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영어회화 : 겨울왕국 (전체 대본 + 워크북 + MP3 CD 1장) - 30 장면으로 끝내는 스크린 영어회화 시리즈
강윤혜 / 길벗이지톡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애니매이션 겨울왕국이 올 겨울 영화시장을 강타했다. 이 것만으로 부족하여 OST, 도서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여서 겨울왕국에 대한 뜨거운 인기가 언제까지, 어디까지 지속될런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명성을 듣고 보게 된 영화여서 인지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일반적인 디즈니 애니매이션으로 평이한 감동 정도로 와닿아 솔직히 이리 인기 많음이 완전히 이해되진 않지만 OST가 멋지다는 것 만은 인정이다.

 

스크린 영어회화 시리즈는 몬스터 대학교편을 통해 이미 접한 바가 있어 책의 구성 방식이 낯설지 않다. 이 책은 영어 고수들이 많이 추천하는 영화 대본을 통해 통문장을 외우는 방법을 강조한다. 영화의 전체에서 30장면을 뽑아 교재를 엮은 것으로 자세한 설명을 통해 대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대본의 문장을 외우는 방법으로는 장면 암기 3단계 훈련법을 사용하고 있다.

 

 

 

 

 

 

Step 1 장면 파헤치기 - 구문의 이해를 통해 문장을 암기하도록 한다. 문장에 대한 설명, 발음의 특징을 알려 주며 구문의 exercise 도 첨부하여 연습하여 익히도록 유도한다.

 

Step 2 따라 말하기 -  책과 함께 제공되는 CD의 mp3 화일을 들으며 대본을 보고 따라 말하기를 진행한다. 외국어를 익힘에 중요하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많이 듣고 많이 말하기를 교재에서는 대본 보고 따라 말하기 5회, 대본 없이 따라 말하기 5회를 진행하도록 한다.

 

 

 

 

Step 3 완벽히 외우기 - 우리 말을 보면서 영어의 문장을 기억해내고, 연극같이 역할에 맞춰서 대본을 말해보는 연습은 암기한 문장을 실습하는 단계로 점검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Step 4 유용한 표현 익히기 - 주요 장면외에 놓치기 아까운 표현들을 정리해서 익히도록 간단한 설명과 해설을 곁들이고 있다.

 

워크북과 CD외에 스크립트 북은 영화 전체 대본으로 구성되어 있고, 문장의 번역, 단어설명까지 함께 있어 워크북과는 다른 형태로 영어 듣기를 진행할 수 있다. 애니매이션을 영화로 보고, 스크립트 북을 통해 전체적인 문장을 듣고, 워크북으로 매일의 분량을 진행한다면 30일이 지난 후 많이 알게 된 스스로에게 놀랄 수 있을 것 같다. 애니매이션으로 보고 영어책으로 접하게 되는 주제는 흥미와 공부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격이라 효과면에서도 좋을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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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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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마 고대 유적지로 유명한 폼페이는 발굴작업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인간의 향락과 퇴폐가 극에 달했을때 신은 심판한다는 내용으로 자주 인용되는 폼페이는 신의 뜻인지는 알 수 없으나 베수비오 산의 화산활동으로 인해 도시 전체와 2000여명이 화산재에 묻혀 버린 대참사의 현장이 되고 말았다. 한때 찬란했던 고대문화의 실상을 화산재 속에 간직한 그 곳을 구경하기 위해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 가는 곳. 화산재 속에 묻혀 버린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화산폭발 당시 얼마나 순식간에 모든 일이 벌어졌나 짐작이 간다.


