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스페이스 M 위픽
김유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야기는 현실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긴 듯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청년과 여성, 노동자의 불안과 혼란을 비추어 '스페이스 M'을 통해 현실적인 비현실을 구현했다. 내 한 몸 누일 곳 =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공간 = 집 = 하지만 행동반경이 멀 수 밖에 없는 각각의 세상 = 일터로 가는 동안 버려지는 시간과 버려지는 체력에 대한 씁쓸한 한탄을 담아두었다.

평생 뼈 빠지도록 일했지만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가사도우미 연순, 연순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적인 삶인쳑 보여지는 톱스타 지유. 이제 하고 싶은걸 해 보고 싶다며 단칸방을 얻어 나갔지만 사라진 연순의 딸 하나, 사회초년생을 위한 공간인 스페이스 M 사업을 하는 선호. 어떤 이에게는 부러운 삶. 어떤 이에게는 돈이 되는 삶. 또 누군가는 매번 동경하게되는 허울좋은 삶의 낯짝에 대한 것들을 보이는데 계속 비교하고 각자의 세상을 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보인다.

그렇다. 열심히 벌어도 안 되는건 안되더라. 온전하게 지어진 집에 누우면 나를 안전히 감쌀 천장이 있는 곳. 떳떳하게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 걱정없고 불안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내 세계. 그건 내 윗세대에게 물려 받거나 내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정도의 여력이 되어야하며, 손에 쥐어지는 돈이 있더라도 넉넉해야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행운이었다. 의식주가 사람의 기본 권리라 했는데 마지막 주가 이렇게 어려 울 것이라는건 생각지도 못했다.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내 가정을 꾸리면서 마련한 집은 온전한 내 집이 아니다. 반 정도는 은행의 몫이라는 것. 그래서 매달 은행에게 야금야금 한뼘 가량의 집세를 주고 조금씩 얻어가는 공간의 확장. 그래서일까 하나가 학창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직장과 가까운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공감하는 왕복 60KM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다보니 저자는 이러한 생활을 해 본 사람이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나야 뭐 자차를 운전하는 사람이지만 콩나물 시루속에 갖힌채 어디론가 싣려가는 듯한 지옥처를 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나의 마음에 공감하리라 본다.

📖그래, 원래 집은 이런 곳이지. 바깥에서 들고 들어온 복잡한 생각이나 걱정 따위는 저만치 치워두고 쉴 수 있는 곳.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곳...... . 그건 누구나 당연히 누리는 일상 같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일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연순은 잘 알았다.

엄마이자 중년의 연순은 조만간 다가올 내 미래처럼 여겨지고, 하나가 바라는 간절함과 과거의 항처는 내 학창시절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딴 세상 사람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지유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넘을 수 없는 유리벽 너머의 삶이라 탐은 나지만 넘봐선 안되는 금기의 무엇처럼 느껴졌다. SNS에서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삶 그 자체니까. 시쳇말로 똥을 싸도 박수받는 삶이 딱 저런거니 부럽기만 한 것 그뿐이다. 그렇게 시달리고 지친 사람 앞에 나타나 동아줄이 된 것 마냥 구원해 줄 거 같은 존재. 그러니까 간절 한 놈 앞에서 살랑살랑 현혹하는 달디단 이야기를 하는 선호.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그리고 무언가에 헌신하는 것에 생을 받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는게 사람인지라 책에 마저 담지 않은 선호의 뒷 이야기는 아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진다. 지유와 공개 연애를 들키는 척 의도가 가득해보이는 파파라치 사진들 하며, 기가막힌 타이밍으로서 하나를 꾀는 것, 하나 뿐만 아니라 연순까지 혹 하게 하는 달콤한 이야기까지. 나만 몰랐지 다들 알음알음 연락을 받고 입주를 하거나 소개를 하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꾸려 선호가 꾸린 세상이 가장 안전하다는 듯 살고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누군가의 간절함은 이걸 가진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선호가 쌓아둔 세상이 아니더라도 저자가 말했듯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파트 단지만 봐도 안다.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연식이 있거나 외진 곳에 있는 아파트와 새로 꾸려진 신도시 도심에 커뮤니티공간이라며 모든 생활 여가 시설이 다 있는 곳을 보면 역시 돈이 좋구나를 느끼며 우리는 언제 새 아파트로 갈까 하며 남편과 씁쓸한 이야길 했던 기억이 스치게된다.

