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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평점 :
나는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어른이었던 적이 있는가. 어떤이에게 의지하고픈 어른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고민을 털어놓아도 불안하지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수한 질문을 끊임없이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나는 괜찮은 어른이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테마분류가 성장소설로 나뉘어진 작품인데 몸이 자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한들 멀리할 소설이 아님이 분명하다.
폭력에 대응하며 맞서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또래에게 받는 상처도 지우기 어려운데 교사에게 받는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믿을만한 어른이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던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건을 풀어낼만한 조언을 얻고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 생각하며 자책을 일삼는다. 구석진 곳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웅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일들이 뉴스에만 나오는 나와 상관없는 이들의 사건이라 분류하기엔 이미 몸집이 커졌음을 느낀다. 피해를 받은 이들이 숨어버리고 주변의 시선에 2차 피해를 받고있는걸 문장을 통해 느꼈는데 나 또한 은연중에 그러한 시선으로 이들을 찌른건 아닌지 생각을 하게된다.
📖 58p_ "너 잘못한 것 없다." 지선은 그 한마디에 기대어 버쳤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곤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는 오랜시간 함께하는 부모나 선생에게 상황을 알리게되는데 혼이 날까봐 두려운 아이들은 부모보다 학교에서 종일 함께하는 교사에게 의지하게된다. 그걸 악용한 전근세를 보면 어른으로서의 자질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소명은 교원자격증을 딴다고 모두가 갖게되는건 아님을 느낀다. 초반의 전근세도 그러하고, 여기에 나온 어른들 중 최아라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르치는 학문적인 목적에서 교사를 하고있는 것인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업을 택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된다.
특히 후반부의 오연주와 최아라의 상반된 내용을 보면 일단 들어준다는 것과 학생이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해본다는 것. 그것부터 시작점이 달랐다. 무경이 최아라를 찾아갔을 때 들었던. '내가 미술실에 있을 때 잘 찾아왔구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어른이 된 무경에게 선이와 미주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위한다는 느낌과 걱정말라는 안도를 주면서 이렇게 사람을 두번 실망하게하고 누굴 믿는 다는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던 이들과 더욱 움츠려들고 최악의 생각을 하는 아이를 보면 학교라는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 62p_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지선. 자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문제라는 답을 내려야만 맘이 편해진다. 상대의 잘잘못은 나중의 문제다. 일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넘겨야만 잊혀질 것이라 여기는 지선의 아픈 답변같았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를 반복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오히려 가장 깔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을지를 가늠하지만 그 깊이와 상처의 고통까지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 82p_ "이쯤 하자. 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학생 주임의 얼굴에 피로와 귀찮음이 가득했다.
"뭘 얻고 싶은 게 아닌데요."
다들 학창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교사의 지치고 무기력한 대답. 굳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굳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굳이 많은사람 알도록 떠벌리지 말라는 식의 대수롭지 않는듯한 말투. 종률처럼 그렇게 도움을 청했던 이에게 말로서, 눈빛으로서 2차 가해를 얻는다. 으레 그 나이대의 사내녀석들이 호기심에 하는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이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딱 그정도의 대응이었다.
학생주임의 쉬쉬하는 반응 덕에 형섭은 그냥 그런 그정도의 인간으로밖에 자라지 못 할 것이다.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 해도 세상은 나를 잘못했다고 꾸짖지 않다고 확신하겠지. 자신에겐 장난이고 상대에겐 상처일지라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는구나 싶어하며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아갈듯한 뻔한 미래가 안쓰럽다.
📖 104p_ 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 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부당한 대처, 약자이며 어리기에 받는 모멸과 고통에 단단하게 버티며 맞서려는 무경의 자세에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읽게되는 조마조마한 감정. 나이가 많음에서 오는 우월, 또래보다 체격이며 행동거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상대방을 멸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약아빠진 꼼수. 무리를 지어서 몸집을 키우며 또래 집단에서 왕이 된 듯 군림하는 같잖은 태도. 성인이 된 내가 황동수와 검은띠들을 보면 이렇게 느끼겠지만 반대로 예찬이같은 입장이라면 마주하고싶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피하고싶은 검은 무리로 느꼈을것이다. 딱 그 언저리에서만 왕 노릇을 하는 것이지 뭣도 아닌 이들의 행실을 보면 이 시작점이 무언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이들도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일텐데 체육관 관장도, 교직원들도 말썽꾸러기라는 부류로 가둬 둔 채 방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방임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이들은 어른들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여길 생각을 하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저 녀석들의 미래마저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189p_ "고개 들어.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미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어쩌면 다 내 탓인 거 아닐까? 내가 모범생이 아닌 것도 맞고, 공부도 잘 못하니까......."
지선이 자신을 탓했던 것 처럼, 미란도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이라 결정하고 모든걸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다. 여지를 줬다고, 만만해서 였다고 자신을 찌르는 말들만 나열한다. 그래도 곁에 현정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며 자기혐오로 태도를 전환하는 이에게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에게도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며 정신을 흔들어 깨워준다. 네 잘못이 아니고, 나쁜 건, 나쁜 재수를 몰고온 그 새끼임을 말해줬다.
지선과 미란은 이 이야길 듣고싶었을 것이다. 친구나 선생이든간에 그저 상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단박에 말해줄 대답을 원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알린다. 쉬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 것임이 보였기에 마음이 놓여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가 없어서 다행스럽다. 어떻게든 버티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낸 듯 한 모습들을 보면 더 빨리 알아채주지 못한 어른이라 부끄러운 마음도 크다.
학교에서는 보는 눈도 많은데 가벼운 입도 많고, 외면하는 시선또한 많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일들이 나의 학창시절이나 지금 10대들의 교실이나 학원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교직에 관련된 종사자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지도 않으며, 주변에 이 또래의 자녀를 둔 친구도 없다. 그래서 이건 소설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은 생각이 크다.
최아라교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작정이었다. 는 말을 상기하게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지 않던가. 한명이 외로이 싸우는 것 보다 모두가 알아주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 소리내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깊어지고 웅장해져 더이상 외면받고 자책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본다.
📖 창비교육 출판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