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스페이스 M 위픽
김유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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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현실을 고스란히 지면에 옮긴 듯 생생하고 구체적인 묘사로 청년과 여성, 노동자의 불안과 혼란을 비추어 '스페이스 M'을 통해 현실적인 비현실을 구현했다. 내 한 몸 누일 곳 =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공간 = 집 = 하지만 행동반경이 멀 수 밖에 없는 각각의 세상 = 일터로 가는 동안 버려지는 시간과 버려지는 체력에 대한 씁쓸한 한탄을 담아두었다.

평생 뼈 빠지도록 일했지만 집 한 채 마련하지 못한 가사도우미 연순, 연순의 도움을 받아 친환경적인 삶인쳑 보여지는 톱스타 지유. 이제 하고 싶은걸 해 보고 싶다며 단칸방을 얻어 나갔지만 사라진 연순의 딸 하나, 사회초년생을 위한 공간인 스페이스 M 사업을 하는 선호. 어떤 이에게는 부러운 삶. 어떤 이에게는 돈이 되는 삶. 또 누군가는 매번 동경하게되는 허울좋은 삶의 낯짝에 대한 것들을 보이는데 계속 비교하고 각자의 세상을 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보인다.

그렇다. 열심히 벌어도 안 되는건 안되더라. 온전하게 지어진 집에 누우면 나를 안전히 감쌀 천장이 있는 곳. 떳떳하게 집이라 부를 수 있는 곳. 걱정없고 불안함 없이 지낼 수 있는 내 세계. 그건 내 윗세대에게 물려 받거나 내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정도의 여력이 되어야하며, 손에 쥐어지는 돈이 있더라도 넉넉해야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자 행운이었다. 의식주가 사람의 기본 권리라 했는데 마지막 주가 이렇게 어려 울 것이라는건 생각지도 못했다.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내 가정을 꾸리면서 마련한 집은 온전한 내 집이 아니다. 반 정도는 은행의 몫이라는 것. 그래서 매달 은행에게 야금야금 한뼘 가량의 집세를 주고 조금씩 얻어가는 공간의 확장. 그래서일까 하나가 학창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직장과 가까운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공감하는 왕복 60KM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다보니 저자는 이러한 생활을 해 본 사람이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나야 뭐 자차를 운전하는 사람이지만 콩나물 시루속에 갖힌채 어디론가 싣려가는 듯한 지옥처를 타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나의 마음에 공감하리라 본다.

📖그래, 원래 집은 이런 곳이지. 바깥에서 들고 들어온 복잡한 생각이나 걱정 따위는 저만치 치워두고 쉴 수 있는 곳. 일터에서 돌아와 사랑하는 가족과 웃으며 마음 편하게 밥을 지어 먹고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곳...... . 그건 누구나 당연히 누리는 일상 같지만 누구에게나 이런 일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연순은 잘 알았다.

엄마이자 중년의 연순은 조만간 다가올 내 미래처럼 여겨지고, 하나가 바라는 간절함과 과거의 항처는 내 학창시절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딴 세상 사람의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지유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넘을 수 없는 유리벽 너머의 삶이라 탐은 나지만 넘봐선 안되는 금기의 무엇처럼 느껴졌다. SNS에서 보이는 인플루언서의 삶 그 자체니까. 시쳇말로 똥을 싸도 박수받는 삶이 딱 저런거니 부럽기만 한 것 그뿐이다. 그렇게 시달리고 지친 사람 앞에 나타나 동아줄이 된 것 마냥 구원해 줄 거 같은 존재. 그러니까 간절 한 놈 앞에서 살랑살랑 현혹하는 달디단 이야기를 하는 선호.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그리고 무언가에 헌신하는 것에 생을 받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손해보는 짓은 하지 않는게 사람인지라 책에 마저 담지 않은 선호의 뒷 이야기는 아마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진다. 지유와 공개 연애를 들키는 척 의도가 가득해보이는 파파라치 사진들 하며, 기가막힌 타이밍으로서 하나를 꾀는 것, 하나 뿐만 아니라 연순까지 혹 하게 하는 달콤한 이야기까지. 나만 몰랐지 다들 알음알음 연락을 받고 입주를 하거나 소개를 하며 자기들만의 세상을 꾸려 선호가 꾸린 세상이 가장 안전하다는 듯 살고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누군가의 간절함은 이걸 가진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는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선호가 쌓아둔 세상이 아니더라도 저자가 말했듯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파트 단지만 봐도 안다.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연식이 있거나 외진 곳에 있는 아파트와 새로 꾸려진 신도시 도심에 커뮤니티공간이라며 모든 생활 여가 시설이 다 있는 곳을 보면 역시 돈이 좋구나를 느끼며 우리는 언제 새 아파트로 갈까 하며 남편과 씁쓸한 이야길 했던 기억이 스치게된다.

남들과 비교하면 한없이 작아지며 나름대로 잘 꾸리고 있다 여겼던 내 삶이 모자람투성이처럼 보여져 온몸의 피가 바닥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스페이스M의 세상을 바라기보다 지금 내 세상, 내가 머무는 스페이스에서 최대한의 만족을 느끼는 존재로 살고싶어진다.(장소와 여건을 못 바꾸니 차라리 나를 바꾸는게 빠를것이라 생각을 달리해보는거지. 그건 돈 안 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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