남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지며 나름대로 잘 꾸리고 있다 여겼던 내 삶이 모자람투성이처럼 보여져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스페이스M의 세상을 바라기보다 지금 내 세상, 내가 머무는 스페이스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느끼는 존재로 살고싶어진다.(장소와 여건을 못 바꾸니 차라리 나를 바꾸는게 빠를것이라 생각을 달리해보는거지. 그건 돈 안 드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답고 위태로운 천년의 거인들 - 개발과 손익에 갇힌 아름드리나무 이야기
김양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노거수들을 사라져가는 세상의 차양이라 표현했다. 대한민국 곳곳에 숨은 노거수의 기쁨과 슬픔에 대한 마음들을 담아둔 글들. 여기에는 쥐라기부터 생존해 지금은 유일한 종자 전파자이지만 인간에 의지해 살아가는 은행나무. 기온을 낮추고 대기를 정화하지만 '전깃줄에 걸린다'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략한 플라타너스, 벼락 맞고도 가득 꽃을 피워내며 생의 의지를 꽃피우는 500살 당산나무. 굳이굳이 산 깍아가며 골프장 지어 자연을 살리겠다는 지자체와 개발업자를 보면 뻔히 보이는 속내를 허울로 덮어내며 검은 속내를 비추는 꼴에 '자신이 하는 말이 앞뒤가 맞다고 여기는걸까?'를 진심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취재일지가 기록되어있다.

말 못하고, 표현하지 못한다고 제 멋대로 해석하고 제 멋대로 행하려는 것에 어떤 답을 해 주어야 할까.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자는 도덕적이며 평화로운 말들로 구슬릴 생각은 없다. 어차피 그러한 말들이 안 먹힐 닳아버린 인간이니까. 하지만 마냥 밀어낸다고 능사는 아닐텐데 한번 쯤은 귀에 인이 박히도록 알려주고픈 바람가득한 이야기다.


📖부산 회화나무_ 안타깝게도 맨 처음에 누가 심었는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요. 그래도 '학자수'라 부르는 회화나무를 마을 사람들이 매일 모이는 곳에 심은 걸 보면 '우리 마을에 똑똑한 아이들 많이 나와라'하는 염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신앙을 믿는 것 아니지만 그래도 바라게되는 마음들이 있다. 정월 대보름에 둥글고 환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연초에 떠오르는 해를 보고 올 한해도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들. 그러한 진심어린 기대를 회화나무에게도 빌었을 사람들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단순히 마을을 지키고 표식처럼 여길 나무를 넘어선 존재의 힘을 빌었으리라 보인다.

이 나무를 알은체 할 수 있는 이유가 내가 다닌 대학가 주변 동네의 이야기라 들었던 기억이 생생해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한 때엔 소망하는 마음의 두터운 기둥같았으나 과거의 기도와 염원에 반한 현재의 상태. 정상 생육이 힘든 모습을 보면 말못하는 녀석이 얼마나 울부짖었을까를 생각하게된다. 이렇게 감정을 이입하지 않더라도 잘려지고 감겨있는 모습은 짠하기 그지없다. 인간의 이기심 만큼 잘려나간 가지들은 난도질한 톱질 횟수만큼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홀대하고 사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처럼 보였다. 재개발이슈가 당장의 이득에 더 크게 와닿는걸 모르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방법이 능사는 아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클 뿐이다.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_ 이 거대한 나무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평화롭고 영감을 주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자연의 장엄함을 가까이서 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존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매번 수목원을 찾고, 산을 오르며 삼림을 즐기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보니 부러 숲처럼 조성된 카페를 찾고, 빌딩촌 틈에 작고 작은 정원과 가로수길에 눈을 돌린다. 점심시간만 되면 우르르 쏟아져나와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가로수길을 걷는 이유. 백색의 모니터 세상에서 벗어나 푸르름에 눈길을 돌려 쉬어보는 것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하게되는 행동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도심속 힐링의 찰나인 가로수길을 좋아하고 산책로에서 부서지는 햇살과 반짝이는 잎사귀들을 애정한다. 그런데 참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나무를 베고, 또 후회를 하며 도심 대기온도를 낮춘답시고 다시 나무를 사들여 나무를 심는 과정을 반복하는 걸 보면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옛말을 떠올리게된다.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_ 삼나무는 제주 사람들을 먹여 살린 나무예요. 방풍용으로 심어서 밀감나무를 지켜줬잖아요. 그걸로 제주 사람들이 먹고살았죠. 이제는 필요 없다고 잘라버린다고요? 사람들이 부정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나무를 자르면 나무만 없어지나요? 온갖 생명체가 다 사는 게 나무잖아요.