폼페이 최후의 날 이틀 전 8월 22일 부터 화산 폭발 마지막 날인 8월 25일 까지 시간의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소설 <폼페이>는 팩션이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고증과 연구를 거친 화산학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작가의 치밀한 계산과 이야기의 흐름 때문에 책을 읽다 보면 사실과 허구 사이의 간극이 크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미세눔에 발령받은 신참 아쿠아리우스(수도기사)인 아틸리우스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시마다 연결된 물을 공급하고 있는 수로에 문제가 생겨 아틸리우스는 원인을 찾아 나선다. 문제해결을 위해 인근 베수비오 산 근처로 이동하게 되고, 그 사이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통해 대재난의 조짐을 감지하게 된다. 한편 해방노예 출신이고 졸부가 된 암플리아투스는 딸을 볼모로 끝없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 중 과학자이자 작가이고 로마 함대 사령관인 플리니우스는 그 당시 책을 실제로 집필했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미세눔에서 폼페이의 최후를 지켜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의 근성으로 죽음을 불사하고 폼페이로 가까이 가서 화산폭발 과정을 기록에 남기며 마지막을 지켜 본다. 나중에 조카가 해안에서 화산재에 뒤덮힌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아틸리우스는 우연히 알게 된 코렐리아를 구하기 위해 화산재로 뒤덮혀 가는 폼페이로 향하고, 암플리아투스는 자신의 재산을 버릴 수 없어 폼페이를 떠나지 못하는 등 천재지변이 일어나는 그 순간. 폼페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욕심, 배신, 혼란, 이기심 그리고 사랑까지를 모두 담고 있어 읽는 내내 이야기 전개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로마에는 워낙 유명한 고대 유적이 많아 도시 전체가 유적으로 가득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 보니 폼페이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폼페이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화산활동 뒤의 잔해 속에 남겨진 폼페이의 모습이 어떠할지, 그 당시의 모습을 간직한 그때의 생활상은 어떠할지 눈으로 직접보고 싶어진다. 비록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지만 인간의 온갖 마음을 대변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세상의 마지막을 내가 맞게 된다면...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삶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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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자 - 히말라야 도서관에서 유럽 헌책방까지
김미라 지음 / 호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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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이 많지 않던 어린 시절, 오빠랑 친구랑 한참을 걸어서 도서관에 가곤 했다. 막 글을 깨우쳤기에 오빠보다는 책을 느리게 읽어 얼마 읽지 못하고 되돌아와야 했었는데 책 읽기를 즐기거나 몹시 좋아하진 않았지만 책은 좋아라 했다. 도서관 책장에 가지런히, 빼곡히 꽂혀 있는 책을 보고 있자면 부자가 된 기분이랄까. 읽지 않아도 읽을 수 있다는 생각과 내가 그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다고 할까. 그래서 였는지 막연한 나의 미래에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목적이 아니라 책에 둘러 싸여 있는게 좋았던 것이다. 새 책보다는 헌 책에서 나는 오래된 냄새가 더 좋고 하루종일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또는 유리창 밖으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만의 세계를 한가롭게 거닐고 싶었다.

이 책은 나도 잊고 있었던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해줬다. 김미라 작가는 어릴때 부모님 따라 아시아 여러 곳을 여행했고 소공녀의 배경이 된 기숙사 학교를 가게 되어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 구석구석을 모험하다 발견한 히말라야의 작은 도서관은 이 책의 시작이자 작가 스스로에게는 소중한 안식처였다.

 

 

<책 여행자>는 4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번째 단락에선 오래 되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때로는 특정 종교를 폄하한다 오인하여 판매금지되고 작가는 사형선고를 받아 도피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지 시킬수록 호기심이 증폭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된다. 한 시대에는 금서로 되었던 것이 후대에 와서는 사상과 작품면에서 재평가 받는 책들이 많았다. [공산당 선언], [자본론] 이 그러하고 [주홍글씨], [율리시스] 같은 작품은 도덕에 대한 잣대와 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변하면서 학교 교재나 필독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유대인 대학살의 예고편으로 책이 불태워지기도 하는 등 책의 수난기는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함께 이어져 내려옴을 알게 된다.
 

 

비록 죽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삶은 비참하리 만큼 아름답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오히려 그 어느때보다 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야말로 그 어떤 기술의 진보보다도 진보적인 성과이다. 같은 운명에 처한 인간에 대한 연민과 그 연민의 대상을 넓혀 나갈 수 있는 능력, 죽음을 분노가 아닌 너그러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함. 그것이 한번쯤 죽음 앞에서 처절한 고민을 거쳤던, 내 친근한 친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유였다. -P 55

두번째 단락에선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책읽기와 함께 사용되는 감각들에 대한 부분이다.  멋지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종종 발견한다. 시간의 여유만 있다면 하루종일 카페에서 근사한 향의 커피를 즐기며 책 읽는 여유를 누리고 싶어지 않은가. 얼마나 생각만 해도 근사한지. 아름다운 책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 내용보다는 가끔 근사한 일러스트나 사진으로 가득한 책을 보는 것만으로 읽는 것 이상의 풍요로움을 누릴때가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고,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시를 통해 감각적인 리듬을 느끼게 된다.
 
