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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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목적을, 여행의 단상을 다 담아둔 책. 2019년 부터 후원해 온 아이를 만나기 위한 움직임. 처음 사진으로 접한 아이를 직접 대면하기까지의 시간. 아이의 인생 절반을 시인이 후원해주었기에 그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과 시간들이 궁금한건 당연했을 것이다. 후원에 지나지 않고 직접 만나며 아이의 세상을 이해하고 응원하기까지의 마음들. 나이가 든다고 다 같은 어른이 아니듯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세상이 함께 애쓰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시집은 총 3부작. 1부 탄자니아의 시에서는 후원하는 아이를 만나기까지의 여정과 지금껏 살아오며 마주하지 못했던 새삼스러운 세상을 알려준다.

2부 생명의 선물을 통해서는 여행을 다녀온 이후 익숙하게만 여기던 시인의 세계이지만 새삼이라는 단어를 덧붙여야 할 만큼 사람과 시간, 세상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간 살아오며 함께한 인연들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의 3부 먼 곳이라는 단어를 통해 시인이 오랜기간 머무르던 장소와 시간들을 같이 떠올려보며 어느하나 허투루 둘 수 없고, 특별하지 않았던 적이 없던 날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켜켜이 꼽아두는 어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곱고 반듯한 시선의 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오아시스_ 소년아, 그대도 부디 그대 인생의 사막길 지상의 강물이 땅속으로 스며 지하의 강물 이루듯 그대도 모래밭 사막의 인생길에서 보다 깊숙이, 보다 세차게 지상의 강물을 지하로 내려보내어 더욱 세찬 지하의 강물을 이루게 하라.

부유하고 차고 넘치는 세상고 있고, 내딛는 걸음마다 바스라지는 불완전한 세상도 있다는 걸 우린 안다. 모두에게 평등하길 바라지만 삶을 마주했을 땐 누구보다도 냉정해지는게 세상이더라. 저자는 자신이 살아왔던 고달픈 시절보다 더 절절하게 살아가는 여기 소년들의 마음을 떠올린다. 한국에서는 흔해서 고심하지 않던 것들이 이 곳에선 목숨을 쥐고 있는 것들이 될 수도 있으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달플 수 있다는걸 오아시스로 한번 더 깨우친다. 부디 이곳의 청춘들에게도 오아시스보다 더 크고 세찬 강물같은 순간들이 차올라 걱정없이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만든다.

어떠한 생의 인연 교차점 하나 없음에도 어른의 저자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인생에도 거짓말 같으며 기적과도 같은 오아시스가 솟아올라 하고픈 것 다 누리고 살았으면 하는 이미 살아본 자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대가 없는 기원이며 요청 없으나 바라게되는 세상에 대한 간청 같았다.

📖현자의 말_ 고맙다, 감사하다, 안녕히, 그러노라면 고맙지 않은 세상이 고마운 세상이 되고 감사하지 않은 사람이 감사한 사람이 되고 안녕하지 않은 너와 내가 안녕한 너와 내가 되지 않을까.

나의 외할머니도 그러하시지만, 이젠 나의 부모마저도 내가 하는 손길과 마음들에 감사하다며 꼬박꼬박 인사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셨다. 내가 어릴 적에는 이렇게까지 다정히 표현 하신 적이 없었던거 같은데, 두분의 품을 떠나 가정을 꾸리고 어른으로서의 몫을 하는 사람으로 살다보니조금씩 바뀌신걸 느꼈다. 당신들이 나의 보호자였었으나 지금은 내가 당신들의 보호자가 되었고, 어떠한 일을 결정하거나 중대한 사안이 있다면 당신들의 의견보다 나의 의중을 더 먼저 묻고 의지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부터겠지. 괜한 짐과 걱정을 안긴 것 같아하며 사사로운 일 마저도 감사하다며 마음 표현에 헤프도록 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으셨다. 저자는 죽음을 앞둔 현자가 입에 올린 말이라 하였기에 나는 이 걸 읽으면서 괜히 명치가 뜨끔해졌다. 나의 그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로 죽음이 코앞에 다다른건 아닌가 겁을 먹게 하곤 있지만, 부디 죽음에 이르러서야 세상이 고맙게 느껴진걸 뒤늦게 안 사람이 아니라 좀 더 이르게 깨우친 진짜 어른이 되셨던 걸로 믿고싶어진다.

