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재구성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과학적 연구 결과로 풀어낸 셜록 홈스식 문제해결 사고법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박인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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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매력은 마지막 순간의 극적인 반전에 있다. 책 읽는 독자에게 흘려주는 증거나 힌트는 몇 명의 의심가는 사람을 양상하게 되고,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범위가 좁아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잘못된 길로 걸어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반전에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르큘 포와르, 댄브라운의 로버트 랭던. 이들은 내가 사랑하는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이 사람들의 사건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과 치밀한 관찰, 심리적 접근법으로 미궁에 빠진 의문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독자로서 지켜보는 큰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물론 매니아층에서만의 감동일 수 있지만 나에겐 일반소설과는 달리 시선을 땔 수 없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책 속에 전개되어 가는 내용들을 보는 것 뿐아니라 나도 왓슨 같은 입장에서 홈즈의 설명을 듣고 생각하는 끈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셜록 홈즈의 사고방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문제해결에 대한 과정을 체계화시키고 독자들로 하여금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셜록 홈즈라는 가상의 탐정은 코넌 도일이라는 작가로부터 창조되었다. 그렇다면 '코넌 도일은 그런 평범하지 않은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었나?'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잉글랜드의 가축도살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던 에달지에 대한 사건을 해결함으로 코넌 도일이라는 작가가 탁월한 방법의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 사건은 향후 오심을 보다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최초로 항소제도를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보통 경험하다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할때엔 일반적으로는 무의식(왓슨 시스템)이 작동하여 경험한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생각하지만 자세한 관찰에 의한 접근이 아니므로 확실히 표현하지 못하는 모호함을 가지게 된다. 현상들에 대한 태도를 무의식에서 의식(홈스 시스템)으로 바꾸어 인식해야 해야만 관찰의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객관적인 관찰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사고와 판단 때문에 사실을 인식하기 전에 편견이라는 것이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홈스의 의식적 사고를 통해 치우치지 않은 관찰된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과 추론을 통해 셜록 홈스처럼 사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홈스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홈스는 면밀하고 예리한 관찰을 통해 사건의 중요한 정보를 모으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거리두기를 통해 상상하며 추론의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관찰내용과 추론을 정리하여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습관적인 사고는 배제하고 바라보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편견이란 것이 생기기전,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면 그들은 틀을 벗어난 사고와 의식있는 관찰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처음 경험되어질 때 분명 우리도 홈스식 사고를 했었다. 새로운 것을 관찰했던 시각으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의식적으로 접근하는 연습을 통한다면 홈스식 사고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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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6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정지현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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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동화라 하면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어서 나오는 책들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명작동화에는 재미나 흥미외에 교훈이라는 가르침이 숨어 있기에 책을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해곤 한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이 동화는 내가 어릴적에도 어른이 되어서도 읽어보지 못한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생소해서 책을 쓰신 작가와 책의 배경에 대해 찾아보고서야 이 책에 따뜻한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동화작가 케네스 그레이엄이 선천적으로 약시여서 잘 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잠들기 전에 들려줬던 얘기가 바로 이 책이라고 한다.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큰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동물로 등장한다. 호기심 많은 두더지, 강가에 사는 속깊은 물 쥐, 숲에 사는 자긍심이 높고 신중한 귀족 오소리, 착하지만 지나친 모험가라서 좌충우돌하는 두꺼비까지 이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인데, 그 중 두꺼비가 벌이는 사건이 중심이 되고 있다