제주를 갈 때마다 짧지만 꼭 들려보려 애썼고 어느 계절과 어느 날씨에 방문하여도 다 좋았던 기억이 있는 장소다. 해안로 못지 않게 숲길이 주는 차분함이 좋아서 짧은 여행일정에서도 가게되는 예쁜 곳. 그래서 남편과 함께 갔던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던 곳이기에 이 기사를 접했을때 내 머릿속에는 '왜?'라는 물음이 계속 맴돌았다. '굳이'를 넘어선 진실로 묻고싶어지는 '왜?'라는 반박의 탄식.

지금껏 유지되어온 이유. 그리고 여태껏 이 숲을 가꾸고 지키려 했던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보이는 세월이다. 숲과 자연, 환경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나 조차도 이건 계속 지켜야 하는 세상처럼 보였는데 도로 확장 공사라니. 이 도로가 생김으로서 물류적이나 생산적인 이점은 확실히 다르겠다만 이전의 행정 시행에서도 이 곳을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려 했으며 우회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절차였을텐데 역시나 모든건 당장의 이익이고 눈에 보이는 실적에 해당하는 것에는 늘 같은 결말같아 씁쓸하다. 나 역시도 절차는 무시된채 결과만 인정받는 집단에 있어 그걸 모르진 않으나 일의 순서라기보단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의 가치는 확실히 다른 결과를 도출 할 것인데 지역이 가진 특성과 세월이 만들고 돈으로 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가치는 늘 뒷전인거 같아 우리부부의 추억 하나도 도려내어 진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저절로 자라고 훌륭하게 가꿔진 대견한 숲과 나무들인데 괜히 알은체하고 시선을 옮겨둬서 이 사단이 난듯 해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 미안한 마음이 쌓인다.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나도 한통속인 인간인지라 연대책임의 짐을 얻은 기분)



📖서울 궁산 나무 지도_ '아름다운 나무'가 아니라 '사람만 없으면 아름다운 나무'라고 이름을 바꿔야 하는건 아닌지.

조화와 균형, 상생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을 하게만드는 단락들에서 결국 마지막 이유는 사람과 욕심으로 끝이 나는 듯 하다. 한 때는 열렬히 애틋했고, 또 한 때는 눈에 불을 켠 듯 미워했던 마음이 결국 이 사달로 표현되었다. 또 어떠한 경우는 외면과 무심함도 있겠지.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변했고, 여건이 달라졌으며 그로 인해 사람은 계속 바뀐다지만 그 변해가는 과정에서 나무들은 묵직하게 기다려줬고 버텨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시 돌아와 쉬어갈 인간을 위해 진득함으로 바라만 봐주는 마음을 배운다. 노거수를 통해서 변해가는 세상도 알게 되지만 행정적 문제와 사회적 세태에서 드러나는 소외되는 목소리의 의견에 주목 할 수 있었다. 모든게 완벽한 행정자치가 있을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에서도 모두를 수렴한 안건과 시정 절차는 없었으니까. 다만, 나무 한 그루를 잃는 것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나무가 옮겨지거나 관리되어가는 것에 있어 대수롭지 않다는 마음을 거두어주길 바라게된다. 결국 그리 한 후 후회하거나 배로 드는 비용과 수고로움 역시 인간이 해야하는 업이 될 테니 두 번 일하는 바보같은 짓을 또 하지 않았음해서 잔소리를 보태본다.