어린 아이의 성장이 뿌듯해지고, 같이 여행한 동행자의 청춘이 예뻐보이고, 어른으로서 애쓰는 동료이자 후배 작가의 마음씀씀이가 흐뭇해지는 사람.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말로 문장을 완성시킴으로서 멋드러지게 늙어가는 노년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시인. 마음속에 담아두기보다 글로 표현하고 문장으로 진심을 드러냄으로서 주변인들이 자신에게 베푸는 것들을 고마워할 줄 아는 어른의 세상이 책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시인이 직접 연필로 그린 산과 나무, 꽃, 마을의 풍경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옮겨두어도 되겠지만, 단색의 서걱거리는 연필의 질감이 페이지마다 그대로 담겨있어 오히려 무엇을 보여주고 어떠한 마음을 표현하였는지를 더욱 확실하게 전해주기도했다. 잘 그려서 정확히 전해진다기보다 오롯한 마음으로 보여 주고픈 것들에만 손에 힘을 쏟아내어 전해준 순간의 단편들 같아서 만약 우리 할머니에게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림일기를 써서 보내달라하면 바로 이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여행그림책으로 묶여진 에세이라 그런지 지난달에 읽었던 이병률 저자의 좋아서 그래 처럼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손 끝으로 다양하게 표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글은 내 마음을, 그림은 가장 보여주고픈 그 장면의 어떤 피사체를 옮겨담아두었다. 우리의 세상은 4K의 명확한 해상도로 구현되기도 하지만 나의 온전한 마음은 뭉툭하고 화려하지 않은 연필 한 자루로도 표현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어른의 세상살이 후일담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이기를 잘했다 했고, 오늘도 숨쉬는 사람이길 잘했다 하며, 여기 와서 만날 수 있어 잘했다며 다 잘했다며 똥깡아지라 부르는 손주의 모든 날이 잘하고 있다고 응원하는 어르신의 고운 시선같은 글. 나 또한 돌아보니 내가 살아온 모든 순간과 과정들이 천국이었다 단언 할 수 있도록 잘 사는 어른이 되어보고 싶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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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유언
구민정.오효정 지음 / 스위밍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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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게 유언을 남길거라는 아주 기깔난 포부로 책 제목을 지은 것 같지만 사실은 툭 치면 눈물 뿌엥 터지는 물만두같은 그녀들의 웃고는 있는데 눈물나는 이야기였다. 나의 또래의 이야기였고, 그래서 더 울컥울컥 멍울이 터지는 울음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잘 살고 싶었던 애쓰던 그대들이었기에 마음이 쓰였다. 결국 우린 또 생을 마감한 자와 남겨진 자로서의 각자의 다른 노선의 삶을 살아야한다. 그걸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두 사람의 나란한 걸음이 아닌 혼자만의 의미있는 걸음에 힘을 보태게된다.

1장은 서로를 알리는 자기소개서와 같은 이야기들이었다면 2장에서는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세상과 그걸 비웃기라도 하는 오PD의 병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내어놓는다. 3장은 멈추고 싶은 시간. 이제 끝이 보이는 오PD의 생의 시간들과 4장에선 남겨진 구PD와 그들의 반려견 태양, 그리고 오PD의 남겨진 가족. 멈춰있던 시간이 자연스레 흘러가고 나만 이런 일이 일어난게 아님을, 다들 그렇게 이별하고 살아내고 있음을 구PD 주변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든 살아지더라는 생의 순리를 얻게된다.



방송국 놈들의 세계는 진짜 밤낮이 뭐야 개인의 시간마저도 없는 사람들이다. 열정을 갈아내고 자신을 쏟아내어야만 1인분의 몫을 할 수 있는 세계에서 십이 년간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온 KBS PD 구민정과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십이 년차 프리랜서 PD 오효정. 그들이 공동으로 연출하는 작품을 통해 소울메이트가 된다. 서간문 같지만 각자가 피디로서 살아 갈 수 밖에 없던 그간의 시간들과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을 공유하고 생의 마지막을 맡겨보면서 한 사람의 생이 저물고, 그걸 오롯이 바라보는 자는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들은 중년도 노년도 아니다. 한창 피워낼 화력 좋은 30대 초반의 화사한 인생이 다른 의미로 순식간에 져버리는것에 대한 과정을 가족도 학창시절 짝꿍도 아닌 다 커서 만난 동종업계 동료 연출자의 시선으로 문장을 구성해낸다. 꿈과 열정을 무기삼아 전력질주하던 두 주자가 속도를 멈추고 자분자분 걸으며 숨고르기보다 더한 낮은 자세로 세상을 마주한다. 타인의 강요도 아니고, 장본인의 요청도 아닌 으레 당연하게 내가 해주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과 세상과의 안녕, 그리고 죽은 이후 빈소에서 가족 아닌 타인이 장례의 세세한 부분까지 다 담당하게된다. 혈연,학연,지연, 이딴거 필요없는 인연이 주는 부럽고도 눈물나는 관계의 진득함이 있다.


