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메 칸타빌레 1~13 세트
토모코 니노미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6월
평점 :
품절


천재를 그리는 만화는 의외로 흔치 않다. 대부분은 끊임없는 노력과 수행으로 이런 실력을 쌓게 되었다는 '정당화'를 기저에 깔고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진정 타고난 천재를 그리는 작품들은 그 표현이 지나쳐 정도를 벗어나 버린다거나 하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전작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가 바로 그 축이었다. 그러나 같은 작가가 그 함정을 벗어나 진정한 '천재'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 [노다메 칸타빌레]인 것이다. 아울러 그런 천재가 12배쯤 잘나고 257배쯤(아는 사람은 아는 숫자) 아스트랄한 바보 "들" 에게 걸려 와장창 망가지는 것도 아주 잘 묘사해내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지하고 묵직한 [피아노의 숲]과 비교해 보면 자유롭다 못해 폭주하는 느낌이랄까. '와장창 망가지는' 역의 치아키가 가진 본성, 통칭 '호랑이 치아키'의 공포(딱 한 시간이면 자존심을 걸레로 만들어버린다)는 평상시의 고고하고 쿨한 모습과 멋지게 대비를 이루어 단독으로도 상승효과를 일으켜보이며, 치아키 뿐 아니라 캐릭터 대부분이 하나같이 평소에는 무게잡아도 30분이면 난장판이 되어버리는 놈들인지라 이제 이 놈들이 얼마나 망가질까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망가져 있는 몇몇 캐릭터들의 마무리 일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피아노의 숲]이 현실의 무게에 눌려 힘들어하는 천재를 그려냈다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힘들어하는 것은 '천재'가 아닌 '현실' 이랄까. "멈췄다!?"라고 경악한 데 이어 이미지만 가지고 아예 즉석에서 작곡을 해 버리는 노다메의 이상야릇한 머릿속 구조를 ("잠깐… 이미지는 비슷한데… 이건 또 뭐지…?") 음악을 통해 이어받다가 함께 망그러져 버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심사위원들의 마음고생("대체 이걸 어떻게 평가하죠…?")이 참으로 가련하게 보일 정도다. 음악으로 성공할 생각 따위는 애저녁에 없으니 아무 문제없이 저질러버리는 노다메에게 휩쓸리는 것은 주변 사람들 뿐. 치아키건, 교수진이건, 슈트레제만이건, 심사위원단이건 그 재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괴로워질 수밖에.
상당히 개그스럽고 밝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음악만화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화려함도 정교함도 없는 그림체이건만 악기를 손에 든 연주자들이 등장하는 순간부터는 주인공들을 망가트리던 그 안간힘을 다해 멋진 연출을 그려내보인다. 그야말로 '종이 위에서 음악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미안한 말이지만 [Parapara-Pam]이나 [Take Five] 같은 만화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니, 심지어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함께 양대 음악만화라 생각하는 [피아노의 숲] 에서도 상당히 약했다. 그 점에 있어서만은 독보적인 경지에 도달한 작품이다.
두 자릿수 권수에 달함과 함께 국내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떠난 치아키와 노다메의 발걸음은 멎지 않았다(아울러 바보짓도). 늘어짐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경쾌하고 살아있는 발걸음, 노래하듯이 즐거운 연주는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길게 늘어지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노다메 칸타빌레]가 계속 이어짐이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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