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창조법 14 - 완결
타카다 시니치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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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다 신이치로의 작품들은 상당히 난해한 게 특징이이다. 어려운 게 아니라 복잡하다. 예쁜 여자아이, 씩씩한 남자아이, 멋있는 청년, 중후한 중년, 노회한 노년들까지 완벽에 가깝게 그려내기는 하지만, 그 내용 자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특별히 어렵지도 않은 주제에 설명하기는 복잡하달까... 다른 작품 [시리우스의 상처]도 그런 말이 꽤 있지만 [신의 창조법] 그 중에서도 상당히 심각하다. 대판 싸우고 나니 다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분위기인지라.
결국 전쟁의 신을 창조해 세상을 지키겠다는 파와 그 전쟁신을 폭주시켜 세상을 날려버리겠다는 파와 그 폭주를 제압해서 지상에 신으로 군림하겠다는 파가 머리터지도록 시비붙는 와중에 정작 그 ‘전쟁신’은 애인과 무릎베게 이상 단계로 전진하기 위해 발버둥중이며, 전쟁신보다 더 강한 여동생님께선 엄마를 독점한 언니에게 보이지 않는 19개의 칼날을 갈고 있고 어머니되시는 분께선 과거인지 미래인지로 날라서 뒷공작에 정신이 없으며 500년 전 오다 노부나가(!?)에게 오지게 두들겨맞은 뒤 인간에겐 이길 수 없다고 산 속에 숨은 늑대인간 일족은 점차 출생율이 저하되어 멸망해가는 일족을 구하기 위해 악마와 계약을 맺었고 대강 상황을 파악한 지구의 강대국들은 인간의 무기를 천계의 기술과 접합시켜 개량해 다가올 전면전쟁을 대비한다. 그리고 백만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인류의 적에게 1,000mm포 직격.
...그래, 말하지 마라... 말 안해도 뭔 소린지 모르겠는 거 잘 안다...
하지만 이게 아니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단 말이다! 이것도 전체적인 내용에 관계없는 부분은 엄청 많이 잘라낸 거야! (미안하다 카나기... 네 소개를 못 해 주다니...) 달랑 14권에 이걸 다 우겨넣다니 굉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기는 한데, 더 무서운 사실이 있으니 이렇게 우겨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폴짝폴짝 건너뛰는 게 엄청 밀도가 낮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머리싸쥐고 눈 시뻘개져서 앞뒤 사정을 분석해도 좋고, 다 때려치고 그림따라 흘러가도 좋다. 이렇게까지 그림이면 그림, 내용이면 내용 모든 면에서 완벽하건만 차마 남에게 추천할 자신이 없는 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리 좋아하고 객관적으로 보아 뛰어난데도 남에게 권한다는 게 무모한 짓이라고 느껴지는 책이 몇 종류 있는데, 논문이나 학술서도 아니고 만화책에서 이런 걸 느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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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요리왕 15 - 쿄멘테이 VS 진 쿄멘테이
카와이 텐 글, 쿠베 로크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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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 이후 요리 만화 역시 단순히 요리법을 소개하는 수단이 아닌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각자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각자의 중심소재를 내보이는, 완전히 독립된 장르로 정착한 듯하다. 그런 점에 있어 이 작품 [라면 요리왕]은 그림체나 사건전개 자체는 평범하지만 중심소재에 큰 특징을 갖는다. ‘라면’이 아니다. 이 만화의 핵심은 ‘상업화’, 라면가계를 열어 이익을 남길 방법을 진지하게 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미스터 초밥왕] 에서도 조금씩 논의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요리 무협지였던 [미스터 초밥왕]으로서는 조금 부족하고, 요리 개그물인 [따끈따끈 베이커리]야 될 리가 없고, 요리 로맨스물(...이봐) [대사각하의 요리사]도 장르가 전혀 틀릴 수밖에 없다.
주제가 독특한 데 비해서 내용은 상식적으로 전개된다는 것도 득점요소라 할 수 있다. 물론 라면가게를 내기 전에 포장마차로 수행을 쌓으며 자금확보용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주인공의 인생이 하고 순풍에 돛단 듯 어려움없는 모습은 이거야말로 비상식적이라고 말해버리고 싶지만 그건 만화니까 어떨 수 없다고 제껴버리면, 작품의 전개가 합리적이고 특히 캐릭터가 현실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쪼잔한 악당 A였다가 마지막에 와서 갑자기 “나도 실은 나쁜 놈 아니외다.”를 외쳐버린 [미스터 초밥왕]의 요리사 킬러 쯔루에에 비하면 [라면 요리왕]의 악역들은 왜 그러는지, 무엇을 원하는지가 제대로 표현된 ‘인간’이다.
