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세트 - 전2권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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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먹 하나만은 자신있는 신부님, 글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인민을 위해 노력하는(?) 공산당 당수, 그리고 매일 티격태격거리는 그들을 즐겁게 웃으며 바라보시는 예수님. 공기 맑고 인심 좋은 시골마을에서 미운정 고운정 들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해, 극좌 과격파 혁명주의자들보다 좀 더 과격한 우리 신부님을 간신히 뜯어말리고 있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웃음을 더한다. 범사에 감사하고 기도하며 가끔은 미운정 든 마을 친구를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주먹을 휘두르는 신부님, 서로 망신주고 쫓아내려 이를 갈면서도 없어지니 세상 만사가 시큰둥해서 투덜거리는 '웬수'들. 읽으면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책도 참 오랫만이다.

"사실 저는 저 친구가 저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습니다."
"저 친구는 네가 자기 점수를 못 넘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었단다."

부러운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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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 그랜드 펜윅 시리즈 1
레너드 위벌리 지음, 박중서 옮김 / 뜨인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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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8년 전인데. 그때 딱 한 번 본 내용이 거의 다 기억이 났다. 굉장하구만...
2차대전이 끝난 직후, 냉전으로 핵과 전쟁의 공포에 떨기 '시작한' 사람들의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 미국이 핵의 독점권을 상실한 뒤 만든 Q폭탄이라는 '한방에 대륙하나' 급 폭탄을 탈취한 인구 6천명의 소국 그랜드 펜윅 공국이 전세계를 협박해 핵무기를 폐기하는 이야기인데, 정말이지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는' 시대의 이야기다. 지금 저런 전개로 소설을 쓰면 일단 핵부터 떨어트린 다음 생각할지도.
그랜드 펜윅의 사람들도 매력적이지만, 관심가질만한 것이 강대국들의 대응이다. 프라우다(소련 기관지. 참고로 뜻은 '진실')의 기사 전문도 꽤 재미있고, 부르주아들로부터 저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0개 사단을 동원하는 소련, 20개 사단을 동원하는 미국, 6개 사단을 동원하는 영국, 그리고 택시 할증요금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난 프랑스(어이!?). 아울러 갑자기 영국이 끼어든 이유는 1502년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핑계삼아서... 역시 굉장한 민족이야.

소설에서는 다르게 번역이 됐었지만, 바로 그 1999년 EBS방영분에선 이런 대사가 있었다.

"월요일에 전쟁을 걸어 화요일에 항복하면, 금요일 쯤에는 우리의 숙원인 경제 재건이 완성되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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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 1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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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들이 모여 끼적대는 게 아니라 중견 건설회사인 마에다건설(자본금 234억엔, 종업원 3천 500명, 본사 사옥 22층, 통칭 [댐의 마에다])에서 진지하게 연구한 물건이다.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어 일주일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매번 보수공사를 하는 공상과학세계의 일감을 독점 수주하겠다는 이 어이없는 기획에 휩쓸린 사람들이 얼마나 키득거리면서, 싱글거리면서, 히죽거리면서 머리를 굴려 기획서를 만들었을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4명 뿐 아니라 자문이며 협조를 요청받은 사람들이 옛 기억을 되살리며 얼마나 웃었을까. "신났다 신났어 이 친구들-" 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 입가 역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첫 번째 기획은 유미 교수의 요청으로 마징가를 집어넣을 격납고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진담). 300톤의 물을 배수하는 동시에 20톤짜리 물건을 6초 안에 18미터나 밀어올려야 하는 생각 외로 거대한 물건이지만, "우리 기술력이라면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며 달라붙어보지만 고객의 요청이 워낙 까다로와서(진짜 고객이면 협의라도 하지 이건 만화 보고 그대로 만들어야하니...) 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박사학위에 근속 20년 정도는 신참급이다...)이 달라붙은 모습은 흐뭇하달까, 부럽달까, 한숨이 나온달까. 저들 사회는 꽉 막혔느니 어쩌니 해도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당신들 넘 멋져... 과연 우리나라에서 중견 건설업체가 이런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와중의 진짜 걸작은 이거였다. "비디오를 보니 조명탑이 왼쪽에 있던데 말야, 연구소 밖에서 찍었으면 조명탑이 오른쪽에 있어야 하거든? 연구소 안에서 찍은 비디오가 외부로 유출된 것 같다고, 유미 교수한테 살짝 귀띔해줘." TV화면에서 격납고의 제원을 연구하기 위해 비디오를 보던 '아저씨'가 한 말. ...당신 너무 멋지잖아!
결국 이 기획은 100분의 1 모형으로 완성되었다. 진짜 멋있긴 멋있더군. 아울러 그것과 함께 전시되었다는 초합금Z 잉곳(쇳덩어리)에서 다시한번 좌절해 버렸다. 건설업계만 이런 짓을 한 게 아니라 금속공학자들도 비슷한 짓거리를 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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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orks - 꿈을 실현시키는 빨간 책
R. H. J 지음, 서재경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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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자기계발서들은 많고도 많다. 자기계발을 해서 돈 버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자기계발에 관련된 책을 쓰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그러다보니 다른 책들과 차이를 두기 위해 잡다하니 어이없는 소리를 끼워넣는 것이 추세인데, 오래간만에 핵심으로 돌아온 책이 나왔다.

