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넘어서 - 늙음과 젊음, 남과 여
나카무라 유지로.우에노 치즈코 지음, 정화경 옮김 / 당대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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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제가 불꽃 같은 연애가 아니라 촛불처럼 은은한 삶의 이야기라는 점이 다를까. 40대의 여성 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 교수와 60대의 노학자 나카무라 유지로 메이지대 교수가 월간지를 통해 주고받은 공개편지 서간집.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일본의 문학 사회가 부럽다. 과연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시도가 가능할까? 담백한 문체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해박한 지식과 인간에 대한 애정은 근래 읽은 어떤 책보다도 몰입도가 높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자신의 삶과 지식을 성숙시키는 진정한 교양인의 글이랄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사회학자와 한 철학자가, 한 인간과 인간이, 삶과 죽음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진지하고 솔직한 시간. 잠시 이들의 세계에 빠질 수 있어 기뻤다. 은은한 감동에 빠져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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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요리법 - 행복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마티유 리카르 지음, 백선희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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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유 리카르. 낯선 이름이다. 호기심에 저자 약력을 살펴보니 이게 뭐냐! 26세에 박사학위를 따고(나는 같은 나이에 전방에서 뺑이쳤다) 노벨상 수상자의 지도를 받으며 현대 과학의 첨병이 되었을 엘리트가(평생 제자를 받지 않던 고수가 어느 소년의 재능에 반해 첫 제자를 들이는… 걸까?), 어느 날 다 내던지고 떠나가더니 33세에는 티벳에서 승려가 되어 있었다(거참…). 행복해지는 방법을 담은 책은 많고도 많았다. 다 버리면, 훌훌 떨치면, 마음을 편히 가지면… 이러이러 하면, 저러저러 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거참 방법도 참 많은데 세상살이는 어이하여 이토록 행복하지 못한고.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행복은 권리가 아니다. 인간에게 행복할 권리 따위는 없다. 인간은 행복할 수 있는게 아니라 행복 해야만 한다. 그래, 권리라면 행사하지 않아도 그만이니 저 수많은 방법들에도 불구하고 정작 행복한 사람은 그토록 적었겠지. 나도 행복해지는 방법을 그렇게 알고도 안 썼던 것이겠지. 이젠 이야기가 틀리다. 나는 행복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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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1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김진준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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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이 돌아왔다. 「쥬라기 공원」에서 유전공학이 재창조한 괴물을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세상에 나노공학이 창조한 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의 세포보다도 작고 간단한 나노로봇이 우연히 세상에 흩어지면서 심각한 상황을 일으키고, 이것을 막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선다… 그야말로 테크노 스릴러의 정도가 아니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영웅들은 모든 모험 소설(!)의 정도)
과학 만능의 시대는 한풀 꺾였다지만, 그래도 -혹은 그렇기에 과학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또는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사조가 팽배한 시대에 크라이튼은 첨단과학이 창조하는 재앙의 가능성을 시각화시키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여왔다. 마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에 등장하는 「강철 개미」를 연상시키는 과학의 사생아. 하지만 진정 두려운 것은 과학이 만들어낸 사생아가 아니라 과학과 함께 그 사생아를 만들어낸 또 하나의 나노스웜 인간이다. 자식은 당연히 부모를 닮은 법 아니겠는가. 지금도 어딘가의 연구소에서 인간이란 이름의 나노스웜들이 가공할만한 폭주를 저지르고 있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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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하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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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조라는 것은 일본 막부 말기, 메이지 유신의 시대에 교토의 경비를 맡았던 집단... 이라고 쓰고 폭력조직이라고 읽는다. 경찰이 아니라 계엄령 내린 군대 내지는 정치권력에 영합한 야쿠자 집단이라고 불러도 할 말은 없으리라. 사실 막부 말기, 신선조는 일본에서 자신들의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흔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라면 누가 뭐래도 [바람의 검심]으로 널리 소개되었다고 하리라. 거칠고, 난폭하며,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던 시대... 우리가 보기에는 난장판에 피바다지만 저들은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칼에 지다]는 신선조의 일원이지만 무사답지 않을 정도로 유약한 외모를 지닌 요시무라 칸이치로를 두 가지 시점으로 쫓아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죽음 직전 요시무라가 회고하는 시점과 수십년 뒤 누군가가 그의 자취를 뒤쫓는 시점으로. 그리고 두 가지 시점 모두에는 작자 아사다 지로 특유의 체취가 진하게 묻어난다. 아사다 지로는 [철도원]의 원작자이며, 만화로서는 [프리즌 호텔]이라는 작품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작품은 그 무엇을 막론하고 따스함과 행복이 가득하다. 이 [칼에 지다]도 마찬가지이다. 분명히 거친 시대 속에서 강렬한 액션이 넘치지만 그의 작품은 누구를 막론하고 한번쯤 보아두어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따스하니까...
그러고보니 영화화도 된 적 있었다. [바람의 검~신선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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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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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사라지고, 그 아내는 20개월째 임신중. 병원에서는 영아유괴사건이 발생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화자가 이 괴상한 사건에 끼어드는 이유도 참 특이하여 소설가라서 뭔가 소재 없을까하고 핏발선 눈을 부라리며 돌아다니다(틀려) 사건에 끼어들고, 한술 더 뜨면 더 떴지 절대 덜하지 않은 괴짜 교고쿠도를 끼어넣는다. 거기에 심각하게 괴짜인 탐정 에노키즈가 사건의 의로를 받아 참여하자 이야기는 점차 절망을 향해가게 된다는 내용. 진상은 그렇게 자신의 업을 풀어내지 못한 인간들의 슬프고 가련한 이야기인지라 읽으며 불쌍함과 나 자신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 괴짜 세 놈이 모여있으면 사람 머리가 돌아버릴만큼 만담을 한다는 게 문제랄까. 일단 미스테리지만 괴기물에 가까운 작품이다. 정말 굉장한 것은 초반에 대충대충 늘어놓은 쓸데없는 이야기들이(왜 벌써부터 페이지 늘리기를 하는거야? 라고까지 생각했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일순간에 복선임을 드러내고 하나의 주제로 응집된다는 사실이다. 괴기스럽고 기묘하면서도 논리적 합당성을 잊지 않으며, "이유 없는 이상한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교고쿠도의 말에 절대적인 진실성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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