세번째 단락에선 '헌책방의 풍경'을, 네번째 단락에선 '이야기가 있는 서점' 즉 세계의 유명한 또는 유명했던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란 서점은 워낙 유명한 곳으로 이미 알고 있던 곳이다. 가난한 작가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고 많은 작가들이 이 곳을 거쳐간 곳인데, 문학을 통한 베품을 실천한 이 서점이 어딘지 모르게 고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 곳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색깔과 멋을 지닌 서점들은 그들만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언어의 벽을 느끼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부러웠고, 그리움과 호기심이 넘치려는 순간 여행을 떠나는 그 용기있음이 멋져 보였다. 자신 주변의 상황과 핑계들은 용기없음에 대한 변명이란 생각이 든다. 도서관만 가도 부자가 되는 듯한데 세상의 멋진 서점을 보게 된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를 상상하면서 책 여행자인 작가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며 생각하게 된다. 책의 내용 중 좀 과한 표현이 있지만 인상적인 부분이 있는데 바르셀로나에 있는 산 페트로 수도원에서 사용하는 문구라 한다. 비록 요즈음은 책이 흘러 넘치지만 일정 부분 공감가는 말이고, 그래서인지 나는 책을 빌려주기 보다는 선물로 주는걸 좋아라 한다. 빌려준 뒤 되돌려 받을 걱정하지 않고, 책을 선물로 받아 행복해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말이다. 책에 대해 폭넓게 생각해보고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을 훔치거나 빌려 가서 돌려주지 않는 사람은 그의 손안에 든 책이 뱀이 되게 하여 그 사람을 갈기갈기 찢게 하라. 자비를 구하며 큰 소리로 울부짖게 하고, 죽을 때까지 절대로 고통을 멎게 하지 마라. 절대로 죽지 않는 버러지라는 증거로, 책벌레들로 하여금 그의 내장을 갉아 먹도록 하라. 마침내 그가 마지막 처벌장으로 향하면 지옥의 불길이 그를 영원히 삼키게 되리라."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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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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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까이 한지 11개월. 편독을 하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인연이 되는대로 책을 읽어오던 차에 나의 취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그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어려운 책은 교묘하게 피해다니며 쉬운 책들을 펼쳤다는 것. 철학책이나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은 분량도 많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으로 멀리 하려 했다. 그러다가 쉽게 읽어가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뭔가 큰 것을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 근본적인 무엇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이 시작되었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인문학자, 철학자로 불리우는 강신주 작가가 쓴 책으로 피폐해져만 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되살리고자 문학작품과 스피노자의 <에티카> 를 통해 얻은 통찰력으로 48가지 감정의 본질을 보여준다.

몇가지 인상에 남는 감정이 있다.
'자긍심'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 감정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에 의해 키워지고 극대화된다고 한다.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애인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치료약이라는데...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구에 의해서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만으로도 내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인 '자존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P42

'탐욕' 에 등장하는 개츠비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부에 대한 한없는 욕망이 결국은 거짓된 사랑을 낳고 그 이면에는 물질에 대한 탐욕이 자리잡고 있음을 개츠비의 주인공들이 보여주고 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이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자리잡아 모든 것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버리는 상태. 우리는 물질이 가치관을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많이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부가 귀족계급을 양산하고, 세습되며, 물질앞에 정치도 순결하지 못한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일면을 느끼게 한다.

여태까지 '연민' 이란 감정에 대해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연민은 상대에 대한 측은한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그 불행을 겪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와 상대를 도울 수 있다는 자기만족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연민이란 감정은 철저히 이기적이고 자기만족을 위해 스스로를 포장하는 겉모습만 사랑을 닮은 것이었다.

'겁' 이란 감정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철저히 현실적인 상황을 따지면서 회피했던 그것이 사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젊은 나이였음에도 내가 처했던 상황이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라 생각하며 한없이 스스로 움츠러들었던 모습을 본 것이다.

 
너무나 근사해서 뿌리칠 수 없는 초콜릿을 발견하면 이빨이 썩는 것쯤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한 번의 키스라도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중에 올 실연이 뭐 그리 두렵겠는가. 너무나 환상적인 공연이어서 현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지상의 행복을 느낀다면, 내일 시험이 중요하겠는가. 그러니 이런 매혹적인 대상과의 우연적인 마주침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움츠러들지 말고 바깥으로 자주 나가야만 한다. 기적과도 같은 우연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P428

때로는 도덕적 가치관의 경계를 넘나드는 지극히 감정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재미를 선사해준다. 책의 두께나 철학자가 쓴 책이라는 딱딱한 첫 인상과는 달리 문학작품의 감정부분을 소개하여 오히려 감정과 연관지어 들려주는 문학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기까지 한다. 이렇게 많은 감정들이 있고, 그것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음이 새삼 놀라운 일이기까지 했다. 평소 내가 표현하거나 느끼는 감정들이 얼마나 되나 찾아보면 극히 몇가지에 국한된 것을 발견한다. 감정을 참거나 아닌척 외면하는 모습,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은 웬지 하수로 취급하며 나는 고수인 척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감정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주고 싶다. 물론 감정적으로만 살아선 안되지만 감정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고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감정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감정이 없다면 삶의 희열도, 삶의 추억도 그리고 삶의 설렘도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살릴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나면서도 수많은 색깔로 덧칠해진 추억을 꺼내 들며 행복한 미소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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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 운명의 지도를 뛰어넘은 영국여자들
김이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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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여러분야에서 큰 몫을 차지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불과 몇 십년전만해도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하여 대학을 졸업한 경우여도 부모들은 좋은 남자 만나 시집 잘가기를 바랄 정도의 의식 수준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그 높은 장벽을 여성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넘고 있다. 공군사관생에 도전하는 여학생들, 법조계에서 최초의 여성판사가 탄생한지 50여년이 지난 현재 여성판사가 낯설지 않으며 비행청소년을 감싸안은 여성판사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그녀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영국사회의 뿌리깊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11명의 영국 여성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쓴 저자는 여행을 통해 만난 영국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워킹맘으로 영국에서 살며 겪게 되는 인종차별과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현실에서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내며 지리학자로 자리매김을 한다. 영국사회에서 운명을 바꾼 여성들에 대해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만난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1인 중 평소에 좋아하던 분이 여럿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넘기게 된다.