그래, 긴 이야기는 필요가 없다. 이 책에 나온 세 가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꿈은 이루어진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꿈이 이루어지듯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생각 역시 이루어진다. 어떤 꿈을 꿀 것인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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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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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맥락과 결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을만한 문장이다. 그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할만한 사건이지만,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 바쳐진 한 권을 읽은 뒤로 느껴진 감상은 단 하나뿐이다. 이게 인간이야?

 말조차 통하지 않는 5만 병력을 지휘해 75만의 병력을 가진 로마에 뛰어들어 보급도 없이 23년이나 호각으로 싸워온 인간, 알렉산드로스가 제안한 기동전 개념을 완성한 인간, 월급조차 제대로 못 주면서도 병사들에게 병역 거부를 받지 않는 유일한 인간. … 글쎄, 거의 신의 재림이랄까. 비록 최후의 최후에 스키피오에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스키피오가 사용한 것은 한니발 전술의 복사판이었고, 한니발의 패배는 그가 완성한 전술이 개인의 기량에 의존한 것이 아닌 정례적으로 완성된 것임을 증명하는, 한니발이 옳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킨 증거일 뿐이다.
한니발 자신의 평가에 따르면 역사상 최고의 장군은 알렉산드로스, 그 다음은 피로스, 그 다음이 자신이고, 자마에서 스키피오에게 지지 않았다면 순위를 뛰어넘어 자신이 일등이 되었으리라던가? 90% 동감한다. 후세에는 카이사르라는 괴물이 나오거든(웃음). 시오노 씨의 글대로라면 인간적인(개인적인?) 단점과는 아예 담을 쌓은(술을 퍼마시나, 여자를 밝히나, 돈을 탐냈나? 정말 카이사르랑 비교된다.), 위인전에나 나올법한 캐릭터인지라 공감이나 부러움보다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는 전쟁 기계, 승리를 창조하는 전장의 예술가. 계속 반복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포에니 전쟁으로 로마는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좋은 스승에게 매맞아가며 배운 결과랄까. 결국 그토록 증오했던 로마의 스승이 되어버린 격이지만 적이었던 제자를 통해서 한니발의 업적은 확연히 살아남아 있다. 적이었던 제자를 통해 남아있기에 그 위대함이 더욱 돋보인달까. 시대의 주인공, 인간의 역사에 강림한 마지막 군신. 이것이 한니발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이 한 시대는 한니발의, 한니발에 의한, 한니발을 위한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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