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이름은 유괴 - g@m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초반까지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리뷰들에서 극찬한 범인의 입장에서 보는 범죄라는 것도 유괴만 아니라면 이런저런 스릴러물에서 못 찾을 것도 아니었고, 주인공인 šœ스케의 캐릭터도 (나랑 워낙에 비슷한지라) 그렇게 위화감이 들지도 않는다. 시간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쉬운 가면을 쓰고...(이 작품 연재 당시 명칭은 [청춘의 데스마스크]였단다) 내 경우는 상대방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학을 떼는 모범생 가면을 애용하고 있지만. 게다가 범인의 입장인지라 추리소설에서 즐길 수 있는 두뇌대결도 없다. 말마따나, 이쪽은 스페이드 에이스를 쥐고 있단 말이다.
그렇지만, 만약 당신이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혹은 뒤통수를 딩~하게 두들기는 모닝스타를 사랑한다거나, 대규모 반전을 즐긴다거나 하면, 바로 이거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숨겨두고 싶었지만 너무 충격을 크게 받아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거의 메가톤급! [피를 마시는 새]에서 XX가 XX해서 XX한다는 것 이후 최강이다!
이제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인정하는 파트너가 되리라. 앞으로 냉혹한 범죄현장에서 이 콤비에게 박살날 경쟁자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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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휴일 1
나가하라 마리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연애 휴일, 한마디로 애인없는 2천일을 바라보고 있는 28세 아가씨. 슬픈 일이지만 나도 거의 근접해 있다. 여자도 아닌 내가 이 만화에 공감을 느낀 것은 나이를 먹었기 때문일까… 아직도 여전히 [후르츠 바스켓] 같은 하이틴 청춘 로맨스에도 공감을 느끼고, 심지어는 [엑셀 사가]에도 공감을 느껴 버리기는 하지만, 어릴 때는 [시마과장]은 이해를 못 했었거든. 지금은 이해가 된다. 아, 사실 아직 [황혼유성군]은 못 이해하겠다. 고로 아직 난 젊은 게야(먼산).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이 있다. 20대는 순수, 30대는 열정, 40대는 패기, 50대는 노련미로 살아가는 게 남자라고. 10대는? "젖비린내지 뭐." 라시던 멋진 분이셨다. 20대까지는 아직도 순수한 나이라는 뜻일까… 30세를 앞둔 나이라는 것은 이제 순수의 시대를 벗어나 열정적으로 살아갈, 어린 시절의 감성을 가진 채 어른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나이인 것이다. 차라리 고3으로 돌려보내줘. 고3이 놀 자유도 아플 자유도 없는 다소(?) 불운한 종족이라면, 30대를 앞둔 우리들은 놀 자유도 아플 자유도 있는 심히(?) 불운한 종족이란 말이다. 그 때는 몰랐지만, 그 때는 차라리 행복했었다. [소소한 휴일]의 주인공 호노카는 그런 나이의 머뭇거림을 소소하고 불명확하고 어슴프레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린' 것들에게는 비추천. 그림도 내용도 민숭민숭하다. 하지만 나이가 된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상당히 큰데, 일에 지쳐가는 저 나이의 리얼한 묘사와 자연스레 형성될 수밖에 없는 공감대의 효과가 상당히 강렬해 왠지 독자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비참하다). 이대로 가면 나도 저 나이에는 천덕꾸러기 아들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한데… 35세까지 공부만 할 계획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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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4 세트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개그 만화가로 '찍혀' 대체 손도 발도 못 뻗은 고병규 씨라던가, [바람의 검심]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와츠키 노부히로라던가, 이런 식으로 첫 작이 너무 인상을 줘 버리면 그 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요츠바랑]도 어느정도 그런 면이 보이는데, 애초에 아즈마 키요히코씨의 그림은 상당히 단순하게 그렸기 때문에 아무리 특징을 주려 해도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아즈망가 대왕]의 어디선가 본 것 같기 때문이다. 요츠바에게는 네갈래 머리를 묶어 특징을 주려 했지만, "치요의 얼굴에 토모의 성격"이라거나 "A-wing 치요 열두살의 개량형으로 보조화기탑재날개를 부착해 화력을 강화했으나 추가중량의 영향으로 탐지 및 분석능력이 약화된 X-wing. 개별명칭 요츠바."라는 식으로까지 패러디가 돼 버리면 할 말 없다(누가 했는데?). 특히 [요츠바랑]이 출판되기 전, 요츠바와 캐릭터들의 일러스트 몇 점만이 인터넷으로 돌아다닐 때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 하지만 그것 뿐, 출판 만화에서는 제법 괜찮게 차별화가 되었다.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4컷만화를 벗어난 일반적인 스토리 만화로서의 변화. 표현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확 차이가 난다. 아울러 '점보' 등의 캐릭터는 [아즈망가 대왕]에서 전혀 바뀌지 않은 그림체로도 새로운 특징을 접목시켜 효과적으로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어린아이들은 힘이 넘치는 게 아니라 지치는 게 뭔지 모르는 거라던가. 체내에는 원자로를 탑재하고 두뇌 대신 8비트 전자계산기를 장착한(…좋은 의미…다… 정말로) 순진하고 귀여운 공포의 꼬마, 요츠바. 이런 녀석이 우리 옆집에 살아서 아무 때나 쳐들어온다면 상당히 곤란해지겠지만, 너희 집 옆집으로는 얼마든지 놀러가도 좋다. 귀엽잖아? 내가 당하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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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하이 신장 2
다카하시 츠토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타카하시 츠토무가 [스카이 하이]를 계속 이어내고 있는 신작이다. 첫인상은, 일단 '변한 게 없다'. 자기 색이 지나친(칭찬임) 특유의 그림체에 미끄러질 정도로 냉혹무비한 대사 하며 여전히 가차없는 스토리 전개. 사후세계라는 상당히 어긋난 장르이지만 이 사람 성향 보면 별로 어긋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단편 모음식이라서 읽기도 부담이 없다. [지뢰진] 자체가 워낙에 악랄했기에 늘어진다는 게 있을 수가 없었지만, 짧은 에피소드로 변한 [스카이하이]는 "제발 좀 늘어트려 줘!" 라고 외치게 만든다. 이건 딱딱 부러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살을 엔다.