📖서문_ 살아 숨쉬는 게 너무도 당연해서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다면, 이 글은 당신의 남은 시간을 떠올려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꿈을 좇아 일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꿈과 현실 사이에서 허덕이는 당신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당신에게 이 글이 어떤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효정은 암 판정을 받던 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인 채로, '누가 날 좀 안아줬으면'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썼다.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상태에 있든 이 글이 그렇게 당신을 안아줄 수 있다면 좋겠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내 주변, 그보다 순서의 새치기로 인해 내가 될 수 도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는 나이에 이르렀다. 30대 후반에서부터 시작된 생각은 30대 끄트머리에 다다르니 이 불안감이 극에 달한 듯 하다. 이놈의 잡념은 희안한대로 가지를 치고 나가서 불안을 키운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가 생소하게 여길 수 없는 독자로서 에세이를 마주하게 만들었다.

효정은 말한다. '누가 날 좀 안아줬으면' 이라는 마음. 이 책을 완독 한 그날 밤 그 마음이 어떤건지 조금은 가늠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먼저 잠에 드는 와이프의 수면 양말을 신겨주고 이불을 반듯하게 덮어 준 후 곁에 누워 고생했다고 안아주는 사람의 품에서 후두둑 눈물이 쏟아지더라. 끅끅 거리거나 꺼이꺼이 울어제끼는 그런 서러운 울음 말고, 그냥 후두둑 어찌 할 방도 없이 떨어지던 그런 눈물이었다. 며칠 세게 아프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건지 왜 그러냐 채근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안겨 눈물을 왕창 흘려보냈었다.

효정은 이런 마음이 필요했나보다. 어떠한 말보다 그냥 안아주고 바라봐주는 사람의 온기. 그게 필요했나보다. 때로는 묻지 않아도 다 알겠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또 한번 절실하게 느끼게 했다.

📖느려진 발걸음으로_ 무언가 꿈꾸고 생산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일이 있다는 믿음으로, 효정은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고 싶어했다.

민정과 효정을 알지 않을까. 쉬는 것 마저도 일의 연속성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에게 생산성을 빼앗기고 의미를 소실하게되면 나라는 존재의 자체마저도 희미해진다는 것. 그래서 세상이 쉬어가도 된다는 듯 이유를 만들어줘도 내가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마음이 효정을 더 다급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쓸모 없는 사람 처럼 여겨질까봐,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이 영영 누구에게도 필요치 않는 허상의 존재가 되어 버릴까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갈 가닥을 잡고싶었으리라 보여졌다.

나의 부모들에게 안부차 전화하면 매번 하는 이야기가 있다. 좀 쉬시라고. 쉬어도 된다고. 하지만 일평생 그리 하지 못한 사람은 쉬는 방식을 모른다. 또한 쉬는 것 보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있어 시간도 잘 가고, 존재의 이유를 찾는 느낌을 받는다. 느려도, 그 결과가 원대하지 않더라도 무언갈 해 내었다는 흔적을 남기고픈 사람들의 마음. 그걸 나무라거나 없신여기지 않아야 함을 또 한번 배운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고, 가족의 반대도 이겨낸 귀한 목표였다. 그걸 이루고나면 탄탄대로 일 것 같았고, 모두가 자신을 반길거라 생각했지만 매번 버거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나를 한없이 쥐어짜는 과정이었고, 그 방식에 조금식 익숙 해 질 즈음 제동장치가 걸린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책은 명랑한 유언이 아니라 명랑한 성공기로 바뀌어 출간되었겠지. 극복의 연속성을 띤 연출 기깔나게 잘 하는 콤비로 말이다.

시작과 끝이 있듯 탄생과 죽음이 있는건 당연한 순리이지만 이 타이밍에 나와선 안 될 섣부르다 싶은 생의 단절과도 같았다. 그래서 전력질주 하던 그들의 쉼이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 어떠한 작용이 되어 줄 지는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의 시작을 내가 명명하지 못했던 것 처럼 끝나는 시점도 모른다. 그냥 나는 그 생의 트랙에 올려진 상황일 뿐이다. 매번 느끼는 이 감정들이 어느 시점에선 마지막의 감정과 마지막 한 마디가 될 수 도 있음을 느끼게된다면 이 책 속 두 사람처럼 의연하고도 명랑하고, 또 가끔은 덜 명랑하면 어떤가 싶을 정도로 마음이 왈랑거리게되곤 한다.

