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어스 Dears 8 - 완결
Peach-Pit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날, 비행접시가 떨어진다.
그 안에서 나타난 것은 눈에 확 뜨이게 아름다운 외계인들. 이 드넓은 우주에서 길을 잃고 지구로 온 그들은 돌아갈 방법을 갖지 못했고, 그 간절한 호소가 받아들여져 그들은 단 1년만에 "친구" - Dears라는 이름으로 지구촌의 일원이 된다.
언듯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단 1년만에 외계인이 새로운 이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에 대한 반대 주장은 빠르게 자취를 감춘다. 정체불명의 외계인 - Dears들에게 푹 빠진 팬클럽이 몇 개나 생겨나고, 조금쯤 어색함을 느끼던 일반 시민들도 직접 접촉한 이후로는 디어스의 아름다움, 순수함, 기품, 순종적인 태도, 약간의 백치미에 빠르게 취해간다. 뭔가 [이그젝션]의 초기 접촉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런 디어스들의 정체는 간단히 밝혀진다. 그저 지구인들이 저어할까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뿐, 일단 묻기만 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변한 그들의 정체는 노예, 발달된 기술력을 가진 외계인들이 애완용으로 만들어낸 노예였던 것이다. 우주를 날아다닐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주인'들이 지구로 떨어진 '노예'들을 회수하러 오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회수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흔하고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오로지 주인에게 봉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디어스들은 자신을 버린 주인을 대신해 지구인을 새로운 주인으로 정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신기한 외계 생물을 보고 물은 "이거, 너희들 애완동물이야?" 하는 질문에 대한 디어스 뮤의 답변은 디어스들의 사고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쎄요… 저희가 바로 애완동물인데."
그렇다면 인류가 이렇게 간단히 디어스를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결과다. 디어스는 인간이 그토록 적대시하는,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가 아니라 노예, 애완동물, 도구, 물건이니까. 같은 인류는 그토록 필사적으로 박해하면서도 희귀동물을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옆나라 사람이 아무리 싫더라도 그 나라의 물건이며 돈은 좋아라하는 인류가 아니던가. 인간은 뇌리 깊은 곳의 무의식에서 저 아름다운 외계인들이 그저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민감하게 감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로망인 미소녀, 노예, 에 더해 백치, 헌신, 순종, 초능력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연속기 세트다. 남자라는 종의 종족적 급소를 노리는 공격이기 때문에 사실상 대응책이 없다. 얌전히 두들겨맞고 책 사는 수밖에(웃음).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주인공인 타케야의 태도다. 이 녀석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디어스들을 향해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움직여.' 라고 간단히 쏘아붙인다. 타의에 의해서 태어나 타의에 의해서 살아남은 디어스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일을, 이 '주인님'은 숨쉬는 것처럼 손쉽게 해치우면서 자신처럼 해 보라고 말해온다. 이미 오래 전에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물건이 되는 길을 택했던 디어스들을 다시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움직이는' 인간의 길로 되끌어온다. 그리고 그런 타케야와 '시작은 지금 이순간, 끝없이 영원토록' 이어진 디어스는 불량품이지만, 불량품이기에 엘리트 '노예' 들과는 달리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소녀. 그래서 디어스들은 차근차근 하나 둘씩 렌과 타케야의 곁으로 모여든다. 자신에게 변화를 가져다 줄 존재에게 때로는 경도되고 때로는 매혹되며, 무언가를 바라고 무언가를 원하는 자신들에게 낯설고 당황스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지적 생명체로의 변화의 길을 멈칫멈칫 걷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단순한 미소녀할렘계 킬링타임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엔드리스 스토리가 아니라 무언가 큰 틀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음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Dears]. 이제 서투르게나마 스스로 걸으려 하는 이 아름다운 '친구'들은 어떻게 발걸음을 뗄 것인가?
어쩌면 단순한 남성향 할렘물에서 있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노출 심한 그림체 속에서 무언가 진지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