두꺼비는 돈 많은 것을 자랑하고 비싼 마차를 몰고 다니며 거들먹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날 인간이 타고 있는 자동차를 보고 반해 자동차를 훔치고 경찰에게 쫓기며 나쁜 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감옥에 가게 된다. 이 곳에서도 돈으로 사람을 사서 탈출하게 된다. 고향을 향해 달아나는 과정중에 많은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거들먹거리면서 자신의 모험담을 자랑하다 곤궁에 빠지게 된다. 그러곤 다시 도망하다 죽을뻔하는 고비를 넘기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무사히 도망와서 친구 물 쥐의 도움을 받게 된다. 고향에 와서 정신차리고 보니 두꺼비의 집을 숲속 조폭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들과 힘을 합쳐 지혜롭게 집을 되찾게 되고, 이웃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자리에서 두꺼비는 자신의 모험담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연설을 하려던 순간 깨닫게 된다. 파티를 준비하며 함께하는 그들과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다른지를 말이다. 그  후로 두꺼비는 변했다. 물론 말썽을 부릴때도 있지만 말이다. 자신을 지켜봐주는 친구들. 물쥐, 오소리,두더지와 같은 친구들이 있기에 말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걱정해주며 바른 말로 조언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두꺼비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피노키오, 백설공주, 비밀의 화원의 일러스트를 맡으셨던 천은실 작가님의 또 다른 작품이다. 부드럽고 잔잔한 색과 아기자기한 풍경들, 심지어 꿈 속같은 장면들이 귀엽고 장난끼 어린 주인공들과 조화롭게 펼쳐진다. 일러스트와 책 내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들의 자세한 대화가 있을 것 같은 원작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들의 우정이 내심 부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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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지음 / 모멘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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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자기 표현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는 겸손과 조용함이 미덕이었다면 현재는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알리고 주도적인 인간형을 사회에서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도 외향적이고 리더십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직종으로 관심이 쏠리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이런 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정확히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이야 말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손석희씨는 종편의 뉴스앵커 복귀를 준비하고 계신다. 과거 공중파의 뉴스 앵커, 100분 토론, 시선집중 등의 손석희씨의 이름만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방송들이 있었다. 가끔 방송을 들으면 진행자의 냉철하고 예리한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출연자들의 대화를 들으면 시원하기도 했었고 토론방송의 경우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비난하고 목소리 높이는 경우를 보곤 등 돌리던 적도 있었다. "왜 저렇게 밖에 못 할까 안보면 그만이지" 이런 식으로 외면해 버렸었다. 

 

이 책은 '손석희'라는 한 언론인의 과거 방송에서 보여 줬던 모습을 작가의 탁월한 분석 능력으로 해부해 주고 있다. 왜 말을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로 지식사회에서의 협업능력으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도입으로 말 잘하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짚고 있다. 예술적이거나 심리적인 요소 또는 술수로서의 말재주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진정한 소통을 위한 '말'을 어찌하는가를 들려 주고 있다.

 

시선집중의 브리지트 바르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논쟁하는 법을 분석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동물애호가라는 말로 잘 포장하되 이면에는 민족적 차별의식이 바탕이 되어 있음을 대화를 통해 끌어내고 있다. 이런 손석희씨의 말하는 화법에는 12개의 법칙이 있다. 주장보다는 사실을 말하고, 상대방에게 사실을 말하도록 유도하고, 생각을 숫자라는 명확한 근거로 제시하며, 대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몇군데 있다. 대화나 토론을 하다보면 대화 상대를 궁지에 몰아 넣는 순간이 생긴다. 그런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재확인하거나 대답을 듣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손석희씨의 경우엔 마지막 순간 끝까지 치닫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남으로 대화에서 진정한 승리를 확고히 한다. '내가 이겼다' 또는 '당신이 졌다' 는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그 대화를 듣는 사람들은 이미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승리자인 고수의 자세인 것이다.

고수는 마지막 순간에 칼을 거둠으로써 승리를 완성하고, 거두어들인 칼날은 휘두르는 칼날보다 더 극명하게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드러낸다. (p102)

 

