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징가 Z 지하기지를 건설하라 - 공상과학 현실화 프로젝트 1
마에다건설 판타지영업부 지음, 김영종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오타쿠들이 모여 끼적대는 게 아니라 중견 건설회사인 마에다건설(자본금 234억엔, 종업원 3천 500명, 본사 사옥 22층, 통칭 [댐의 마에다])에서 진지하게 연구한 물건이다. '판타지 영업부'를 만들어 일주일마다 건물이 무너지고 매번 보수공사를 하는 공상과학세계의 일감을 독점 수주하겠다는 이 어이없는 기획에 휩쓸린 사람들이 얼마나 키득거리면서, 싱글거리면서, 히죽거리면서 머리를 굴려 기획서를 만들었을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에다건설 판타지 영업부의 4명 뿐 아니라 자문이며 협조를 요청받은 사람들이 옛 기억을 되살리며 얼마나 웃었을까. "신났다 신났어 이 친구들-" 하면서 읽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내 입가 역시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첫 번째 기획은 유미 교수의 요청으로 마징가를 집어넣을 격납고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진담). 300톤의 물을 배수하는 동시에 20톤짜리 물건을 6초 안에 18미터나 밀어올려야 하는 생각 외로 거대한 물건이지만, "우리 기술력이라면 할 수 있어!" 라고 외치며 달라붙어보지만 고객의 요청이 워낙 까다로와서(진짜 고객이면 협의라도 하지 이건 만화 보고 그대로 만들어야하니...) 이 귀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전문가들(박사학위에 근속 20년 정도는 신참급이다...)이 달라붙은 모습은 흐뭇하달까, 부럽달까, 한숨이 나온달까. 저들 사회는 꽉 막혔느니 어쩌니 해도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에서. 당신들 넘 멋져... 과연 우리나라에서 중견 건설업체가 이런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와중의 진짜 걸작은 이거였다. "비디오를 보니 조명탑이 왼쪽에 있던데 말야, 연구소 밖에서 찍었으면 조명탑이 오른쪽에 있어야 하거든? 연구소 안에서 찍은 비디오가 외부로 유출된 것 같다고, 유미 교수한테 살짝 귀띔해줘." TV화면에서 격납고의 제원을 연구하기 위해 비디오를 보던 '아저씨'가 한 말. ...당신 너무 멋지잖아!
결국 이 기획은 100분의 1 모형으로 완성되었다. 진짜 멋있긴 멋있더군. 아울러 그것과 함께 전시되었다는 초합금Z 잉곳(쇳덩어리)에서 다시한번 좌절해 버렸다. 건설업계만 이런 짓을 한 게 아니라 금속공학자들도 비슷한 짓거리를 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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