나는 평생 명랑한 작별도 명랑한 유언도 못 해먹을 미련많은 인간이다. 그래서 이 마음이 괜히 미워진다.

나는 어떠한 방식으로 내 삶을 대하고 유쾌하게 살아봐야 할까. 슬럼프인지 단순히 몸이 괴로워서 마음이 삐딱해진 상태인지는 도통 가닥을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나를 정신차리게 만들었고, 그래도 너는 내일까지는 살 수 있지 않냐며 살아 낼 수 있을 때 잘해! 라는 듯 감정의 나태지옥에서 끄집어내어 쫌! 잘 살아보라 정신차리게 만들어주는 에세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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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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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이 책이 인기있는걸 알았기에 이제 예비 중1인 아이가 궁금해하며 구매 요청을 해 오기도 했다. 방학동안 읽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아이의 시선이 문장에 완벽하게 닿지는 못한 듯 하고, 어려워서 일단 멈췄다고 하더라.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물이 하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아이는 많이 어리고, 또 사람들 사이에서 깎이고 닳아낸 흔적이 없는 원석이기도 하니 모를만도 하지. 30대의 끝자락에 있으니 7개의 단편의 모든 인물들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언뜻언뜻 겹쳐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산전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한테 옴팡지게 치이며 산 세월도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인데 굳이굳이 이렇게 일본어로 쓴 걸 보면 진짠데 진짜가 아닌 것 처럼 보이길 바라는, 어떠한 표정도 읽어 낼 수 없는 아리송한 사람의 낯짝이기도 한 것 같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뇌에 힘주어 따라가게한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_ '우리'의 사랑은 '저들'의 사랑보다 순도 높다고 했다. 저들은 김곤을 개발지로 삼으려 하지만 우리는 낙원으로 삼지 않느냐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오롯이 공감할 수 없었다. 신념에 취해있는 듯한 오영을 보니 더더욱 그랬다.

집단은 항상 피곤함을 동반하지. 어떠한 존재를 좋아함에 있어 모인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각자가 그 소속감을 통해 원하는 바는 다를테니 거기서 또 갈래가 퍼지고 생각의 비중을 다른쪽에 쏟기도 하니 말이다. 말하는 이가 갖게되는 팬덤으로서의 소속감. 다수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닌 특이성을 띄는 존재를 옹호하고 동경하다보면 거기에 따른 의외의 감정을 얻기도 한다는걸 보여준다.

재능, 도의, 비난, 동경, 옹호, 진실, 수긍의 다양한 감정을 겪어내면서 이 애정을 지속함에 확신을 갖지 못하며 무조건적인 옹호도 할 수 없는 걸로 보아 그나마 이야기속 주인공은 정상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스무드_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챙기듯 그는 내게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다른 배지들을 손수 셔츠 주머니에 넣어주고 단추까지 채워주었다. 살갑고 다정하게.

지극히 한국인으로서 보게되는 눈쌀 찌푸려지는 조합과 아무런 지식 없이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타국민이 보게되는 그와 그의 집단. 이민 3세대 듀이가 받게되는 타국 노인들의 격한 외국인 대응의 방식. 듀이에겐 그저 한없이 친절한 어른이었다.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고, 다 퍼주는 마음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며 그만큼 타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인지도 알게 만들었다.

이 인간의 관계성 나 어디서 본거 같아. 그거 우리 팀이 타 부서 담당자의 멀어저가는 뒷통수를 보며 맨날 하는 말 그거였다. 저 양반은 나랑 일적으로는 안 엮이면 사람은 참 좋은데...(사람만 좋은 그런 사람)


📖혼모노_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진짜? 가짜? 가짜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살아야하는 진짜인척 하는 삶? 결국 진짜는 장수할멈 뿐인가 싶으면서도 가짜라도 미친척 칼춤추고 칼자루 위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피칠갑을 하더라도 그 모습에 진저리치는 진짜가 나가 떨어지면 남은 놈이 진짜가 되어버린다 싶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 진짜보다 더 미친듯 활개치는 가짜에 사람들은 현혹이 되고 만다는 걸 이놈의 마지막 굿판을 통해 알게된다. 진짜의 신애기라도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로 보는 세상을 아주 신나게 까내리는 모습에 우리는 매번 니세모노와 혼모노에 갈피 못 잡는 인간이구나를 느끼게 만든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_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생기잖습니까.

