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 운명의 지도를 뛰어넘은 영국여자들
김이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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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여러분야에서 큰 몫을 차지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불과 몇 십년전만해도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하여 대학을 졸업한 경우여도 부모들은 좋은 남자 만나 시집 잘가기를 바랄 정도의 의식 수준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그 높은 장벽을 여성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넘고 있다. 공군사관생에 도전하는 여학생들, 법조계에서 최초의 여성판사가 탄생한지 50여년이 지난 현재 여성판사가 낯설지 않으며 비행청소년을 감싸안은 여성판사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그녀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영국사회의 뿌리깊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11명의 영국 여성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쓴 저자는 여행을 통해 만난 영국을 사랑하게 되고, 결국 워킹맘으로 영국에서 살며 겪게 되는 인종차별과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현실에서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내며 지리학자로 자리매김을 한다. 영국사회에서 운명을 바꾼 여성들에 대해 취재하며 개인적으로 만난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1인 중 평소에 좋아하던 분이 여럿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넘기게 된다.

  

마가렛 대처 수상은 영국의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잘 이끌어가신걸로 알려져서 영국의 성공한 여성을 대표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전까진. 먼나라에서 외부에 알려진 내용만으로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잘못될 수 있느냐를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대처 수상은 그녀의 고향에서는 외면하고 싶은 존재로 전락하였다. 정치적 야망과 최고의 권력 속에서 세상의 아픔을 읽지 못하는 맹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비난받는 여성총리, 효율만을 강요하는 인정없고 냉혹한 정치인으로 남게 되었다.

 

 

"거듭되는 행운과 개인적인 성공에 도취된 대처는 평생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타인의 고통에 둔감했다. 아이에게 우유를 사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부모들의 절망을 이해할 수 없었고 포클랜드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아르헨티나 어머니들의 상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파업을 벌이다 숨진 탄광 노동자들을 외면했고, 낙후된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다 목숨을 잃은 축구 팬들을 폭도로 몰며 슬퍼하는 유가족을 위로하지 않았다." -P42

 

<피터 래빗> 을 창조한 베아트릭스 포터는 19세기 여성들의 활동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빅토리아시대를 살았다. 여성의 실력과 상관없이 결혼만으로 행복이 보장된다고 교육되던 그 시절에 자연과 동물을 가까이 하며 글쓰기와 그림에 탁월한 소질이 있었던 베아트릭스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논문이 거부당하는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 후 자신의 가정교사 아들 노엘을 위해 그림을 그린 편지를 시작으로 피터 래빗 동화책이 만들어지고 출판사에서 여러번의 거절을 당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은 출간하게 된다. 캐릭터와 책의 판매로 얻은 수익과 전재산을 환경 운동 단체에 기증하며 세상을 마감하는 등 아름다운 선행을 남긴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한 대목때문에 작품보다 작가의 이름이 더 유명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그 덕에 <세월>이란 작품을 만나게 되어 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청소년기에 등장인물들을 통해 잔잔하게 전해져오는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런 작품을 썼던 버지니아에 대한 궁금함은 그녀에 대한 연민이 되고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며 작품으로 승화한 그녀의 정신력에 숙연함마저 들게 한다.

 

 

"글쓰기를 통해 고통스러웠던 과거와 화해하고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싶었던 버지니아는 내면의 치열한 전투를 평생 치렀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과 느낌에 충실한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했고, 창조적 에너지를 발휘하며 삶의 지평과 한계를 넓히고자 했다." - P225

침팬지의 어머니인 제인 구달, 추리소설의 거장 애거서 크리스티, 해리포터의 신화를 쓴 조앤 K 롤링은 평소 많이 좋아하는 분들이다. 좋아했던 만큼 그 분들의 삶을 쫓아가는 여정이 흥미로웠고 자취가 남아있는 곳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한편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보디숍을 만든 애니타 로딕, 멋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치마입은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현대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트레이시 에민, 영국의 진화에 한 몫을 한 도린 로렌스, 영혼의 치유자 텐진 빠모 스님. 이 분들의 삶을 통해 현재의 영국이 되기까지의 일면을 보게 되었다.

 

 

"여자라서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자들이 우리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교만입니다. 문제 많은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십시오. 여자의 몸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우리가 소망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습니다. 힘을 내세요." -P361

안되는 것에 대해 순응하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쟁취하며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또는 살고 있는 그녀들의 삶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여서 얼마나 많은 걸 스스로 포기하며 살았나. 어쩔 수 없다. 나는 엄마이니까 또는 여자니까 더 중요한 것은 가정이니까. 스스로에게 옭아매었던 밧줄을 자신이 풀지 않고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느끼며 아직도 세상의 통념과 맞서며 도전하는 세상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녀들의 꿈과 사랑, 슬픔과 기쁨, 고통과 보람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을 거치며 예전보다 내가 좀 더 강해졌음을 느낀다. 껍질을 깨고 나오기 위해 알 속에서 치열하게 노력한 새만이 날개를 활짝 펴고 우아하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아...... 나도 세상를 멋지게 날고 싶어졌다. 지리로 운명을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 영국 여자들처럼."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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