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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평점 :
전후 맥락과 결과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알고 있을만한 문장이다. 그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할만한 사건이지만,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 바쳐진 한 권을 읽은 뒤로 느껴진 감상은 단 하나뿐이다. 이게 인간이야?
말조차 통하지 않는 5만 병력을 지휘해 75만의 병력을 가진 로마에 뛰어들어 보급도 없이 23년이나 호각으로 싸워온 인간, 알렉산드로스가 제안한 기동전 개념을 완성한 인간, 월급조차 제대로 못 주면서도 병사들에게 병역 거부를 받지 않는 유일한 인간. … 글쎄, 거의 신의 재림이랄까. 비록 최후의 최후에 스키피오에게 패배하기는 했지만 스키피오가 사용한 것은 한니발 전술의 복사판이었고, 한니발의 패배는 그가 완성한 전술이 개인의 기량에 의존한 것이 아닌 정례적으로 완성된 것임을 증명하는, 한니발이 옳았다는 것을 재확인시킨 증거일 뿐이다.
한니발 자신의 평가에 따르면 역사상 최고의 장군은 알렉산드로스, 그 다음은 피로스, 그 다음이 자신이고, 자마에서 스키피오에게 지지 않았다면 순위를 뛰어넘어 자신이 일등이 되었으리라던가? 90% 동감한다. 후세에는 카이사르라는 괴물이 나오거든(웃음). 시오노 씨의 글대로라면 인간적인(개인적인?) 단점과는 아예 담을 쌓은(술을 퍼마시나, 여자를 밝히나, 돈을 탐냈나? 정말 카이사르랑 비교된다.), 위인전에나 나올법한 캐릭터인지라 공감이나 부러움보다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는 전쟁 기계, 승리를 창조하는 전장의 예술가. 계속 반복하는 말이지만 인간은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포에니 전쟁으로 로마는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 좋은 스승에게 매맞아가며 배운 결과랄까. 결국 그토록 증오했던 로마의 스승이 되어버린 격이지만 적이었던 제자를 통해서 한니발의 업적은 확연히 살아남아 있다. 적이었던 제자를 통해 남아있기에 그 위대함이 더욱 돋보인달까. 시대의 주인공, 인간의 역사에 강림한 마지막 군신. 이것이 한니발에 대한 나의 감상이다. 이 한 시대는 한니발의, 한니발에 의한, 한니발을 위한 시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