준 이의 문장 덕분에 나는 직접 부딪혀보지 않고도 그 고통과 설움을 가늠할 수 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그저 재밌고, 리얼리티 가득한 에세이라 말하겠지만 덕분에 이렇게도 설명 할 수가 있겠구나, 나도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알려주고싶다는 마음을 먹게했다. 그리고 내가 완독 후 가졌던 마음의 결과 나만 느끼는 단순한 감상평이 아닌 듯 해서 공감해주는 이가 있는 기쁨도 누릴 수 있던 편지이기도 했다.

목차를 보면 추천하는 이유를 시작하는 문장으로 두고, 추천자명을 기록해 두기만 했지 어떠한 책인지는 언급해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나처럼 독서 편식이 심한 사람에겐 책 제목이나 저자명을 두고 제멋대로 유추해보고 읽을지 말지부터 정하게되는데 모든 추천의 편지들은 책 이야기를 함에 있어 서두에 두지 않았던게 나에겐 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뭐길래 라는 마음으로 눈으로 편지의 문장을 따라 갔던 것 같다. 같이 읽고자하는 이유가 확실했다. 나만 알고 있기 아쉬워서, 내 글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분명 내가 추천하는 이 글 또한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감,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얻었고, 당신이라면 내가 가진 감정에 또 하나의 감각을 얹어 느끼는 바가 풍성 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반짝이는 문장들. 편식이 심하더라도 한번쯤은? 호기심에? 그렇게 재밌다니까 시작해볼까? 라는 마음을 먹기에 충분한 달디단 회유의 이야기속에서 나는 그렇게 이것저것 탐닉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한 분야만 파는 것도, 신간만 읽어가는 습관도, 베스트셀러부터 깨부수자는 마음도 모두다 옳다. 독서의 방식엔 꼭 이래야만 한다는 틀은 없으니까. 다만, 때때로, 이따끔씩 이러한 과정이 지루하고 힘에 부칠 즈음 몰래 쓰윽 건네는 편지와 함께 이것도 읽어봐, 네가 좋아할 것 같아 골랐어. 라는 듯한 애정 가득한 문장이라면 한 번 즈음 옆길로 새어가며 다른 경로의 책 읽기도 재미난 독서인의 생활이 아닐지. 일단 나는 좋았으니까, 나같은 마음으로 책을 마주하는 이라면 독서의 막다른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단 이 책 아무 페이지나 펴보고 다시 시작해보자 북돋워주고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