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11 - 완결
소다 마사히토 지음, 장혜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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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열혈 사이클 만화 [스피드 도둑]과 열혈 구조 만화 [출동 119 구조대]에 이어 내놓은 (여전히) "열혈!" 발레 만화. 피가 끓어오르는 발레만화라니, 역시 만화의 세계는 깊고도 넓다. ...라기보다는 작가가 제정신이 아닌거야 이건.
[출동 119 구조대]와 [스피드 도둑]에서 여자들을 완전히 떼어놓고 남자들만의 세계를 그리던 소다 마사히토가 이번에는 남자 따위는 저만치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세계를 만들었다. 관객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기쁘게 하고, 슬프게 하는 육체의 마술사들. 유럽에서 발생해 유럽에서 성장해 온 그 세계에, 관객을 '고통스럽게조차 할 수 있는' 변방에서 온 반역자가 뛰어든다. 그녀의 이름은 [천재], 사회적인 벽과 문화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재능]으로 모든 것을 인정받는 야만인이다. 재능이 모든 것을 긍정한다! 라고 외치며 소다 마사히토 특유의 천재 캐릭터를 그야말로 멋지게 표현해 내었다.
사실 이것은 무의미하고 무익한 일이다. 관객을 고통스럽게 해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누구 말마따나 재수없는 평론가라도 앉아있어서 해치워 버리고 싶은 것이라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가'. 할 수 있으니까 한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해낸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오기에 가까운 감정이 발레리나 - 무대에서 싸우는 전사들의 감정 전체를 지배한다. 전작들에서 보였던 것과 똑같은 감정이며, 문화라는 탈을 썼을 뿐 그 기조는 변함이 없다. 다만 민폐가 조금 심해졌다(지옥을 맛본 수감자들과 악몽을 겪은 관람객들에게 묵념).
소다 마사히토가 그려낸 두 명의 천재, 스바루와 프리실라는 이미 평범한 사람을 지배하는 '타인과 관계된' 영역을 지나 자신들만이 볼 수 있는 어떤 세계, 'ZONE'으로 뛰어들려 하고 있다. 어쩌면 유사 이래 수많은 철학자들과 신비주의자들과 종교인들이 바래온 그곳일지도 모를 땅을 향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다. 두 곳에서 동시에 공연된 볼레로 공연의 와중에 일어난 그 '사건'(궁금하면 사서 봐! 스캔본 금지!)은 두 사람이 찾아가고 있는 ZONE이 그들 두 사람의 상상과 착각 속에 존재하는 환상이 아니라 실존하는, 비록 그들만일지라도 그 누군가가 접할 수 있는 어떤 진실된 세계임을 확신할 수 있게 한다. 누가 먼저 그 땅에 도달하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도달하는가로 대립하면서 경쟁하기 시작한 그들의 결말이야말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종결해버리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이런 클라이막스에서!! 마구 비틀고 뒤집고 비비 꼬았다가 확 전개하려던 시점에 갑자기 끝장내버린 이런 엔딩, 나는 용납 못한다. [스바루]는 완결되지 않았다. 연재중단일 뿐이다!

(루머로는 출판사와 싸웠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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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라호 6 - 메이드 편
츠키지 토시히코 지음, 서범주 옮김, 코마츠 에지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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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마부라호는 본인은 실력없지만 그 유전자가 세계 최강인 주인공 카즈키와, 그의 유전자를 노리고 사방에서 달려드는 3인조를 중심으로 한 대책없는 러브코미디이다. 그리고 외전격인 이 [메이드 편]은 그 카즈키가 메이드가 바글바글한 '메이드섬'에 떨어져 아리따운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여 오타쿠들의 전쟁에 말려드는 진짜 대책없는 스토리. 그 전쟁도 서바이벌 게임 수준이 아니라 완전 2차대전 스탈린그라드 분위기의(정작 전장은 과달카날이지만) 살벌한 전장인지라 처절한 전투장면과 제정신아닌 캐릭터들이 전혀 어울리지 못해서 정말 괴상한 작품이 되어 버렸다.
아무 내용도 없지만 그 내용이 없는 게 핵심이랄까. 1권에서 쓸데없이 진지해보려던 노력은 포기하고(그 악당들, 7권에서도 별로 소식이 없다. 그 누님은? 그 흑막은?) 아예 미쳐서 폭주해버리는데 한 마디로, 재밌잖아! 이미 카즈키에게 반쯤 미쳐서 그 놈만 얽히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유우나와 그런 유우나를 천박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린, 거기에 메이드군단에 더해 수은여단의 특무부대(이것들도 진짜 엽기. 다음 외전에 어떻게 나올지 기대중), 아무튼 오래간만에 머리가 멍할 정도로 어이없으면서도 본 시간은 아깝지 않은 작품을 만나 버렸다. 작가에게 하고싶은 말은 단 하나뿐, "패러렐은 네 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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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 세계 역사를 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 590일의 기록 ㅣ 서해역사책방 7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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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보고 아우슈비츠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스탈린그라드 공방전이었다는 점에서 조금 당황. 우리나라 군사관련 서적이 다 그렇듯이 번역은 아주 심각하다. 37mm박격포는 좀 심하잖아! 우리나라 남자들의 90% 군복무했다는 사실에 약간 의문이 가게 하는 일이다. 지명이나 인명 쯤 되면, 중간중간 바뀌어대는 탓에 어디가 어디고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도 골치아프다. 뭐 어쩌랴 군사학과 전쟁사가 일반교양이 아닌 나라에서 태어난 탓이지...