그리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 귀기울여 다름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인정을 바탕으로 근거를 제시해서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공적 영역인 방송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행자의 의견이 투영된다면 프로그램은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진행자는 균형을 잡고 가능하면 많은 의견들을 다양하게 담아내야 한다고 본다. 20년 나의 방송 생활 중에 여러 차례 질곡이 있었으나, 기본 훈련은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 단련된 것이든, 방송에서 배운 것이든 간에 훈련의 결과가 그것이다. 그래서 나한테는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임무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p182-183)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되어진다. 하지만 다수의 결정으로 실행되더라도 의견이 합리적이고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검증과 더불어 소수의 의견도 보호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천동설이 다수의 의견일때 지동설을 주장한 것, 히틀러의 정권장악도 다수결에 의한 것이었고, 미국의 베트남 참전 결정도 다수결에 의한 일이었다.  다수를 인정하고 소수를 잊지 않는 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방송인 손석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송이란, 어느 사회에서도 강자가 있으면 약자가 있는데 약자들의 목소리를 소외되지 않고 균형 있게 다루어주는 것이다. (p214)

 

책의 말미에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손석희씨에게도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맘에 드는 문장이다.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다. (p215)

 

종편채널의 보도 담당 사장으로 영입 후 9시 뉴스의 앵커로 곧 활동을 시작한다. 일각에는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회사의 소속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 동안의 방송에서 보여준 소신과 정치활동에 대한 단호한 태도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의심치 않으나 돈 앞에 무너지는 인생을 여럿 봐서인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바른 언론인으로 정치 권력과 경제적인 외압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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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즐거움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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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지 명확하진 않으나 지금은 제목도 기억에 없는 프랑스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어둡고 주인공들은 잔잔한 생활 속에서 고뇌로 가득차 보였다. 웃어도 밝아 보이지 않았다고나 할까. 우울함, 슬픔이란 단어는 웬지 푸른색과 닮은 듯한 느낌. 이 책을 이루고 있는 강렬한 푸른색은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학교 교육에서 이미 꼬마 철학자로 자란다. 등수로 평가하지 않고 사람마다 잘하는 과목과 관심사가 서로 다르고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는데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냐는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교육에서 무엇을 알고 있느냐 보다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중요시 한다. 프랑스의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는 사지선다형이 아닌 주관식으로 치루어지며 어떤 사고와 철학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카페마다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문화가 발달했고 일반인들의 사고 깊이가 상당한 수준으로 보여진다.

 

 프랑스 국민이 가장 사랑한 시인이라 불리우는 크리스티앙 보뱅의 에세이 17편이 담겨 있는 책으로 에세이지만 시에 가까운 아름다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낀 것들을 언어라는 도구로 마법을 부리는 듯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넘을 수 없는 벽에 문을 그려 넣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순수함이란 태양보다 더 혹독한 태양이다. 난 매일같이 지독히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얻는다. 성스러운 눈이 내 눈꺼풀 아래에서 자라나고 있다. 나는 성스러운 눈을 통해 바라본다. 그 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어느새 말은 그저 말이 되어 있고 꽃은 그저 꽃이 되어 있다. 성스러운 눈은 이내 광채를 잃어버리고 수영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물안경이 벗겨지듯이 떨어져 나간다. 그렇게 우리는 원래의 눈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그 성스러운 눈으로 보았던 순간을 차곡차곡 담아 우리의 일상을 버티게 한다.”
 

 

아름다운 표현 속에서 일상적일 수 있는 내용을 생각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머무르고 싶어지는 글들이다. 나에게도 그러한가 내 마음도 그런가 내 삶 속에서도 한 조각의 모습을 찾아 글이라는 프리즘에 굴절시켜 어떤 색깔로 표현되는지 궁금해지게 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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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치 노트 스케치 노트
장 프랑수아 갈미슈 지음, 이주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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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치 노트

장 프랑수아 갈미슈 지음

진선아트북

 