  

마가렛 대처 수상은 영국의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잘 이끌어가신걸로 알려져서 영국의 성공한 여성을 대표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전까진. 먼나라에서 외부에 알려진 내용만으로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느냐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대처 수상은 그녀의 고향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존재로 전락하였다. 정치적 야망과 최고의 권력 속에서 세상의 아픔을 읽지 못하는 맹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비난받는 여성총리, 효율만을 강요하는 인정없고 냉혹한 정치인으로 남게 되었다.

 

 

"거듭되는 행운과 개인적인 성공에 도취된 대처는 평생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타인의 고통에 둔감했다. 아이에게 우유를 사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부모들의 절망을 이해할 수 없었고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의 상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파업을 벌이다 숨진 탄광 노동자들을 외면했고, 낙후된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다 목숨을 잃은 축구 팬들을 폭도로 몰며 슬퍼하는 유가족을 위로하지 않았다." -P42

 

<피터 래빗> 을 창조한 베아트릭스 포터는 19세기 여성들의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빅토리아시대를 살았다. 여성의 실력과 상관없이 결혼만으로 행복이 보장된다고 교육되던 그 시절에 자연과 동물을 가까이 하며 글쓰기와 그림에 탁월한 소질이 있었던 베아트릭스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논문이 거부당하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의 가정교사 아들 노엘을 위해 그림을 그린 편지를 시작으로 피터 래빗 동화책이 만들어지고 출판사에서 여러번의 거절을 당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은 출간하게 된다. 캐릭터와 책의 판매로 얻은 수익과 전재산을 환경 운동 단체에 기증하며 세상을 마감하는 등 아름다운 선행을 남긴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한 대목때문에 작품보다 작가의 이름이 더 유명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그 덕에 <세월>이란 작품을 만나게 되어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청소년기에 등장인물들을 통해 잔잔하게 전해져오는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런 작품을 썼던 버지니아에 대한 궁금함은 그녀에 대한 연민이 되고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며 작품으로 승화한 그녀의 정신력에 숙연함마저 들게 한다.

 

 

"글쓰기를 통해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화해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싶었던 버지니아는 내면의 치열한 전투를 평생 치렀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느낌에 충실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고, 창조적 에너지를 발휘하며 삶의 지평과 한계를 넓히고자 했다." - P225

침팬지의 어머니인 제인 구달, 추리소설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 해리포터의 신화를 쓴 조앤 K 롤링은 평소 많이 좋아하는 분들이다. 좋아했던 만큼 그 분들의 삶을 쫓아가는 여정이 흥미로웠고 자취가 남아있는 곳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한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보디숍을 만든 애니타 로딕, 멋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치마입은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현대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트레이시 에민, 영국의 진화에 한 몫을 한 도린 로렌스, 영혼의 치유자 텐진 빠모 스님. 이 분들의 삶을 통해 현재의 영국이 되기까지의 일면을 보게 되었다.

 

 

"여자라서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자들이 우리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교만입니다. 문제 많은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십시오. 여자의 몸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습니다. 힘을 내세요." -P361

안되는 것에 대해 순응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쟁취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또는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여서 얼마나 많은 걸 스스로 포기하며 살았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엄마이니까 또는 여자니까 더 중요한 것은 가정이니까. 스스로에게 옭아매었던 밧줄을 자신이 풀지 않고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느끼며 아직도 세상의 통념과 맞서며 도전하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녀들의 꿈과 사랑, 슬픔과 기쁨, 고통과 보람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며 예전보다 내가 좀 더 강해졌음을 느낀다.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알 속에서 치열하게 노력한 새만이 날개를 활짝 펴고 우아하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아...... 나도 세상를 멋지게 날고 싶어졌다. 지리로 운명을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영국 여자들처럼."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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