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어댑터 3
미네쿠라 카즈야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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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성 부족(싸움은 많지만 액션은 부족하다), 각진 그림체, 간혹 흐트러지는 펜선, 그러나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다른 단점들까지 흡수해버리던 [최유기]로 시작한 미네쿠라 카즈야 러브러브 모드는 한동안 답보 상태였다가 이 [와일드 어댑터]에서 다시 폭주하기 시작했다. 이 만화는 최고다! 미네쿠라 카즈야의 음울하면서도 매력적인 사고방식과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그림체는 이런 다크사이드 스토리에야말로 완벽하게 어울린다. 어딜봐도 삼장과 오공과 팔계와 오정을 뒤섞어서 반으로 나눈 듯한 토키오와 마키토는 좀 심란하다만...
또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사실상 이 만화가 '한 명의 주인공'을 채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분명히 토키오와 마키토라는 두 명의 튜톤 체제로 그려내고 있지만 코드와 이미지로 요약되는 현대의 캐릭터 유형별 분류대로라면 이 둘은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 일반적으로 두 명의 파트너라면 빛-어둠, 열혈-냉정, 심지어는 어리숙-아스트랄의 콤비라도 좋으니 극단적으로 차이를 만들어 그 대비를 통해 서로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토키오와 마키토는 무심한 성격, 쿨&니힐리즘으로 요약되는 사고방식, 거의 비슷한 외양, 서로의 마음을 읽는 듯한 행동패턴, 자기 자신보다 상대방에게 더 흥미를 갖고 아껴준다는, 결국 두 개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한 사람이나 다름없다는 운용성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짧은 편력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처음 발견한 것인데, 과연 어떻게 이것을 이어 나갈지 흥미가 동한다. 쌍성이 아닌 단일항성, 주변에 날아드는 위성과 유성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홀로" 재즈 선율처럼 메마른 도시에 오롯이 존재하는, 그러나 타인에게 주는 것은 햇살이 아닌 창백한 죽음의 빛, 단 하나의 적색거성… 오래간만에 입맛 당기는 먹잇감을 찾은 기분이다.
이제 할 일은 하나다. 이 두 싸이코들을 주인공으로 해 '밝게' 그렸다는 [사립 아라이소 고등학교 학생회 집행부]를 찾아보아야 한다. 과연 그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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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보트 비밀일기
제프리 마이클 브룩스 지음, 문근식 옮김 / 들녘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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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본인은 밀리터리 매니아이며, 해군 중에서는 잠수함 매니아다. 작고, 가볍고, 강력하며, 저렴하고도 효율적이라는 점에 완전히 '꽂혀' 있기 때문이다. 작고, 가볍고, 강력하다는 점에서는 현대에 들어 발달한 미사일고속정이나 대함공격기도 있지만, 이것들은 방어무기라는 점에서 잠수함의 공격적인 성격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잠수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2차대전 당시 독일 해군의 U보트다. 전쟁사나 밀리터리에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잠수함' 하면 'U보트'를 떠올릴 만큼 널리 알려지기도 했거니와, 원자력 엔진을 제외하면 현대 잠수함의 거의 모든 것을 완성시킨 것이 U보트인 만큼 전쟁사의 기술적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절대 경시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U보트에 대한 자료는 상당히 찾아보기가 힘들다. 정부 차원의 공식 기록이야 독일이 독일이고 미국이 미국인 만큼 나름대로 충분히 찾아볼 수 있지만(일본 쪽 기록이 대난동인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확연하다) 이것만으로는 정말 중요한 것 - 잠수함 안에서의 이야기를 조사할 수 없다. 2차대전 당시 선전반을 탑승시켜 촬영한 선전용 자료라면 있지만 그런 건 애초에 도움이 안 되고. 공식 기록 속에서 숨겨지고 채색되고 찬미되는 틀을 넘어 역사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다면, 그 사람의 일기를 찾아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일기에마저 거짓을 적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기에까지 거짓을 적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애초에 위인이 될 수도 없겠지(그런 의미로 나는 실격). 이러한 자료부족의 가장 큰 이유는 U보트 안에서의 사적인 기록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원래 해군은 다 그렇다), 역시, 수천 명의 잠수함 승조원 중 한 명쯤 없으랴 했던 것이 나타났다. 슬그머니 기록해서 다른 서류 사이에 숨겨 두었었다는 일기장, 처음에는 그 전과에 관심을 보이다, 그 제원과 성능에 관심을 가지다, 전술과 운용에 빠지다 결국은 U보트 승조원의 생활까지 관심을 가진 시점에서 나타난 이 책은 정말이지 눈물날 만큼 고맙고 반가운 책이었다.

