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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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한 교실에 있던 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에게도 스며들었던 질문이다. 한 교실에 있던 애가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 나는 학생이 아니며 학창 시절 교실에서 친구의 죽음을 겪은 적도 없다. 하지만 저 문장을 읽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교실에서 친구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했을 많은 학생들, 선생님들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정말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애도하고, 어떻게 빈 자리를 잊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미주에게 죽은 세아가 나타나 말을 건다. 세아는 미주에게 자신에게 빌린 500원을 갚으라고 요구하는데, 아마도 500원의 의미를 이해할 때 세아도, 미주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 나는 가제본 서평단으로 책의 앞 부분만 읽었다.)


제목에서 생각해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마이너스"인 존재들을 주요 인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미주는 백구십육만원을 부모님 몰래 써버린 이력이 있고, 이 빚을 갚기 위해 부모님 가게에서 노동을 한다. 그리고 세아에게 500원을 빚졌다. 


그런데 500원, 갚아야 하는 것일까? 갚아야 할만큼 큰 돈도 아닌데...

하지만 빚을 진다는 것에 있어서 작가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돈'이상인 것 같다.

누군가 내게 빌려줄 때 그 때에 오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마음이 오고, 배려가 온다. 관계를 맺고 싶다는 소망이 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정말 아무리 작은 돈도 공짜가 아닌 것이다.


이 이야기의 뒷부분을 읽지 않아 결말은 모르겠다. 하지만 '빚진 마음'에 대해서만은 중요하게 다가온다. 부자이면 친구가 생길까? 부자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까? 어쩌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마음을 빚지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돌봄과 배려를 빚진 존재라는 것을... 부자는 오히려 더 까먹기 쉬은 것은 아닐까.


빚을 진 자는 빚을 갚아야 한다. 세아는 양파를 깎으며 부모님께 진 빚을 갚는다. 세아는 미주가 세정이와 친구가 되면 500원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빚을 갚는 것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마땅한 빚 갚기 과정을 통해 사람은 알아차릴 수 있는 것 아닐까. 자신이 무능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돈이 있고 없고와 무관하게 자신 또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돕고, 배려하며,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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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게리 - 건축을 넘어서 현대 예술의 거장
폴 골드버거 지음, 강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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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를 아시는가? 사실 나는 몰랐다. 그렇다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사실 나는 또 몰랐다. 하지만 몇 가지 건축물만 검색해 보아도 건축이나 미술, 예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이도 프랭크 게리가 대단한 건축가라는 느낌만은 확실히 받을 것이다. 《프랭크 게리, 건축을 넘어서》를 받아들고 인터넷에 저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재미났다. 매끈하면서도 투박하고, 장난스럽고 거칠지만 그렇다고 경박하거나 산만하지 않은… 지금 이미지를 검색해 보아도, 또 보아도 분명 어떤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데 이것은 ‘건물’에 대한 내 익숙함과 맞물려 있는 데서 오는 것일 거다. ‘왜 몰랐어?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아마 이런 질문과 함께 많은 이들이 프랭크 게리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건축을 넘어서》에는 칼라 인쇄되어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 사람은 뭘 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체 왜 이런 건물들을 지은 것이지? 어떻게 이런 건물이 가능한 것이지? 《건축을 넘어서》는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리를 게리이게 한 토대에는 그의 가족력(유대인 배경 등), 나고 자란 도시들,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로 인한 그의 좌파적 성향 또한 저자가 중요하게 보고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위대해진 데에는 역시 그의 환경과의 상호작용의 독특한 방식이 있는 것 아닐까. 내게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은 그의 탐구 여정이었다. 