📖하니포터 10기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적부터 티비를 통해 봐오던 사람이라 그런지 나에게는 연예인이라는 느낌보다는 아는 동네 아저씨같은 친근함이 가득한 이경규님. 아빠뻘이기도 하거니와 동향이다보니 더욱 그리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이야 예능이라고 말을하지만 90년대부터 티비 쇼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도맡아오던 코미디언.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일요일 밤 개그프로그램보다 주말 저녁 밥먹으면서 보는 티비에서 항상 진행을 맡아하던 말 잘하는 아저씨. 그렇게 어린아이가 보던 사각 브라운관의 아저씨는 태블릿 안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지금도 꾸준히 방송을 이어오며 청취자&시청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노력형으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내는 에세이. 그간 당신의 삶 이야기를 책으로 내더라도 몇권이나 냈을법한 긴 방송인으로서의 시간. 45년차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있는 정년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 그래서 궁금했다. 아빠의 나이대의 어른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몫을 끌어 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가 있기에 그렇게 진득한 사명감을 오래 유지 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려한다.


'잘해서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배울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후배를 막론하고 수평적인 자세, 업에 대한 사명감,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그를 여기로 데려왔다고 했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믿으며, 그 존재자 자신이라는 당당한 이유를 보여주는 인생 서사의 한 권. 한 주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애썼던 시간을 나도 톺아보기도 한다.

📖긴장과 고독 사이에서_ 웃음 하나가 상처가 되고, 농담 하나가 차별이 될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민하게 발맞춰야 한다.

방송인의 자세라 봐야겠지? 지정해 두지 않은 타인을 향한 액션이기에 더욱 예민하고 기민할 수 밖에 없는 성정. 저자는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하지만 그것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길 바라고 있다. 자칭, PD를 귀찮게 하는 사람. 그리 불리워도 별수 없다는 듯 곧바로 제작자와 의견을 나누는 것에 주저하지 않느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정확한 의도를 필터 없이 전달하고자 첨삭하는 것을 바라는 자의 눈매는 진지하고 힘이 넘친다. 마음에 걸리는 것, 순간의 흐름에 젖어들어 과했던 액션들, 바로잡아야만 하는 표현방식, 마음에 걸리는 구석들을 끊임없이 교류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예민했고, 너무 긴장을 한다고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만큼 불특정 다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서러운 사람, 아쉬운 마음이 적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에 가능한 후일담이라 할 수 있겠다. 제작자가 잘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마음도 물론 중요하다. 그들도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많이 배운 전문가들이니까. 하지만 진짜 전하고픈 의도는 진행를 통해 들었을 때 더 확실하게 다가오기에 계속 묻고 또 묻는게 아닐까.



📖긴장과 고독 사이에서_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끝내주게 잘 보내고 싶다. 40여 년의 무대가 가르쳐준 생존의 방식이다.

어떤 이에게는 대기시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사담을 나누기도 할 테고, 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친목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더욱 큰 에너지를 쏟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모자란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신만의 테두리를 치고 침묵을 하거나 고요한 휴식 속에서 안정을 찾기도 하겠지. 성향의 차이 인 것은 맞다. 이건 어느 장소에 있든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대기 방법과 준비의 과정이니 확실한 답은 없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잘 옮겨놓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니 어떤 이의 강요나 보여지는 것들에 의식해서 휘둘려지지 않길 바란다. 이건 방송인이든 비 방송인의 사회생활에서든 다 똑같은 제 숨 고르기 방법 중 하나이니 말이다.




📖바꿀 수 없는 책임들_ 어떤 사람들은 예능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프로그램이 나를 바꿨다. 조금 더 나은 시민으로,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나는 내가 만든 캠페인을 첫 번째로 실천해야만 했다. 그게 내 운명이다.

