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지음 / 모멘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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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자기 표현의 시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과거에는 겸손과 조용함이 미덕이었다면 현재는 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잘 알리고 주도적인 인간형을 사회에서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학교 교육도 외향적이고 리더십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그래서 인지 남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직종으로 관심이 쏠리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피부에 와닿는다. 이런 현대를 사는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정확히 표현하고 소통하는 능력이야 말로 반드시 필요로 하는 능력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손석희씨는 종편의 뉴스앵커 복귀를 준비하고 계신다. 과거 공중파의 뉴스 앵커, 100분 토론, 시선집중 등의 손석희씨의 이름만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방송들이 있었다. 가끔 방송을 들으면 진행자의 냉철하고 예리한 질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출연자들의 대화를 들으면 시원하기도 했었고 토론방송의 경우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 비난하고 목소리 높이는 경우를 보곤 등 돌리던 적도 있었다. "왜 저렇게 밖에 못 할까 안보면 그만이지" 이런 식으로 외면해 버렸었다. 

 

이 책은 '손석희'라는 한 언론인의 과거 방송에서 보여 줬던 모습을 작가의 탁월한 분석 능력으로 해부해 주고 있다. 왜 말을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로 지식사회에서의 협업능력으로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도입으로 말 잘하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짚고 있다. 예술적이거나 심리적인 요소 또는 술수로서의 말재주가 아니라 논리적이고 진정한 소통을 위한 '말'을 어찌하는가를 들려 주고 있다.

 

시선집중의 브리지트 바르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논쟁하는 법을 분석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는 소수의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동물애호가라는 말로 잘 포장하되 이면에는 민족적 차별의식이 바탕이 되어 있음을 대화를 통해 끌어내고 있다. 이런 손석희씨의 말하는 화법에는 12개의 법칙이 있다. 주장보다는 사실을 말하고, 상대방에게 사실을 말하도록 유도하고, 생각을 숫자라는 명확한 근거로 제시하며, 대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라는 것이다. 그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몇군데 있다. 대화나 토론을 하다보면 대화 상대를 궁지에 몰아 넣는 순간이 생긴다. 그런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의 승리를 재확인하거나 대답을 듣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손석희씨의 경우엔 마지막 순간 끝까지 치닫게 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남으로 대화에서 진정한 승리를 확고히 한다. '내가 이겼다' 또는 '당신이 졌다' 는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그 대화를 듣는 사람들은 이미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승리자인 고수의 자세인 것이다.

고수는 마지막 순간에 칼을 거둠으로써 승리를 완성하고, 거두어들인 칼날은 휘두르는 칼날보다 더 극명하게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드러낸다. (p102)

 

그리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 귀기울여 다름이 결코 틀린 것이 아니라 인정을 바탕으로 근거를 제시해서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공적 영역인 방송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진행자의 의견이 투영된다면 프로그램은 생명력을 잃는 것이다. 진행자는 균형을 잡고 가능하면 많은 의견들을 다양하게 담아내야 한다고 본다. 20년 나의 방송 생활 중에 여러 차례 질곡이 있었으나, 기본 훈련은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 단련된 것이든, 방송에서 배운 것이든 간에 훈련의 결과가 그것이다. 그래서 나한테는 균형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이 더 익숙하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임무이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p182-183)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되어진다. 하지만 다수의 결정으로 실행되더라도 의견이 합리적이고 옳은 것인지에 대한 검증과 더불어 소수의 의견도 보호받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천동설이 다수의 의견일때 지동설을 주장한 것, 히틀러의 정권장악도 다수결에 의한 것이었고, 미국의 베트남 참전 결정도 다수결에 의한 일이었다.  다수를 인정하고 소수를 잊지 않는 능력 또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것이다.

 

방송인 손석희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송이란, 어느 사회에서도 강자가 있으면 약자가 있는데 약자들의 목소리를 소외되지 않고 균형 있게 다루어주는 것이다. (p214)

 

책의 말미에 엘리너 루스벨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손석희씨에게도 어울리는 표현이지만 맘에 드는 문장이다.

아름다운 젊음은 우연한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 작품이다. (p215)

 

종편채널의 보도 담당 사장으로 영입 후 9시 뉴스의 앵커로 곧 활동을 시작한다. 일각에는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회사의 소속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그 동안의 방송에서 보여준 소신과 정치활동에 대한 단호한 태도에 대해선 현재까지는 의심치 않으나 돈 앞에 무너지는 인생을 여럿 봐서인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바른 언론인으로 정치 권력과 경제적인 외압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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