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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겁니다
진서연 지음 / 답(도서출판) / 2025년 2월
평점 :

책 날개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문장이 흥미롭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 친구들과의 소통마저도 어려워 말을 많이 안 해도 되는 무용과를 준비했던 이력. 역시나 한 사람의 내면을 다 알기에는 오랜시간이 걸리고, 많은 대화가 필요함을 느낀다.
내가 그녀와 마주앉아 이야길 할 순 없겠지만, 그녀가 SNS에 써둔 글들을 모아둔 책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은 어떠했고,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있는지 알아보는 계기가 이 책 '견딜겁니다'로 이어질 듯 하다.
책 '견딜겁니다'는 따뜻한 위로와 거창한 희망 이야기는 없다고 서두에 알려주고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한 사람의 생각이, 고집이, 그리고 끈기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담겨있다고 한다. 글에는 저자가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하는 의미와 온기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는 차갑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는 말들이라 느낄 수 있을테지만 다시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버티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문장이 담겨있다.
이 책의 글들은 페이지 어디를 펼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니 내가 이렇게까지 버텨야하나 싶을 즈음, 내가 이렇게 참고 있는게 맞는가로 명치가 먹먹할 때에 어디든 손 가는데를 펼쳐가며 견뎌낼 힘을 얻길 바라게된다.

📖 나는 잘 해내지 못하는 게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내 가치가 덜 하다고 생각하며 살지도않습니다.
타인과 비교 할 수 밖에 없는 생이다. 동시대를 살고 접점이 많은 이를 마주 할 수록 그래도 저 사람보다 나아야 내가 좀 더 쓸모 있는 사람처럼 여기게되니 계속 곁눈질하며 닮아가거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나 애를쓰게된다. 그럴수록 나에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고, 모자란 면들만 도드라지게된다. 그러니 나는 잘 해내지 못하는게 훨씬 많고 뒤쳐지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때론 쭈그러드는 자존감으로 의욕마저 상실하게된다. 가치에 대한 중요도는 무시하고 겉으로 보이는 면만 비교하니 그럴 수 밖에 없더라. 알면서도 계속 떨어지는 자존감. 내 가치에 대한 점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옹졸한 마음이 가득한데 저자처럼 생각하며 마음먹기까지는 얼마나 큰 결심히 필요할까.

📖 모든 건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고 현실이 된다.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좌표대로 움직인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원하면 이루어진다.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시작되고 결론지어진다. 실은 지나고 나야 비로소 겪고 깨닫게된다.
저자가 남겨둔 문장을 보니 노래 '말하는대로'의 가삿말이 맴돌았다. 어릴적엔 정말 말하는 대로 될수 있다고 믿지 않았고, 믿을 수 없었다.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다는건 거짓말처럼 여겨지니 무시하게되던 삶인데 진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긴 할까에 대한 생각. 현실을 직시하는것이 기대 후 실망하는 과정보다 덜 피곤 할 거라 여기는 삶이었는데 뒤늦게서야 이 꿈꾸는 마음과 바라는 마음에 대한 결과가 궁금해진다.

📖 보살펴주는 것 가만히 들어주는 것 손해를 봐도 상관없는 것 충분히 기대도 되는 것 힘든 걸 내가 하는 편이 더 나은 것 미쳐 날뛰어도 잠잠히 옆에 있어 주는 것 이 세상이 다 져버려도 돌아서지 않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해주는 사랑에 대한 정의. 해 본 사람이니 할 수 있는 생생한 사랑에 대한 후기. 배우자와 함께 주고받는 사랑도 그에 해당하겠지만 온전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존재에게 받고 주는 티키타카의 마음 나눔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남겨둔 글을 읽어보니 퍼주고, 다 해주고, 모자랄까봐 더 얹어주는게 습관처럼 하게되는 사랑의 표현이던데 그럼에도 뿌듯하고 보람되어 이 모든 것이 사랑이라 확신 하는 걸 보니 이 사람도 알게 모르게 타인에게서 그만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 청춘이란 나만 내가 가장 아프다고 착각하는 시기
맞아! 내 청춘이 제일 시렸고, 내 청춘이 제일 애닳았었어. 어느 집단을 가더라도 청춘이라 불리우던 10대 후반과 20대를 논하고 있다면 그때는 전부 행복 배틀이 아니라 고난 배틀이 된 것 마냥 각자가 제일 힘들었고 서글펐으며 눈물의 암흑기라 했던거 같다. 알고지낸지 10년도 더 지난 대학 동기들과 이야기 할 때나, 나이차이가 나는 회사 동료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는데도 본인이 제일 힘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이게된다. 그리고, 본인이 제일 눈물나게 측은했다는 말도 덧붙이게된다. 청춘이 푸르른 봄 같아야하는데 꽃샘추위부터 시작되는건지 다들 몸서리치게 추웠나보다. 그런걸 보면 이미 꽃샘추위는 진즉 지난거 같으니 완연히 푸르른 봄만 오롯이 느끼면 되겠다.

📖생긴 대로 사는 거고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바꿀거면 나 자신을 개조하는 게 더 빠르며 이득이다.
나 역시도 타인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설정하는 편이다. 기대하면 실망도 크고, 계속 바라게되며, 내 마음을 알아주길 기대하게되니 시작부터 기대치를 낮춰 바라는 마음을 꾹꾹 눌러 작게 만들어둔다. 그래야 내 마음이 덜 불편하다.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니라 하듯 저 사람도 저대로 사라온 세월이 있을텐데 나로인해 짧은 시간 내에 바뀌길 바라면 그건 욕심이고 강요가 된다. 그러니 바라는 마음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하기보단 거울 앞에 있는 나에게 그 감정을 쏟아내면 좋겠다. 그러하면 적어도 나에게 얻어지는 아주 작은 무언가는 남아있을테니 말이다.
저자는 버티고, 참아내고, 온 힘을 다해 오늘을 견디고 있는 내일의 '영웅'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했다. 오늘보단 내일이 좀 더 나을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그래도 한숨 푸욱 자고 일어나면 조금은 누그러질 마음과 깊은 숨 몰아 쉰 다음 다잡아보는 일상에는 한번 해봤으니까 오늘은 좀 덜 버벅거리겠지 라는 마음도 담겨있는 듯 하다. 내일의 영웅이라 칭할만큼 대단한 내가 될지는 장담은 못 하겠지만 오늘의 시련에 눈물 한바가지 흘린 이력이 있으니 내일의 나는 맷집이 좀 더 두툼한 사람이 되어있을거라 기대하게된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