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가지고 놓던 나무쌓기 장난감이군요. 이런 걸 규정을 만들고 각종 허가와 마크를 붙이고 책까지 내야 하는건지 약간은 의문이 듭니다. 그딴 것 하나도 없이 잘만 가지고 놀았던 나는, 혹시 천재?
겁스 사이버펑크 발간 이후 오래도록 조용하여 이제 사업 접었나 싶던 초여명이 내놓은 신판. 2권에다 합계 자그마치 5만원이라는 공포스러운 가격대에 잠시 절규하다가 결국은 구매해버렸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초여명이 내놓은 '모든' 겁스 관련서적을 가지고 있는 나란 놈도 참...--;; 초여명이여! 나같은 사람을 위해 뭔가 해줘야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다면 겁스 로마나 겁스 서펜디움을 내 다오! 겁스 고구려나 겁스 조선같은 것도 좋다!(먼산)그건 그렇고 국문 1판에 비해 맨손격투가 너무 약해져서 슬프다. 결국 맨손격투는 기절공격에 올인해야할 듯. 게다가 전문화도 약화돼버렸으니... 믿을 건 겁스 무예밖에 없을까.
여행가서 18권짜리 문학전집을 다 읽고 온 일이 있다면, 책이 많은 곳에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낡은 책에서 풍겨오는 책 냄새가 무엇인지 알고 좋아한다면 당신은 자랑스런 책벌레이다. 그리고 당신이 책벌레라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이 책벌레가 아니라면, 책벌레가 아니면서 우연히 이 책을 집었다면 실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책벌레들의 '판타지'를 집대성한 소설이지만 '판타지 소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가장 확실한 증거를 나는 [한 끼 식사와 두 개의 고백]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배가 부르는 부흐링들! 사람 눈 돌아갈만큼 부러운 족속들이여! 이것이야말로 모든 책벌레들이 꿈에도 바라는 환성 그 자체 아닌가! 내가 부흐링이라면 나느 당장 공부고 취직이고 때려치우고 천권의 책과 함께 핵쉘터에 뛰어들리라.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다. 과식으로 배탈이 난다. 하아, 상상만 해도 입이 헤 벌어질 천국의 환상이여. 당신이 책벌레라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는 당신의 환상을 만족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의 망상벽에 일침을 놓아줄 것이다. 당신이 책벌레가 아니라면, 한번 책벌레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솔직히 잘 쓴 책들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문맥이 읽다 걸리적거리는 느낌까지 있을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비야씨의 책마다 달라붙는 빠돌이급(...)인 이유는, 그 서투른 문맥문맥마다 한비야씨의 감성과 느낌과 생각이 깊게 배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내가 너무나 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사실은 용기가 없어서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고 나를 향해 조금만 용기를 내 보라고 손짓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단 한 페이지, 어디를 펼처보더라도 한비야씨는 나에게 속삭이고, 선언하며, 포효한다. [이 견딜 수 없는 뜨거움]을 나도 느껴 보라고. 느끼라고. 느껴야만 한다고. [단 한 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라고.가슴 속에 불덩이를 삼킨 것 같은 뜨거움을 억지로 삭히고 있으면,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이 슬퍼진다. 나는 오늘도 떠나지 못한다...
이런 걸 그리셨다는 과거를 보면 슬퍼진다. 뭐라 말해야 할까... 개연성 없음, 논리성 없음, 현실성 없음, 오로지 반일감정과 시대배경에 편승하여 팔아먹기로밖에 보이지 않으니.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둘째치고 대마왕 그 자체인 일본 지도부와 대마왕의 부하 그 자체인 일본군,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 몸바쳐 희생하는 주인공들... 차라리 전쟁물 빼버리고 치정물이나 액션물이었으면 좋은 평가를 줄 수 있었을 것을, 90년대 후반의 일본 군국주의화 경계 캠페인에 편승해 억지로 전쟁물을 만들어놔서 엉망진창이 된 케이스다. 차라리 아마게돈 애장판을 내 줘(하는김에 연재분으로... 단행본분은 마무리가 무자비하게 가필돼서 슬펐으니까. 아담과 이브는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