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들 중에서도 마이너한 취미(라지만 동인 취미 자체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구분하기 힘들다) 중에 ‘성반’이라는 것이 있다. 성별반전이라 하여 캐릭터의 성별을 뒤집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핵심적인 특징이나 성격특성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부분에서 실패하면 동인지가 아니라 ‘그냥 새로운 캐릭터’가 되어버린다(그 걸작으로는 [테니스의 왕자님]을 성반시킨 [테니스의 공주님]이 있었다). 보통은 이름까지 여성적 혹은 남성적으로 살짝 비틀어 만들기 때문에 잘 만든 성반이라면 그 특징과 인간관계를 통해 이게 누구를 성반시킨 것인지 진자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이 간격을 잡는 것이 꽤나 어렵다. 그리고 [일기당천]은 제법 잘 만든 축에 속한다. 삼국지 팬픽까지는 아니지만, 삼국지 시대 도시들의 이름을 이어받은 학교들을 무대로 삼국지 시대 무장들의 영혼을 이어받은 여학생들(가끔 있는 남자는 눈에 안 들어온다...)이 패권을 다툰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작품 스스로의 개성과 캐릭터의 특성을 아주 잘 살리고 있다. 이미 관우와 황충에서 쓰러질 지경이었지만 유비와 장비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삼국지를 알고, 삼국지가 세계 역사에 남을 걸작이자 성스러운 작품이니 감히 이렇게 손대는 걸 용서 못하겠다는 사람이 아니라면 캐릭터를 정리해 보고 미친듯이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4권 이후에 한정. 4권에서부터 번역자가 바뀌었는데, 그 은총(!!)으로 간신히 성반물인 걸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1-3권에서는 캐릭터 이름을 일본식으로 읽었단 말이다! 이걸 어떻게 알아내냐고, 이걸 볼 사람 중에 수천 명도 넘는 삼국지 등장인물들의 행동패턴을 통해 캐릭터를 연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냔 말이다! 이런 만화는 아무리 성반물이라도 이름으로 캐릭터를 확인한 다음 다시 원전을 뒤져 캐릭터성과 대조할 수밖에 없단 말이다! 역자 나와-!!!!성반이고 뭐고 신경끄고 넘치는 액션과 판치라를 즐기겠다는 분은 그딴 거 알바 아닙니다. 그림체 하나는 오구 레이토하고도 경쟁 가능하다니까요.(뭔 말인지 아는 사람은 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