다만 가장 익숙해지기 어려운 것은 ‘라면’이라는 소재일까. 이 ‘라면’은 우리가 아는 그 라면이 아니라 일본식 ‘라멘’이고, 조금 굵은 면발을 넣은 설렁탕에 가까운 느낌인지라...(맛은 있더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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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당천 9
시오자키 유지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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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들 중에서도 마이너한 취미(라지만 동인 취미 자체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구분하기 힘들다) 중에 ‘성반’이라는 것이 있다. 성별반전이라 하여 캐릭터의 성별을 뒤집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핵심적인 특징이나 성격특성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실패하면 동인지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캐릭터’가 되어버린다(그 걸작으로는 [테니스의 왕자님]을 성반시킨 [테니스의 공주님]이 있었다). 보통은 이름까지 여성적 혹은 남성적으로 살짝 비틀어 만들기 때문에 잘 만든 성반이라면 그 특징과 인간관계를 통해 이게 누구를 성반시킨 것인지 진자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 간격을 잡는 것이 꽤나 어렵다.
그리고 [일기당천]은 제법 잘 만든 축에 속한다. 삼국지 팬픽까지는 아니지만, 삼국지 시대 도시들의 이름을 이어받은 학교들을 무대로 삼국지 시대 무장들의 영혼을 이어받은 여학생들(가끔 있는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이 패권을 다툰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작품 스스로의 개성과 캐릭터의 특성을 아주 잘 살리고 있다. 이미 관우와 황충에서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유비와 장비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삼국지를 알고, 삼국지가 세계 역사에 남을 걸작이자 성스러운 작품이니 감히 이렇게 손대는 걸 용서 못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캐릭터를 정리해 보고 미친듯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4권 이후에 한정. 4권에서부터 번역자가 바뀌었는데, 그 은총(!!)으로 간신히 성반물인 걸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1-3권에서는 캐릭터 이름을 일본식으로 읽었단 말이다! 이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이걸 볼 사람 중에 수천 명도 넘는 삼국지 등장인물들의 행동패턴을 통해 캐릭터를 연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냔 말이다! 이런 만화는 아무리 성반물이라도 이름으로 캐릭터를 확인한 다음 다시 원전을 뒤져 캐릭터성과 대조할 수밖에 없단 말이다! 역자 나와-!!!!
성반이고 뭐고 신경끄고 넘치는 액션과 판치라를 즐기겠다는 분은 그딴 거 알바 아닙니다. 그림체 하나는 오구 레이토하고도 경쟁 가능하다니까요.(뭔 말인지 아는 사람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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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스 Dears 8 - 완결
Peach-Pit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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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비행접시가 떨어진다.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눈에 확 뜨이게 아름다운 외계인들. 이 드넓은 우주에서 길을 잃고 지구로 온 그들은 돌아갈 방법을 갖지 못했고, 그 간절한 호소가 받아들여져 그들은 단 1년만에 "친구" - Dears라는 이름으로 지구촌의 일원이 된다.

언듯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단 1년만에 외계인이 새로운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에 대한 반대 주장은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정체불명의 외계인 - Dears들에게 푹 빠진 팬클럽이 몇 개나 생겨나고, 조금쯤 어색함을 느끼던 일반 시민들도 직접 접촉한 이후로는 디어스의 아름다움, 순수함, 기품, 순종적인 태도, 약간의 백치미에 빠르게 취해간다. 뭔가 [이그젝션]의 초기 접촉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디어스들의 정체는 간단히 밝혀진다. 그저 지구인들이 저어할까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뿐, 일단 묻기만 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한 그들의 정체는 노예, 발달된 기술력을 가진 외계인들이 애완용으로 만들어낸 노예였던 것이다.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주인'들이 지구로 떨어진 '노예'들을 회수하러 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회수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흔하고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주인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어스들은 자신을 버린 주인을 대신해 지구인을 새로운 주인으로 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신기한 외계 생물을 보고 물은 "이거, 너희들 애완동물이야?" 하는 질문에 대한 디어스 뮤의 답변은 디어스들의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쎄요… 저희가 바로 애완동물인데."