오랜시간동안 방송인으로 살면서 신문의 연예면에서만 보았지 사회면에서 만나지 못한 이유는 그가 가진 절대적인 룰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익 방송 진행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 방송들. 조작이라는 말들도 있었지만 세상 어느 곳이든 그렇게 법을 지치고 순리에 따르며 공공의 규칙에 어긋남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방송들이었다. 진실은 통하게 되어있는 법이고, 그 진실의 힘은 전달하고있는 이도 같이 지켜가며 살아왔기에 이건 리얼이다 라고 할 수 있음의 모범사례가 되고픈 마음을 헤아려보게된다. 전달자의 이중적인 삶이 숨겨져있었다면 그 방송도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될 수 없었겠지. 방송은 역시나 허구였다고 코웃음 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낸 진행자의 뚝심있는 진심 덕에 우리는 세상에 양심이 존재하고, 도덕이 유지되어도 살만하다는 걸 느끼게 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_ 진정한 승리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하는 힘에서 나온다. 코앞의 이익에 목숨을 걸지 말자. 살아남는 사람, 마지막까지 남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 그가 진정한 승자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다.

뭔가 신빙성있는 말이다? 거봐! 이 아저씨도 살아남아서 계속 일하고 있잖냐? 못할거 같지? 해봐! 해보면 또 되게되어있어. 라는 듯한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게 된다. 급히 내달리기보단 내 페이스에 맞춰서 계속 가려는 목표. 조급함? 다급함? 조바심을 버리고 일단 내딛어보고 생각하자는 듯이 말하는 인생선배, 아빠 친구가 툭툭 던지는 리얼한 후기. 구설수도 없고, 사회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입 댈 일 없기위해서 우리집에서 아빠와 딱 소주 각 1병씩만 먹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려 하는 아빠친구같은 사람의 사람좋은 웃음이 눈 앞에 그려진다. 소주 심부름 갔다가 의도치않게 인생 조언 찐하게 듣고오며 용돈 얻어가는 기분? 뭔지 알지?



📖유종의 미는 없다_ "많은 분들이 이야기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 박수칠 때 왜 떠납니까?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안 칠때까지, 그때까지 활동하겠습니다."

거기에 이어지는 아저씨의 진심. 회사에서 말하는 명예퇴직에 대한 그 연령의 어른이 하는 진짜 속내가 여기서 보였다. 퇴직에 무슨 명예가 있나? 그냥 '퇴직'일 뿐이지. '명예'라는 말을 붙여서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건가? 싶은 의심가득한 눈초리.

더 할 수 있고, 더 할 의지도 있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슬픈 단어다. 이미 올라갈 데로 올라가본 끈기와 의지가득한 사람이었으니 내려 올 때에도 아마 혼자서도 알아서 잘 내려 올 것이라는 약간의 방관과 약간의 무심함으로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지 않을까의 마음을 내밀어본다.


추천글의 명사가 대단하다. 다양한 분야의 방송인 후배 하며, 동료들, 그리고 멋들어지게 잘난 삶을 살고있는 찐친들의 아주 긴 글들. 추천사가 또 이렇게 긴건 처음이다 싶었다. 책 뒤가 아니라 책장 앞에도 페이지를 차지하고있으니 아마 선배의 말이긴 했지만 그의 책에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이었을까를 가늠해본다. 내가 이러한 멋진 어른을 알고있고 함께 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보였거든.

방송인은 매일매일을 그렇게 40여년 넘게 일을 해왔다 하면 박수받고 존경을 받으며 추대해주지만, 비방송인에게는 대단함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임을 떠올려본다. 매일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했고, 경조사 며칠만 쉴 뿐 온갖 자연재해 속에서도 일단 출근을 해야하는게 직장인이며 어른들의 일과라는 점. 그래서 때론 얄밉기도 하지만 매일매일이 재난경보같은 삶에서 휘둘리고 쓸려나가는 것 없이 인생의 반 이상을 해 온 그 자체로서 박수받고 존경받는 것에는 일말의 부정을 할 수 없음을 느낀다. 쉬쉬하는 뒷담화보다 존경과 부러움을 더 받는 삶. 일단 이 것 만으로도 잘 난 사람인건 맞으니까, 아빠 친구가 술김에 하는 이야기 반, 친구 딸래미 바라보며 하는 걱정어린 삶의 우려 반을 보탠 진담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로의 필요 청색지시선 11
김지윤 지음 / 청색종이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제에 있는 '피로의 필요'라는 글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 소개를 보면 '피로'가 가진 이야기는 삶의 소모적 부산물이 아니라, 멈추어야 할 순간을 가르쳐주며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성을 다시 묻는 자리로 확장하는 단어였다. 피로는 존재의 내면을 파고드는 성찰의 도구,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한 진실을 마주하며 삶의 의미를 드러내는 계기로 봐 달라고 했다.

