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미 넉 장 반 신화대계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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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이 된 나는 2년간 허송세월한 무익한 시간들을 한탄하며, 새내기 때 다른 동아리에 가입했더라면 지금 나의 대학생활은 장미빛 라이프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4장으로 구성된 이야기. 각 장마다 새내기때로 돌아가 다른 동아리에 가입한 나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펼쳐진다.



각 장마다 닮은 듯 다른 맛깔나는 변주곡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더군.

당장이라도 책장을 뚫고 나올 듯한 개성있는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티키타카는 8~90년대의 너무나 그리운 아날로그 향기에 흠뻑 젖어들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재치와 위트 넘치는 유머러스함에 격하게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오즈' 라는 인물을 탓하며 생산적인 일과는 담 쌓고 사는, 무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음에도 근거 없는 자뻑 만수르인 '나'와

사막 한가운데에 데려다 놓아도 주둥이 하나로 살아남을 것 같은 '오즈'의 티키타카가 느므느므 좋아서 나도 모르게 나사빠진 사람마냥 실실 웃게 되더라는...😅



다음장에는 어떠한 맛깔나는 변주곡을 만들어 놓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책장은 술술 넘어가고, 작가는 그 기대감을 역시나 만족시켜준다.

마지막 4장!!

예상을 뒤집는 엉뚱 발랄한 전개에 아니 또 무슨 묘술을 부리려는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이 또한 작가의 큰그림.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나름의 탁월한 선택이 아닌가 싶더이다.

치밀한 구성으로 각 장마다 반복되는 문장과 요소가 등장함에도 지루하다거나 지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찰떡같이 잘도 버무려놓았더이다.😌

유쾌 발랄, 개성 가득한 이야기는 '모리미 도미히코' 라는 이름을 독자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않을까 싶다.



(#도서협찬 #비채서포터즈 #솔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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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악의 교전 1~2 세트 - 전2권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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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하스미 선생님 덕에 돌아간다니까요."

신코 마치다 고등학교 문제반인 2학년 4반 담임 하스미는 잘생긴 외모와 지성, 화려한 언변까지 겸비하여 교감은 물론, 동료 선생님들의 두터운 신임과 학생들의 추앙을 받으며 소위 하스미식 권력을 손에 넣는다.

그렇게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가려는 하스미.

하지만, 모두가 하스미의 친절한 얼굴에 속지는 않는다.

그의 가면 뒤에 숨겨진 악마의 얼굴을 벗기려 시도하는 자들이 하나씩 자취를 감추거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자신의 완벽한 왕국을 만들어가려는 하스미는 결국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차마냥 폭주하고, 학교에 서서히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지만 세상에 마상에 이 정도일 줄이야.

소문대로 대단하더이다.😳

코가 노랗게 놀고와서는 이걸 언제 읽나... 그러면서 시작했는데 아놔~ 사이코패스의 믿을 수 없는 광기의 춤사위에 광분하면서도 이 망할 놈한테 미친듯이 홀려서는 앉은 자리에서 순삭해버렸다니.

가독성 역시 하스미 못지않게 미쳤더이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수직적인 권력이 작용하는 학교라는 나름의 폐쇄적 공간,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하스미는 자신의 왕국을 위해 알뜰하게도 이용한다.

지켜보는 내내 와~ 이놈은 정말 악마가 인간의 몸을 빌려 환생한 게 아닌가 싶더라는.

자신의 왕국에 방해가 되는 자는 그 대상이 누구든 죽여버리는 하스미라는 인물의 직업은 다름아닌 선생님!!

그렇기에 이 책은 그 어떤 호러 소설보다도 공포스럽고 잔혹하게 다가온다.

만약, 이 책의 배경이 오피스였더라면 이렇게 잔혹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듯 싶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책. 도파민 중독자들에겐 흡족함을 안겨 줄 최고의 책이 아닌가싶다.😌



휘파람을 불며 살인을 즐기는 살인광의 모습은 그 어떠한 캐릭터보다도 독보적이다.

말그대로 독보적인 미친놈!! 악 그자체인 사이코패스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하스미라는 인물을 한동안 잊지 못할 듯 싶다.

도파민 충전이 시급하신 분들, 참을 이유가 없습니다. 달리십시오.


(#서평단 #도서협찬 #솔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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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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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인류학자인 저자는 시베리아와 러시아 극동 지역 캄차카 반도에 사는 에벤인을 연구하던 중 숲에서 만난 곰과 맹렬한 전투를 벌이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곰은 그녀의 몸과 얼굴에 씻을 수 없는 엄청난 흔적을 각인시켜 놓는다.

곰이 물고 가버린 그녀의 한쪽 턱은 러시아의 의료능력을 믿지 못하는 프랑스 의사들에 의해 제거되고, 재수술을 받게 되나 부작용으로 세번째 재건 수술을 받게 된다.

가족과 지인들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나 그녀를 바라보는 지인들의 눈에서 동정심을 읽어낸 그녀는 그들로부터 도망치듯, 치유를 위해 캄차카 반도로 떠난다.



저자 나스타샤 마르탱은 강인한 여성이다.
29살의 젊은 나이에 곰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자 사고를 당했던 그곳으로 치유를 위해 떠난다.