그가 여행하고, 끊임없이 도시의 건축물을 관찰하며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발견해간다. 아마 이런 모색의 과정이 없었다면 어마무시한 자본, 클라이언트의 요구들, 도시의 분위기가 싸우는 한복판에서 자신만의 건물을 뚝심있게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게리의 평범한 사물을 향한 관심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차를 몰고 돌아다니며 로스앤젤레스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규격형 주택을 관찰했다. 게리는 시공 초기 단계에 투바이포 공법으로 세워진 목조 구조가 퍽 예뻐 보였다. 건물의 형태는 뼈대로 완성되지만, 전체 시공 과정을 놓고 보자면 뼈대는 중간 과정에 불과한데, 게리의 눈에는 완공된 결과물보다 뼈대가 더 나아 보였다. 완성된 주택의 실루엣을 보여 주지만, 동시에 그저 텅 빈 구조물일 뿐인 뼈대의 모호함은 게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리는 스티브스 하우스 작업 도중, 미완성 규격형 주택에 관한 관심이 단순히 유별난 관찰을 넘어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더 흥미롭게 활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련된 목재로 덮이기 전의 주택에도 일종의 아름다움이 스미어 있어요. 만듦새랑 상관없이요. 한번은 꽈서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예술가들은 ‘완벽함’이란 사물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도, 당연한 기준도 아니고, 사실은 억지로 꾸며 낸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그러자 모든 것을 그저 내버려 둔다는 생각이 건축하는 하나의 새로운 방식으로 떠올랐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슨 짓을 해도 그 완벽함에 다다를 수 없으니까요. 애초에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면 그저 몸을 맡기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런 태도는 지금도 제 작품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192쪽)



게리의 건축에 대한 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규격화되지 않은 형태일 것이다. 또 책을 읽다보면 세련되지 않은 것 - 완벽한 만듦새를 갖추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성향을 만나게 된다. 유명한 게리 하우스 또한 어찌 보면 “으잉?” 싶을 정도인데 어떤 점에서냐면 ‘매끈’하지 않다는 점에서 불안해 보일 정도로 ‘빈틈’이 많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완성된 건물의 형태에서 뿐만 아니라 재료에 있어서도 게리는 일상적이며 어쩌면 당시에 건축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던 비주류의 재료들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동시에 게리의 건축물에 첨단이 함께 한다는 것이다. 게리는 항공 산업을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신의 건축물을 설계하는데 도입하는데 그 덕에 적은 비용으로도 그가 원하는 다양하고 유려한 시도들이 가능해졌다. 

게리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무시하며 제멋대로인 예술가라는 식의 비판을 정말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읽다보면 저런 비판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은지 알 수 있다. 허공에 뜬 상상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대중의 필요나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키며 동시에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조율해 나가고, 주어진 비용에 맞춰 다양한 재료를 시도 하는 모습들 - 이 점이 오히려 예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게리는 세속적으로도(^^;) 성공한 예술가로 정말로 많은 건물을 남겼다. 청담의 루이뷔똥 역시 게리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프랭크 게리, 건축을 넘어서》는 게리 건축의 여러 가지 토대를 경험하며, 그의 건축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멋진 책이다. 여러 페이지에 감추어진 멋진 장면들 - 가족 관계나 친구 관계의 드라마를 포함해 -을 잘 전하지 못해 아쉽다. 게리 시대의 미국, 유럽 이곳 저곳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재미. 두꺼운 책일수록, 나와 영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책일수록,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 것이 하나의 기술 아닌가. 많은 독자들이 프랭크 게리와 만나게 되기를.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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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되는 시간 - 자연 관찰과 진로 발견 발견의 첫걸음 3
템플 그랜딘 지음,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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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이 도착했다. 제목은 <<과학자가 되는 시간>>! 창비 출판사 신간으로 청소년을 위한 교양도서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책의 저자는 템플 그랜딘인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으로 올 한 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드라마 우영우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물론 템플 그렌딘이 법조인은 아니며, 자폐인으로서 동물학 박사를 따고 미국 가축 시설을 혁신적으로 바군 사람이다. 그의 일대기나 업적이 궁금하다면 영화 <템플 그랜딘>을 찾아 보아도 좋겠다. 이 책의 마지막 <동물 행동>에도 물론 그의 성장과 성취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돌, 해변, 숲, 새, 밤하늘 그리고 동물 행동.

예쁘게 디자인 된 차례 페이지만큼이나 그 내용 또한 아름답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돌과 해변, 숲 등 자연 세계에 대한 그랜딘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그가 어떻게 자연 세계를 만났는지, 또한 자신을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작은 발견이 어떻게 큰 발견이나 연구로 이어지고는 했는지 등이 실려있는데

그 일들이 혹은 그 단초들이 사실 별 것(?) 아니다.