'피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하고 사색을 위한 어두운 방을 제공하며, 삶의 다른 국면을 열어주는 중요한 고비, 생의 문장 속에서 문득 등장하는 쉼표, 그리고 질문의 시작점과 같다'고 대담을 통해 전해두었다. 시인의 말 처럼 피로가 만들어 준 여백은 무엇을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자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졌기에 나는 또 어떠한 마음을 갖고 이 문장을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당연한 말_ 다 그런거지, 라는 말

상냥하고 무관심한 목소리 당연한 세상에 당연한 말은 왜 이리 많은지

바람결에 저절로 밀리는 문처럼 눈앞에서 무언가가 굳게 닫히는 소리

당연한 세상에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헌데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었고 누군가에 의해 그리 만들어졌고 누군가로 인해 우린 편히 당연했었다고 기억하는 것들을 떠올려본다. 뒤에 이어질 몇몇의 시는 제주 4.3 사건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불러내며 잊힌 존재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묻고있다. 그 이야길 듣고 읽게된 시 들에도 팍팍했을 그 시절을 겹쳐보게된다. 이유없는 아픔과 이유없는 단념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우산_ 햇빛 아래선 도무지 쓸모없어 보이는 그것을 어디선가 나도 몰래 떨구어 버리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우산을 힘껏 쥔 나는 이방인 같다

앞에서 당연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이어갔다면 '우산'이라는 시에서는 쓸모 있는 것과 쓸모 없어진 것들을 나누는 마음을 떠올리게된다. 한 때엔 당연히 손에 쥐고 쓰이던 것들이 바뀐 환경에 의해 성가신 것들로 취급하게되는 과정. 영영 쓸모 없을 것은 아니나 당장에 발치에 거슬리는 것으로 취급하게되는 여건과 내 처지. 읽다보면 어디 이게 물건에만 한정된 마음일까를 생각하게된다. 사물을 너머 나라는 존재, 인간에 대한 쓸모와 필요도로 시선을 돌리게되면 서글퍼지고 마음이 아려진다. 맑은 날 우산을 쥔 내가 이방인처럼 여겨지듯, 모두가 제 할일을 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틈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은 채 어중이떠중이가 되어 붕 떠있거 같아 내 손에 달린 우산을 더욱 꽉 잡게된다. 내내 화창한 날에 한번 스칠 소나기를 위해 우산을 간직하는 마음처럼, 어느 순간에 내가 아니면 안될 그 타이밍을 기대하며 내가 나를 놓아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충분_ 작별을 배우지 못해서 기다리기도 했다

겨울나무 위에 남은 까치밥처럼 이미 때를 넘겼더라도 뒤늦은 쓸모라도 있다면 차라리 영영 충분해지는 일이 없기를

필요했고, 충분했으며, 또 한편으로는 이만한게 없을 때를 기다리는 어떤 날을 생각한다. 꼭대기에 걸린 까치밥, 저놈은 작별을 배우지 못해 그 순간만을 기다리며 얇은 나뭇가지 하나를 붙들고 있는 축 쳐진 것이 내 쭈그러든 마음을 닮아있는 것 같아 신경 쓰인다. 어째 사람에게도 손을 타지 않았고, 까치들에게도 선택받지 못해 이 추운 겨울 꼬챙이 같은 가지하날 붙들고 사는구나 싶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장 마지막을 멋드러지게 장식할 때를 기다리는 진득한 놈은 아닐까 싶어 저놈이 진퉁일거라는 믿음을 전해보기도 한다. 충분에는 다 이유와 타이밍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이 시를 읽은 청춘의 누군가 역시 아직 충분하지 못한 타이밍으로 출격이 보류되었을 수도 있을테니 두 눈 질끈감고 주변의 비교는 못본 채 하고 충분했을 어느날을 진득히 기다려주었으면 좋겠다.