죽고자 하는 사람도 빛 속에선 의지와 열망을 키웁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흔들렸던 신념이 굳건해질 수도 있죠.

뭔가에 미치듯 빠져들면, 선해 보이던 사람도 악을 키울 수 있다는 말. 잘해내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구보승을 이 구역 미친자로 만들었다. 여재화 교수에게는 이 의뢰가 자신의 커리어에 한줄 더 붙여두는 일이겠으나 구보승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 생각 했을테니 마른수건에 물 짜내듯 자신을 거기에 투영하고 미치도록 빠져들어 그 장소를 구현해 냈으리라 짐작하게 만든다. 고문 수용소에서 인간미를 넣는다는 아주 낭만가득한 말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자 했전 여재화, 의뢰한 이의 방향성에 아주 깊고 더 명확하게 구현해낸 구보승. 어차피 이 의뢰를 받아들인 이상 둘은 똑같은 사람이지만 여재화는 구보승을 보며 쟤보단 내가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라며 우위를 자부할 표정이 그려져 참 딱하다 싶어지더라.

결국 늬들은 그 밥의 그 나물인데 말이지.

출세와 인정에 목마른 놈 데려다가 꼭두각시 놀이 시킨거니까 결국 여재화가 더 나쁜놈인데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꼴 보니 지금의 구보승 같은 청년들이 허다 할 것 같아 입안이 깔깔해진다.

📖우호적 감정_ 항상 해맑잖아요. 일이 많아도 웃고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려고 하고요. 나도 그랬거든요. 근데 오래 구르다보니 찌들더라고요.

......

글쎄요. ...... 아직 이 회사에 기대를 거나?

두루두루, 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는 싫지만 굳이 티를 내어서 무엇 하겠나 싶은 그런 마음이겠지? 내 속내를 다 드러낸다고 달라질껀 또 뭔가 싶은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면 이렇게 친밀과 호감, 애쓰는 마음이 결국 나만 피곤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기대하는 오너와 달리 결국 그 집단 안에서는 각자가 받게되는 임금(여기서는 상여금)과 그간 해온 시간에 대한 노고를 단위화하여 보이지않는 직급을 만든다. 그래서 이름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고 직급을 지운다 한들 각자의 머릿속에는 상대를 바라보는 낯짝에 숫자를 메기게 되는거지.

그래서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이 착하고 바보같은 감정에 괜한 노력을 안 하고 싶어진다. 주는 만큼 되돌아 오냐? 그건 또 아니거든.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뭐하러 마음쓰고 돈쓰고 체력허비하겠냐는거지. 그래서 그런가 나는 수잔의 마음을 너무 공감하게된다.

이게 직장인생활 17년차의 삐딱한 마음이라 나만 그런 아닐꺼라는 마음으로 나의 옹졸함을 포장하게 만든다.


📖우호적 감정_ 그런 관계가 어디 있겠어요. 다 환상이죠.

그런 관계 어딨나요. 환상이지. 그것도 연차 높고 연세 지긋하고 아쉬 울 것 없는 지원자 아닌 스카웃 된 사람이 보는 아랫것들이 해주길 바라는 새로는 조직의 관계성이지. 나는 안 하더라도 남들이 해주길 바라는 마음. 찜찜함이 그 식당에서 느꼈던 감정이라 생각하게된다. 겉은 한없이 온화하지만 속은 뜨거운 국물을 금방이라도 뱉어내고 싶게하는 딤섬같은 사람들.


📖잉태기_ 기억이라는 건 쉽게 미화되고 변질되며 사람의 연약한 부분을 건드려 여지를 만든다는 것을, 그 가능성을 믿고 다가갔다간 금세 후회한다는 것을 일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기억이 미화되는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라는 몸이 반응하는 삶의 의지라 봐야할까. 나의 엄마님이 매번 하시는 소리가 있다. 꼭 똑같은 것들끼리 싸운다고. 나의 아빠와 나는 애증의 관계. 성질머리도 비슷하고 휘어지지 못하는 부러지는게 쉬운 인간. 똥고집에 지가 맞다는걸 인정 받아야하는 욕심많은 인간. 그게 우리 엄마가 당신의 남편과 당신의 막내딸을 말하는 방식이다.(남편도 똑같이 말하고있음. 그러니 반박 불가)