그리하여 할렐루야를 외치고 펴든 뒤부터는… 웃음바다. 역시 나도 영웅전기나 다름없는 그동안의 공식적인 기록들에 알음알음 취해 있었던 모양이다. 킬에서 출발했더니 육군이 프랑스를 점령해,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뺑뺑 돌아도 적함 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남의 연료까지 얻어다 한바퀴 더 돌아 기껏 발견한 적함에 있는대로 퍼붓고 보니 독일 선박이라던지, 대전중 최소 배수량 격침기록이라거나(노리고 쏜 거라면 기록이었을 것을…), 최단거리 불명중 기록, 적 수송선단 공격을 즐기는 U보트로서는 비효율적인 호위임무건만 도대체 적을 만나지 못하니 제법 쓸만했었다는 농담… 한번 작전에 나섰다 하면 22발의 어뢰를 있는대로 퍼부어 1개 기갑사단 수준의 병력을 수장시키고 조용히 사라지는 냉혹한 U보트의 기록에 익숙해 있던 나로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쟁사를 공부하다 보면 그 안에서 점차 인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탈린이 그랬던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가 된다. 이 책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 바다의 늑대, U보트 역시 인간들이 타고 싸우던 물건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해 주었다. 2차대전 당시 독일 해군에서 잠수함 내부에서의 사적인 기록은 금지되어 있었다. 만약 이 기록이 전쟁 중에 발각되었었다면 볼프강 히르쉬펠트는 처벌받았을 것이고, 나는 이 책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하늘에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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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엔젤스 3 - 완결
시니치 히로모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1권에서 어정거리다가 2권에서 갑자기 급가속하더니 3권 들어와 제멋대로 끝내버린, [간츠]와는 다른 의미로 막나간 멋져버린 만화다. 결론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요약하자면 "깐다면 깐다")인 것 같기도 한데, 별로 상관없는 듯하다. 제법 괜찮은 그림체, 스타일리쉬한 캐릭터, 제법 괜찮은 센스 등 상당한 수작이기는 하다. 그치만… 그게 반전이었으면 반전이라고 복선이라도 좀 깔아주세요. 생뚱맞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충분히 양질이다. 막나가는 스토리를 확실하게 휘어잡는 그림체(어떻게 그림체가 스토리를 휘어잡을 수 있는지 묻지마라. 나도 신기하다)를 기반으로 활기차고 용감하고 그것뿐인 여자애가 망가져 가는 과정이 심히 매력적이랄까, 뭔가 남에게 권해서는 안될 금단의 열매를 넘기는 느낌이군. 칸 밖을 온통 새까맣게 처리한 프리스트 스타일의 구성과 두꺼운 두께와 양질의 종이질, 서울문화사 요즘 노력하는 것 같아! 멋져!
추신. 띠지는 100%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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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란고교 호스트부 6
하토리 비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뭐 작가가 작가인만큼 대강 예상은 했지만, 안 야하다. 그리고 이게 어디가 순정이냐! 이건 개그에 속한단 말이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키득거릴 수 있는 웃음, 재미없지 않으면서도 웃음만을 중심으로 삼지 않을 수 있는 그 중용에 조심스레 몸을 얹고 있는 작품이다. 이런 절묘한 균형의 유지만으로도 작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법이다.
특징적이다 못해 어이없는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작가 하토리 비스코의 중용은 더욱 빛난다. 쿨, 열혈, 충성파, 미형 악역, 야오이, 강아지 등 여성향(단순한 야오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남성 캐릭터를 총집결시킨 뒤, 비빔밥 위에 떨어트린 콩기름처럼 양념으로 올려둔 멍청-어리숙-아방한 3단콤보의 여성 캐릭터. 이 정도 종합선물세트를 만들어 버리면 만화는 칸이 부족할 만큼 난장판이 될 수밖에 없다([스쿨럼블]이라는 모범답안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분한(어디가!?) 만화를 그려낸 것이야말로 작가의 절제력과 통제력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다만 문제라면, 기대가 너무 컸다…(먼산). 최근들어 하도 지뢰를 많이 밟아서 추천받은 작품들 쪽으로 손을 뻗기로 했는데, 각종 리뷰를 보고 찾아내 두근두근거리며 본 것 치고는… 하기사 기대 안하고 보면 괜찮지만 기대하고 보면 좀 부족하다는 경고까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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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이문 1~4(완결) 세트
오노 후유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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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백귀야행]인 줄 알았는데 [아일랜드]였다(먼산). 하기사 오노 후유미 원작인데 [백귀야행]이 나올 리가 없다는 걸 생각했어야지… 그래도 기쁜 사실은 재미있다는 것. 속아서 먹은 더덕무침이 의외로 맛있었다는 느낌이랄까. 아울러 내가 아닌 척 하면서 엄청 중시하고 있는 그림체에 100점 추가. 이마 이치코([백귀야행], [환월루기담] 등)나 오요카와 나오([월야오초지])보다 살짝 투박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마치 오래 되어 반질반질한 목조 건물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 뿐 아니라 상당히 현대적인 날카로움을 지니고 있어서 이런 과장이 적은 그림체이면서도 [백귀야행]이나 [월야오초지] 같은 잔잔한 이야기와는 다른 강렬한 미스테리 호러 심리 추리극(?)에도 상당히 어울린다는 점이 놀랍다. 이름높은 오노 후유미의 스토리텔링 능력과 카지와라 니키의 그림체는 상당히 멋진 조합이었다.
사실 메이지 시대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널리고 널렸고([풍장의 시대] 달랑 하나뿐인 한국만화와 비교하면 정말 슬퍼진다. 또 뭐 있나?), "가장 캄캄한 어둠은 사람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상 역시 이제는 밥 시키면 김치 주는 수준으로 진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진부한 소재들을 이 정도로 승화시켜 현대극 이상의 강렬한 미스테리물로 만들어낸 실력은 정말 칭찬할 만 하다. 다만 3권에서 너무 막나가버리길래 4권이 상당히 걱정됐었는데, 그 걱정을 적중시켜 버렸달까... 좀 심했어요 오노 후유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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