📖놀이동산_ 그렇지, 우스울 뿐이지 장난스러울 뿐이지

바로 이렇기에 모든 게 놀이가 될 수 있는 걸 테지 전부 다 가까이기 때문에

모든게 신기하던 시절. 그러니까 어딜 가든 별천지 같던 어릴 때를 떠올려본다. 동화속으로 들어온 듯한 놀이동산은 내가 공주가 되고, 왕비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풍경이었다. 회전목마를 타고 있노라면 차가운 플라스틱에 조악한 색칠을 한 말이라는 현실 대신 백마탄 왕자님도 이 말을 타고 오지 않을까를 상상해 보기도 했고, 내가 이 회전목마 한바퀴를 돌고 나면 반짝이고 긴 모자를 쓴 요정할머니가 요술봉을 휘둘러 호박을 마차로 바꿔 줄 줄 알았다. 모든게 동화이며, 하는 행동들이 놀이가 되는 때가 있었다.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똑같은 나인데 마음과 시선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동화가 되거나 조잡한 현실이 됨을 경험했다. 온 세상이 반짝이며 화려했던 내 시선은 속세에 닳고 달아 눈이 시리거나 어딘가 모자라보이기만 한 어설픈 레이저쇼로 입꼬리를 삐죽 내려놓게 된다. 그런걸 보니 놀이동산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나만 시간에 닳아간 사람같아진다. 그 때의 마음은 어디에 팔아먹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행복했던 놀이를 이제서야 하찮고 시시한 가짜로만 보게되었을까.


이 시집을 다 읽고나면 잊혀지고 지워진 삶의 조각들을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질문과 사유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여백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땐 소중했고 그땐 애틋했는데 지금은 모든것에 흥미가 떨어진 밍숭밍숭한 사람의 내가 보였다. 일단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걸 알게되었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다음 시작으로 넘어가 어떻게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열어둘지를 다시금 정돈하는 마음을 고쳐먹어 보고싶어진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기록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견딜겁니다
진서연 지음 / 답(도서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날개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이 흥미롭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 친구들과의 소통마저도 어려워 말을 많이 안 해도 되는 무용과를 준비했던 이력. 역시나 한 사람의 내면을 다 알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고, 많은 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내가 그녀와 마주앉아 이야길 할 순 없겠지만, 그녀가 SNS에 써둔 글들을 모아둔 책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은 어떠했고,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있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이 책 '견딜겁니다'로 이어질 듯 하다.


책 '견딜겁니다'는 따뜻한 위로와 거창한 희망 이야기는 없다고 서두에 알려주고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한 사람의 생각이, 고집이, 그리고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담겨있다고 한다. 글에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하는 의미와 온기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차갑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말들이라 느낄 수 있을테지만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문장이 담겨있다.

이 책의 글들은 페이지 어디를 펼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니 내가 이렇게까지 버텨야하나 싶을 즈음, 내가 이렇게 참고 있는게 맞는가로 명치가 먹먹할 때에 어디든 손 가는데를 펼쳐가며 견뎌낼 힘을 얻길 바라게된다.



📖 나는 잘 해내지 못하는 게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내 가치가 덜 하다고 생각하며 살지도않습니다.

타인과 비교 할 수 밖에 없는 생이다. 동시대를 살고 접점이 많은 이를 마주 할 수록 그래도 저 사람보다 나아야 내가 좀 더 쓸모 있는 사람처럼 여기게되니 계속 곁눈질하며 닮아가거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나 애를쓰게된다. 그럴수록 나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고, 모자란 면들만 도드라지게된다. 그러니 나는 잘 해내지 못하는게 훨씬 많고 뒤쳐지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때론 쭈그러드는 자존감으로 의욕마저 상실하게된다. 가치에 대한 중요도는 무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면만 비교하니 그럴 수 밖에 없더라. 알면서도 계속 떨어지는 자존감. 내 가치에 대한 점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옹졸한 마음이 가득한데 저자처럼 생각하며 마음먹기까지는 얼마나 큰 결심히 필요할까.



