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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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티비를 통해 봐오던 사람이라 그런지 나에게는 연예인이라는 느낌보다는 아는 동네 아저씨같은 친근함이 가득한 이경규님. 아빠뻘이기도 하거니와 동향이다보니 더욱 그리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이야 예능이라고 말을하지만 90년대부터 티비 쇼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도맡아오던 코미디언.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일요일 밤 개그프로그램보다 주말 저녁 밥먹으면서 보는 티비에서 항상 진행을 맡아하던 말 잘하는 아저씨. 그렇게 어린아이가 보던 사각 브라운관의 아저씨는 태블릿 안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지금도 꾸준히 방송을 이어오며 청취자&시청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노력형으로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 사람이 내는 에세이. 그간 당신의 삶 이야기를 책으로 내더라도 몇권이나 냈을법한 긴 방송인으로서의 시간. 45년차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있는 정년을 외면하고 사는 사람. 그래서 궁금했다. 아빠의 나이대의 어른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고,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자신의 몫을 끌어 올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가 있기에 그렇게 진득한 사명감을 오래 유지 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려한다.


'잘해서 오래 하는 게 아니라 오래 하는 사람이 잘하는 것이다.'라는 말로 배울점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후배를 막론하고 수평적인 자세, 업에 대한 사명감,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그를 여기로 데려왔다고 했다.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믿으며, 그 존재자 자신이라는 당당한 이유를 보여주는 인생 서사의 한 권. 한 주도 쉬지 않고 열심히 살고 열심히 애썼던 시간을 나도 톺아보기도 한다.

📖긴장과 고독 사이에서_ 웃음 하나가 상처가 되고, 농담 하나가 차별이 될 수 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기민하게 발맞춰야 한다.

방송인의 자세라 봐야겠지? 지정해 두지 않은 타인을 향한 액션이기에 더욱 예민하고 기민할 수 밖에 없는 성정. 저자는 스스로를 이렇게 지칭하지만 그것이 나쁘게만 보이지 않길 바라고 있다. 자칭, PD를 귀찮게 하는 사람. 그리 불리워도 별수 없다는 듯 곧바로 제작자와 의견을 나누는 것에 주저하지 않느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때론 정확한 의도를 필터 없이 전달하고자 첨삭하는 것을 바라는 자의 눈매는 진지하고 힘이 넘친다. 마음에 걸리는 것, 순간의 흐름에 젖어들어 과했던 액션들, 바로잡아야만 하는 표현방식, 마음에 걸리는 구석들을 끊임없이 교류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예민했고, 너무 긴장을 한다고 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만큼 불특정 다수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서러운 사람, 아쉬운 마음이 적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에 가능한 후일담이라 할 수 있겠다. 제작자가 잘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마음도 물론 중요하다. 그들도 그 분야에 대해서는 많이 배운 전문가들이니까. 하지만 진짜 전하고픈 의도는 진행를 통해 들었을 때 더 확실하게 다가오기에 계속 묻고 또 묻는게 아닐까.



📖긴장과 고독 사이에서_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나는 그 시간을 끝내주게 잘 보내고 싶다. 40여 년의 무대가 가르쳐준 생존의 방식이다.

어떤 이에게는 대기시간에 긴장을 풀기 위해 사담을 나누기도 할 테고, 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 친목을 도모하는 목적으로 더욱 큰 에너지를 쏟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모자란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자신만의 테두리를 치고 침묵을 하거나 고요한 휴식 속에서 안정을 찾기도 하겠지. 성향의 차이 인 것은 맞다. 이건 어느 장소에 있든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대기 방법과 준비의 과정이니 확실한 답은 없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잘 옮겨놓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니 어떤 이의 강요나 보여지는 것들에 의식해서 휘둘려지지 않길 바란다. 이건 방송인이든 비 방송인의 사회생활에서든 다 똑같은 제 숨 고르기 방법 중 하나이니 말이다.




📖바꿀 수 없는 책임들_ 어떤 사람들은 예능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프로그램이 나를 바꿨다. 조금 더 나은 시민으로,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나는 내가 만든 캠페인을 첫 번째로 실천해야만 했다. 그게 내 운명이다.