시부, 화자, 서진. 각자의 무른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꺾이는건 죽어도 싫은 사람들이다. 손녀가 공항에서 양수가 터지고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 한들 각자의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걸 보니 이 사람들 뭐든 해낼 무서운 사람들이더라. 법 없이도 사는 그런 사람 말고, 법 없으면 없는대로 활개치고 살 욕심 가득한 사람들. 설마 그러겠냐 싶은 관계성의 조합이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허다하기에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끌고 왔고, 나 또한 무시하고 넘길 수 없음에 치 떨리지만 재연프로그램의 자막처럼 '사실을 기반으로한 재 구성된 픽션입니다'라는 문장이 어느 한 장면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여전히 사람이 무섭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있는 내가 어떻게 변해갈지, 어떻게 늙어갈지를 알 수 없으니 그것마저도 무섭다. 진실이길 바라며 진실을 향해 산다한들 내 믿음과 확신이 모든게 정확한건 아닐거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마다 이야기를 이끌어내고있는 7명의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에피소드들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감정선에 내 생각을 덧입혀보면 결국 나도 그러한 인간으로 바뀔거라는 결론이 나오는 수순에 역시나 나도 그 밥의 그 나물인 그저그런 인간이구나에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나는 다를거라고, 적어도 너랑은 다른, 더 나은놈이라 생각하지만 대단한 소설의 비범한 주인공이 아닌 이상 똑같은 루트를 밟게 되는 나를 미리보기하는 이야기들 같았다.

이 걸 다 읽었다고 나는 이런 사람이 안 될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까먹는 까마귀 같은 인간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에 급급한 하루살이 인간으로 매일을 똑같이 버티고 있으니 나조차도 내가 혼모노인지 니세모노인지 분간이 안 되니 이 책에 대한 나의 답은 좀 오랫동안 보류한 상태로 지켜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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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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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보다 공포 소설에서 느껴지는 비애에 마음을 더 쏟아보는 것. 죽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에 닿을 때 아리다는 마음이 더 크게 번지는 것에 눈을 돌린 작가의 생각들로 시작된 책이다.

최측근의 장례를 치러본 자라면 저자가 분석한 공포 소설의 플롯이 공포을 배제한 서글픈 마음이 크다는걸 알 것이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은 제발 내 가족이 살아나길 기도 할 것이며, 늦은밤 무언가가 현관문을 두드릴 때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확신. 그래서 문을 여는 것에 주저하는 손끝이 죽은 이를 더 서글프게 만드는건 아닐지에 대한 감정은 공포라는 것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마음들일 것이다.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르겠지, 그런데 나는 겪어봤고 그게 다들 한번쯤은 하게되는 슬픈 망상이라는 것을 염두에두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해봤다.

윤아, 지현 그리고 태화. 주된 인물들은 고작 셋인데 그들이 살아온 어린 시절과 나 큰 어른이지만 어디에도 끈끈하게 얽히지 못한 사이들.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글인데도 문장이 끝날 때 마다 스틸컷처럼 회상과 현재를 돌아오는 이야기마다 또렷하게 장면이 머릿속에 박히게 만든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태화의 죽음. 지현과 윤아는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구청에 확인를 한 후 시신 인도를 위해 알아본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왔고 성인이 된 후 가족 이상으로 연락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온 사람들. 하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서류 어느 곳에도 셋은 엮이지 않은 관계라는 것. 어떻게든 태화를 편히 보내주기 위해 가족이 아니더라도 장례를 치뤄준 사례를 찾아보며 무연고자 장례가 아닌 그를 기억하고 보내줄 수 있는 단독 장례를 준비하게된다. 시신을 책임 지겠다는 것 만큼이나 세상은 그에 대한 대가인 금전적 지불을 당연시 생각하고 있으며 구청 직원 또한 못해도 천만원의 장례 비용을 서류상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아니면서도 해주려는 그 마음들에 의아함을 가진다.

윤아가 태화를 기억 할 수 밖에 없는 또렷한 처음. 태화는 처연한 미니시리즈 주인공과 같은 클리셰로 엄마에게 버려졌고, 윤아 또한 제 살길 찾아가는 엄마로 인해 시간차는 있지만 태화처럼 가족과의 연이 끊기고 혼자가 된다. 그렇게 보육원에서의 돌봄이 끝나고 성인이 된 여린 어른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셋은 서로를 챙겼고 가족이든 친구든 어떠한 관계라 단정짓기 모호할 관계로 서로를 쥐고 있었다.