📖 모든 건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고 현실이 된다.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좌표대로 움직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원하면 이루어진다.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시작되고 결론지어진다. 실은 지나고 나야 비로소 겪고 깨닫게된다.

저자가 남겨둔 문장을 보니 노래 '말하는대로'의 가삿말이 맴돌았다. 어릴적엔 정말 말하는 대로 될수 있다고 믿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다는건 거짓말처럼 여겨지니 무시하게되던 삶인데 진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긴 할까에 대한 생각. 현실을 직시하는것이 기대 후 실망하는 과정보다 덜 피곤 할 거라 여기는 삶이었는데 뒤늦게서야 이 꿈꾸는 마음과 바라는 마음에 대한 결과가 궁금해진다.



📖 보살펴주는 것 가만히 들어주는 것 손해를 봐도 상관없는 것 충분히 기대도 되는 것 힘든 걸 내가 하는 편이 더 나은 것 미쳐 날뛰어도 잠잠히 옆에 있어 주는 것 이 세상이 다 져버려도 돌아서지 않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해주는 사랑에 대한 정의. 해 본 사람이니 할 수 있는 생생한 사랑에 대한 후기. 배우자와 함께 주고받는 사랑도 그에 해당하겠지만 온전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존재에게 받고 주는 티키타카의 마음 나눔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남겨둔 글을 읽어보니 퍼주고, 다 해주고, 모자랄까봐 더 얹어주는게 습관처럼 하게되는 사랑의 표현이던데 그럼에도 뿌듯하고 보람되어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 확신 하는 걸 보니 이 사람도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서 그만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 청춘이란 나만 내가 가장 아프다고 착각하는 시기

맞아! 내 청춘이 제일 시렸고, 내 청춘이 제일 애닳았었어. 어느 집단을 가더라도 청춘이라 불리우던 10대 후반과 20대를 논하고 있다면 그때는 전부 행복 배틀이 아니라 고난 배틀이 된 것 마냥 각자가 제일 힘들었고 서글펐으며 눈물의 암흑기라 했던거 같다. 알고지낸지 10년도 더 지난 대학 동기들과 이야기 할 때나, 나이차이가 나는 회사 동료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도 본인이 제일 힘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게된다. 그리고, 본인이 제일 눈물나게 측은했다는 말도 덧붙이게된다. 청춘이 푸르른 봄 같아야하는데 꽃샘추위부터 시작되는건지 다들 몸서리치게 추웠나보다. 그런걸 보면 이미 꽃샘추위는 진즉 지난거 같으니 완연히 푸르른 봄만 오롯이 느끼면 되겠다.


📖생긴 대로 사는 거고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바꿀거면 나 자신을 개조하는 게 더 빠르며 이득이다.

나 역시도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설정하는 편이다. 기대하면 실망도 크고, 계속 바라게되며,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게되니 시작부터 기대치를 낮춰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작게 만들어둔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불편하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 하듯 저 사람도 저대로 사라온 세월이 있을텐데 나로인해 짧은 시간 내에 바뀌길 바라면 그건 욕심이고 강요가 된다. 그러니 바라는 마음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기보단 거울 앞에 있는 나에게 그 감정을 쏟아내면 좋겠다. 그러하면 적어도 나에게 얻어지는 아주 작은 무언가는 남아있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버티고, 참아내고, 온 힘을 다해 오늘을 견디고 있는 내일의 '영웅'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오늘보단 내일이 좀 더 나을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래도 한숨 푸욱 자고 일어나면 조금은 누그러질 마음과 깊은 숨 몰아 쉰 다음 다잡아보는 일상에는 한번 해봤으니까 오늘은 좀 덜 버벅거리겠지 라는 마음도 담겨있는 듯 하다. 내일의 영웅이라 칭할만큼 대단한 내가 될지는 장담은 못 하겠지만 오늘의 시련에 눈물 한바가지 흘린 이력이 있으니 내일의 나는 맷집이 좀 더 두툼한 사람이 되어있을거라 기대하게된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