오랜시간동안 방송인으로 살면서 신문의 연예면에서만 보았지 사회면에서 만나지 못한 이유는 그가 가진 절대적인 룰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공익 방송 진행으로 기억되는 그 시절 방송들. 조작이라는 말들도 있었지만 세상 어느 곳이든 그렇게 법을 지치고 순리에 따르며 공공의 규칙에 어긋남 없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방송들이었다. 진실은 통하게 되어있는 법이고, 그 진실의 힘은 전달하고있는 이도 같이 지켜가며 살아왔기에 이건 리얼이다 라고 할 수 있음의 모범사례가 되고픈 마음을 헤아려보게된다. 전달자의 이중적인 삶이 숨겨져있었다면 그 방송도 잘 나가는 프로그램이 될 수 없었겠지. 방송은 역시나 허구였다고 코웃음 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낸 진행자의 뚝심있는 진심 덕에 우리는 세상에 양심이 존재하고, 도덕이 유지되어도 살만하다는 걸 느끼게 해 주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살아남는 자가 승자다_ 진정한 승리는 속도가 아니라 지속하는 힘에서 나온다. 코앞의 이익에 목숨을 걸지 말자. 살아남는 사람, 마지막까지 남아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 그가 진정한 승자다. 아직까지 살아남은 내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다.

뭔가 신빙성있는 말이다? 거봐! 이 아저씨도 살아남아서 계속 일하고 있잖냐? 못할거 같지? 해봐! 해보면 또 되게되어있어. 라는 듯한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게 된다. 급히 내달리기보단 내 페이스에 맞춰서 계속 가려는 목표. 조급함? 다급함? 조바심을 버리고 일단 내딛어보고 생각하자는 듯이 말하는 인생선배, 아빠 친구가 툭툭 던지는 리얼한 후기. 구설수도 없고, 사회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입 댈 일 없기위해서 우리집에서 아빠와 딱 소주 각 1병씩만 먹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려 하는 아빠친구같은 사람의 사람좋은 웃음이 눈 앞에 그려진다. 소주 심부름 갔다가 의도치않게 인생 조언 찐하게 듣고오며 용돈 얻어가는 기분? 뭔지 알지?



📖유종의 미는 없다_ "많은 분들이 이야기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 박수칠 때 왜 떠납니까? 한 사람이라도 박수를 안 칠때까지, 그때까지 활동하겠습니다."

거기에 이어지는 아저씨의 진심. 회사에서 말하는 명예퇴직에 대한 그 연령의 어른이 하는 진짜 속내가 여기서 보였다. 퇴직에 무슨 명예가 있나? 그냥 '퇴직'일 뿐이지. '명예'라는 말을 붙여서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보려는 건가? 싶은 의심가득한 눈초리.

더 할 수 있고, 더 할 의지도 있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슬픈 단어다. 이미 올라갈 데로 올라가본 끈기와 의지가득한 사람이었으니 내려 올 때에도 아마 혼자서도 알아서 잘 내려 올 것이라는 약간의 방관과 약간의 무심함으로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지 않을까의 마음을 내밀어본다.


추천글의 명사가 대단하다. 다양한 분야의 방송인 후배 하며, 동료들, 그리고 멋들어지게 잘난 삶을 살고있는 찐친들의 아주 긴 글들. 추천사가 또 이렇게 긴건 처음이다 싶었다. 책 뒤가 아니라 책장 앞에도 페이지를 차지하고있으니 아마 선배의 말이긴 했지만 그의 책에 자신의 이름과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일이었을까를 가늠해본다. 내가 이러한 멋진 어른을 알고있고 함께 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보였거든.

방송인은 매일매일을 그렇게 40여년 넘게 일을 해왔다 하면 박수받고 존경을 받으며 추대해주지만, 비방송인에게는 대단함이 아니라 익숙한 일상임을 떠올려본다. 매일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했고, 경조사 며칠만 쉴 뿐 온갖 자연재해 속에서도 일단 출근을 해야하는게 직장인이며 어른들의 일과라는 점. 그래서 때론 얄밉기도 하지만 매일매일이 재난경보같은 삶에서 휘둘리고 쓸려나가는 것 없이 인생의 반 이상을 해 온 그 자체로서 박수받고 존경받는 것에는 일말의 부정을 할 수 없음을 느낀다. 쉬쉬하는 뒷담화보다 존경과 부러움을 더 받는 삶. 일단 이 것 만으로도 잘 난 사람인건 맞으니까, 아빠 친구가 술김에 하는 이야기 반, 친구 딸래미 바라보며 하는 걱정어린 삶의 우려 반을 보탠 진담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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