결론은 어느 만화나 다 그렇듯 "잘 살아 보세"로 끝나기는 하지만 그 결론까지 이르는 과정이 상당히 장렬하다(뭔가 표현이 틀린 듯…). 조금쯤은 더 인간을 믿게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기야 이런 데서 "그러니까 모두 죽어버려라"(by 이카리 신지)로 결론을 내려 버렸다가는 옴진리교 2탄이 되어 버리니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결론을 내는가인 것이다. 그리고 그 점에서, [스카이 하이]는 분명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스카이하이]는 일본에서 드라마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보다야 낫지만) 솔직히 일본 배우층은 좀 그런 편인데, 타카하시 츠토무의 캐릭터를 실사화시킬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몇이나 존재할까… 영화라면 그럴싸한 사람이 몇 있지만 드라마라, 배우가 대량으로 필요할 거 아냐. 뭐 나름대로 괜찮았던 듯… 소설도 있고 드라마 캐스팅으로 영화도 있고 아무튼 엄청난 파생력을 가진 메가톤급 핵탄두. 타카하시 츠토무가 원래 워낙 자기 멋대로 그려대는 사람이니만큼 싫어하는 사람은 학을 떼겠지만, 그런 사람들에게까지 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보고 싶은 사람만 보면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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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장의 시대 3 - 조우
이성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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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앞마을 박가네 걸로. 다른 건 싫다."

배경은 '무려' 구한말, 주인공은 '자그마치' 박수, 멋지다못해 멋이 좔좔 흘러넘치는 수호신들이 날뛰며 민속적인, 무속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게다가 한복이 저렇게 멋있었던가! 그동안 기모노에는 익숙해져 있다가 오히려 한복이 이국적이라니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실 이몸은 베트남 민속의상인 아오자이에 버닝하고 있다) 이일저일 다 끼어들고보는 한 선비 때문에 고생 심한 목이. 나 같으면 일단 승천시키고 생각하겠지만, 나같은 놈으로는 만화가 전개가 안 된다. 그리하여 투닥거리는 한 선비와 목이도 귀엽고, 수호신들도 하나같이 폼나고(왠지 용 님보다 호 님이 좋은 나는 마이너), 너무나 미소녀스러운 양 님도 버닝시키는 분이고, 흔하면서도 드물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재를 정말 재미있게 다룬 걸작이다. 제목이 뭔가 무협스러워서 손 안 댈려고 했다가 이번 리뷰를 위해(…) 읽었는데, 읽다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니까(휴가 나와서 만화방에 처박힌 놈이라니…).

일본에는 자신들의 민속적, 무속적인 것을 다룬 작품이 '아주' 흔하다. 대부분 켈프를 타고 온 위타천의 의뢰로 세이메이가 운디네를 불러내 흡혈귀를 퇴치하는 식의 잡탕이긴 하지만(내가 한번 써볼까 이거…). 팔백만의 신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만화가 워낙 많다보니 이거저거 다 손이 가 있는걸까?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네 귀신님들이 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며 모두 이 땅을 떠나셨는지 잊혀진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신비학적으로 볼 때 신/귀신의 생명력은 자신을 기억하고 두려워하고 경애하는 인간의 감정이다. 인간이 신을 잊으면 신은 사라진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신이 없는 땅에 살고 있달까… [퇴마록]이 잠깐 번쩍였었지만 지나치게 '올바른' 주제에만 집착한 탓인지 완결된 후에는 후속작을 불러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풍 액션 판타지를 표방하는 사극들은 말 할 것도 없고… [풍장의 시대]라면 한국적 전통물의 시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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