"허리케인이 강타한 다음 날, 동생과 함께 조사에 나섰습니다. 저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집 밖으로 나갔어요. 2미터가 넘는 파도가 마당까지 밀려와 거대한 해초 조각들을 쌓아 놓고 간 상태였어요. 햇살에 반짝이는 초락빛 밭처럼 보였죠. 길 위에는 끊어진 전선들이 뱀처럼 널려 있어서 그 위로 조심조심 발을 디딘 기억도 납니다. 물이 밀려 나간 썰물 때였고, 폭풍이 지나간 해변에는 조개와 투구게가 넘쳐 났어요. 해변의 집 두 채는, 정말이지 이상했어요. 한 채는 완전히 멀쩡한데 다른 한 채는 통창이 깨진 채 물이 천장까지 차올라 있었거든요.(...)"

이렇게 태풍을 말하고, 해변을 말한다.

그랜딘의 발걸음을 찬찬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과학자를 만나기도 하고, 잊고 있던 즐거움을 발견하는 듯 하여 마음이 좋아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중요 키워드 중 하나는 교감이 아닐까.

아, 템플 그랜딘은 자연과 교감하는 사람이구나.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과학자의 능력이란 '교감'이구나...

그래서 이 책은 꼭 과학을 직업으로 택하고 전공하려는 친구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돌들에 매료되며, 새의 날개짓이나 해변의 풍경에 감탄한다. 아니, 감탄하기 전에 그 속에서 만지고 장난치고 놀이하며 자연의 일부로서 지내던 일이 없었을까.

대상과 교감하며, 놀이하듯 질문하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의 일이며

우리 모두 과학자의 자질이 있지 않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이다.

멋진 풍경을 병풍으로 세운 채 사진을 찍어 SNS에 전시하는 일은 지금도 하고 있지만

어릴 때 그 신기했고 소중했던 작고 작은 사물들은 이제 하찮은 것이 되어버린 것 같다.

과학자의 품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과학자의 진로를 택한 많은 이들 또한 그러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자가 되는 시간>을 읽다보면 잃어버른 그 시간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또한 대단한 과학적 성취 또한 우리가 놓쳐버린 작고 소중한 시간들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것도.

'과학자가 되는 시간'은 정말이지 우리 모두에게 다시(!) 회복되어야 할 시간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 속에 다시 스며드는 것이 아닐지.

https://blog.naver.com/diya85/222961115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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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비건의 세계 - 동물을 먹지 않는 삶이 주는 곤경과 긍지 그리고 기쁨에 대하여 곰곰문고 20
박소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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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청소년 문고 곰곰의 시리즈 중 하나로 일종의 청소년을 위한 비건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비건 생활의 넓고 깨끗한 기쁨에 대한 여섯 청소년의 이야기라는 소개가 책 뒷 표지에 있는데, 이는 책 사이사이 비건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인터뷰가 함께 하고, 그 것이 챕터의 내용들과 긴밀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성 덕에 청소년의 세계에서 비건을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더 닿을 수 있다. 성인 독자로 읽는 나도 재미있고 유용하고 또 마음이 어려워지기도 하였는데, 청소년들이라면 더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그러니까 청소년으로서 비건을 하는 이라면 공감할 고민,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나름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사례들도 있고, 동시에 비건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채로 다가가는 지점 등이 있다. 비건을 하건 하지 않건 함께 읽고, 토론하기에도 좋은 책이 아닐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급식을 둘러싼 투쟁기였다. 성인으로서, 하지만 학교에 몸담고 있는 성원으로서 비건을 하고 있고 또 하고 싶어하며 이 때문에 자신이 매일 먹는 급식에 변화를 요구하고 급식의 다른 모습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청소년의 목소리 - 그들이 소수일지 모르지만 꼭 다수의 목소리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 를 이렇게 만나는 것도 소중한 기회였는데 아마 그것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서인 것 같다. 그러니까 나와 다르구나! ‘그냥 시스템이 그러니까’, 하며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 미처 질문하지도 못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게 했다.

 

비건을 실천하려는 이들이 만나는 반대의 목소리는 어쩌면 내 안에도 있는 것들이다. 내뱉으며 비건을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막연하게 굳이 비건 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을 하는 것이 그만큼 절박한 일일까’, ‘다른 방식도 있지 않을까하며 실천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며 동시에 무시해버리려고 했던 것들인 것 같다. 여전히 반드시 비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비건을 시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비건이 다른 실천에 비하여 후자의 것이 될 이유도 없다. “우리가 어느 한 존재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면 다른 존재들은 뒤로 밀려나거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결단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165)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은 이 구절에서도 절 나타난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해치지 않으려는 마음. 비건이건 아니건, 어떤 모양으로 비건을 하건, 타인을 살리고 싶어하고 돌보고 싶어하며, 존중하려는 마음 - 이 한 형태가 비건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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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 율곡 선생의 인생 가르침
이율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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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격몽요결입니다.