게다가 문맥문맥 살펴보면 소련 쪽 기록만 참조했다는 느낌이 강해서 제대로 된 군사학 자료로 치기보다는 아예 문학작품 취급하는 실정이다. 저런 각종 번역오류에도 불구하고 스탈린그라드의 혹한과 그 속에서 모든 희망을 버리고 죽어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잘 살려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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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1~13 세트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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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천재를 그리는 만화는 의외로 흔치 않다. 대부분은 끊임없는 노력과 수행으로 이런 실력을 쌓게 되었다는 '정당화'를 기저에 깔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진정 타고난 천재를 그리는 작품들은 그 표현이 지나쳐 정도를 벗어나 버린다거나 하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전작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가 바로 그 축이었다. 그러나 같은 작가가 그 함정을 벗어나 진정한 '천재'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노다메 칸타빌레]인 것이다. 아울러 그런 천재가 12배쯤 잘나고 257배쯤(아는 사람은 아는 숫자) 아스트랄한 바보 "들" 에게 걸려 와장창 망가지는 것도 아주 잘 묘사해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묵직한 [피아노의 숲]과 비교해 보면 자유롭다 못해 폭주하는 느낌이랄까. '와장창 망가지는' 역의 치아키가 가진 본성, 통칭 '호랑이 치아키'의 공포(딱 한 시간이면 자존심을 걸레로 만들어버린다)는 평상시의 고고하고 쿨한 모습과 멋지게 대비를 이루어 단독으로도 상승효과를 일으켜보이며, 치아키 뿐 아니라 캐릭터 대부분이 하나같이 평소에는 무게잡아도 30분이면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놈들인지라 이제 이 놈들이 얼마나 망가질까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망가져 있는 몇몇 캐릭터들의 마무리 일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의 숲]이 현실의 무게에 눌려 힘들어하는 천재를 그려냈다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천재'가 아닌 '현실' 이랄까. "멈췄다!?"라고 경악한 데 이어 이미지만 가지고 아예 즉석에서 작곡을 해 버리는 노다메의 이상야릇한 머릿속 구조를 ("잠깐… 이미지는 비슷한데… 이건 또 뭐지…?") 음악을 통해 이어받다가 함께 망그러져 버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심사위원들의 마음고생("대체 이걸 어떻게 평가하죠…?")이 참으로 가련하게 보일 정도다. 음악으로 성공할 생각 따위는 애저녁에 없으니 아무 문제없이 저질러버리는 노다메에게 휩쓸리는 것은 주변 사람들 뿐. 치아키건, 교수진이건, 슈트레제만이건, 심사위원단이건 그 재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괴로워질 수밖에.
상당히 개그스럽고 밝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음악만화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화려함도 정교함도 없는 그림체이건만 악기를 손에 든 연주자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주인공들을 망가트리던 그 안간힘을 다해 멋진 연출을 그려내보인다. 그야말로 '종이 위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미안한 말이지만 [Parapara-Pam]이나 [Take Five] 같은 만화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니, 심지어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함께 양대 음악만화라 생각하는 [피아노의 숲] 에서도 상당히 약했다. 그 점에 있어서만은 독보적인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다.
두 자릿수 권수에 달함과 함께 국내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떠난 치아키와 노다메의 발걸음은 멎지 않았다(아울러 바보짓도). 늘어짐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경쾌하고 살아있는 발걸음, 노래하듯이 즐거운 연주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길게 늘어지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노다메 칸타빌레]가 계속 이어짐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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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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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산발한 흰 머리카락의 수학자 할아버지가 수학에 대해 이것저것 떠드는 이야기일듯한 제목인데, 그게 아니었다. 아예 수학 서적도 아니었다. 하지만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찌잉~ 하니 울려퍼지는 감각도 참 오래간만이기에 합격. 돌이켜 생각해보면, 수학에 감정이 있었다면 무척이나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학은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이런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만큼이나 깊은 사랑을 받아온 것이다. 그리고 루트 역시 박사님이 자신의 다음으로 남기고자 할 만큼 사랑을 받았으니 행복했겠지. 이렇게 지고지순하게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박사님도 행복했었겠지. 부러울 따름이다.
그런데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작중 인물들도 까맣게 잊고 있는 사실이 있으니, 파출부 아줌마는 후반 가서는 완전히 잊혀져 버리네그려. 루트와 박사님이 하도 둘만의(아니 에나츠 선수 포함시켜서 셋만의) 공간을 연출하는지라 파출부 아줌마가 등장은 하는데 전혀 등장한다는 느낌이 안 오는게... 그렇게 박사님을 아껴주고 도와주는 분인데말야. 그리고 루트, 사실 저 어린 시절부터 '수학을 사랑하라~'는 세뇌교육을 받고 자랐으면서도 수학 교수나 수학 박사가 못 되고 그냥 수학 선생님을 한다니, 원래 루트는 이 쪽으로 예정된 인물이 아니었는데 박사님 때문에 억지로 끌려든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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