그렇다면 인류가 이렇게 간단히 디어스를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디어스는 인간이 그토록 적대시하는,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아니라 노예, 애완동물, 도구, 물건이니까. 같은 인류는 그토록 필사적으로 박해하면서도 희귀동물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옆나라 사람이 아무리 싫더라도 그 나라의 물건이며 돈은 좋아라하는 인류가 아니던가. 인간은 뇌리 깊은 곳의 무의식에서 저 아름다운 외계인들이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로망인 미소녀, 노예, 에 더해 백치, 헌신, 순종, 초능력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속기 세트다. 남자라는 종의 종족적 급소를 노리는 공격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응책이 없다. 얌전히 두들겨맞고 책 사는 수밖에(웃음).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주인공인 타케야의 태도다. 이 녀석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디어스들을 향해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움직여.' 라고 간단히 쏘아붙인다. 타의에 의해서 태어나 타의에 의해서 살아남은 디어스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을, 이 '주인님'은 숨쉬는 것처럼 손쉽게 해치우면서 자신처럼 해 보라고 말해온다. 이미 오래 전에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물건이 되는 길을 택했던 디어스들을 다시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인간의 길로 되끌어온다. 그리고 그런 타케야와 '시작은 지금 이순간, 끝없이 영원토록' 이어진 디어스는 불량품이지만, 불량품이기에 엘리트 '노예' 들과는 달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소녀. 그래서 디어스들은 차근차근 하나 둘씩 렌과 타케야의 곁으로 모여든다. 자신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 존재에게 때로는 경도되고 때로는 매혹되며, 무언가를 바라고 무언가를 원하는 자신들에게 낯설고 당황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지적 생명체로의 변화의 길을 멈칫멈칫 걷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단순한 미소녀할렘계 킬링타임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엔드리스 스토리가 아니라 무언가 큰 틀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음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Dears]. 이제 서투르게나마 스스로 걸으려 하는 이 아름다운 '친구'들은 어떻게 발걸음을 뗄 것인가?

어쩌면 단순한 남성향 할렘물에서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노출 심한 그림체 속에서 무언가 진지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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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Confession 1
가와구치 가이지 그림, 후쿠모토 노부유키 글 / 삼양출판사(만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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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몰아치고, 다리가 부러졌다. 시계 제로. 더이상 살아남을 가망은 없다. 이런 상황에 빠진 사람이 5년간이나 마음 속에 담아온 것을 입밖으로 내놓는 것이 무어 벌받을 일이랴. 그것이 살인의 고백일지라도, 우리는 여기서 죽는 것을. 그런데 그 순간 눈보라가 걷히고 바로 코앞에 산막이 보인다면, 이야기는 틀려진다. 고백한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백을 들어버린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작품은 [도박묵시록 카이지]로 유명한 후쿠모토 노부유키가 이야기를 만들고 [지팡구]의 가와구치 카이지가 그림을 그린 만화다. 그리고, 이 만화는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만화다. 그림체 따위는 아무 상관도 없다. 아무리 만화가 그림을 핵심으로 하는 엔터테이먼트라도 진짜는 스토리라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 전체에서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느낌이 흘러넘친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작풍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심장에 상당히 안 좋은 만화”가 정답 되겠다. [은과 금]도, [도박묵시록 타이지]도, [아카기]도 하나같이 보고 있자면 그 엉망진창인 그림체 너머에서 차가운 손을 뻗어 심장을 쥐어짜는 느낌이다. 책을 뽑아들면 몇 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심장이 거칠게 폭주하고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뭐라고 말을 꺼내면 그 벌어진 입으로 그 ‘공포’가 홍수처럼, 폭포처럼 넘쳐들어와 호흡을 끊는 그 감각은, 경험한 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쾌감에 가까운 절망이다.
장소는 고립된 산장, 한 남자는 살인을 고백했고, 한 남자는 그것을 들었다. 한 남자는 다리가 망가졌고, 한 남자는 눈이 망가졌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산 아래로 내려간다 해도 그들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까. 언젠가 신고하지 않으리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언젠가 입을 막으로 오지 않으리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그래, 내 고백을 들어버린 그 녀석이 잘못한 거야... 나에게 고백한 그 녀석이 잘못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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