이 책은 을유 출판사 서평단을 신청하여 받은 책입니다.

서평단 신청할 때 쓰기를, 대학 때 처음 만나고 뜻밖의 인상을 받았다고.

많은 일반독자가 그러하듯이

천자문, 논어, 맹자 등 고전 한문 도서(?)는 고리타분하고 어려우며, 나에게 와닿을 것이 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선입견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요. 격몽요결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어리석음(蒙)을 깨는(擊) 요체(要訣)라니....

하.. 사실 제목만 들어도 어쩐지 잔소리 집결체일 것 같은, 그런 구린(^^;) 느낌을 줍니다.

대학 때 교수님께서 한문 고전을 좋아하셨는데,

처음 격몽요결을 강독한다 했을 때 당연히 기대감도 없었고, 그저 수동적 자세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웬걸, 뜻밖에 감동이 있고, 뜻밖에 와 닿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것이 격몽요결의 매력 - 아마도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많은 한문 고전의 매력 - 인 것 같습니다.

이 책 또한, 여느 에세이나 자기계발서 못지 않게 사람을 반성하게 하고, 응원하게 해 주는 책입니다.

더군다나 이 책은 어려운 한문을 읽기 좋게 번역한 내용이 주가 됩니다.

그래서 한문과 영 상관이 없다,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딱 좋습니다.

또, 해설 부분에서는 격몽요결 만이 아니라 다른 중요 고전들을 인용하여 저자가 그 사상 및 각 장의 핵심 내용들을 친절하게 풀이해주고 있습니다.

읽고 나면 뭔가 '공부해야 할 것이 많구나', '알아야 할 것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ㅎㅎ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은 격몽요결을 처음 만나는 이에게나 앞으로 더 공부할 이에게나 좋은 지침이 될만하다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이렇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부터 읽되, 꽂힌 장을 집중적으로 읽기.

다 읽지 않아도 좋고, 해설 부분을 빼고 읽어도 좋습니다.

혹은 각 장의 해설 부분만 먼저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문, 입지장 등의 매력을 일단 먼저 맛보되,

여러 등산 코스 혹은 산책 코스 짜듯이 이렇게 저렇게 책을 펼쳐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름답고 명확한 우리말로 고전 원문을 옮겨주신 덕에(!!) 누구나,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하여도 즐겁게 격몽요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득, 처음 책을 받고 펼쳤을 때 받은 좋은 인상을 전하고 싶은데요.

따끈따끈 신상이 주는 느낌인지, 귀한 손길 느낌인지 그냥 받아들고 있는데도 '아 좋다' '정갈하고 좋은 무엇이 왔구나'ㅎㅎ

이 책은 2003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35쇄까지 인쇄된 후 올 해 개정판으로 나왔습니다.

초판은 접하지 못했지만, 이 개정판에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손길들이 충분히 담겨있지 않을지요.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고 소장해도 좋을 것 같다 할 만큼 믿음직한 책입니다. 읽기 좋고, 유용하며, 옆에 두기 좋은 책.

끝으로, 읽으며 들었던 짧은 생각을 남기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 인간관계로 화가 치밀고, 자존심이 상해 머리속으로만 오만 말을 내뿜고 있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읽으며 제 모습이 뜨악해졌습니다. 초라하기도 하고, 대체 어디다 신경쓰고 살고 있나 싶기도 하고.

공부하는 삶이란 것이 지금의 많은 직장인, 생활자 등에게는 낯선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격몽요결을 읽으며 내가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어째서 내 삶은 이렇게 가지런하지 못한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공부가 정답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에 뜻을 두고 정진하는 삶이 주는 가지런함과 평화로움이 이 책을 통해 전달됩니다.

고전 공부로든, 에세이로든, 자기계발서 어저면 힐링북으로 - 이 책을 만나는 방법은 많지 않을까.

저 조선시대 이이라는 이가 전하고 싶어했던 삶의 태도, 일상의 방식 등이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친절한 책이 그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일단 한 번 한 장이라도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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