그랬는데 태화는 갔다. 분명 밤마다 찾아와 라면도 끓여달라 했었고 거미도 잡아준다 했었고, 어두운 밤과 같은 설움의 날을 공유했는데 이미 죽은지 제법 되었다는 소식. 시신이 발견된 당일에도 윤아를 찾아왔다. 눈앞의 태화와 실재하는 태하는 모두 윤아가 아는 태화가 맞았다. 다만 하고픈 말을 다 마치지 못한 태화과 있었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든 감정을 혼자 견디리라 다짐한 태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 안에서 연대하는 설움이 서로를 좀먹게 될까봐 그냥 잘 지내겠거니 싶어하는 마음에서 마침표를 찍어두는 방식.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추억팔이라며 옛 이야길 하다보면 각자의 어린시절 버려진 이야기, 눈치보며 살아왔던 보육원에서의 삶을 늘어놓는 이른바 불행배틀이 끊임없이 어이질까봐 슬쩍 발을 빼어보며 야금야금 멀어지는 방식을 택하는 것. 그래서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로 애써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헌데 생각해보면 이미 겪을대로 다 겪어온 굴곡진 삶이라 생각보다 담담하고 의연하게 그 상태 그대로 태화는 윤아 앞에 나타난걸로 보였다. 버려지던 과정을, 버려진 이후의 삶을, 여전히 혼자만 바라게되는 관계의 회복과 씁쓸한 현실을. 태화의 일생을 다 아는 누가봐도 남인 윤아라면 그저 들어주거나 말하길 기다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겠지. 연고자가 아니니까 서럽게 울어주진 않을테고 담담하게 들어주긴 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하고 소중하기를. 가끔씩은 서로의 삶에 행패 부리기를. 미안함이라고는 모르고 뻔뻔하게 착취하기를. 그러고도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곁을 지켜내기를.

버리는 걸 알았다. 그리고 기억 조작 마저 하려했던 낳기만 한 엄마였다. 다들 아니라 해도 찾고싶었고, 찾았지만 역시나 온전한 가족이 되진 못했다. 태화는 또 한번 버려졌다. 어린 태화처럼 어른 태화도 또 겪어낸 것이었다. 왜 찾았을까, 왜 일방적인 그리움을 쌓아뒀을까. 그러고보면 세상이 정한 굴레에 맞춰 엮여있는 사람만이 내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닿게 된다. 차라리 남이 더 애틋했던 세상도 있고, 타인에게 얻어낼 수 있는 위로도 있는 관계도 있다는 것. 살면서 같이 밥 먹는게 열 손가락에 세어봐지긴 할까 싶은 피를 나눈 이들 말고, 띄엄띄엄 전화해도 마치 어제 연락 한 사람마냥 거리낌없고 주저함 없이 내 오장육부를 털어둬도 됨직한 관계. 관계 속 연고자의 시작점과 끝점은 아닐 수 있다는 세상을 또 한번 확신하게된다.


태화가 희미 해 질 즈음엔 제대로된 장례를 치르게되는 날이었고, 그렇게 담아둔 마음과 각자에게 맡기고픈 마음을 말해두며 진짜 안녕을하게된다.

가족이나 다름 없는 건 누가봐도 가족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그만큼 아끼고 챙겨보지만 결국 모든 절차와 서류에서는 밀려나는 존재이며 그 이상은 되지 못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완벽한 내 편과 어떻게 하더라도 내 손에 쥐고싶고 품에 담아두고픈 존재는 아니라는 것에 서글픔이 더해진다.

결국 죽어서도 서류상의 가족이나 친족은 되지 못하겠지만 종이쪼가리에 인쇄되고 인지가 붙지 않는 관계는 더 오래 머물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이들의 애틋하고 애잔한 마음에 진득히 기거하고있길 바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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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 성장기 위픽
함윤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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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문학이라는 테마로 소도둑 성장기라는 제목 아래 그냥 훔치면 되지 않을까?라는 문장을 책 표지에 품고 있는 글이다.