믿기지 않았다.
나라면 트라우마로 두 번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을 것인데.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 마음을 연 것은 아니었지만 이방인을 딸처럼, 가족처럼 진심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다리아와 그녀의 가족들의 모습에서 왜 그녀가 다시금 이곳을 되돌아왔는지 알겠더군.

그녀를 대하는 다리아의 모습과 삶의 방식에서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샤머니즘을 믿으며 인간이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라 착각하지 않는 그들의 삶은 끝없는 욕심과 탐욕으로 지구를 함부로 대하며 살아가는 우리와의 삶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순간순간 숙연해지고도한다.

특히, 곰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저자를 향해 [곰들이 우리에게 선물을 줬지, 너를 살려둠으로써]....라고 말하는 다리아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일반인인 나의 눈에도 이들의 삶이 신비스러운데 인류학자인 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삶은 상당히 매혹적이었을 듯 싶다.



필력이 대단하다.
고통스러웠을 자신의 얼굴 재건 수술과정을 위트있는 단어로 표현해서 피식 웃게 만들더니,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문장으로 독자를 설레게도 만든다.

그러더니 3장 <봄>에서는 수준높은 거침없는 필력으로 본격적으로 독자를 놀래켜준다.

철학적이고 다소 어려운 문장들이 등장할 때면 속도를 줄여 천천히 읽기도 했다. 속도를 줄이며 읽다보면 다시금 저자의 필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더라.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를 멋지게 보여주는 매력적이고 수준높은 에세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채서포터즈3기 #도서협찬 #솔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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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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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월.
저명한 유대인 작가인 필립 로스는 이스라엘에 자신을 사칭하며 공포의 이반 제판을 방청하고,
디아스포니즘(현재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럽 출신의 유대인들을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원래 살고 있던 나라로 돌려보내 정착시키는 프로그램)을 외치며 정치 활동을 하는 사칭범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수면제 할시온의 부작용으로 자살 위기를 겪었던 필립 로스. 이 소식 또한 할시온의 부작용으로 자신이 만든 환상이라 여기며 무시하려 했으나,
작가다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아내까지 속이며 예정보다 일찍 이스라엘로 향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작은 요소들까지도 빼어 닮은 제2의 필립 로스.
왜 그는 필립 로스를 사칭하며 진짜인 척! 무모한 행보를 멈추지 않는 걸까? 그의 정체와 저의가 어찌나 궁금하던지.

사칭범을 '피픽'이라 칭하며 변호사나 경찰서를 찾기보다는, 그에 대한 집착으로 신경쇠약 증상까지 보이며 불나방처럼 사서 고생을 하는 듯한 진짜 필립 로스.
그의 행보는 한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이해가 안 가더라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압도적인 서사와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읽는 내내 감탄하고 감탄하며 작가의 급이 다른 필력에 매료되었다.👍

특히, 항상 예상을 뛰어넘는 두 명의 필립 로스가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행보는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한 나머지 책이 어렵다 느끼면서도 끝까지 부여잡고 읽게 만든다.



작가는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라고 밝히지만,
실제 일어났던 과거의 사건과 실존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현실과 허구를 오가며 펼쳐지는 이 책엔

◾️유럽 내 반유대주의,
◾️시오니즘(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조상의 땅이었던 팔레스타인 지역에 그들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민족주의 운동),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멈추지 않는 분쟁과 그 대안은 무엇인가?
◾️유대인들의 정체성,
◾️민족주의를 강요하는 기성세대와 그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간의 갈등,
◾️중동 사회와의 평화적인 공생을 위해 이스라엘이 나아갈 방향 등을 심도있게 담아냈다.

유대계 작가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담은 지성의 목소리로 유대인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이어나간다. 그간에 몰랐던 유대인들의 감추고 싶은 민낯(?)을 들여다 본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거침이 없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저자의 소신 발언이 등장한다.
이러한 거침없음이 지금의 거장이란 호칭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더라는.😌


(#비채서포터즈3기 #도서제공 #솔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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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진 산정에서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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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산을 품었고 그 산은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는다.🫶

그들이 걷는 산을 나 역시 함께 걷는다. 그들이 보는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도 저 산에 한번 오르고 싶다는 갈망이 막 생기더라는.



행복에 겨운 날들도 있었지만 살다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세상 탓, 남 탓하며
때론 겨우겨우.
오늘은 그럭저럭.
또다시 다가올 내일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다.

이 책의 등장인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입으로 내뱉지 못하고 꽁꽁 싸매놓은 감정들을 산 위에서 토해내며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내 지인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작가였던가?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고 감탄하며 고급진 미나토 가나토표 힐링물에 매료되어 '좋다'라는 혼잣말을 수도 없이 내뱉고 있더라는.🫶

푹~빠져 읽다가 정신차리고 보니 전작 <여자들의 등산일기>를 결제하고 있더라.

원서가 주는 감동을 한국의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듯한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지는 번역 또한 좋았다.

하룻동안 행복한 무아지경에 빠질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기더라.


(#비채서포터즈3기 #도서제공 #솔직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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