그림 또는 미술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기억나는 추억이 하나 있다. 중학교 1학년쯤인가 아직은 미래에 대한 진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저 꿈같은 중학시절을 하고 싶은 것 하며 지낼때였다.(우리때는 요즈음 같지 않은 중학교시절을 보냈다) 그때 마침 교내 사생화대회가 있었다. 그림그리기를 배워본 적은 없었지만 미술이란 과목을 좋아하고 기술적으론 부족했지만 그리기도 좋아했던지라 전학년 대상인 행사에 자원할 필요없이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작품으로 입선(특선도 아니고ㅋ)이 되어 상을 받고 보니 세상에 둘도 없는 상을 받은 것 처럼 나에게 미술에 대한 재능이 있다는 믿음이 마구 생겨났던 것이다. 미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머니에게 의논 드리니 분별력 있으신 우리 어머니 말씀하시기를 조금의 재주는 있을진 몰라도 특출한 재능은 없다며 다시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다. 워낙 부모님께 순종했던 터라 그 후 화가의 꿈을 접고 다른 전공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그때까지도 있었던지 새내기때 그림그리는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그림을 많이 그리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 작업을 하고 깨닫게 된 것이 전공을 하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로 그림을 좋아하며 즐기는 정도가 나에게는 딱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전문인으로서 미련은 없지만 여전히 기회가 생기면 끄적거리게 된다.

 

 

책을 보며 오랜만에 스케치북과 연필, 지우개를 가져와서 심호흡을 하고 어찌해볼까 마음을 먹게 된다. 책의 서두에 준비할 도구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지만 당장 해보고 싶은 맘에 집에 있는 도구를 찾아 연필은 다듬고, 이젤이 없는 대신 보면대를 적당한 높이에 맞추어 준비까지 완료했다. 연필을 쥐는 것 마저 너무 오랜만이라 선긋기가 잘 안된다. 여러 차례 선긋기 연습을 하고 책의 겉표지 다음장에 있는 건물의 일부 스케치를 따라 그려 보면서 연습을 해보았다. 아무래도 책을 꼼꼼히 읽고 따라해야지 생각만큼 건물의 입체감을 표현하기가 까다롭다.

 

 

 

스케치하기 전에 대상이 되는 것을 시간의 여유를 두고 여러 측면에서 관찰해서 머릿속에 각인해두면 더욱 잘 그려진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여행이나 어떤 장소에 가서 스케치를 할때는 지우지 않고 빠른 시간에 그린 후 빛의 방향을 간단히 메모해서 나중에 완성하는 방법으로 길게 머무르지 못하는 장소에서의 스케치 방법을 일러두고 있다.

 

 

원근법은 평면인 종이 위에 실제 사물들의 입체감을 느끼게 그리는 방법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의 눈높이에 수평선을 두고 소실점을 찾아 대상이 되는 사물의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선들의 연결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책에서는 미스 아이라는 화가가 구도를 잡고 보이지 않는 선들의 연결을 찾아서 사물을 바라보는 실례가 나와 있다. 원근법의 규칙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 안정감있는 사물의 생생한 모습이 그림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몇 개의 사물을 연습하고 그래도 나에겐 쉬워 보이는 산과 나무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다. 건물을 그리자니 소실점을 찾아서 그 많은 선들을 연결하는 작업이 아직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보여 쉬워 보이는 자연을 선택한 것이다. 물감도 준비되지 않아 애들 색년필로 조금만 칠해 보았다. 선긋기 연습부터 양쪽의 소실점을 찾아 연결하는 연습까지 좀 더 해봐야 안정된 건물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건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건축양식을 이해하고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옮겨 그리기 위해 구조의 이해는 필수적인 것이다. 아치 모형, 둥근 천장, 구면 삼각형, 둥근기둥 같은 양식을 보았을때 빛의 방향과 그림자의 위치를 눈여겨 보아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건축자재의 기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을 익힐 필요가 있다. 기와나 판암, 물결무늬 철판, 목재, 강철, 콘크리트 등 자재의 본질적인 특성과 기능을 살려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되어 있는 작가가 그린 그림이 어느 것 하나 괜찮지 않은게 없지만 그 중 그리기도 어려워 보이고 도시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그림을 골라 보았다. 안정적인 건물들의 모습과 자연스러운 색감 등 복잡한 도시의 모습을 아름답고 멋지게 잘 그려 놓았다. 이 책을 보기만 해도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예술적인 감각이 마구 요동쳐 직접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연필을 손에 쥐게 하고, 스케치북 앞에 앉게 하는 등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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