작고 하얀 뼛조각을 움켜쥐고 태어난 사미. 그것이 자신의 첫 도둑질임을 언급한다. 이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는 엄마로 인해 사미에게 인이 박히도록 들려주며 기정사실인냥 그녀를 잠식해온다. 신생아의 손바닥 안에 있는 그것. 기형종의 흔적이거나 이탈 세포가 아닌 당신의 뼈라고 여기며 엄마. 당신의 뼈를 훔쳐 태어난 아이라 떠들어 대는 것이 자신을 더 가엾게 여기는 방식이었으리라 보여졌다. 그렇게 태어날 때 부터 도둑질 한 아이는 금귤 하나, 축구부 방석 하나, 작은 베고니아 화분 하나. 자잘한 무언가를 훔치는 것에 익숙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애라는 취급을 받고 자라왔으니 이정도의 손장난은 당연한 결과라 여기는 뉘앙스. 익숙하게 훔치는 것에 거리낌 없던 순간 초콜릿을 훔치려다 성준에게 발각된다. 사미의 행동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 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걸 매 순간마다 언급하며 성준은 사미를 훔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피력한다.

...사미가 공공연하게 하던 도둑질은 무엇에 기반된 걸까. 엄마가 어릴적 부터 덧씌워온 도둑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채 자라온 상태의 결말일까. 아니면 언니와 오빠보다 사랑을 덜 받고 자랐다고 여김으로서 엄마가 심심찮게 말하던 도둑질이라도 해야 시선을 받겠구나 싶어하며 하게된 관심의 구걸이라 봐야할까. 당신이 나를(=사미)를 태어날 때 부터 점지해준 도둑질이라는 재능에 능한 상태로 자라고 있으니 시선 한번 더 주고, 잘한다고 칭찬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그러한 애정의 기대치 작용일지에 대한 생각을 가진채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했다.


성준은 사미와 반대의 세상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쌍둥이지만 덜 갖고 태어났다 여기는 형과 반대로 다 갖고 태어난 존재라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러니 모자람에 대한 조바심이 없는 인물. 사미의 재능이라 하면 훔치는 것 밖에 없었고, 성준의 재능이라 하면 하면 다 이뤄지는 능력을 지닌 정말 잘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들켰으니 사미는 도둑질이 태생과 함께 이어지는 운명이라 믿었던 것들에서 완벽히 어그러짐을 느꼈을 것이다.

사미가 그간 훔쳐온 자잘한 것들, 자잘하다 하더라도 함부로 쓰거나 버리지 못한 것들을 보였고, 성준 또한 자신이 가진 것들 중 가장 귀한 것을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을 오픈 함으로서 이것만은 건들지 말라는 듯 서로에게 각인 시킨다.

역시나 사미는 그걸 도둑질했고, 그 찰나에 사미 또한 성구를 통해 자신의 것을 잃게된다. 이로서 사미가 가진 탄생 설화는 완벽히 깨졌고, 누군가의 귀한 것을 손에 쥔 결과는 이지경이 됨을 보여줬다. 허탈과 허무의 그 어정쩡한 외길 위에 놓여진 사미. 공항 카페에 덩그러니 놓여진 소도둑의 결말은 무엇이길 바라길래 저자는 여기서 이야기를 마친건지 골머리를 싸매는 건 결국 독자인 나의 몫이 되었다.


매번 사사로운 것에 손을 대던 사미였다. 타인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타인의 입과 눈을 통해 똑똑히 알게된 상태에서의 도둑질은 과했다는 걸 보여줬다. 진정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에까지 눈독을 들인 소도둑은 결국 자신의 것들 마저 댓가의 방식으로 잃고 난 후에 복잡한 생각에 싸인다. 자신의 품에 있던 성우의 그것을 성구가 노린다는 것. 그걸 훔친 성구의 품에 다시 손을 댄 사미. 알고있었다. 이렇게 될 줄. 그것만 손에 쥐고 있으면 되리라는 생각에 휩싸여 자신의 것에 시선을 둘 여력이 없었다. 결국 좀도둑에서 소도둑이 될 대도가 아니었고, 그냥 훔치면 되지 않을까 했던 의연한 심보도 아무짝에 쓸모 없는 짓이었다. 이로서 엄마가 태생부터 씌워놓은 설화 프레임은 운명의 선택지 따위가 없는 허상의 것이었다. 모든 현상이 소도둑이 될 재목이 되진 못한다고 알려주고있다. 그러면 사미의 다음 행동은 무엇이 되며, 사미가 이제서야 찾게될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모아봐야할까.

재능의 결핍, 사물에 대한 집착, 주변인으로서 얻게되는 기대치에 대한 결여. 뺏는 동안 시선주지 못한 자신의 세상은 없는지. 이걸 성장기의 한 과정으로 보는게 맞을지. 무엇이 되든 이 성장과 극복의 서사의 끝엔 소도둑이 마침대 대도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만 아니길 바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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