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의 시대 3 - 조우
이성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앞마을 박가네 걸로. 다른 건 싫다."

배경은 '무려' 구한말, 주인공은 '자그마치' 박수, 멋지다못해 멋이 좔좔 흘러넘치는 수호신들이 날뛰며 민속적인, 무속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게다가 한복이 저렇게 멋있었던가! 그동안 기모노에는 익숙해져 있다가 오히려 한복이 이국적이라니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사실 이몸은 베트남 민속의상인 아오자이에 버닝하고 있다) 이일저일 다 끼어들고보는 한 선비 때문에 고생 심한 목이. 나 같으면 일단 승천시키고 생각하겠지만, 나같은 놈으로는 만화가 전개가 안 된다. 그리하여 투닥거리는 한 선비와 목이도 귀엽고, 수호신들도 하나같이 폼나고(왠지 용 님보다 호 님이 좋은 나는 마이너), 너무나 미소녀스러운 양 님도 버닝시키는 분이고, 흔하면서도 드물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재를 정말 재미있게 다룬 걸작이다. 제목이 뭔가 무협스러워서 손 안 댈려고 했다가 이번 리뷰를 위해(…) 읽었는데, 읽다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니까(휴가 나와서 만화방에 처박힌 놈이라니…).

일본에는 자신들의 민속적, 무속적인 것을 다룬 작품이 '아주' 흔하다. 대부분 켈프를 타고 온 위타천의 의뢰로 세이메이가 운디네를 불러내 흡혈귀를 퇴치하는 식의 잡탕이긴 하지만(내가 한번 써볼까 이거…). 팔백만의 신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인 걸까, 아니면 만화가 워낙 많다보니 이거저거 다 손이 가 있는걸까?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다는 점에서 볼 때 우리네 귀신님들이 전쟁과 근대화를 거치며 모두 이 땅을 떠나셨는지 잊혀진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신비학적으로 볼 때 신/귀신의 생명력은 자신을 기억하고 두려워하고 경애하는 인간의 감정이다. 인간이 신을 잊으면 신은 사라진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신이 없는 땅에 살고 있달까… [퇴마록]이 잠깐 번쩍였었지만 지나치게 '올바른' 주제에만 집착한 탓인지 완결된 후에는 후속작을 불러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풍 액션 판타지를 표방하는 사극들은 말 할 것도 없고… [풍장의 시대]라면 한국적 전통물의 시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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